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29화 (128/230)

129화. 질투

대운 대학교는 던전 브레이크 사태의 흔적을 모두 지워가고 있었다.

이제는 학교 건물에서도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민아는 가영이와 함께 던전학이라는 수업을 신청했다.

던전학은 이론과 실습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다양한 던전의 종류와 특징을 배우고 던전에서 나오는 다양한 부산물들을 배우는 실습도 했다.

오늘은 세 군데의 포탈을 직접 견학하는 시간이 있었다.

야외 견학은 늘 즐거웠다.

“자, 버스에 모두 탑승해주세요.”

청바지에 운동화, 캡 모자를 쓰고 손에는 단단한 판 위에 종이를 끼운 기록지와 필기구를 들었다.

친구는 서로 닮는다고 가영이도 민아와 비슷한 복장을 했다.

버스는 인근 던전에 도착했다.

던전에는 포탈이 있었다.

짙은 바다색 포탈의 입구가 있었고 포탈의 테두리는 하늘거리는 흰색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교수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이 던전은 대전 D던전으로 던전벌이 많이 등장하는 포탈입니다. 등급은 D급이라서 크게 높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던전벌꿀을 채취할 수 있어서 채집헌터들에게 인기가 많은 던전입니다.”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웠다.

실제 포탈을 보는 모습이 신기했고, 포탈 주변에는 거래소와 상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죽옷이나 철제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 저 사람 헌터인가 봐.”

조교가 외쳤다.

“자자, 던전벌꿀이 나오는 던전까지 왔는데, 던전벌꿀차를 안 마셔볼 수는 없지요?”

“와~ 오빠 멋져요.”

조교가 던전벌꿀차를 반 잔씩 나누어 주었다.

많이 희석이 된 것이라서 비싸지는 않았지만, 일반 꿀차와는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에이, 반 잔이 뭐예요. 더 주세요.”

“어허.”

“오~ 맛있는데?”

“그냥 꿀차는 달고 뭔가 깊잖아. 그런데 이건 달면서도 상큼하면서도 입안이 상쾌하다고 할까?”

“그래, 맛 좋은데?”

민아와 가영이도 던전벌꿀차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포탈이 꿀렁이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왔다.

한바탕 굴렀는지 가죽옷 곳곳에 흙과 이물질이 묻은 헌터들이었다.

뭔가 커다란 가죽 보따리를 멘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교수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현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은 각성자들은 직접 던전에 들어가서 몬스터와 싸우고 다양한 물질들을 채집합니다. 던전에서는 마정석만 얻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마신 던전벌꿀과 같은 여러 가지 채집물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민아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때였다.

“악! 날아간다!”

위이이이잉!

갑자기 채집물 교환소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민아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 머리통만 한 던전벌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헌터들은 던전벌을 잡으려고 애를 썼다.

“파이어볼!”

“윈드커터!”

하지만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공격을 요리조리 피한 던전벌은 방향을 틀어 대학생들에게 날아왔다.

던전벌이 날아오자 대학생 무리는 깜짝 놀라 흩어졌다.

“앗!”

“던전벌이야!”

“몬스터라고!”

놀란 가영이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두 손으로 들었다.

민아가 준 실드가 내장되어 있는 가방이었다.

대학생 무리의 머리 위까지 도착한 던전벌을 향해 헌터들이 무언가 공격을 날렸고 던전벌은 다시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때, 대학생 무리 뒤편에 있던 어떤 여성이 하늘을 날아올랐다.

슈칵! 휘리릭, 착.

하늘에서 던전벌과 스쳤던 여성이 공중제비를 두 바퀴 돌고 바닥에 착지했다.

그제야 하늘에 멈춰있던 던전벌이 반으로 잘려 떨어졌다.

대학생 무리는 그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다.

긴장이 풀렸는지 주저앉는 학생도 있었고, 하늘을 날아 던전벌을 제압한 헌터에게 환호하는 무리도 있었다.

“누나, 멋져요!”

“고마워요!”

그 모습을 본 민아는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날려 주었다.

[넘 고마워욧!!!]

민아의 경호원이었다.

교수가 상황을 알아보니 던전에 들어갔던 헌터들이 던전벌의 애벌레를 산채로 가져왔다고 했다.

던전벌 애벌레는 구워서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비싸게 팔리곤 했다.

그런데 그중에 번데기 하나가 섞여 있었고, 마침 변태를 마치고 부화해 날아오른 것이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고 관리소 측은 사과의 의미로 대학생들에게도 던전꿀 한 병씩 나누어주기로 했다.

