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토벌대 (1)
카나는 해외여행을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듯했지만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었다.
소환 해제를 하면 카나는 글리제에서 소환되었던 장소로 이동했다.
지금 내 눈에 신성교국이 보인다고 해서 카나를 신성교국으로 바로 보낼 수는 없었다.
“자, 신성교국은 이동 수단부터 해서 차차 준비를 하도록 하고, 일단 샤론 영지 한번 보자. 알파야, 루틴 돌려줘.”
언제봐도 아름다운 샤론 영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옆에 앉은 카나에게 물었다.
“카나야. 신성교국도 예뻤지만, 샤론 영지가 참 예쁘지 않아?”
트란 산맥에서는 침엽수, 활엽수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런 나무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세워진 방벽 안에는 낮은 나무와 풀들 그리고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었다.
“그러게. 예쁘네. 늘 보던 모습이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새로워.”
유유히 날아간 화면은 루틴대로 흘러 영주관으로 향했다.
“알파야, 영주관 안으로 들어가 줘.”
영주관 안에서는 열심히 서류작업을 하는 샤샤가 있었다.
나와 함께 놀거나, 사냥을 하던 모습과 다르게 테이블에 앉아 진중한 표정으로 펜으로 뭔가를 끄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영지를 이끌어가는 어엿한 관리가 된 것 같았다.
“우리 영주 대리님 열심히 일하네.”
내가 아빠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카나가 답했다.
“디아론 백작님과 큰 건을 연결했으니 나도 일 한 것이다.”
질투냐?
“크크. 아니, 누가 뭐래? 카나도 큰 건 했고, 샤샤도 열심히 하고 있고 다들 너무 고맙지.”
나는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냐?]
내 쪽지에 샤샤는 깜짝 놀라 하며 하늘을 보았다.
그런데 그 방향이 기가 막히게 내가 보는 방향이었다.
이제 샤샤는 내가 어떤 방향에서 주로 내려다보는지도 파악한 듯했다.
[민준 님, 영지 둘러보시는 거예요?]
[응.]
그러자 샤샤가 옆에 있던 주민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샤샤의 이야기를 들은 주민들이 얼른 밖으로 뛰어나갔다.
[뭐 했어?]
[영주님이 둘러보고 계신다고 전하라고 했어요.]
[왜?]
[주민들이 좋아하니까요.]
내가 둘러본다는 것 자체를 주민들이 좋아한다는 건가?
나는 문득 분리불안에 대해 공부한 영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주민들에게 내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잘했어. 그럼 한 바퀴 둘러보고 올게.]
슈우욱.
화면이 날아갔다.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샤샤의 연락을 받았는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공터로 나와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왠지 내가 말을 걸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알파야, 저기 파란색 옷 입은 주민에게 용병 제안해봐.”
―알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꺅, 영주님!]
지명을 당한 주민은 몸 둘 바를 모르는 듯 엎드려 절을 했다가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가 가슴에 손을 대는 경계를 했다.
[뭐 하고 계셨어요?]
[네, 영주님. 가죽을 무두질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주님께서 영지를 둘러보고 계신다는 연락을 받고 이렇게 모두 나왔습니다.]
[고생 많으시네요.]
“디바인 홀리 큐어.”
나는 기념으로 큐어 한 방을 날려주었다.
화아악!
나와 지명 당한 주민의 대화를 옆의 주민들이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해당 주민에게 뭔가 확 하고 마나가 휘감는 모습은 다들 볼 수 있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저는 마저 다른 곳을 둘러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영주님, 감사합니다.]
지명 당해 나와 대화하고 큐어를 받은 주민은 하늘을 향해 계속 인사를 했고 옆의 주민들은 마냥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큐어를 남발했다.
마나와 신성력은 시간만 지나면 차는 건데 내 영지민들에게 아낄 이유가 없었다.
동네 꼬마들에게도 용병을 걸어주었다.
[얘야, 선물함이라고 말해봐.]
[선무람?]
[거기 과자 보이지? 그거 꺼내서 먹어.]
[감다함니다.]
[옳지 착하네.]
[안녕, 길리언! 잘 지냈어?]
