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45화 (144/230)

145화. 죄

비행 차량을 착륙하기 적당한 인적이 드문 산으로 향했다.

[잠시만, 내가 먼저 수색할게.]

혹시 산에 위험한 곳은 없는지, 몬스터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았다.

주변을 수색해보니 주변에 위협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일단 주변에 몬스터는 안 보여.]

산의 공터에 착륙한 후 차량을 선물함에 수납했다.

화면을 축소해 도시를 찾아보았다.

[3시 방향으로 이동해. 20분 정도 걸어가면 마을이 있어.]

너무 차량을 타고 가까이 가면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서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걸어가기로 했다.

세 소환수들이 걸음을 옮겼다.

잠시 걷자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주변에는 잘 발달된 농경지가 있었다.

농경지에는 착착 줄을 맞추어 자란 농작물이 규칙적으로 자라고 있어서 잘 관리된 농경지임을 알 수 있었다.

드문드문 집들이 보였다.

[거기서 12시 방향으로 가봐. 그쪽이 건물도 사람도 많네. 중심가인 듯해.]

마을 주민들은 소환수들이 다가가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마을에는 사람도 있고 유사 인종도 있었다.

길거리에 늑대와 사람의 중간 정도 되는 이가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소환수들이 지나가자 그 늑대인간이 힐끔 보는 듯했지만, 특별히 말을 걸진 않았다.

그리고 중심가까지 가는 동안 두세 명의 유사인종을 더 보았다.

제리처럼 고양이 비슷하기도 했고, 등에 거북이처럼 딱지가 있는 이도 있었다.

제리는 고양이로 변해 샤샤와 카나 옆에서 걷고 있었다.

샤샤가 거리의 노점상에서 좌판을 깔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 실례할게요. 이곳에서 신전이 있을까요?”

“신전이요? 저기로 가시면 됩니다.”

얼굴은 완전히 사람이었지만 저기로 가라며 뻗은 손에는 기다랗고 뾰족한 발톱이 달려 있었다.

이분도 혼혈인 것 같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제법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이곳인가 싶어서 신전을 두리번거리자 안쪽에서 누군가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이곳이 신전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사람이 웃는 얼굴로 나오며 말했다.

[민준 님, 이곳이 신전이래요.]

[좋아, 잘 되었네. 풍요와 대지의 신전이 맞나 확인해봐.]

샤샤가 신전에서 나온 사람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떤 신전인가요? 저희는 풍요와 대지의 신전을 찾고 있어요.”

“아…….”

신전에서 나온 사람은 조금 당황하는 듯했다.

“혹시 풍요와 대지의 신의 신자이신가요?”

“뭐, 그렇죠.”

내가 신과 만나기도 했고 성물을 흡수해버린 몸이 되어버렸으니 풍요와 대지의 신의 중요 인물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코토풀요라는 동물이 새겨진 신의 마크까지 몸에 있으니 신의 사도 정도는 되었다.

내가 그러하니 소환수들도 자동으로 풍요와 대지의 신의 신자쯤 되어 버렸다.

신전의 사람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구나. 그렇군요… 그러면 어쩐다… 이…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소환수들은 신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방으로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세요.”

샤샤는 신전에서 나온 사람이 미소를 띠며 안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안에서 잠시 쉬었다.

내가 쪽지를 보냈다.

[뭐래?]

[저희가 풍요와 대지의 신자라고 하니 방에서 기다리래요. 친절한 분이시네요.]

[그렇구나.]

우리는 이런저런 잡담을 이어갔다.

[제리야.]

[냥.]

[여기 오면서 보니 유사 인종들이 많더라. 디아론 영지나 샤론에는 유사 인종이 너밖에 없잖아. 그런데 여긴 거리에 유사 인종이 참 많더라고. 느낌이 어때?]

[별 느낌 없당.]

[뭐, 부럽다거나 하지는 않아?]

[왜 부러워야 하지?]

[아니, 이곳은 너와 비슷한 애들이 많고 샤론에는 그렇지 않으니까.]

[별로 부럽지 않당. 나는 묘족과 드리마스의 혼혈이당. 묘족은 성체가 되면 혼자 산당. 그리고 드리마스는 무리 생활을 하고. 나는 무리도 있고 또 혼자 지내는 시간도 많은 지금이 딱 좋당.]

