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토벌대 (7)
퀸의 외침에 달려온 드레이크는 총 열세 마리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괴수 급인 드레이크가 열세 마리라니, 너무했다.
나는 탱킹을 맡던 노승민 헌터에게 쪽지를 보냈다.
[어때요? 피할까요?]
[너무 많아요. 일단 물러나야 할 것 같아요.]
최전선에서 탱킹을 하던 S급이 후퇴를 제안했다.
[샤샤야, 기사단을 뒤로 물려! S급 세 분이 천천히 막으면서 물러나 주세요.]
드레이크들에게 포위라도 당하면 큰일이었다.
나는 화면으로 전체적인 방향을 살폈다.
[3시 쪽으로 빠져! 3시 방향!]
내 쪽지를 받은 샤샤가 토벌대를 유도했다.
[노승민, 차지율, 까밀로 헌터님들도 천천히 뒤로 물러나십니다. 차지율 헌터님! 거기 2시 방향에서 한 마리 우회하려고 해요. 그놈은 차지율 헌터님이 시간을 끌어 주세요!]
중앙에서 켄타우로스와 팔라딘이 탱킹을 맡고 옆으로 빠져서 토벌대를 노리려고 하는 드레이크는 차지율이 발목을 잡았다.
나는 화면을 크게 줌인, 줌아웃하며 토벌대가 후퇴해야 하는 방향을 잡아주었다.
[거기서 왼쪽, 이제 오른쪽, 쭉 직진, 더, 더, 더 계속 가!]
토벌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샤샤는 토벌대와 함께 달렸고 카나와 제리는 세 S급과 토벌대 사이를 맡았다.
[샤샤는 토벌대를 이끌며 달아나 줘. 카나와 제리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줘. 세 용병이 놓치는 드레이크가 있으면 잠시 발목을 잡아야 하니까. 여차하면 소환해줄게.]
세 용병과 세 소환수가 드레이크 퀸까지 포함하면 열네 마리의 드레이크의 발목을 잡아야 했다.
기사들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샤샤가 외쳤다.
“전속력으로 달립니다. 마나포션 마시면서 달리세요. 우리가 충분히 거리를 두어야 지금 버티고 있는 인원들도 빠져나올 거예요.”
기사들은 작전상 후퇴에 망설임이 없었다.
등을 보이지 않는 것이 기사도라고 생각하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디아론 영지의 기사들은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다.
부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을 할 수도 있지만 달아나야 할 때라면 잘 달아나는 것도 부대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기사들이었다.
디아론의 기사들은 몬스터들과 싸우는 일이 많아 고지식한 기사라기보다는 군인에 가까운 사고방식이었다.
나는 화면을 보며 드레이크들의 위치를 계속 점검했다.
[카나야, 지금 9시 방향으로 한 마리가 우회하려고 하고 있어. 가서 도발로 데려와.]
카나는 9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쪽에는 우회하는 드레이크 한 마리가 있었다.
괜히 토벌대 방향으로 이동하면 낭패였다.
카나가 고함을 질렀다.
“도발!”
드레이크는 도발이 잘 먹히는지 카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카나, 뒤로 뛰어!]
카나가 뒤로 뛰어오자 드론제리가 카나에게 달려오는 드레이크에게 다연발 발리스타를 날려주었다.
슈슈슈슈슉!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카나가 드레이크를 피할 수 있었다.
카나가 제리에게 엄지척을 해주었다.
그 사이, 켄타우로스와 팔라딘 그리고 차지율 헌터가 슬슬 뒤로 빠지며 카나와 제리가 있는 곳까지 밀려왔다.
[자, 10초 뒤에 소환해드릴게요. 큰 거 한 방 날릴 것 있으신 분을 날려주세요.]
명색이 S급인데 큰 기술 한 방이 없진 않을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S급들이 뭔가 준비를 했다.
먼저 까밀로의 해머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나는 해머는 점점 커지더니 까밀로보다 세 배는 커졌다.
그리고 까밀로는 그렇게 커진 해머를 던졌다.