한 학생이 불만을 표했다.

“아니, 죽을뻔했는데 이깟 꿀 한 병을 주고 끝낸다고? 와 화나네. 나 알지? 분노 조절 장애인 거.”

옆 친구가 흥분한 친구에게 말했다.

“그거 사려면 너 알바비 6개월은 모아야 할걸.”

“그래? 나 알지? 분노 조절! 분노 조절 잘해라고. 아, 다치지 않았으면 됐지. 갑시다.”

그렇게 험난한 견학이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다시 차량에 탑승해 학교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영이가 민아의 팔찌를 가리켰다.

“민아야, 너 팔찌…….”

민아가 팔찌를 보니 팔찌의 가운데 큐빅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왜 이러지? 이건 그냥 평범한 팔찌가 아니라 민준이 준 팔찌였다.

몬스터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보통 단단한 게 아닐 텐데 갈라지다니 의아했다.

이 팔찌는 민준과 연결되어 있어서 민아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민준이 바로 알 수 있는 팔찌라고 했다.

던전벌에 놀라긴 했지만, 민아와 직접적인 부딪힘은 없었는데 민아는 팔찌의 큐빅이 갈라진 이유가 궁금했다.

민아에게 무슨 일이 없는데 민준과 연결된 팔찌의 큐빅이 갈라졌다.

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불안했다.

* * *

“디바인 필드!”

나는 새롭게 얻은 스킬인 디바인 필드를 펼쳐 주었다.

풍요와 대지의 신의 신성력이 반경 수십 미터 이내에 흩뿌려졌다.

동굴 안에는 박쥐악마가 많았다.

거의 인간만 한 박쥐악마는 그 모습만으로도 혐오감을 주었지만, 디바인 필드 내에서는 그렇게 강력하지 못했다.

원래 박쥐 악마는 빠르고 날카롭다고 했다.

얼핏 보아도 디바인 필드 바깥에 있는 박쥐악마들은 빨랐다.

하지만 디바인 필드 안쪽으로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졌다.

디바인 필드 안으로 들어온다고 바로 죽지는 않았지만, 마치 엄청 짜증나는 모기들이 모기약에 취해서 해롱해롱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해롱대는 박쥐악마에게 가볍게 스킬을 날려 주었다.

“바인드!”

휘리릭, 착!

내가 바인드를 쏘아 날리자 박쥐악마 한 마리가 바인드에 휘감겨 떨어졌다.

이놈들은 생긴 건 박쥐인데 크기가 커서 상당히 징그러웠다.

검은 동굴에 착 달라붙어 있으면 박쥐악마도 검은색이라서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박쥐악마는 이름은 악마지만, 그냥 B급 정도되는 조류형 몬스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박쥐악마는 강한 보스 악마의 졸개라서 함께 악마라 불렸다.

게다가 디바인 필드 내에서는 B급이 아니라 D, F급 수준으로 난이도가 떨어졌다.

거저 줍는 기분이었다.

“어때? 디바인 필드 켜고 가니까 좋지? 헬렐레하는 애들 허공에서 낚시하는 기분이야.”

“그럼요. 민준 님의 바인드도 멋지구요.”

나의 우쭐함을 받아주는 건 샤샤였다.

샤샤는 내가 뭔 말을 해도 다 받아주었다.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실패한 유머였어도 곧잘 되살리곤 했다.

이래서 미국 속담에 부자의 유머는 항상 웃기다는데 샤샤 앞에서는 내 유머가 항상 웃긴 모양이었다.

저 앞에 힐러 연합에서 나온 헌터들을 보았다.

다른 헌터들도 열심이었지만 S급 까밀로는 거대한 해머를 들고 열일을 하는 중이었다.

까밀로가 입은 은색 갑옷과 고급스런 재질의 망토는 왠지 방어력보다 매력 수치에 신경을 쓴 것 같았지만, 아무튼 한방에 한 마리씩 잡고 있었다.

까밀로의 망치는 디아론 영지의 기사인 안톤이 쓰는 메이스와는 또 달랐다.

안톤이 쓰는 메이스는 그래도 굵은 몽둥이 끝에 달린 무게추 정도였다면 까밀로의 망치는 네모난 지우개에 이쑤시개에 꽂은 것처럼 비율이 안 맞았다.

그래도 그런 언밸런스하게 망치의 머리부분이 큰 망치를 가지고도 잘도 휘두르며 몸들을 잡아나갔다.

까밀로는 팔라딘이라고 했다.

