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10화 (109/230)

110화. 숨바꼭질

민아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삐 소리가 나면…….]

딸칵.

민아가 전화를 끊고 문자를 썼다.

‘오빠 중국이야? 미쳤어. 거길…….’

하지만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오빠에게 차마 미쳤다는 내용을 보내지 못하고 고쳐 썼다.

[오빠 중국이야?]

답은 없었다.

민아는 오빠가 엄마 아빠에게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게 하겠다고 말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저기 가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했는데 천마라는 위험한 친구를 사귀더니, 오빠가 위험한 짓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민아와 가영이는 영상을 더 보았다.

조 기자가 말을 했다.

[저희는 지금 옥상으로 올라왔습니다. 방금 검을 든 헌터가 마치 하늘 베기와 유사한 기술을 또 사용했습니다.]

쿠쿵!

화면에서 하늘 베기가 보인 후 얼마 후에 그 충격파가 도달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청자 여러분, 잠시 한국대 헌터검술학과 교수님의 의견을 들어보실까요? 교수님?]

[네.]

[방금도 하늘 베기와 비슷한 기술이 사용되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예, 제가 방금 시간을 재보니 7초가 걸렸네요. 화면과 소리의 시간 차이가 7초인 것입니다. 그러면 소리의 이동 속도가 초당 약 340m니까 약 2.4㎞ 떨어진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 제가 지금 촬영하는 곳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2.4km 떨어진 곳이란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혹시 몬스터가 저희 쪽으로 날아온다면 대피할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냥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네, 잠시만요. 비행형 몬스터인데 그 속도를 제가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얼핏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아 유추해보면 시속 100km는 넘어 보이네요. 1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 보입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만약 몬스터가 저희 쪽으로 날아온다면 저희에게는 1분의 시간이 있는 것으로 계산되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 중에서는 저와 촬영 스텝을 걱정하는 분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만약에라도 1분의 시간이 있으니 만약 몬스터 레이드가 실패하고 몬스터가 저희를 노린다면 1분간 꼭꼭 숨어 보겠습니다.]

조 기자의 귓속 이어폰으로 한국의 방송국에서 지휘하던 PD의 멘트가 들어왔다.

―조 기자, 시청률 잘 오르고 있어 힘내봐!

조 기자는 끊임없이 무한반복 멘트를 날렸다.

[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면 조금만 기다려라. 던전 브레이크 전문기자 조금만 기자입니다. 저는 지금 중국의 칭다오시에 있는데요. 약 30분 전부터 교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 기자가 끊임없이 멘트를 날리는데 얼마 후 PD의 지시가 다시 들어왔다.

[지금 드라마 끊고 속보로 화면 보내고 있어. 전투가 끝날 때까지 무기한 방송이니까 끊지 말고 아무 말이나 계속 말해.]

피디의 말은 지금 KMS의 모든 자원이 중국에서 넘어가는 조 기자의 방송에 매달려 있다는 의미였다.

이름 모를 아파트 꼭대기에서 땡철이와 자신 둘 뿐인 방송.

조 기자는 지금 이 방송이 자신의 기자 생활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시간이 될 것임을 직감하며 신들린 듯 입을 털었다.

[시청자 여러분 보셨습니까? 지금 방금 공간이 휘어진 모습 말이죠! 네, 지금 우리나라의 C헌터, C등급이 아니라 이니셜 C입니다. 그 이니셜 C헌터로 추정되는 S급 헌터의 하늘 베기 비슷한 공격이 또 들어갔습니다. C헌터는 아직 미혼이지만, 만약 결혼한다면 부부싸움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저런 베기라면 물 뿐만 아니라 뭐가 되었든 다 가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때 망원경으로 보는 화면으로 몬스터가 헌터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아아! 보시는 가운데 상대 몬스터가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 몬스터의 이름은 데빌 페어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긴 모습이 꼭 데빌, 악마라는 뜻이죠, 그리고 페어리는 요정이라는 뜻입니다. 악마와 요정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지금 망원경 시야라서 뚜렷하지는 않지만, 날개가 달린 모습이 데빌 페어리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드라마를 끊고 자신의 방송이 나간다는 소리에 신이난 조 기자는 직접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이렇게 원투 좌우에서 훅이 들어가고 내려찍기가 들어갔습니다. 보셨습니까? 원투! 원투! 검으로 파파팍 이렇게 찌르면 반대쪽에서 데빌이 윽, 악, 웩, 왜 때려! 셋이서 나만 때리면 안 돼! 학교폭력 멈춰! 이러면서 맞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조 기자도 나름 D등급 헌터라서 그 몸놀림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였다.

