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11화 (110/230)

111화. 시청률

데빌 페어리가 샤샤를 향해 간다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샤샤 소환.”

화아악.

샤샤가 내 옆으로 소환되었다.

“샤샤야, 괜찮아?”

“네, 저는 문제 없어요.”

데빌 페어리에게 이런 스킬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검은 나비라니?

아마도 탐색 스킬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샤샤를 발견했을 것이다.

“샤샤야, 혹시 검은색 나비 못 봤어?”

“봤어요. 보자마자 없애긴 했어요.”

“그래, 잘했어.”

“상황실! 데빌 페어리는 현재 어디에 있나요?”

용병과 샤샤가 소환되었기 때문에 데빌 페어리는 다시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짜증이 난 데빌 페어리는 다시 주변을 배회하며 용병들을 찾아다녔다.

나는 일단 제리와 카나가 있는 방향으로 용병들을 다시 보낸 후, 데빌 페어리를 공격하도록 했다.

하지만 데빌 페어리는 용병들과 전투하던 도중 자리를 이탈했다.

“아니, 저게 어딜 가는 거지?”

이럴 수가!

데빌 페어리는 제리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제리도 소환을 해야 했다.

제리가 원래 있던 곳까지 데빌 페어리가 날아왔으나 제리는 이미 소환되고 없었다.

S급 용병들은 데빌 페어리를 쫓아와 다시 전투를 이어갔다.

데빌 페어리는 샤샤, 제리, 카나의 위치를 찾아다녔다.

데빌 페어리의 검은 나비에게 발견 당하면 내가 소환했다.

그러는 동안 S급 용병들이 데빌 페어리를 공격했다.

그러다 궁극기에 한 방 맞으면 또 술래가 바뀌어 달아나는 것처럼 입장이 바뀌었다.

빙빙 도는 꼬리잡기 같았다.

그렇게 전투와 꼬리잡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 기자는 마치 스포츠 아나운서에 빙의한 듯 신명 나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저는 지금 중국의 칭다오시에 있습니다. B급, A급도 아니고 무려 S급! 지금 이곳은 S급 던전 보스와 우리의 이니셜 C헌터가 맞붙어서 싸우고 있는 현장입니다. 아아아! 감동입니다.”

그러다 잠시 멘트를 버벅거렸다.

“중국 자체 던전 레이드가 여러 번 실패하자 우리나라의 헌터가 이곳을 정벌하러 왔습니다. 보이십니까? 이 검은 나비… 나비?”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나비가 팔랑거리며 다가왔다.

의외의 상황에 잠시 말문이 막힌 조 기자가 나비를 바라보았다.

카메라도 나비에 초점을 맞추었다.

전체가 검은색인 나비 모양이었다.

한국의 많은 시민은 TV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게 뭐야?”

“나비?”

“완전히 검은색인데?”

“검은 나비?”

화면에서 보이는 검은 나비가 조 기자의 어깨에 앉았다.

지지지직!

“앗, 따가워!”

조 기자가 기겁하며 나비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나비는 팔랑이며 조 기자를 향해 다가갔다.

지지지직!

“으악!”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시민들은 TV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으악! 저리 가! 시청자 여러분, 여기 꽤 공격적인 나비 몬스터가 있습니다.”

TV 화면은 갑자기 나비와 조 기자의 대결로 바뀌었다.

조 기자는 나름 D급 헌터였다.

이는 나름대로 마나를 다룰 줄 안다는 뜻이었다.

“강타!”

휭!

헛스윙이었다.

양복을 입고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든 채 반대쪽 손으로 주먹질을 하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조 기자는 열심히 나비와 상대했다.

나비는 말 그대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 조 기자를 따끔하게 만들었고, 조 기자는 스킬 강타를 사용하며 열심히 나비를 맞추려고 했지만, 번번이 헛스윙만 휘둘렀다.

“에잇! 강타!”

쾅!

“오오오오오!”

TV 화면을 보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강타가 제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비는 한 방에 죽지는 않았고, 몇 차례 옥신각신하며 나비와 싸운 끝에 나비를 이길 수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보셨습니까? 제가 이렇게 보여도 헌터입니다. 이런 조그마한 나비 몬스터 정도에 굴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조 기자는 나비와 싸우다가 바닥을 두 번 정도 굴러서 옷도 엉망이 되었고 머리카락도 산발이 되었다.

귓가에 한국에서 지휘하는 PD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 기자, 잘했어! 시청률이 아주 제대로야! 쭉쭉 오르고 있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

그 소리를 들은 조 기자는 마치 권투 시합에서 이긴 챔피언처럼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만세를 표현했다.

