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37화 (136/230)

137화. 토벌대 (5)

나는 이 근처에 드레이크가 있다고 생각하며 수색했다.

원래 있다고 믿고 찾으면 보이는 법이었다.

이곳은 지형이 독특했다.

트란 산맥은 거대한 산이며 장소마다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이곳은 뭐랄까?

미국의 그랜드 캐년과 비슷했다.

땅은 황토색이나 적갈색 층이 겹겹이 쌓여 있는데, 그 층은 이리저리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층들은 이리저리 파여있으며 곳곳에 절벽이 많이 있었다.

절벽 아래쪽에는 파도에 의한 파식동굴처럼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곳이 있었다.

“어디 보자. 여긴 왜 이렇게 동굴이 많아.”

동굴은 수가 많았다.

동굴 입구가 작은 것은 사람 한 명 정도의 크기였지만 큰 것은 몇 층 건물만 했다.

나는 그런 동굴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혹시라도 드레이크가 지내는 동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

우연히 들어간 동굴 안에 뼈 무덤이 있었다.

이곳인가 싶어서 자세히 살폈지만 뼈만 있고 다른 몬스터는 없었다.

“있을 거야, 당연히 있지. 있어야만 해.”

그렇게 주문을 외운 지 한 시간째 드디어 드레이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드레이크는 어느 동굴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몸의 곳곳에 흉터가 있었다.

아주 오래된 흉터 같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 디아론의 기사들과의 전투에서 생긴 상처의 흉터가 아닌가 싶었다.

드레이크는 대형 트레일러 두 대 정도를 붙여놓은 크기였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커다란 머리에 뾰족한 뿔, 나무껍질 같은 거친 피부를 가졌다.

덩치에 비하면 작은 날개가 있었고 대형 도마뱀 같은 꼬리가 있었다.

나는 동굴 입구에서 드레이크까지 발리스타가 날아갈 수 있는지 각도를 재어 보았다.

입구 쪽에 발리스타를 설치하면 드레이크에 닿을 것 같았다.

[샤샤야, 드레이크를 발견했어.]

[네, 어디인가요?]

[지금 자고 있어. 그래서 몰래 살금살금 가서 발리스타로 폭격을 하고 시작하면 어떨까 해.]

몬스터를 잡을 때, 꼭 정정당당하게 잡을 필요가 있는가?

원래 인간의 사냥법은 덫을 놓고, 함정을 파는 것이었다.

토벌대는 최대한 조용히 내가 안내하는 길을 이동했다.

토벌대는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알타르가 발리스타 설치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소환 요청을 했다.

[스승님, 소환해 주세요.]

[네.]

나는 나리를 먼저 소환해서 해제한 후 알타르를 등록해 소환해주었다.

알타르는 사무실로 와서 방향과 각도를 면밀하게 살폈다.

“이 지점이 좋겠죠?”

“이 바위 위에서 방향을 약간 아래쪽으로 하면 직사로 드레이크에게 날아갈 것 같네요.”

“화면으로 확인해 볼까요?”

나는 알타르가 말한 바위 위에 화면을 고정한 후 확대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오오, 드레이크가 나오네요. 그런데 약간 꼬리 쪽이에요. 다시 해보죠.”

두 차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위치와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알타르가 돌아갔다.

토벌대는 조금 아래에서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고 알타르와 샤샤, 팬니르만 몰래 바위 위로 올라갔다.

혹여나 드레이크가 깨어날까 봐 숨죽이며 다연발 발리스타를 설치했다.

알타르와 샤샤, 팬니르는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만 의사소통하며 발리스타를 설치하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뚝!

그 순간 뭔가 뚝하는 소리가 났다.

발리스타를 설치하던 세 인원은 그 자리에서 정지했다.

그 모습을 본 내가 드레이크를 확인했다.

[괜찮아요. 드레이크 아직 자요.]

세 대의 발리스타가 준비되었다.

이러면 드레이크는 대형 마법 화살을 60발 맞고 싸우는 것이다.