조 기자의 영상은 정규 방송으로도 나가고 인터넷 영상으로도 올라가고 있었다.

인터넷 영상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 이니셜 C헌터이면서 S등급이래. 그럼 한 명밖에 없음. ㅋㅋㅋ

└ 천마를 왜 천마라고 말을 못 해.

└ 조 기자. 몸놀림 장난 아닌데?

└ ㅋㅋㅋ 조 기자도 나름 D급 헌터래.

└ D급이 저기가 어디라고 기어가.

└ 던전 브레이크 전문 기자라잖아. 오래는 못 살 듯.

└ 근데 저기 S급들이 들어가서도 몇 번 실패했다고 하지 않음?

└ 맞아. 저렇게 이기는 것 같아도 궁극기가 세서 다 실패했다고 그럼.

└ 궁극기가 뭔데?

└ 중국 애들이 그러는데 공간 전체 범위 공격인데다가 방어 무시래. A급 탱커 미만은 한 방이면 끝이래. ―링크―

└ S급도 두 방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데?

└ 그러면 저길 왜 감?

└ 한 방에 자를 자신이 있어서?

└ 한 방에 안 잘리는데?

└ 그럼 데빌 궁극기 나오면 처…천마 어떻게 됨?

└ 그래서 샤론이랑 같이 간 것 모름?

└ 거긴 뭐임?

└ 샤론이 소환술사라서 소환 가능하다잖아. 천마가 싸우다가 궁극기 맞으면 소환해줄 것임.

└ 오오오!

민아는 댓글을 읽어보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민준이 있기에 천마가 저기서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민아는 답장 없는 스마트폰만 보며 천마와 오빠가 승리하길 간절히 빌었다.

* * *

파란색 전구처럼 보이는 염화의 불덩이 수십 개가 데빌 페어리를 향해 날아갔다.

퍼퍼펑!

데빌 페어리는 검은 연기를 둘러싸서 불덩이를 막았고 파란 불덩이들은 데빌의 몸에 닿지 못했다.

하지만 염화의 공격 때문에 그 검은 연기 일부분들에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빠르게 메워졌지만, 천마의 검이 데빌 페어리의 몸에 닿는 데는 그저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일 대 일의 승부였다면 밀렸을 것 같지만 용병들은 조합이 훌륭했다.

탱커, 검사, 법사의 조합은 클래식한 조합이지만 클래식만의 안정감과 품격이 있었다.

“캬아아악!”

그때 데빌 페어리가 괴성을 지르더니 그의 손이 양쪽으로 내려갔다.

사람 머리통을 잡은 듯 살짝 구부러져 있던 손가락이 펴지고, 양손이 좌우로 벌어지는 동작은 내가 며칠 동안 수백 번 돌려보았던 그 동작이었다.

지금이다!

[용병 다 소환!]

화아악!

내 옆으로 천마, 통커, 염화가 나타났다.

천마 차지율 헌터가 내 옆으로 오며 물었다.

“어때요? 궁극기를 쓴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그렇게 판단해서 소환했습니다.”

옆에 있던 상황팀 직원들이 말하는 것을 통역이 번역해주었다.

“녹화 화면을 보겠답니다.”

데빌 페어리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다.

“입 모양을 보면 쓴 것 같습니다.”

“그럼 궁극기를 피한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아싸! 대박이다.

기존의 자료화면에서는 첫 궁극기를 사용한 후 7분 동안은 궁극기를 쓰지 않았다.

잠시 쉬는 타이밍을 이용해 용병들은 입에 포션을 들이부었고, 대기하고 있던 힐러팀의 힐이 용병들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면 지금부터 7분 정도는 궁극기 위험이 적다는 거죠? 자, 빨리 보내드릴게요. 알파야, 용병들 다시 소환수들에게로 보내줘.”

화아악.

지금은 궁극기 쿨타임 시간일 가능성이 크므로 용병들은 다시 전투가 있던 곳에서 삼각형 모양으로 각각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소환수들에게로 보내졌다.

달려라!

궁극기를 한 번 피해서 그런지 용병들도, 상황팀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계획했던 작전대로 상황이 흘러가니 보스를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샘솟았다.

화면으로 데빌 페어리의 모습이 잡혔는데 데빌 페어리는 자신의 궁극기 타이밍에 용병들이 사라지자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주변을 날아다니며 용병들을 찾는 것 같았다.

그래도 용병들이 없자 괜히 성질을 부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러길 약 3분 정도 후에 천마가 한줄기 화살처럼 날아서 다시 도착했다.

이번에도 천마는 강기 한발로 인사를 했다.

