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32화 (131/230)

132화. 토벌대

“민준, 아빠가 소환해달래.”

트란 산맥 탐사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백작이 아예 소환을 요청했다.

“아빠가 오랜만에 민준을 보고 싶으신 모양이야.”

“나를?”

카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디아론 백작이 사무실에 오신다고 하니 나는 괜히 사무실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카나야, 백작님 오시는데 사무실 좀 치우자.”

카나와 함께 사무실 청소를 하고 방향제도 좀 뿌렸다.

칙칙.

“어때? 향기 좋아?”

“어, 좋은데? 평소에도 좀 뿌려봐.”

“알았어. 알파야, 디아론 백작님에게 용병 제안을 드려.”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소환!”

화아악!

중후한 멋을 아는 모습의 디아론 백작이 소환되었다.

젠틀한 영국 신사처럼 단정한 옷차림의 디아론 백작은 주위를 살짝 살핀 후 나를 향해 인사를 해주었다.

“샤론 영주, 오랜만이오.”

“네, 반갑습니다. 백작님 오랜만입니다. 앉으세요.”

테이블에는 백작을 위한 커피를 타 두었다.

“백작님 커피입니다. 몇 번 마셔 보셨죠? 이번 커피는 동물의 젖을 섞어 부드럽고 진한 맛이 나도록 했습니다. 마셔 보세요.”

사무실에는 양쪽에 긴 소파가 있었는데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나와 디아론 백작과 마주 앉았다.

나와 백작이 자리를 마주하자 카나는 자연스레 내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커피를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디아론 백작이 카나를 지긋이 보았다.

그 눈빛을 본 나는 왜 니가 그쪽에 앉냐? 내 옆에 앉아야지! 뭐 이런 눈빛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카나가 백작을 바라보았다.

이미 내가 샤론의 소환수인데 그럼 자신이 샤론 쪽이지 디아론 쪽이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0.1초간 진행된 눈빛 대화가 놀라웠고 그런 눈빛을 읽어내는 내가 대견했다.

“하하하. 백작님?”

“허허허.”

백작은 머쓱했는지 웃음으로 무마했다.

이런저런 잡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 후 백작이 본론을 꺼냈다.

“샤론 영주, 얼마 전 우리 디아론의 기사단들이 트란 산맥을 탐사했었소.”

디아론 백작은 팬니르를 대장으로 삼아 기사 50명, 짐꾼이 50명 참여하여 트란 산맥의 북동쪽 위주로 토벌을 진행했다고 했다.

초기에 토벌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고 했다.

오크 부족을 세 개 토벌하고, 고블린 마을도 발견하여 뿌리를 뽑았다고 했다.

또한 오우거와 샤벨 타이거 등 여러 몬스터를 발견하여 야금야금 몬스터들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드레이크를 만나고부터였다고 했다.

드레이크는 아용족이었다.

덩치도 작은 것이 5m는 될 정도였고 어지간한 칼은 들어가지도 않는 두꺼운 가죽, 그리고 날개가 있어서 날 수도 있으며 입으로는 불을 뿜었다.

말 그대로 용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토벌대는 드레이크와 만나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지만, 어느 쪽도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토벌대 쪽은 십여 명 이상의 기사들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짐꾼이 사망했다.

드레이크도 상처를 입고 달아났다고 했다.

그 후 토벌대는 영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백작님, 드레이크라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네요.”

“그렇소. 그래서 내 이리 온 것 아니오.”

“저희 쪽에서는 샤샤, 제리, 카나 이렇게 세 명의 소환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지에 알타르, 르녹, 꾸얀 세 명의 기사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용병 3명을 추가할 수 있어 최대 9명의 기사급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토벌대를 지켜볼 것이고 소환수들이 창고의 물건들을 보급 받으면 되니까 짐꾼들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짐꾼 없이 전원 기사급으로 토벌대를 꾸리는 것은 이동속도가 빠르고 한 차원 높은 전술을 펼칠 수 있을 것이었다.

“백작님, 그리고 발리스타와 같은 공성 무기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선물함에 넣어가면 되니까 드레이크를 위한 맞춤형 무기들을 준비해 가시죠.”

“허허, 이거 샤론 영주와 대화하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드레이크를 잡으러 간다고 해도 보통 은 개인용 무기를 들고 가는 것이 전부인데 트란 산맥으로 대형 무기를 들고 가자고 하니 이거 드레이크를 다 잡은 느낌이오.”