신이 난 조 기자가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시청자 여러분 보셨습니까? 제가 나비 몬스터를 잡았습니다!”

조 기자의 짝궁 카메라맨은 다른 볼거리가 없으니 조 기자를 중심으로 화면을 잡았다.

사실 조 기자가 이렇게 과도하게 행동을 취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

망원경으로 데빌 페어리와 헌터들의 전투를 촬영하며 중계를 하고 있었는데, 헌터들이 사라지고 데빌 페어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보를 유지하기 위해 전투를 해야 할 S급들이 사라졌으니 이렇게 몸으로 굴러서라도 시청률을 붙들고 있는 것이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 기자와 땡철이는 척하면 척으로 분량을 뽑아내고 있었다.

조 기자는 이제 나비를 때려잡는 장면도 없어졌으니 잠시 데빌 페어리와 헌터들을 찾아보고, 못 찾으면 못 찾는 대로 멘트를 날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시청자 여러분 그럼 잠시 망원경으로 데빌 페어리와 헌터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 망원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뉴턴식 굴절 망원경으로…….”

“어!”

땡철이가 소리를 냈다.

카메라맨이 라이브 촬영 중에서 소리를 내다니, 아무리 지금 비상 상황이라지만 이건 큰 실수였다.

카메라의 초점은 정확히 조 기자에게 맞춰져 있어서 화면상에서 조 기자는 뚜렷했지만, 그 뒤쪽은 조금 흐릿했다.

하지만 카메라의 초점을 조 기자의 뒤쪽으로 맞추니 조 기자는 흐릿해지고 뒤쪽이 점점 선명해졌다.

팔랑.

착.

데빌 페어리가 조 기자의 뒤쪽으로 몇십 미터 지점에 착지했고, 그 모습을 카메라가 정확하게 잡아냈다.

데빌 페어리는 좌우를 한 번씩 살핀 후, 조 기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흐릿하게 뒤를 돌아보는 조 기자의 실루엣이 화면에 잡혔다.

데빌 페어리가 점점 클로즈업되었다.

갸름한 얼굴에 오똑한 코와 작은 입.

눈은 컸는데 파충류처럼 세로로 갈라진 눈동자였다.

검은 갑옷을 입고 손가락을 벌린 채 천천히 걸어오다가 카메라에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기울였는데 카메라맨은 그 모습을 화면에 제대로 담아냈다.

한국에서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마치 데빌 페어리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

소름이 끼친 듯 팔을 쓰다듬는 시청자도 많았다.

누군가 말했다.

“어떡해.”

인터넷 댓글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 아…….

└ 아…ㅠㅠ

└ 어떡해.

└ 안녕…….

└ 유작 방송ㅠㅠ

시청률이 KMS 방송국 창사 이래 최대치에 육박했지만, PD도, 조 기자도, 카메라맨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자박자박.

데빌 페어리가 걸어왔다.

한국의 방송국에 있는 PD는 조 기자가 보내는 방송을 끊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PD는 화면을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는 버튼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조 기자가 죽는 모습을 화면으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미안하게도 지금 시청률은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수십 년 전 지상파 방송 3사만 있을 때, 인기 드라마는 시청률이 50%를 넘기는 것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지금과 같이 다양한 방송국과 매체가 없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런 영광의 시청률이 부럽지 않았다.

PD는 1초라도 더 이 시청률을 붙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망 방송이 나가서도 안 된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중국에서 방송국으로 화면이 넘어오고, 다시 화면이 TV로 송출되는데 짧은 시간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3초.

PD가 잘 판단하고 화면을 끊으면 조 기자가 죽기 3초 전까지만 화면을 내보낼 수 있었다.

최고의 시청률도 누리고, 방송 사고도 막을 수 있었다.

조 기자에게는 미안했지만, PD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조 기자도, PD도, 시청자도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차분히 걸어오던 데빌 페어리가 멈췄다.

카메라를 노려보며 이를 드러냈다.

“캬아아아악.”

TV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절로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호랑이나 사자가 화면을 직시하며 포효하는 모습은 뻔히 TV인 것을 알아도 몸이 움츠려지곤 한다.

하물며 S급 몬스터의 포효는 많은 이들이 경직되도록 만들었다.

조 기자가 본능처럼 멘트를 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꿀꺽.”

하지만 조 기자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송을 탔다.

그래도 이 순간 조 기자를 탓하는 이는 없었다.

타앗!

데빌 페어리가 뛰었다.

PD가 화면 전환 버튼 위에 올려둔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많은 시청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쾅!

강한 충격음과 함께 먼지가 솟아올랐다.