[그래? 다행이네. 유사 인종이 많은 동네라서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어.]

[아무렇지도 않당.]

[그러면 다행이네.]

벌컥.

문이 열리고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과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기사는 소환수들에게 검을 겨누었다.

“체포하라!”

소환수들은 갑작스런 기사와 병사들의 난입에 놀랐지만 차분하게 대응했다.

이제 소환수들이 선물함에서 무기를 꺼내는 속도는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과 같은 속도였다.

제리는 인간형으로 부풀면서 발톱까지 길어졌다.

그리 크지 않은 방에서 문 쪽의 병사들과 반대쪽 소환수들의 대치가 이어졌다.

웅웅웅.

카나의 칼날 방패와 샤샤의 화살, 그리고 제리의 발톱에 마나가 어렸다.

그리고 여기 서포터도 있었다.

“디바인 프로텍션.”

세 소환수의 몸에 은은한 보호막이 생겼다.

병사들은 소환수들이 순간적으로 무장을 마치고 마나를 두르는 모습에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기사가 소리를 높였다.

“역시 적이었구나! 너희들이 감히 이곳에서 무기와 마나를 꺼내 드는가!”

샤샤가 답했다.

“갑자기 쳐들어온 건 그쪽이라고요. 뭔가 오해가 있을 거예요. 저희는 신성교국에 오늘 도착했다고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잔말 마라! 뭣들 하나! 잡아라!”

기사의 외침에 병사들이 창을 내밀며 다가왔다.

일단 실력행사하고 보려는 모양이었다.

[얘들아. 너무 무리하지는 마. 여차하면 소환해줄게.]

[잠시만요. 눈대중이긴 하지만, 그렇게 강해 보이진 않아요.]

카나는 기사들의 창과 검을 막으며 발길질로 걷어찼다.

일단 어찌 된 상황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치명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다.

만약 죽기라도 하면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았다.

적의 수는 열 명이 넘었지만, 기사는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 병사였다.

파파박.

제리는 발톱을 길게 뽑아 마나를 둘렀었지만, 병사들의 창을 잘라버리고 난 후, 발톱을 집어넣고 적당히 발을 휘둘러 병사들을 제압했다.

퍽퍽퍽.

병사들은 소환수들에게 제압당해 차곡차곡 방의 한쪽에 쌓였다.

마지막으로 기사 한 명이 남았다.

하지만 기사도 끽해야 익스퍼트 초중급 정도 수준이었다.

샤샤와 제리가 기사를 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이익, 역시 너희는 악의 무리였구나!”

“하아, 뭔가 큰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우리 대화로 풀어보죠. 저쪽 병사분들도 크게 다친 분들은 없어요.”

“내 이 한 몸 바쳐 신의 뜻을… 켁!”

샤샤와 카나가 기사와 대치하고 있는 사이에 투명제리가 뒤로 돌아가서 기사의 목을 졸랐다.

[오호. 제리의 목조르기가 들어갔구나~ 어?]

3초 컷이었다.

목을 조른 지 3초 만에 기사의 눈이 뒤집혔다.

나도 천마 길드의 훈련소에서 누워서 얽혀 있을 때 사용하는 기술이나 관절기 같은 기술을 배운 적은 있지만, 3초 컷으로 상대를 기절시키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와! 제리야,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제압해?]

[머리로 피가 올라가는 혈관을 누르는 거당.]

[목조르기가 아니야?]

[숨을 못 쉬게 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가는 피를 차단하는 거당. 이번엔 기사라서 조금 길었당. 원래 2초 컷이당.]

투명제리에게 까불면 2초면 기절한다는 말이었다.

제리야.

앞으로 잘할게.

진심이었다.

[아, 내가 있었어야 하는데. 저거 바인드로 묶으면 딱일 텐데. 샤샤야. 선물함에 줄을 넣었어.]

[네~]

샤샤가 선물함에서 줄을 꺼내 병사들과 기사를 묶었다.

기사 한 명과 병사들을 묶고 잠시 기다리자 차례로 깨어났다.

“어? 뭐지?”

“윽, 내가 왜 묶여 있지?”

“이봐!”