어디에 어떤 몬스터가 있고 충분히 준비해 갈 수 있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준비된 레이드는 내가 전문이었다.

“백작님, 그러면 드레이크를 잡을 대형 무기를 준비하고 출발하도록 하시죠.”

“좋소.”

그렇게 탐사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나는 문득 백작에게 말해줘야 하는 것이 떠올랐다.

“백작님.”

“왜 그러시오. 샤론 영주.”

“사실 제가 고백할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고백?”

고백이라는 단어를 들은 디아론 백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나와 카나를 스캔하는 디아론 백작의 눈빛이었다.

“설마?”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끈다면 디아론 백작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지 두려웠다.

나는 진정하라는 듯 두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백작님, 성물! 성물 이야기입니다.”

“성물?”

“네, 흥분하지 마시고요. 오해하지도 않으셨으면 합니다. 성물 이야기입니다. 왜 저번에 수도원에서 대여한 성물이 있었습니다.”

“아, 성물. 미리 말하지 그랬소.”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작님께서 보증까지 서주시면서 수도의 수도원에서 성물을 대여하지 않았습니까?”

“음, 그랬지.”

“어쩌다 보니 그 성물을 제가 흡수했습니다.”

백작이 나를 째려봤다.

오늘따라 백작이 눈으로 욕하는 횟수가 많은 것 같았다.

“샤론 영주, 예전에 성물을 들고 튀는 성튀 사건이 발생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성튀요?”

“아니 그게 아니라 성물이 제 몸에 흡수되었습니다.”

“흡수?”

“예, 저도 흡수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축복을 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때 신의 음성이 들리고 제 몸에 흡수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몸에 문신 같은 문양이 생겼습니다. 알타르의 말로는 코토풀요라는 문양이라고 합니다.”

“허허.”

“얼마 전에 발생한 일이고, 백작님을 본 김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신경 쓰이지 않도록 수도원 측과도 바로 잘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잘 해결해보도록 하시오.”

백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백작성 콘크리트 공사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트란 산맥 토벌 시작 전에 시멘트와 철근, 기술자를 통한 교육 등을 협의했다.

디아론 성벽 보강 공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번 토벌로 벌어들일 몬스터의 사체 등에 대한 소유권을 나에게 유리하게 협의해 주었다.

백작이 돌아가고 나는 알파를 불렀다.

“알파야, 수도원으로 가줘.”

슈우욱.

화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프란시아 수도의 수도원에 도착했다.

조금 찾다 보니 수도원의 원장님을 찾을 수 있었다.

“저분인 것 같아. 용병 제안을 해줘.”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수도원장님, 소환.”

수도원장은 당황한 듯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어딘가요? 신의 뜻인가요?”

“아, 안녕하세요. 얼마 전 알타르와 스피오크 님께서 성물을 대여해 주셨죠?”

“아… 그랬습니다.”

“그 성물을 제가 대여한 것이었어요. 저는 샤론의 영주입니다. ”

“그랬군요. 반갑습니다. 샤론 영주님.”

“제가 원장님을 소환한 것은 성물이 제 몸에 흡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네?”

“제가 옷을 조금 벗어도 될까요? 문양이 생겼거든요. 카나야?”

카나가 고개를 돌리자 나는 상의를 풀어서 가슴에 생긴 문양을 보여주었다.

“오오, 코토풀요! 디바인 마크군요.”

수도원장은 내 문양을 보더니, 기도하는 자세를 잡았다.

나는 다시 상의를 바르게 입었다.

“신께서 우리를 인도하소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문양인가요?”

“신께서 새기신 문양입니다. 사명을 받으셨군요.”

수도원장은 왼팔을 위로 걷어 올리더니 어깨에 새긴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문양을 보여주었다.

“저 역시 디바인 마크를 받았습니다. 저는 사제의 문양이라고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신께서 문양을 내리시고 사제로 임명하셨죠. 혹시 영주님도 신의 음성을 들으셨나요?”

“네, 들었습니다. 하얀 공간이었고 목소리만 들렸어요. 처음에는 뭔가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더니 제가 디바인 프로텍션을 쓰려고 하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어요.”

“오오, 뭐라고 하시던가요?”

“앞으로 제가 사는 곳에도, 그리고 제가 바라보는 곳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셨군요. 신께서 영주님을 중히 쓰시려나 봅니다.”

“그렇군요. 감사하네요. 그런데 성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일부러 흡수하려고 한 건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신성교국을 방문해 보시죠. 디바인 마크를 보여주시면 어렵지 않게 성물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걸 저희 수도원에 주시죠.”