화면은 먼지로 자욱했다.

아직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PD는 화면 전환을 하지 않았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은… 으악! 시청자 여러분, 지금은 어이쿠! 시…….”

살아있구나!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았지만 조 기자가 살아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잠시 후 화면은 상황을 제대로 전달했다.

쾅! 쾅! 쾅!

화면에는 누군가 데빌 페어리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조 기자는 왼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오른손을 펴고 몸통을 돌려 뒤쪽을 가리키며 영화제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사람을 호명하듯 외쳤다.

“시청자 여러분! 중국이 포기한 던전 브레이크를 정리하러 온 헌터는 바로! 천마! 차지율입니다!”

“우와!”

곳곳에서 함성이 들렸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대형 TV를 보는 사람들, 술집에서 TV를 함께 시청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집에서 조 기자의 화면을 보던 사람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동안 이니셜 C 헌터라고 지칭하던 헌터를 생생한 얼굴과 함께 천마 차지율이라고 콕 집어서 전하자, 곳곳에서 월드컵 경기 연장 후반에 역전골이 나온 듯한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도로에서는 뛰―뛰―뛰뛰뛰! 하는 자동차 경적음을 들을 수 있었다.

더는 상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시청률이라 생각했지만, 그 와중에도 시청률은 꾸역꾸역 오르고 있었다.

조 기자와 카메라맨은 전투 장소에서 뒤로 물러나면서도 계속 방송을 이어갔다.

“시청자 여러분, 제가 목숨이 아까워서 물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방송이 혹여나 S급 몬스터의 레이드에 방해가 될까 봐, 민폐가 될까 봐, 저희는 조금 물러나서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쾅! 쾅! 쾅!

천마와 데빌 페어리가 서로 검과 손을 겨루었고 중국의 헌터들도 제 몫을 다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데빌 페어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천마는 하늘을 나는 것쯤은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듯 마주 날아 공격했지만, 데빌 페어리는 수비적으로 막기만 하더니 한쪽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시청자들은 몬스터가 천마에게 패해 달아나는 줄 알고 좋아했다.

위성 영상과 용병들의 캠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내가 물었다.

“데빌 페어리가 날아가는 방향은 어디인가요?”

상황실에서 답했다.

“이곳으로 직진하고 있습니다.”

제길, 걸렸구나!

“데빌 페어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요?”

“15분이면 도착합니다.”

“그러면 뭐 해요? 빨리 짐 싸요!”

모두 정신없이 뛰었다.

위이이잉.

헬리콥터가 예열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팀, 힐러팀은 모두 빠르게 헬리콥터에 탑승했다.

타다다다다다!

하늘을 날아 데빌 페어리로부터 달아났다.

내가 탄 헬리콥터는 어느덧 소환된 용병과 소환수가 모두 타고 있었다.

나는 이번 작전에 관해 물었다.

“어때요, 데빌 페어리는 어느 정도 체력이 닳은 것 같아요?”

“글쎄. 정확하지는 않지만,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아. 많아야 삼 분의 일 정도 체력을 뺀 느낌이야.”

“우리가 돌아와서 체력을 회복할 동안 데빌 페어리도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체력을 회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체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빌 페어리가 지능이 높아. 몇 번 반복하니까 우리 작전을 알고 바로 본진을 찾아냈잖아.”

“그러면 이제 어쩌죠?”

“일단 후퇴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이렇게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후퇴하는 게 어디야.”

“그래, 이렇게 전원 무사히 후퇴하는 것도 반은 성공한 거야.”

하지만 문제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황실에서 15분을 예상하고 헬리콥터를 타고 후퇴했지만, 데빌 페어리가 도착하는 데는 그보다 7분이 더 빨랐다.

“후미에 데빌 페어리가 따라붙었습니다!”

“뭐!”

상황팀에서 연락이 왔다.

―탈출 작전 3번을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S급 헌터님들께 전투를 부탁드립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먼저, 김민준 헌터님을 앞으로 보내겠습니다. 김민준 헌터님과 나머지 헬리콥터가 3km 이상 거리 차이가 나면 모든 헬리콥터는 사방으로 흩어지겠습니다. 그리고 S급 헌터님들이 궁극기에 한 번 맞으면 김민준 헌터님이 소환해서 함께 달아나십시오. 무운을 빕니다.

꽈득.

이빨을 깨물었다.

이런 탈출 방식도 연습 때 시뮬레이션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헬리콥터 몇 대를 먹잇감으로 주면서 달아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 건가.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오며 기분이 심란했다.

그때였다.

띠링!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알람이 울렸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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