나의 디바인 프로텍션과 비슷한 신성력 기반의 실드 스킬을 가지고 있었고, 나의 큐어와 비슷한 회복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다른 점은 강력한 망치로 딜을 담당한다는 점이었다.

전문 딜러보다 한방의 강력함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체력과 방어력이 크고, 스스로 체력이 회복되니 상대하는 몬스터 입장에서는 이게 사람인지 트롤인지 헷갈리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저것.

까밀로는 몬스터 한 마리를 떡으로 만들고 나서는 샤샤에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위로 씰룩거렸다.

거참 이 동네 종특은 마음에 안 들었다.

박쥐악마 떼를 잡은 다음에 나타난 것은 언데드들이었다.

원래 악마와 언데드들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던전에서 언데드가 보이면 항상 악마가 나오지는 않지만, 악마가 있는 던전은 거의 항상 언데드들이 있었다.

박쥐악마들이 끝물일 무렵 희끄무레한 뭔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미라형 언데드다!”

온몸에 헝겊을 칭칭 감은 미라형 언데드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힐러 연합에서 힐러들이 언데드들에게 신성 축복을 걸고 있었다.

“홀리라이트”

신성한 빛에 쏘인 언데드들의 살이 뭉그러졌다.

언데드와 신성 계열은 상극이었다.

나는 나의 디바인 스킬들도 잘 먹힐지 궁금했다.

한 마리 골라 큐어를 걸어보았다.

“디바인 홀리 큐어!”

“그에에에.”

내게 디바인 홀리 큐어를 받은 미라 한 마리가 녹아내렸다.

오호, 내 스킬도 할만했다.

그렇게 박쥐악마를 잡고, 미라들도 녹여가며 보스를 찾았다.

“여기가 보스룸인 것 같은데요? 모두 주의하세요.”

까밀로의 말에 주위를 살피며 보스룸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동공 안에는 무언가 의식을 치르는 듯한 제단이 있었다.

그곳에는 그릇 같은 것들이 여러 개 흩어져 있었지만, 몬스터나 악마는 없었다.

박쥐악마도 많았고 미라와 같은 언데드들도 많았으니 이제 센 놈이 하나쯤 나올 타이밍이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아보았다.

보스룸이 이곳이 아닌가 싶어서 다시 나와서 동굴을 한참을 헤매었다.

까밀로가 모두에게 말했다.

“잠시 쉬겠습니다.”

“어우, 한참 돌아다녔더니 힘드네. 좀 쉬자.”

이렇게 던전에서 휴식을 할 때면 샤샤가 매트나 돗자리를 깔곤 했다.

“샤샤야, 혹시 매트 가져온 것 있어?”

“아니요, 없어요.”

“그래? 어쩔 수 없지.”

던전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주변을 살피는 경계조를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카나가 말했다.

“지금도 디바인 필드를 켠 거지?”

“어, 왜?”

“이렇게 쉴 때는 끄지? 언제 던전을 클리어할지 모르는데 쉴 때는 아껴두는 것도 좋지 않아?”

제리가 말했다.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다 꼭 필요할 때 못 쓰는 법이다.”

샤샤도 거들었다.

“그래요. 민준 님, 쉴 때는 디바인 필드는 꺼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들 그렇게 말하길래 나는 디바인 필드를 껐다.

조금 오랫동안 켜서 그런지 신성력이 조금 축나는 느낌도 있었다.

그때, 카나가 잠시 나에게 손짓을 했다.

“왜?”

“잠시 이쪽으로 와 봐라.”

카나는 일어나서 구석으로 갔다.

나는 왜 그런가 싶어서 카나를 따라갔다.

카나가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했다.

“아무래도 저 까밀로라는 헌터와 샤샤가 눈이 맞은 것 같다.”

“뭐?”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는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어지러웠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까밀로를 봐라. 키 크고, 잘생겼고, 매너 좋고, S급 헌터다. 너와는 비교가 안 된다.”

카나의 팩트 폭행도 어지러웠다.

“일단 알았어.”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다시 일행에게 돌아왔다.

샤샤를 보니 샤샤는 까밀로를 보고 있었다.

둘의 눈빛이 다정해 보였다.

그런 건가?

카나의 말이 맞는 건가?

그때, 샤샤가 나에게 말했다.

“민준 님.”

“어 그래, 샤샤야.”

“저 민준 님의 소환수에서 탈퇴시켜주세요.”

“뭐?”

나는 그저 당황한 얼굴로 샤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샤샤의 얼굴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볼 뿐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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