날아간 해머는 드레이크 한 마리의 머리통에 정통으로 맞았다.
퍽!
드레이크의 머리통이 반파되었다.
그때 켄타우로스의 등에 달렸던 창에 마나가 어렸다.
슈슈슉!
등에 달린 창은 한 개가 아니었다.
마치 토벌대의 다연발 발리스타처럼 켄타우로스도 여러 발의 창을 날렸다.
켄타우로스의 창은 다연발 발리스타보다 훨씬 거대했다.
다연발 발리스타가 드레이크에 비하면 크기가 작아 화살에 걸린 마법 데미지 위주로 드레이크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켄타우로스의 창은 일단 그 크가 자체가 드레이크에게 유의미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크기였다.
퍼퍼퍼퍽!
마치 부챗살처럼 퍼지면서 날아간 켄타우로스의 창은 눈앞 어디를 봐도 드레이크인지라 한발도 남김없이 드레이크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다음, 차지율이 가볍게 검을 그었다.
횡베기였다.
하지만 10초 후, 소환을 듣고 힘을 짜낸 차지율의 횡베기가 보통 횡베기일 리 없었다.
대한민국 넘버원 공격력 천마의 횡베기였다.
쩌저저적.
어라?
문득 화면이 갈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문득 글리제에 있는 차지율이 지구에서 보고 있는 나의 화면을 가르고자 한다면 갈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환을 하려고 하다가 건물 안에서 켄타우로스를 소환하면 창고의 물건들이 부서질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외쳤다.
“용병 모두 소환, 카나, 제리 소환.”
세 명의 S급 용병과 카나, 제리가 소환되었다.
켄타우로스는 눈앞에서 보니 덩치가 대단했다.
이이이잉.
곧 켄타우로스가 분리되더니 노승민 헌터가 자신의 아공간에 켄타우로스를 넣었다.
“다들 고생했어요. 일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는 모두를 데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화면을 보실까요? 여기 드레이크들이 날뛰고 있어요. 그리고 화면의 이쪽이 샤샤와 토벌대가 있는 곳이에요. 꽤 거리가 떨어져 있고 드레이크들이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드레이크들은 주위를 수색하고는 있었지만, 토벌대를 향해 달려가지는 않았다.
“여러분들이 시간을 잘 끌어주신 덕분에 토벌대들이 무사히 달아났어요.”
“냥, 드레이크가 몇 마리냥, 저건 너무 많은 거 아니냥.”
“그러게, 제리야. 내가 세어보니까 퀸 빼고 열세 마리더라고. 드레이크 열세 마리면 선 넘었지. 잘못하면 큰 피해가 생길 뻔했어. 트란 산맥은 만만히 보면 안 되겠어.”
“누가 만만히 봤다고 하냥.”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이제 어쩌지?”
“그래도 저 드레이크들이 계속 모여있지는 않지 않을까요? 퀸이 위기에 처해서 드레이크들이 모인 것 같은데 다시 흩어지면 한 마리씩 잡아야죠. 저게 다 경험친데.”
“그럽시다. 두어 마리까진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조금씩 잡죠.”
하긴 S급이 셋인데 이 정도에 쫄진 않았다.
토벌대는 충분한 거리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화면을 드레이크에 맞춘 채 흩어지길 기다렸다.
[샤샤야.]
[네, 민준 님.]
[지금도 토벌대와 드레이크들과의 거리가 멀긴 한데, 조금씩 드레이크들을 잡아보려고 하거든. 그래서 더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더 멀리 떨어져 있을게요.]
[그래, 지금 그 방향으로 더 가면 될 것 같아.]
토벌대와 드레이크 사이의 간격은 충분했다.
이제 드레이크들만 야금야금 잡으면 될 것 같았다.
화면을 주시하며 한 시간이 흘렀다.
드레이크들은 퀸을 호위하고 있었다.
“어! 저거 두 마리가 바깥으로 나가는데요?”
“아니야. 두 마리 더 나가는데? 이제 조금씩 흩어지나 봐.”
“흩어진다기보다는 순찰을 도는 것 같은데?”