다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카나가 나섰다.

“제군들, 상황 파악이 안 되는가?”

분명하고 지시적인 목소리에 묶여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집중했다.

카나가 오른발을 굴러 땅을 디뎠다.

쿵.

바닥에 오른발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내가 묻고, 너희는 답한다. 알았나?”

카리스마 작렬이었다.

“너, 이름!”

하지만 질문을 받은 병사는 동료가 있는 상황에서 쉽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카나가 제리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받은 제리가 질문에 답하지 않은 병사에게 다가갔다.

“아니, 윽.”

2초 컷이라고 했는데 정확했다.

살짝 누른 것 같은데 2초면 눈이 뒤집혔다.

그렇게 연속으로 기절해서 병사 한 명만 남았다.

그러자 그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터뉴입니다.”

“그래, 좋아. 터뉴 너는 어디 소속이지?”

“태양신의 신전을 지키는 병사입니다.”

“이곳이 태양신의 신전인가?”

“그렇습니다.”

“왜 우릴 공격했지?”

“다른 신의 신도가 신전에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신의 신도라고 공격한다고? 정말인가?”

“신전까지 찾아와서 다른 신의 신자임을 밝혔다는 것은 저희를 적대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다른 신의 신도가 신전에 찾아오는 것을 도전이라고 생각했나?”

“그렇습니다.”

“왜?”

병사는 잠시 머뭇거렸다.

“얼마 전부터 신성 기사님들 간에 다툼이 있는 것으로 있습니다.”

“지금 신성교국 내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가?”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기사님들께서는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복잡했다.

신성교국이 하나의 신을 믿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집단 내에서 내부적으로 다툼이 있는 것 같았다.

“풍요와 대지의 신의 신전은 어느 쪽이지?”

“북동쪽으로 가면 됩니다.”

“거리는?”

“걸어서 가시면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문 결과를 소환수들과 논의한 후 내가 쪽지로 말했다.

[그러면 내가 먼저 조사를 해야겠네. 심문을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 무작정 다시 길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아 보여.]

[그러면 어떻게 할까?]

[얘들 잠시 묶어두고 기다리고 있어 봐. 내가 일단 풍요와 대지의 신전이 어디 있는 지라도 찾아보고 올게.]

[응, 기다리고 있을게.]

“알파야, 풍요와 대지의 신전이 어디에 있는 줄 알아?”

―교국 수준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신전의 위치까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렇구나. 알았어. 일단 가보자.”

사람이 걸어서 한 달 거리라고 하면 몇백 km 정도 될 것 같았다.

대충 서울에서 부산쯤 이동한다고 가정하고 축척을 맞춰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보았다.

화면을 옮겨 다시 확대해보니 적당한 크기의 마을이 보였다.

“알파야, 저기로 가보자.”

화면이 새로 발견한 마을로 향했다.

“흠… 이제 정보를 어떻게 얻을까.”

막상 멀리 오긴 했는데 정보를 얻을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알파야, 저기 저 아주머니한테 물어볼까?”

―말을 걸 수 없지 않습니까?

“용병 걸면 되잖아.”

―용병을 제안해 볼까요?

“알파야.”

―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가서 용병하겠냐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렇지 않아?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면서 너 용병해라, 그러면 누가 말을 거는지도 모르고 이상하잖아. 경계심이나 거부감이 드는 게 당연하지. 예전에 샤샤 전에 소환수 제안할 때도 많이 까였잖아.”

―그래서요?

“조금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접근하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러운 방법이요?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하잖아. 여기가 어디야. 신성교국이잖아.”

* * *

마티나는 여느 날과 같이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오늘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일해서 곡식을 얻을 수 있는 땅이 있었다.

마티나는 이 모든 것을 주신 신께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근 한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농작물이 말라가는 것이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이틀 전에 비가 내려 농작물이 싱싱해져서 기분이 좋았다.

이 또한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오, 신이시여.”

마티나는 신을 향해 경배한 후, 잡초를 제거했다.

비가 와서 땅이 촉촉해져 잡초가 쉽게 딸려왔다.

이럴 때 뽑아야지, 안 그러면 땅은 굳고 잡초는 자라서 더 힘들었다.

그때였다.

마티나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네 죄를 사하노라.]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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