[알타르 님, 준비되었으면 쏘세요.]

알타르는 하늘을 보고 눈짓을 한 번 한 후 발리스타를 발사했다.

슈슈슈슉!

세 대의 발리스타가 불을 뿜었다.

도합 60발의 대형 마법 화살이 날아갔다.

잘 자렴. 그리고 깨지 마렴.

콰콰콰콰쾅!

동굴 안은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화면으로 동굴 안을 들여다보아도 온통 자욱한 먼지라 드레이크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레벨업 소리라도 나면 좋으련만 아직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죽었나? 살았나?

그런 호기심이 있을 무렵 동굴 안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캬우우우우!”

아직 살아있었다.

쿵. 쿵. 쿵.

녀석이 동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눈이 터지고, 한쪽 다리가 절단된 상태였다.

날개도 엉망이라서 날 수도 없어 보였다.

[오케이, 작업 들어가세요!]

발리스타를 설치했던 팬니르 등은 이미 토벌대 쪽에 합류했다.

팬니르가 기사들은 지휘했다.

“반구형 보호막을 흩뿌려 설치해라.”

드레이크와 토벌대는 조금 거리를 둔 상태였다.

토벌대는 우선 드레이크가 뿜을지도 모르는 화염 브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반구형 보호막부터 곳곳에 뿌려 설치했다.

반구는 마치 방패처럼 드레이크를 향해 세워져 있었는데, 만약 브레스가 날아올 때 안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반구가 눕혀지면서 땅으로 파고들어 반구 속의 사람을 보호하도록 했다.

“발리스타와 작살을 준비해라!”

팬니르의 명령에 맞춰 발리스타와 작살이 준비되었다.

“발리스타부터 발사!”

다연발 발리스타가 또다시 불을 뿜었다.

슈슈슈슉!

“캬우우우!”

드레이크는 이제 정신이 드는지 발리스타를 다 맞아주지는 않았다.

카나가 외쳤다.

“도발!”

드레이크는 발리스타를 맞아서 열받았는지 카나의 도발에 걸렸는지 토벌대를 향해 돌진했다.

슈슈슈슉!

다시 발리스타가 불을 뿜었고, 그 사이에 작살도 숨어 있었다.

콰직! 콰직! 콰직!

세 대의 작살이 드레이크의 몸에 꽂혔다.

“지져!”

“체인 라이트닝!”

작살에 연결된 쇠사슬을 타고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 드레이크를 직격했다.

작살을 통해 몸 내부에 직격하는 라이트닝 마법에 드레이크가 몸을 떨었다.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소환수와 용병들에게 보호막을 걸어주었다.

“디바인 프로텍션!”

그리고 혹시라도 다친 인원이 있으면 힐을 넣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타르, 샤샤, 한나리 등의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이 먼저 날았다.

쿠우우우!

드레이크가 몸을 비틀더니 입에서 불을 모으기 시작했다.

[브레스가 온다!]

“브레스 조심!”

화아아아악!

브레스가 뿜어졌다.

그런데 드레이크는 피해를 너무 많이 받았는지 토벌대를 향해 정조준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브레스를 흘렸다.

브레스를 드레이크의 공격 차례라고 본다면 브레스가 지난 후엔 우리 쪽 차례였다.

토벌대의 근접 딜러들이 드레이크에 올라탔다.

웅웅웅!

팬니르의 검이 검명을 울리며 드레이크의 등을 갈랐다.

제리는 양손 길게 클로를 뽑아서 대전사의 이름에 걸맞게 드레이크의 몸에 긴 상처를 만들었다.

르녹의 대검이 드레이크의 온전했던 한쪽 눈에 마저 박혔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쿵!

드레이크가 잡혔다.

[와! 드레이크가 잡혔네요. 고생하셨어요!]

다들 서로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싸! 나도 레벨업!”

“나도 레벨업했다.”

[스승님 덕분에 쉽게 잡았습니다.]