“두 마리면 괜찮지. 잡읍시다.”
“자, 마나도 만땅 찼는데 두 마리 얼른 잡고 소환하면 되지 않겠어요?”
내가 모두를 돌아보며 물었다.
“준비됐나요?”
“오케이.”
“고고.”
“냥.”
“알파야, 용병 세 분과 카나, 제리 투입!”
세 용병과 카나, 제리가 투입되었다.
방향은 내가 알려주었다.
[지금 앞쪽에 커다란 나무를 기준으로 3시 방향으로 이동하세요.]
사사삭.
다섯 명이 달려가는 방향에는 드레이크 두 마리가 있었다.
먼저 선빵을 날린 것은 차지율이었다.
차지율은 달려가는 기세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마치 사람이 하나의 초승달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촥!
드레이크 한 마리의 목덜미가 반쯤 잘려 나갔다.
퀸도 아니고 일반 드레이크는 S급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제리의 클로가 꽂히고, 카나의 방패도 이제는 칼날을 달아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나도 자신보다 강한 헌터들과 함께하니 탱킹하지 않고 마음 놓고 공격을 했다.
탱킹이야 켄타우로스와 까밀로 담당이었다.
켄타우로스는 예전 일본의 화룡을 껴안고 레슬링을 할 정도의 내구도를 가진 몸체였고 까밀로는 팔라딘이었다.
팔라딘은 신의 축복을 받는 용사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스스로 체력을 채우면서 싸운다는 말이다.
까밀로가 커다란 망치를 들고 있어서 공격력이 강해 보이지만, 진짜 까밀로의 장점은 체력이 방대한데 그 체력이 돌아서면 다시 차오른다는 점이었다.
두 탱커가 한 마리씩 붙들고 있는 사이 차지율이 간단히 한 마리를 썰고, 샤샤와 제리도 시원하게 공격을 먹였다.
[이크, 다른 애들이 오네요. 소환할게요.]
화아악!
다섯 인원이 다시 소환되었다.
“어때요?”
“이거 게릴라가 된 기분인데?”
“두 마리 잡고 소환되고 넘 좋은데? 저기 쟤네들, 우리 찾는 거지? 그런데 어쩌나 아무리 찾아도 못 찾을 텐데.”
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틀 동안 게릴라전을 세 번 더 해서 총 여덟 마리를 잡아내었다.
“이제 다섯 마리, 퀸까지 여섯 마리가 있는데 쟤들이 이제는 흩어질 생각을 안 하는데?”
“저 숫자로 쫄았나?”
일곱 마리면 조금 애매했다.
한 번에 들이받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쟤들이 흩어질 생각을 안 하는데?”
“그럼 어쩌지?”
“도발이라도 걸어볼까?”
“그럼 다 튀어오지 않을까?”
“조금 멀리서 조금씩 다가가면서 도발을 걸어보는 거야. 맨 바깥쪽 드레이크만 걸리게. 그놈이 먼저 달려오면 그거만 잡고 소환되는 거지”
“될까?”
“해보자.”
용병과 카나, 제리가 다시 트란 산맥으로 넘어갔다.
카나가 멀리서 도발을 걸었다.
“도발.”
반응이 없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 도발을 걸어 보았다.
“캬아아아!”
어디서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지금 S급이 셋이 있는데 고블린이 튀어나오다니 어이가 없었다.
슥.
제리가 간단히 정리했다.
다시 조금 더 다가갔다.
“도발.”
드레이크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한 마리가 고개를 돌렸다.
[카나야, 반응 있어. 그 자리에서 몇 번 더 써봐.]
“도발, 도발, 도발.”
가장 가까이 있던 드레이크 한 마리가 참지 못하고 달려 나왔다.
[아싸, 한 마리 낚였어요. 지금 한 마리만 뛰어오고 있어요.]
한 마리면 순삭이었다.
그렇게 한 마리, 다시 한 마리를 잡았다.
드레이크 두 마리와 퀸이 남았을 때는 어떻게 낚시를 걸어봐도 함께 이동해서 결국 세 마리는 한 번에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 세 마리와도 한 번에 싸우지 않았다.