“그런 방법이 있군요.”

“아시다시피 프란시아는 산지가 많고 농지가 부족합니다. 프란시아의 땅에 성물이 너무 오랫동안 없으면 프란시아의 농업 생산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주님께도 대여의 형식으로 드린 것이지요.”

“네, 알겠습니다. 저도 프란시아의 일원입니다. 프란시아를 위한 일이라는데 신성교국에서 성물을 얻어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도원장을 돌려보내고 글리제를 보는 화면을 줌아웃했다.

“알파야 신성교국이 어디야?”

―프란시아 왕국에서 한참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프란시아 왕국 위쪽에 트란 산맥이 있고, 산맥을 넘으면 제국이란 곳이 나왔다.

그리고 그 제국을 건너가야 신성교국이 나왔다.

지구에 비유를 해보면 한국에서 유럽을 가는 느낌이었다.

“많이 머네.”

너무 멀어서 소환수들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드론제리를 보내도 한참 걸릴 것 같았다.

나는 카나를 보며 물었다.

“비행기라도 사야 하나?”

“비행기?”

“어, 제리가 타고 다니는 것보다 큰 거라고 생각하면 돼. 그 정도는 있어야 너희들을 보내서 성물을 얻어 올 수 있을 것 같아.”

“프란시아를 위한 일이라면 걸어가라고 해도 갈 수 있다.”

“크크, 애국자네.”

“몰랐나? 나 군대 나온 여자다.”

아무리 봐도 걸어갈 거리는 아니었다.

신성교국을 가는 일은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았다.

옆의 카나가 신성교국이 신기한 것 같았다.

“민준, 조금 더 확대해 봐.”

“오케이.”

손가락을 벌려 줌인했다.

프란시아 왕국도 처음 보았을 때는 신선한 느낌이었지만 신성교국이란 곳은 프란시아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알파야, 여긴 어디야?”

“신성교국의 수도 럭스라는 곳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럭스라는 도시는 뭔가 흰색 건물이 많았다.

지면 가까이 내려와 보니 흰색으로 칠한 것은 아니고 돌 자체가 흰색인 것 같았다.

“대리석인가?”

건물의 외형에 부드러운 곡선이 많았다.

건물은 반듯하게 짓기도 어려운데 군데군데 곡선을 주려면 기술력이 상당해야 했다.

그 기술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높은 건물도 드문드문 있었다.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사람처럼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복장도 흰색이나 아이보리색이 많았는데 남자들은 헐렁한 민자 옷에 허리에 띠를 매었고 여자들은 천 자체가 주름진 종류가 많았다.

“와, 여긴 또 처음 둘러보는데 신기하네. 프란시아와는 또 색다른걸.”

“그러게, 이렇게 자세히 신성교국 사람들을 보는 건 나도 처음이야.”

나는 줌인, 줌아웃을 열심히 해가며 신성교국을 구경했다.

신성교국은 그 국가의 이름답게 신전이 많았다.

어느 신전에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기도하고 있었다.

둥글게 모인 사람들의 가운데를 보니 복잡하게 그려진 마법진이 있었다.

신앙과 마법이 섞인 듯했다.

“어느 신을 모시는 것이지?”

“음, 나도 전공은 아니지만 내가 알기론 신성교국은 하나의 신을 모시는 건 아니야. 여러 신을 믿어. 하지만 그 여러 신들이 서로 친인척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민준처럼 대지와 풍요의 신을 모시기도 하고 전쟁의 신, 두 개의 달의 신 등 여러 신이 있다고 해.”

“그렇군.”

신전을 나와 길을 따라 화면을 이동했다.

도로의 바닥은 암석으로 된 타일을 깐 것처럼 반듯했다.

그런 반듯한 길 위로 마차와 사람이 다녔다.

어느 야외 식당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무로 된 식탁에 나무로 된 의자였는데 의자에도 곡선미가 살아 있었다.

“카나야, 저건 뭐지? 맛있어 보이는데.”

식당의 사람들은 둥근 접시 위에 곡물과 섞인 뭔가를 먹고 있었다. 그것은 뜨거운 치즈처럼 죽죽 늘어났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치즈는 아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겠어.”

카나도 새로운 이국땅의 모습이 신기한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때 카나? 가보고 싶어?”

카나는 맹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치 해외여행 소개 영상을 보고 나서 너도 가보겠냐는 소리를 들은 여대생 같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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