시크하게 강기를 손으로 걷어치운 데빌 페어리가 천마를 향해 마주 날아갔다.

날개가 있어서 빠르게 날아가는 데빌 페어리와 날개는 없지만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듯 더 지면처럼 허공을 움직이는 천마가 맞붙었다.

촤창촤장!

하늘 베기가 단 한 수에 모든 것을 담은 묵직한 수였다면, 이번에 보여주는 천마의 검은 빠르기를 중시하는 속검이었다.

화면으로는 천마의 속검을 다 담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화면은 천마의 검이 움직이는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았고, 고해상도로 촬영되고 있던 영상에서는 천마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빨라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휠이나 날아가는 헬리콥터의 날개를 영상으로 보면 자동차 휠이나 헬리콥터 날개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자동차의 휠은 분명히 빠르게 앞으로 가고 있지만, 천천히 뒤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천마의 검은 마치 그런 장면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1초에 수십 컷을 담는 카메라로는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천마의 모습을 다 담지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 피통커가 나타나 날아오던 그대로 어깨로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데빌 페어리는 피하려 했지만, 천마의 견제에 몸통 박치기를 허용하고 말았다.

촤아아아악!

미끌어져 날아가는 데빌 페어리에게 이번에는 파란 태양이 날아갔다.

쾅!

“오~!”

합이 좋았다.

다들 S급이라서 그런지 단 며칠의 연습만으로도 원래부터 한 팀이었다는 듯, 합을 맞춰서 공격했다.

“힐, 힐, 힐.”

큰 도움은 아닐지라도 체력 1에 목숨이 달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짬짬이 힐을 날려주었다.

“몰아붙여!”

“더 때려! 뚜드려 패! 그렇지!”

나도 모르게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 분간 용병들의 우위가 이어졌다.

이제 슬슬 궁극기 쿨타임이 끝나갈 것 같아서 나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들 집중했다.

데빌 페어리는 세 용병의 합공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검은 안개를 두르며 수비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검은 안개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마와 염화가 쓰러졌다.

피통커 헌터도 한쪽 무릎을 꿇는 모습이었다.

이런!

[용병 다 소환!]

세 용병이 소환되었다.

천마와 염화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힐러들이 동그랗게 둘러서 힐을 쏴대기 시작했다.

내가 천마에게 물었다.

“피가 어느 정도 닳은 것 같아요?”

“절반 넘게 닳은 것 같아. 두 방은 못 버틸 것 같아.”

무시무시했다.

내가 소환하지 않았다면 이번 레이드도 여기서 끝났을 것 같았다.

수십 명의 힐에 용병들은 금세 컨디션을 되찾았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천마가 눈을 뜨며 말했다.

“다시 보내줘. 나는 체력 다 회복했어. 데빌 쿨타임 돌아오기 전에 가야지.”

“다른 두 분은요?”

“저도 다 찼어요.”

“저도 괜찮습니다.”

두 번째 쿨타임은 11분 정도로 예상했다.

이미 2분쯤 썼고 소환수에게로 보내진 후 이동하는데 다시 3분 정도 걸렸다.

이번 타이밍에는 6분 정도 쿨타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상황이 두 번 반복되었다.

쿨타임 시기에 용병들이 도착하면 데빌 페어리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데빌 페어리는 검은 연기를 많이 피워서 궁극기를 언제 사용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확한 타이밍에 소환을 할 수가 없어 용병들은 궁극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용병들이 궁극기를 한 번 맞으면 소환해서 체력을 채운 후, 다시 보내졌다.

데빌 페어리는 전투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인간들은 자신의 궁극기에 맞으면 사라졌다가 다시 멀쩡해져서 돌아왔다.

조금 전에도 궁극기에 맞아서 자신이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이러면 또 얼마 후에 멀쩡해져서 자신을 몰아붙일 것 같았다.

분명히 그들은 어딘가에서 숨어서 체력을 회복하고 있을 것이었다.

찾아야 했다.

데빌 페어리는 검은 구름을 뭉쳐서 작은 나비 수십 마리를 만들었다.

“캬아악.”

나비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데빌 페어리 또한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검을 든 인간이 사라졌다가 다시 올 때 오던 방향이었다.

그 모습을 본 상황실에 비상이 걸렸다.

“데빌 페어리가 검은 나비를 수십 마리를 뿌렸습니다.”

“저건 본 적이 없는 스킬입니다!”

“검은색 나비 모양입니다. 정황상 정찰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데빌 페어리가 한쪽으로 빠르게 이동 중입니다.”

저쪽 방향에 누가 있지?

“데빌 페어리가 날아가는 방향에는 소환수 샤샤가 있습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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