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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40화 (139/230)

140화. 마법사

여동생 민아와 민아의 친구가 사무실로 왔다.

“오빠, 나 왔어.”

“안녕하세요. 가영이에요.”

“안녕, 오랜만이야.”

사무실로 온 둘에게 간단한 음료를 건넸다.

“어맛! 이거 무슨 음료예요? 넘 맛있는데요?”

“어, 피토니라고. 지구 거 아니야. 쉽게 말하면 던전산이지.”

지구의 음료가 아니라는 말에 민아와 가영이가 새삼 놀랍게 음료를 바라보았다.

“그래, 숙제가 있다고?”

“어, 학교 숙젠데, 나랑 가영이랑 둘이 한 조야.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주제가 던전 부산물이거든. 오빠 던전 부산물 많지? 조금 보여줘.”

던전 부산물이라면 창고가 가득 차서 다른 창고까지 임대를 한 상황이었다.

“던전 부산물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 몬스터 사체일 수도 있고, 마정석, 식물, 광물 아이템 등등 뭔가 세부 주제를 정하는 게 좋을 텐데?”

민아와 가영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실 그건 아직 못 정했어. 그렇게 정하고 찾으면 기껏 해봐야 인터넷이나 책에서 찾아보겠지. 오빠네 있는 물건들을 직접 찍고 그것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았어.”

“그래?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 열심히 과제 하려고 하는 게 기특하네. 라떼는 대학생 때 놀고먹고 그랬던 것 같은데.”

“헐.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라떼를 찾아?”

“크크크!”

괜히 옆의 가영이만 키득거리며 웃는 게 나와 민아의 투닥거림이 재미있었나보다.

“자, 암튼 가보자. 사무실 옆이 바로 창고야.”

나는 민아와 가영이를 창고로 안내했다.

꽤 넓은 창고는 철제 선반으로 구획은 나눠 정리해두었다.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몬스터 부산물로 포화상태였다.

“자, 이쪽은 몬스터 사체인데 조금 낮은 등급의 사체들이야.”

“아우.”

“엄마야.”

나는 매일 봐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가영이와 민아는 조금 충격이었나보다.

놀, 코볼트에서부터 오크까지의 사체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래도 냄새는 안 나지? 이거 정화 마법진을 설치해서 냄새는 따로 빠지게 해놨어. 안 그러면 냄새가 꽤 심했을 거야. 그리고 이거 들어온 지 삼 일 이내에 다 업체로 빠지거든. 그래서 아직 신선한 거야.”

민아는 오만 인상을 쓰며 나를 따라왔다.

“자, 이쪽은 고등급 몬스터 사체를 따로 모아 놨어. 이게 트롤이야.”

고등급 사체는 덩치가 달랐다.

트롤만 하더라도 작은 게 키가 2m도 넘었다.

푸르뎅뎅한 피부에 거대한 근육질 몸매에 민아와 가영이는 사체임에도 불구하고 쫄아 있는 모습이었다.

“트롤 가지고 그러면 어떻게 해. 여기 이쪽은 어제 들어온 건데, 트윈 헤드 오우거야. 캬, 내가 봐도 멋있네. 이거는 업체에 바로 안 넘기고 경매에 올리려고.”

키가 5m는 되어 보이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사체가 눕혀져 있었다.

“어때? 멋지지?”

“이거 막 다시 움직인다거나 그러지는 않죠?”

“크크크, 죽었는데 다시 어떻게 일어나? 아! 혹시 네크로멘시 하는 헌터가 있으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지?”

나는 민아와 가영이에게 샤벨타이거, 자이언트 타란튤라, 라이칸 스롭 등의 몬스터 사체를 더 보여주었다.

“일단 사체 쪽은 이 정도고, 이쪽으로 와볼래?”

나는 카드키로 잠겨진 문 하나를 열었다.

띠릭.

잠금장치가 열리고 내가 문을 활짝 열었다.

“와!”

“대박.”

문 안에는 마정석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너무 예뻐요.”

“이게 마정석도 다 달라. 요기 조그만 것들은 낮은 등급의 몬스터에게서 캔 것이고, 이거 주먹만 한 것은 오우거 정도는 되어야 나와. 그리고 얘 봐. 하얀색이지? 이런 건 특수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어.”

“우와, 비싸겠네요?”

“비싸지.”

마정석을 봐서 이제 긴장이 풀렸는지 애들 얼굴이 조금 나아 보였다.

둘은 이제 적극적으로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쪽은 뭐예요? 이건 텐트인데? 깔판도 많고. 오빠, 야영 다녀요?”

“어, 내가 가는 건 아니고 던전에 공격대가 들어가면 노숙을 해야 하잖아. 그럴 때 보내주는 거야. 쉽게 말해서 던전 안으로 들고 가는 거지.”

“아, 그렇구나.”

“여기 먹을 것도 많은데? 이쪽은 식량 창고네.”