[에이, 알타르 님의 공헌도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수고하셨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모두 스승님의 소환술 덕분입니다.]

나와 알타르는 아이고 알타르 님, 아이고 스승님 하면서 서로의 얼굴에 금칠했다.

토벌이 순조로우니 이런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화면으로 지켜보던 일행이 있는 장소가 어둑어둑해졌다.

구름이 껴서 해가 가려졌나 싶었다.

어? 몇몇 기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뭔가에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화면을 돌려 기사들이 바라보는 방향을 보았다.

하늘에는 거대한 드레이크가 떠 있었다.

얼핏 보아도 방금 잡은 드레이크보다 크기가 서너 배는 되어 보였다.

“저건 용인가?”

불현듯 용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지난 일본에서 본 화룡과도 달랐고 헌터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용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생김새 자체만 보면 드레이크처럼 보였다.

하지만 훨씬 덩치가 컸다.

그리고 아까 드레이크의 피부가 흑갈색 나무껍질 같았다면 이건 검붉은 비늘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스승님, 드레이크 퀸입니다.]

알타르가 거대 드레이크는 드레이크 퀸이라 알려주었다.

쿠우우우우우!

어랏!

녀석의 입가에 불기운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즉시 쪽지를 날렸다.

[조심하세요! 브레스 같아요!]

“브레스다! 반구 안으로 들어가!”

토벌대는 얼른 반구형 보호막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막 마지막 기사의 보호막 뚜껑이 닫히는 순간 토벌대가 위치한 자리에 화염이 작렬했다.

화르르르륵!

불길의 양이 아까 드레이크보다 훨씬 강력했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이번 브레스 한 방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 같았다.

[다들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열기가 느껴지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냥.]

불에 대항하기 위해 돌벽 속에 숨은 것과 같은 효과였다.

게다가 디그 마법을 응용해 약간 땅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에 불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화염 브레스라는 것이 강력하긴 했지만, 돌을 녹이기 위해서는 화염 브레스의 시간이 매우 길어야 했다.

게다가 그냥 돌도 아니고 용융점을 높여준다는 첨가물을 넣어 만든 돌이었다.

거의 용광로의 소재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구의 표면이 살짝 녹으려고 했다.

하지만 브레스란 영원하지는 않은 법, 다행히 브레스가 멈추었다.

[오케이, 드레이크 퀸의 브레스가 멈추었어요. 나오세요.]

뚜껑이 열리고 기사들이 밖으로 나왔다.

[발리스타를 꺼내요!]

샤샤, 제리, 카나 그리고 용병들은 얼른 발리스타를 꺼냈다.

나는 그들의 선물함을 열어보고 비어있는 선물함이 있으면 얼른 창고에 있는 무기를 다시 채워주었다.

[샤샤, 카나, 나리의 선물함은 다시 채웠어요. 꺼내서 다시 사용하세요.]

제대로 각도를 맞추지도 못하고 하늘을 향해 발리스타들이 불을 뿜었다.

슈슈슈슉!

허공으로 사라지는 대형 화살도 많았다.

그래도 워낙 물량을 퍼부었기 때문에 일부 화살들은 드레이크에게 맞았다.

우리는 지상에서 대형 화살을 쏘아 올리고 드레이크는 하늘을 선회하며 일부 화살을 맞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다.

간 보기가 끝났는지 드레이크 퀸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쿵!

아까 드레이크가 대형 트레일러 두 대를 합친 크기라서 엄청 커 보였는데 지금 이놈에 비하니 아까 것은 어린이였다.

체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 퀸이 그저 손을 들어 다시 땅에 내리는 행위만 해도 토벌대가 크게 피해야 했다.

하지만 이쪽은 모두 기사였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었다.

덩치가 큰 사람과 말벌 떼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니, 말벌 떼와 맨몸으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는 한명 한명이 장수말벌이었다.

드레이크 퀸은 매우 컸지만, 기사들은 용감했다.

“파이어 애로우!”