[네, 영주님 항상 잘 지내고 있어여!]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그때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카나의 친밀도가 1 올랐습니다.]
어라? 이건 뭐지?
카나에게 뭔가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카나의 친밀도가 올라 버렸다.
나는 조금 의아한 마음에 카나를 바라보았다.
힐끔 카나를 보니 내가 그렇게 샤론 투어를 하는 모습을 턱을 괴고 지켜보고 있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카나에게 괜스레 물어보았다.
“카나야, 왜?”
“민준은 참 자상한 것 같아서.”
“내가?”
“응, 영지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해주는 영주는 단언컨대 없어. 우리 아빠도 이러지는 않아.”
나는 살짝 고민하고 대답을 해주었다.
“사고방식의 차이겠지. 나야 지구에서, 그중에서도 한국식 사고방식이 뚜렷한데 글리제에서, 프란시아에서의 사고방식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지.”
“그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어.”
“후후,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카나야.”
“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나니까 왠지 영지민들의 집들이 별로인 것 같아.”
성벽과 도로, 영주관 등은 지구의 현대식에 가깝게 지어졌지만, 영지민들의 집은 아직 프란시아의 산골 마을과 현대 지구의 중간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통나무 집들도 많았고 통나무 벽에 지붕만 지구에서 가져온 슬레이트로 교체한 집들도 있었다.
“그동안은 영지의 생존과 기본 인프라를 위한 건축이었다면 이제는 영지민들의 생활을 위한 건축이 이루어질 때가 온 것 같아. 이제 영지민들도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니까 받을 자격이 있지. 이미 샤론은 마법사들의 마을이 되었잖아. 그러면 나도 그들을 대우해 주어야지.”
카나는 잠시 말없이 나를 보더니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함에서 방패를 꺼내고 오른손에서 검을 뽑아내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을 할 때였다.
카나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에게 기사의 예를 올렸다.
“나 카타리나 디아론은 기사의 명예와 마나를 걸고 다시 한번 김민준에게 충성을 바칠 것을 다시 한번 맹세합니다.”
“카나?”
새삼스러운 충성맹세가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내가 샤론 영지민들을 위해주는 게 그렇게 감동이야?”
카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민준이 프란시아의 왕이 되면 안 돼?”
“어허, 그거 되게 위험한 말인 거 알아?”
“응, 알아. 하지만 민준이 그런 결심을 한다면 나는 목숨을 걸고 민준을 위해 싸울 거야.”
“어허 넣어둬. 그런 생각 넣어 둬.”
쿠데타를 일으키라니?
나는 카나에게 그런 위험한 말은 넣어두라 하고 화면을 넘겼다.
“알파야, 알타르 님에게로.”
화면이 마을 중앙 공터에 있던 알타르에게로 날아갔다.
샤론에서의 시간은 해가 진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알타르는 세 명의 주민을 모아둔 채 마법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시간상 정규 수업을 모두 하고 몇몇 주민에게 보충수업을 해주는 것 같았다.
[알타르 님, 얼마 후 디아론의 기사단과 함께 트란 산맥에 오를 거예요. 그리고 드레이크를 잡으러 갈 거예요. 디아론 영지로 가셔서 그쪽과 협력하셔서 드레이크를 상대할 대형 무기를 보충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런데 알타르 님.]
[네, 스승님.]
[대형 무기를 생산하는 일은 알타르 님이 제격인데 지금 수업을 하시던 것을 못 하겠네요. 알타르 님을 지구로 부르거나 몬스터 레이드를 장기간 뛸 때는 수업을 어떻게 하세요?]
알타르는 미소를 지으며 쪽지를 보냈다.
[이쪽이 사니, 코두, 다르입니다. 모두 어엿한 3서클 마법사이지요.]
[예?]
와, 벌써 3서클 마법사가 3명이나 배출되었단 말인가?
[모두 3서클에 오른 지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와, 축하할 일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임무를 맡아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이들이 샤론의 마법 교육을 이끌어가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그리고 그 세 명 모두, 용병 받으라고 해주세요.]
“알파야, 사니, 코두, 다르 세 분을 용병 계약해줘.”
―네, 모두 승낙하였습니다.
“모두 소환!”
화아악!