“그래, 맞아.”

다른 쪽을 살피던 민아가 말했다.

“와! 가영아, 여긴 더 대박이야.”

“뭔데?”

“오빠, 나 이거 하나 주면 안 돼?”

뭘 발견해서 그러나 싶어 가보니 샤론 마을에서 넘어오는 물건들이었다.

샤론 마을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가죽 제품과 식료품을 생산해서 넘기고 있었다.

저서클이긴 하지만 무려 마법사들이 200여 명인 집단에서 생산해내는 제품이니 그 품질과 양이 훌륭했다.

선반 하나에 가득한 가방류를 보자 민아가 탐이 나는 모양이었다.

“야야, 그거 정품이야. 안 돼. 내가 반품된 것 있나 찾아볼게.”

“왜왜. 나도 정품 줘. 왜 맨날 반품된 것만 줘?”

“저기요. 너네 지금 과제하러 온 것이거든요?”

“앙앙.”

“뚝.”

민아가 투정과 애교로 열심히 나를 공략해 보았다.

가영이는 눈치만 살살 보면서 혹시나 모를 떡고물을 기대한는 것 같아 보였다.

“자, 내가 며칠 전에 임대한 창고가 있거든. 여기 창고가 너무 작아서 새로 공사하고 있긴 한데 임시로 빌린 거야. 차로 5분이면 돼.”

나는 민아와 가영이를 데리고 임대한 창고로 갔다.

“이건 드레이크라고 해.”

압도적인 크기, 경이로운 몸체였다.

드레이크는 선물함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트란 산맥에서 부위별로 해체를 해야 했다.

잘라서 운반해 적당히 모아두었어도 그 거대한 크기는 지금 내가 보아도 놀라운 모습이었다.

민아와 가영이는 건물만 한 몬스터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크지?”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잡은 거야?”

“그렇지. 나는 아니고.”

“누가 잡았어?”

“천마 차지율 헌터 알지?”

“와! 그럼 당연하지.”

“그리고 오성의 노승민 헌터와 이탈리아에 까밀로라고 알아?”

“그럼, 당연하지.”

“그렇게 S급이 셋이 포함된 공대가 있어. S급이 셋인데 뭐 드레이크 정도야.”

“와… 오빠, 나 차지율 헌터 볼 수 있어?”

“보고 싶어?”

민아와 가영이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가 한 번 물어나 볼게. 우선 과제부터 해. 사진이나 영상, 찍을 만큼 찍어.”

민아와 가영이는 드레이크의 사체를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민아와 가영이는 ‘와’라는 감탄을 끊임없이 연발했다.

하긴 내가 봐도 거대했다.

그러다 영상을 찍는지 가영이와 민아가 서로 대화를 하며 드레이크를 소개하는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이런 거대한 몬스터에게 당당히 맞선 소환수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잠시 남는 시간을 이용해 화면을 켜 보았다.

“알파야, 화면 좀. 토벌대를 비춰줘.”

트란 산맥을 비추는 화면이 나타났다.

마침 토벌대는 오크 군락 하나를 토벌하고 있었다.

샤샤는 활을 열심히 쏘고 있었고, 카나는 줄이 달린 칼날 방패를 휘두르며 반쯤 날아다니고 있었다.

조금 확대해 보았다.

샤샤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화살을 날리는 모습은 발키리라는 별명이 꼭 어울렸다.

카나도 은색 머리카락을 나풀거리며 칼날 방패를 휘둘렀다.

카나가 요요를 하는 아이들 앞에서 칼날 방패를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제리는 어디 있나 싶어서 알파에게 물어보니 어느 오크 한 마리를 화면에 비춰주었다.

아하!

이번에는 드론제리가 아니라 투명제리였다.

화면에 가득했던 오크의 가슴 사이로 뭔가가 삐져나왔다.

제리의 클로였다.

다들 열심이었다.

나는 소환수와 용병들에게 돌아가며 보호막과 힐을 넣어주었다.

“디바인 프로텍션, 힐.”

[민준님, 고마워요!]

[냥!]

[땡큐!]

여기저기서 감사의 쪽지가 날아왔다.

내가 더 감사했다.

“오빠 뭐해? 왜 딴 데 보면서 헤벌쭉하다가 중얼거려? 좀… 이상해 보여.”

내가 화면을 보며 힐을 넣어주는 모습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허공을 보며 중얼거리는 모습 같아 보이긴 했다.

“민아, 샤론 마을 가봤지?”

“응, 가봤지.”

“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지금 내 눈앞에는 그 근처가 보여. 내 스킬이야. 저기 저 몬스터 사체들이 어디서 났겠어. 누군가는 열심히 사냥을 했을 거잖아. 그 공격대가 지금 열심히 사냥 중이거든. 나는 그걸 볼 수 있고, 또 도움을 줄 수 있어.”

“방금 그걸 보면서 도움을 줬다는 거야?”

