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38화 (137/230)

138화. 토벌대 (6)

드레이크 퀸은 크고 강력했다.

퀸의 발짓에는 힘 스텟이 토벌대 중에서 최고인 카나도 정면으로는 버티지 못했다.

방패를 비스듬히 대어 비껴 막아 흘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팬니르도 감히 드레이크 퀸을 정면으로 막지 못하고 앞에서 알짱거리며 치고 빠졌다.

나는 팬니르가 저렇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요 며칠 동안 내가 본 팬니르는 그저 천천히 걸어가서 푹 찌르는 것이 다였다.

나는 그게 팬니르의 검술인 줄 알았지만, 지금 퀸 앞에서의 팬니르는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가끔 퀸이 입질할 때는 다 같이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서는 드론 제리가 다연발 발리스타를 쏘고, 다른 기사들도 반원형으로 넓게 퍼져서 발리스타를 쏘는 등 원거리 공격을 펼쳤다.

기사들의 근접 공격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돌격 명령을 내리는 것은 큰 피해를 유발할 것 같았다.

나는 화면을 보며 연이어 힐을 날렸다.

그러던 중 카나에게 퀸의 후려치기가 정통으로 들어갔다.

퍽!

훨훨 하늘을 날았다.

“카나 소환!”

카나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창고로 소환되었다.

나는 얼른 카나에게 다가가 큐어와 힐을 사용했다.

“디바인 홀리 큐어, 힐, 힐, 힐, 힐.”

입가에 흘리던 피는 멎었지만, 아직도 얼굴이 창백했다.

“카나, 괜찮아?”

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카나를 바라보았고 카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나가 빠지자 팬니르 혼자 퀸 앞에서 탱킹을 하며 고전하고 있었다.

“보내줘. 내가 탱킹을 해야 해.”

화면을 보니 카나가 빠지자 퀸의 활동 범위가 더 넓어졌다.

투 탱커를 세웠던 진형에서 원 탱커 위치를 전문 탱커도 아닌 팬니르 혼자 담당하니 전체 진형이 어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카나가 가긴 가야 했다.

나는 얼른 힐링포션 한 병을 카나에게 쥐여주었다.

카나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끄덕.

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계신가요?”

“아!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오성의 자랑 기갑전사 S급 노승민 헌터였다.

전화를 돌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와주었다.

“노승민 헌터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지금 레이드 중인데 바로 투입해주세요.”

노승민 헌터는 카나를 보며 살짝 놀랬다.

카나는 얼굴이 창백한 채 입가의 피를 손으로 슥 닦고 있었다.

“네. 급하신가 보군요. 바로 가죠.”

“알파야, 종구 소환, 용병 해제, 노승민 헌터 등록, 바로 투입!”

창고 안에서는 선수 교체가 일어졌다.

먼저 나리를 뺄까 했지만 나리는 열심히 원거리 마법을 날리고 있었다.

근접 딜러인 종구는 드레이크 퀸 앞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구가 창고로 소환되어 나오면서 노승민 헌터를 알아보았다.

잠시 눈이 커지는 것 같았다.

종구가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노승민 헌터가 믿음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맡겨주세요. 갑시다!”

파앗!

노승민 헌터가 트란 산맥으로 투입되었다.

팬니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퀸을 상대했다.

일반 기사들이 퀸과 맞상대하면 피해가 발생할 것이었다.

퀸과 자신이 맞붙고 기사들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야 했다.

퀸이 앞으로 다가오면 자신이 앞에서 위협을 하며 천천히 다가오도록 하고 기사들은 퀸이 다가온 만큼 뒤로 물러나야 했다.

즉, 기사들은 퀸과 팬니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이런 전술은 팬니르에 대한 기사들의 믿음과 기사 한명 한명의 개인 기량 그리고 모든 기사들의 체계적인 훈련이 되어야 했다.

“쿠아아아아!”

퀸이 마나가 담긴 포효를 했다.

여러 명의 기사들은 충격파를 맞은 것처럼 쓰러졌다.

배를 감싸고 구역질을 하는 모습이 마나가 진탕된 것 같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포효를 들은 팬니르 역시 단전의 마나가 꼬이는 감각을 느꼈다.

으드득!

팬니르가 이빨을 갈았다.

그때 샤샤의 무전이 날아왔다.

―아군입니다.

팬니르가 아군이라는 표현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찰나 거대한 무언가가 달려왔다.

쿵. 쿵. 쿵. 쿵!

그것은 신화 속에 나오는 거대한 괴수였다.

하체는 말처럼 생겼고 상체는 인간과 닮았다.

샤샤의 무전이 다시 날아왔다.

―대장님, 비켜주세요.

팬니르가 오른쪽으로 빠졌다.

빠르게 달려오던 노승민의 로봇 켄타우로스는 그대로 속도를 이어 드레이크 퀸에게 어깨 차징을 때려 박았다.

쾅!

덩치 자체로만 보면 퀸이 더 컸다.