한번 투입해서 최대한 강한 공격을 펼친 후 소환하고, 다시 마나와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투입되었다.
쿨타임이 있는 스킬은 쿨타임이 지나가길 기다린 후 다시 투입되어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결국 퀸과 퀸을 지키고 있는 드레이크들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삼 일만이었다.
퀸의 목이 떨어지는 순간 모두가 환호성을 외쳤다.
“예!”
[아, 정말 수고 많았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냥.]
드레이크를 무려 열네 마리나 잡았다.
용병들뿐만 아니라 토벌대도 고생이 많아서 모두에게 오늘 저녁은 힘내라고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었다.
사무실 앞마당에서도 바비큐를 구었다.
용병과 소환수들은 트란 산맥과 사무실 앞마당을 왔다 갔다하며 먹고 이야기했다.
고기 꼬치, 야채 꼬치, 소시지구이, 양꼬치, 닭꼬치, 목살 등이 익어갔다.
S급들이 내가 있는 앞마당에 모였다.
차지율이 고기 꼬치를 돌리며 말했다.
“제가 드레이크를 잡아본 적이 있긴 해도 퀸을 포함해, 열세 마리를 잡은 건 처음이에요. 기록일 겁니다.”
“차 헌터님만 기록일까요? 아마 드레이크 연속 잡기로는 세계 기록일걸요?”
“치고 빠지기가 되니까 이게 되네요. 물량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데 치고 빠지니까 그 물량을 다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러게요. 민준 헌터의 소환이 있으니 참 편하네요.”
차지율 헌터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 길드장 하지 말고 그냥 용병할까요?”
“지율 헌터님이 그런 소리를 하시면 제가 천마길드에게 잡혀갈걸요?”
노승민 헌터가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언제 드레이크 열네 마리를 잡아보겠습니까? 용병권을 판매하시죠. 제가 일본 화룡 때 느낀 건데 용병이 되면 어디에 있든 힐이 들어오고, 마지막엔 소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안도감이 큽니다.”
“맞아요. 우리가 S급이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기댈만한 곳은 없잖아요. 다들 위험하면 우리보고 살려달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S급도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럼 우리가 위험하면 대체 누가 구해주냐고? 어? 안 그래요? 나 사실 처음이에요. 누가 나 구해주는 거. 이런 느낌 처음이야.”
“그럼요.”
“앞으로 S급 던전이 발생할 때 민준 헌터가 꼭 오는 겁니다. 그래야 우릴 살려주지. 안 그래요?”
“옳소.”
“자, 여기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남자 손가락 싫으면 마나에 걸고 맹세하던가.”
눈뜨고 코 베어 간다더니 이 사람들이 한참 칭찬하더니 이상한 약속을 하라고 했다.
이럴 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했다.
“설마 지금 저보고 S급 던전에 꼭 참가한다는 마나의 맹세를 하라는 건가요?”
내가 어이없어서 묻자 다들 허허 웃었다.
“에이, 안 걸리네.”
“그러게요. 이럴 땐 또 센스쟁이라니까.”
우물우물.
나는 꼬치를 하나 입에 넣고 물었다.
“자, 어떻게 트란 산맥 탐사는 더 하실 건가요?”
“저는 며칠 더 하도록 하죠.”
“저도 좋습니다.”
“콜.”
그렇게 S급이 세 명이 포함된 토벌대는 며칠을 더 트란 산맥을 돌았다.
투윈헤드 오우거, 나가 킹, 자이언트 타란튤라 무리 등 여러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토벌대를 막을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띠링!
돌아서면 레벨업이었다.
“사장님.”
직원 한상일이 나를 불렀다.
“몬스터 사체를 쌓아둘 곳이 없어요.”
창고를 둘러보니 몬스터 사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버릴까?
경험치만 챙기고 사체는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게 다 얼만데.
“창고 대여를 알아보죠.”
이곳 창고가 가득 차면 내가 다른 창고로 가면 그만이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