피피피핑!

샤샤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살을 연사했다.

샤샤의 화살은 단 한발도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위이이잉!

드론 제리는 드레이크 퀸의 머리 위로 올라간 후 허공에서 다연발 발리스타를 꺼내 하늘에서 지상의 드레이크에게 발사하는 재주를 보여주었다.

슈슈슈슉!

제리가 드레이크 퀸의 머리를 향해 발리스타를 모두 발사할 무렵 퀸이 대형 화살에 위협을 느꼈는지 제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붕.

휘둘러지는 팔에 제리가 맞을 것 같았다.

“제리 소환!”

제리가 창고로 소환되었다.

제리는 나를 보며 엄지척을 한번 날려주곤 익숙하게 창고에 있는 발리스타를 선물함에 채웠다.

그 사이 드레이크의 주의는 다른 기사들에게 향했다.

“오케이. 제리, 다시 고!”

드론 제리가 다시 하늘에서 나타나 대형 화살을 지상으로 내리꽂았다.

“제리 소환!”

발리스타와 소환을 섞어 쓰자 드레이크 퀸의 집중을 흐트러트리기도 하고 데미지도 쏠쏠하게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같은 방식으로 작살을 세 방 꽂았다.

하지만 퀸은 체인 라이트닝을 세 방을 맞았지만, 그저 몸을 흔드는 것으로 라이트닝을 떨쳐 버렸다.

탱킹은 카나와 팬니르가 맡았다.

카나는 방패를 순수하게 수비에만 사용했다.

평상시 카나의 방패는 칼날을 달아서 몬스터들의 목을 따는 데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순수 탱커의 역할을 맡았다.

“디바인 프로텍션, 힐, 힐, 큐어…….”

카나가 전위에서 탱킹을 하자 나도 덩달아 바빠졌다.

덩치 차이가 너무 커서 한 번만 충돌해도 카나의 체력이 훅하고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전위에서 탱킹할 수 있는 건 카나와 팬니르 정도밖에 없었다.

“나리 소환.”

“나리 미안한데 팬니르에게 힐을 줘야 할 것 같아.”

상황이 상황이라 나리도 이해해 주었다.

“알파야, 팬니르에게 용병 걸어줘.”

―수락했습니다.

“힐, 힐, 힐… 에고 마나 딸린다. 나리야, 저기서 나 마나 포션 좀!”

“오빠 여기.”

나리는 얼른 나에게 마나 포션을 가져다주었다.

꿀꺽꿀꺽.

나는 마나 포션을 들이부으면서 카나와 팬니르의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써주었다.

그래도 프로텍션이 도움이 되는지 한 방에 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10분, 20분이 흘렀다.

드레이크 퀸도 토벌대에게 따끔한 맛을 봐서 그런지 처음의 기세가 수그러들어 조심스럽게 토벌대를 공격했고 토벌대는 육중한 퀸을 상대하며 최선을 다했다.

“아, 이거 조금 버겁네.”

분위기가 장기 레이드로 넘어가는 것 같았는데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지이이잉.

그때 스마트폰이 울렸다.

폰 위의 액정에 뜬 이름은 차지율이었다.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차지율 헌터님!”

―하하, 너무 반기시네요.

“지금 어디세요?”

―민준 헌터님, 레이드에 가볼까 하고 있었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빨리 오세요. 지금 드레이크를 잡는데 보통 드레이크가 아니고 드레이크 퀸이에요.”

―퀸이요?

“네, 작은 드레이크 한 마리를 잡았는데 완전 큰 놈이 다시 나타났어요.”

―아, 그거 조심하셔야 하는데 빨리 갈게요. 날아가면 10분이면 됩니다.

“감사해요.”

나는 차지율과 전화를 끊고 나서 오성의 노승민 헌터와 이탈리아 헌터인 까밀로에게도 연락을 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화면을 노려보며 드레이크 퀸을 향해 말했다.

“기다려라. 3S를 보여주지!”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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