하지만 켄타우로스는 금속으로 만들어져서 순수 무게만 보면 드레이크 퀸에게 비해도 그리 꿇리지 않았다.

주르르륵.

퀸이 뒤로 밀렸다.

다섯 걸음 이상을 물러나 살짝 주저앉기까지 했다.

그 사이 켄타우로스가 팔을 뒤로 돌렸다.

로봇이라 인간이 불가능한 각도로도 팔을 돌릴 수 있었다.

켄타우로스는 등에서 방패와 검을 꺼냈다.

“캬우우우우.”

자존심에 상처 입은 드레이크 퀸이 로봇 켄타우로스를 향해 돌진했다.

쾅.

주르륵.

힘 대 힘을 보여준 모습이었다.

켄타우로스도 뒤로 밀렸다.

조금 전에 퀸이 밀려난 거리보다 조금 더 멀리 밀려났다.

하지만 주저앉지는 않았다.

타고난 힘 자체는 퀸이 우위이지만 전투 자체는 노승민의 로봇 켄타우로스가 더 숙련되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오오! 할 만한데!”

이것이 S급 탱커였다.

드레이크 퀸에게도 밀리지 않는 든든한 성벽이었다.

딜러가 강하면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탱커가 강하면 길드가 성장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탱커는 안정적인 레이드를 이끌었다.

로봇 켄타우로스라는 탱커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자 나머지 인원들도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연발 발리스타의 재고는 얼마나 남았어? 여기 있는 건 다 썼다고? 그럼 스승님에게 달라고 해야지.”

“그쪽 스무 명은 반구형 보호막을 수거해서 재설치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인원은 공격해. 근딜은 접근하지 말고 원거리 딜러를 지켜.”

드레이크 퀸의 입장에서 보면 작은 공격이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원거리 공격이 날아갔다.

작다고 바늘이나 압정에 찔리면 안 아플 리가 없다.

드레이크는 주변서 날리는 원거리 공격들이 귀찮은 듯했다.

눈앞의 켄타우로스에게 강력한 어퍼컷을 한 방 날려준 후 주변 기사들을 공격하려 했다.

“도발!”

그 모습을 본 카나가 도발을 로봇 켄타우로스의 어깨 위에 올라가 도발을 외쳤다.

“콰우우우!”

퀸의 시선이 다시 켄타우로스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으로 보며 조금은 안심을 했다.

노승민 헌터가 오기 전까지는 정말 까마득한 높이에서 안전 장비도 없이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면 그래도 지금은 한 2m 높이 위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노승민 헌터에게도 프로텍션과 힐을 넣어주었다.

“좋았어! 디바인 프로텍션! 힐, 힐, 힐”

똑똑똑.

그때 창고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챠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까밀로였다.

옆에 통역을 위한 직원도 함께 들어왔다.

와 정말 이런 타이밍에 들어와서 감동 주기 있기, 없기?

“까밀로 너무 고마워요. 감사해요. 지금 드레이크 퀸과 싸우고 있어요. 오성의 기갑 전사 노승민 헌터가 들어가서 탱킹을 맡고 있는데 바로 투입 가능할까요?”

통역이 번역을 해주자 까밀로가 잘생긴 얼굴로 함박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이야 같은 한국 땅에서 지내는 헌터니까 서로 품앗이하듯 도와야 한다는 개념이 본능적으로 들지만, 막말로 까밀로는 알게 뭐냐며 모른체해도 할 말 없는데 기꺼이 와주어 감사했다.

까밀로는 이미 레이드를 위해 복장까지 갖춰 입고 왔다.

[동서 형님, 교체 부탁드려요. 동서 형님 소환.]

“동서 형님 용병 해제, 까밀로 등록 및 투입!”

물 흐르듯 선수 교체를 벌였다.

이번에는 S급 팔라딘이었다.

까밀로는 커다란 네모난 망치에 얇은 손잡이를 단 무기를 사용했다.

저 얇은 손잡이가 저 커다란 직육면체 모양의 망치 머리를 버틴다는 것이 용했다.

레이드 현장에 까밀로가 투입되었다.

[샤샤야, 이번에는 까밀로야, 알지?]

[넵!]

까밀로가 머리 위로 망치를 빠르기 빙빙 돌렸다.

타다닷!

까밀로가 달렸다.

“갑니다!”

까밀로는 드레이크 퀸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켄타우로스의 뒤로 올라탔다.

켄타우로스의 뒷발에서부터 등, 머리 쪽을 밟고 뛰어오르던 까밀로는 마지막으로 켄타우로스의 머리를 밝고 드레이크 퀸에게로 날아올랐다.

“본 조르노~”

까밀로의 망치가 켄타우로드의 머리를 찍었다.

까밀로는 마치 회전하는 풍차처럼 망치를 돌리며 드레이크 퀸의 머리를 가격했다.

퍽, 퍽, 퍽, 퍽.

까밀로는 때린 곳만 계속 때렸다.

나는 한번 찍으면 계속 찍는 사람이라는 듯.