세 용병이 사무실로 불려왔다.
“안녕하세요.”
사무실로 불려온 세 주민은 당황하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영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이렇게 불러주시니 감사합니다.”
“영주님, 감사합니다.”
세 영지민들은 마치 신병처럼 각 잡힌 모습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옆에서 카나는 마치 병장처럼 그들을 귀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샤론에서의 서열을 따지면 나를 제외하고 소환수 세 명, 그리고 알타르, 꾸얀, 르녹의 기사급이 있다.
지금 3서클이라면 무력으로만 따지면 바로 그 아래였다.
물론 행정관도 있어서 영지 내의 영향력은 행정관이 더 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문관과 무관의 차이니까 어쨌든 무력만 따지면 이들이 무력 서열 7~9등 정도 되는 셈이었다.
이렇게 받쳐주는 인재들이 많아야 나도 소환수와 기사급들을 데리고 마음 편하게 레이드를 다닐 수 있었다.
영지에 인재가 너무 소수이면 영지를 비우기가 조금 그랬다.
나는 사무실 직원을 불렀다.
“상일 씨, 저희 온도조절 가능 옷 많이 있죠?”
“네, 재고 많이 있습니다.”
“세 벌만 가져다주세요.”
나는 그들에게 옷을 하나씩 주었다.
“감사합니다.”
모두 감격했다.
나는 세 분에게 덕담을 했다.
“고생했다고 드리는 거예요. 짧은 기간에 3서클 오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샤론을 위해 힘써달라고 드리는 거예요.”
“충성,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충성.”
“그런데 세 분은 주특기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파이어 볼입니다.”
“저는 아쿠아 에로우입니다.”
“저는 윈드 스피어입니다.”
불, 물, 바람이 하나씩 사이좋게 있었다.
3서클 인재들에게 옷 한 벌씩 선물한 후 샤론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은 내가 준 옷을 영광처럼 느끼며 함부로 입지 않았다.
“알파야, 다시 샤샤에게로.”
화면이 샤샤로 이동했다.
[샤샤~]
[네, 민준 님.]
[얼마 후에 디아론의 기사단과 트란 산맥 토벌을 할 거야. 소환수와 샤론의 기사급들은 다 가려고. 그런데 가기 전에 영지의 전반적인 주택 개선 사업을 시키고 가려고 해.]
[주택 개선 사업이요?]
[응, 한마디로 낡은 집을 새집으로 짓는 것이지.]
[아…….]
사업의 규모가 커 보였는지 샤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걱정 마. 예전에 기술자들 넘어간 적 있었잖아. 이번에도 기술자들 넘어가서 알려주라고 할게. 디아론 성에도 성벽 공사를 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고, 하는 김에 우리 샤론의 집들도 개선을 좀 해두면 좋을 것 같아. 샤샤가 행정관에게 잘 좀 감독하라고 해줘. 샤샤도 얼마 후에 트란 산맥을 올라야 하니까 행정관을 시켜두는 게 좋을 거야.]
[네, 다니엘에게 잘 부탁해 둘게요.]
그렇게 며칠간 건축 기술자들을 용병으로 디아론 성과 샤론 영지로 보냈다.
기술자들은 본인들이 직접 일하기보다는 철근 콘크리트를 만드는 기본적인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디아론 성과 샤론 영지에서는 마법사들이 동원되어 일을 하자 기술자들의 예상보다 더 근사한 작업물이 빠르게 완성되어 갔다.
건축물들이 하나씩 완성이 되어갈 무렵 알타르의 연락이 왔다.
무기가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보고였다.
“카나야, 디아론 백작님에게 가자고 말씀드려.”
“알겠어. 다녀올게.”
그렇게 카나를 디아론 성으로 보내고 나도 창고 정리를 마저 했다.
“상일 씨, 홍민 씨. 이번에는 글리제에서 원정이에요. 저 소파 생활을 할 테니 이번에도 잘 부탁드려요.”
“아이고 또 고생하시겠네요.”
“맡겨 주십시오.”
자, 트란 산맥으로 갑시다.
고고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잉.
전화가 울렸다.
누구인가 싶어서 스마트폰을 보니 천마 차지율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