“그렇지.”

“그렇구나.”

“왜 안 믿겨?”

“샤론에 가본 적은 있지만 그걸 지금 오빠가 보고 있다는 건 뭐.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가방 주는 오빠를 안 믿으면 뭘 믿으려고?”

“오빠.”

“왜?”

“완전히 철썩 같이 믿고 있거든!”

왠지 안 믿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헤벌쭉했나?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화면을 보는 걸 자제해야 할 것 같았다.

“자, 드레이크는 다 찍었어? 다 찍었으면 다시 내 사무실 창고 가서 잔챙이들 찍고 가.”

민아와 가영이는 ‘잔챙이래’ 그러면서 히히덕거렸다.

그러게, 내가 왜 잔챙이라고 그랬지?

트윈 헤드 오우거가 들었으면 속상했을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대생들 앞에서 허세 작동 버튼이 눌린 것 같았다.

다시 내 창고로 돌아와 과제를 마저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에 토벌대는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야영을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차지율에게 쪽지를 보내 보았다.

[지율 헌터님.]

[네, 민준 헌터님.]

[저… 이런 부탁드려도 되려나 싶은데 지금 제 동생이 와있거든요. 와서 싸인 하나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하, 뭘 어려워하십니까? 얼른 소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민아와 가영이를 불렀다.

“얘들아.”

“어.”

“네~”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보면 정말 놀랄 거야. 확신해.”

민아와 가영이는 누구를 소개시켜준다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눈을 빛냈다.

“이제 내가 소환하는 사람이 반갑다면 소리 질러. 차지율 헌터 컴온!”

“꺅~”

“꺅!”

화아악.

차지율 헌터가 소환되었다.

“꺅, 꺅, 꺅!”

훤칠한 키에 매력 뿜뿜 TV에서 보던 S급 헌터를 보자 민아와 가영이가 난리였다.

그렇게 차지율이 지나간 후 잠시 후 까밀로에게 쪽지가 왔다.

[저도 소환해주세요.]

화아악.

이탈리아의 미남이 등장했다.

민아가 감탄을 터트렸다.

“아!”

가영이도 감탄했다.

“와, 이분 이탈리아의 S급 맞죠?”

민아가 다시 감탄했다.

“와.”

어라?

민아야, S급인지 모르고 감탄한 거였니?

그냥 얼굴 보고 감탄한 거였니?

차지율이 등장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반응이었다.

까밀로가 민아를 보며 미소를 날렸다.

까밀로는 정확히 민아의 눈동자를 마주친 후 말했다.

“눈동자가 호수를 닮으셨네요. 예쁘세요.”

민아는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하아. 민아야, 그거 인사말이야. 안녕하세요랑 동일한 말이라고. 이탈리아말로 안녕하세요는 예쁘세요야. 언더스탠?”

이미 내 말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어찌어찌 까밀로를 보내자 이번에는 노승민 헌터가 자긴 왜 안 부르냐며 쪽지를 보냈다.

왠지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듯했다.

얼떨결에 S급을 세 명이나 보게 된 민아와 가영이는 과제를 하게 된 것보다 훨씬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S급들을 보여주고 난 후, 나는 익숙하게 토벌대에게 야영 장비를 넣어주었다.

민아와 가영이의 과제는 과제고 토벌대의 야영도 준비해주어야 했다.

“오빠, 뭐해?”

“응, 여기는 한낮이지만 토벌대에게는 이제 저녁이거든. 그래서 야영하라고 장비 넣어주는 거야.”

눈앞에서 물건들이 휙휙 사라지자 신기해하였다.

“와, 신기해. 눈앞에서 물건이 사라져. 마술이야?”

“마술 같은 스킬이지.”

“오빤 좋겠다. 이런 것도 할 줄 알고.”

“왜, 부러워?”

“그럼 당연히 부럽지.”

그래?

부럽다고?

나는 야영 물건을 다 보내고 나서 잠시 고민을 했다.

서울에서 부모님 집까지는 자동차로 가면 안 막힐 때 가도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래서 지난번 대운 대학교 브레이크 사태 때에도 천마 길드에서 보내준 헬리콥터가 아니었으면 시간을 맞추지 못할뻔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민아는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도 본인들의 삶이 있었고 민아도 대학을 다니느라 서울로 오지 못했다.

내가 내려갈까도 생각해 봤는데 당시에는 또 천마 길드에 출근하며 훈련하던 시기라 나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그저 보호장비를 보강해준 데서 그쳤다.

지금은 힐러 연합에서 보내준 경호원도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하긴 했는데, 드레이크 토벌을 지켜보고 보니 이런 몬스터가 나오면 B급 경호원이 또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불쑥 민아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며칠 전에 뽑은 스킬이 있었다.

“민아야.”

“왜?”

“너 마법사 해라.”

“뭐?”

민아의 눈이 커졌고, 지켜보던 가영이는 더욱 놀랐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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