다른 부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

드레이크 퀸이 움직이거나 손으로 까밀로를 치우려고 하면 잠시 떨어졌다가도 다시 달려들어 같은 부위를 가격했다.

보는 내가 다 아파 보였다.

사람의 덩치는 드레이크 퀸에 비하면 작았지만, 회전하는 망치로 같은 부위를 가격당하는 것은 퀸의 입장에서도 괴로운 일이었다.

“쿠아아아!”

S급 탱커를 세워둔 S급 딜러의 공격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화면으로 보이는 드레이크 퀸은 몸의 곳곳에 상처가 늘어났다.

“이거 시간문제네.”

까밀로까지 투입하자 이제 대세가 기울었다.

혹여나 궁극기 한방 정도에 피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만 조심하면 어렵지 않게 잡을 것 같았다.

아무렴 S급이 둘이나 투입되었는데 지는 것도 이상했다.

부르릉!

창고 앞에 뭔가 멋진 차량이 도착한 것 같았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오호, 그분이 오셨다.

레이드에 맞춰 장비를 착용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남자.

이탈리아의 까밀로가 큰 키, 조막만 한 얼굴, 깊은 눈, 높은 콧날,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가진 유럽 미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지금 걸어오는 남자는 동양적 매력을 한껏 풍겼다.

두 글자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사람, 바로 천마였다.

“제가 너무 늦었나요?”

“아니에요. 지금 노승민 헌터와 이탈리아의 까밀로가 있어서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하고 있어요.”

차지율이 살짝 놀랬다.

“오오. 노 헌터와 까밀로 헌터까지요? 민준 헌터님의 인맥이 대단하군요.”

“하하, 지율 헌터님만 하겠습니까.”

“잠시만요. 교체해 드릴게요.”

[나리야, 차지율 헌터님과 교대 좀 부탁할게.]

[와! 차지율 헌터님! 알았어욧!]

“나리 소환, 등록 해제.”

소환된 나리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차지율 헌터를 바라보았다.

그래. S급을 만나면 저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상이었다.

“차지율 헌터님 용병 등록.”

차지율이 용병 등록을 했다.

용병이 되자 차지율도 트란 산맥의 레이드를 비추고 있는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민준 헌터님, 잠시만요.”

나는 차지율을 바로 보내려고 했지만, 차지율이 잠시 구경을 하고 싶어 했다.

“급해 보이면 바로 들어갈게요.”

이미 S급이 둘이나 들어간 상황이라 나도 급한 마음이 없었다.

차지율 헌터는 화면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와, 오우~ 대박! 노승민 헌터와 까밀로도 잘 싸우네요.”

“그렇죠. 저도 이렇게 보면서 항상 배우고 있어요.”

“그러게요. 이렇게 보는 거 꿀잼인데요?”

“저도 그 맛으로 소환술사를 하고 있답니다.”

“화면을 조금만 뒤로 빼주시겠어요? 네, 좋아요.”

처음에는 감탄하며 보던 차지율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지적질하기 시작했다.

“아. 저기서 그냥 비껴막기를 하는구나, 흡자결로 붙이면서 돌렸어야지. 아니 왜 저기서 그냥 버티기만 해, 사량발천근으로 제끼면 될 것을. 에헤이! 까밀로 탱은 좋은데 딜이 구리네. 돌아, 돌아, 원, 투. 아아아아~ 그게 아닌데…….”

차지율 헌터는 이제 투입할 생각이 없는지 마냥 화면만 보고 있었다.

차지율은 언제 어디서 가져왔는지 팝콘과 콜라를 가져와 먹으며 구경을 했다.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팝콘과 콜라를 바라보자 차지율 헌터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팝콘을 내 쪽으로 건넸다.

우물우물. 냠냠.

하긴 레이드가 안정적인데 팝콘을 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맛을 통해 알 수 있던 사실은 이거 내 사무실에 있던 팝콘이란 것이었다.

그때 화면에서 드레이크 퀸이 새로운 고성을 터트렸다.

“쿠아아아아!”

기사들은 마나를 일으켜 몸 내부를 보호했다.

뭔가 있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생각보다 큰 충격은 없었다.

페이스 2로 넘어가는 듯해 보였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노승민과 까밀로, 그리고 여러 헌터들과 화면을 통해 보고 있던 나와 차지율도 잠시 긴장했다.

들어가야 하나?

하지만 상황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구경하던 차지율과 나도, 레이드에 임하던 이들도 다시금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얼마 후 숲이 흔들렸다.

그리고 내 눈동자도 흔들렸다.

“차지율 헌터님, 이제 들어가셔야겠네요.”

“네, 얼른 보내주세요.”

“차지율 헌터님, 투입.”

차지율이 팝콘을 다 먹지도 않고 군소리 없이 투입되었다.

아무리 퀸이 소리를 질러도 그렇지.

이건 너무한 것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드레이크의 숫자가 열이 넘었다.

트란 산맥에 있는 드레이크들은 다 모인 것 같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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