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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04화 (103/230)

104화. S급 던전

기자의 문자가 조금 의아했지만, 나는 일단 등급 측정에 집중했다.

테스트하는 직원이 우릴 불렀다.

“다음은 샤샤 님, 들어오세요.”

이번 차례는 샤샤였다.

“이번 차례는 궁수시군요. 원반 맞추기입니다.”

원반이 날아가면 화살을 쏴서 맞추는 어찌 보면 간단한 테스트였다.

샤샤가 준비하자 원반이 날아올랐다.

휙.

샤샤가 마치 권총을 뽑아 총을 쏘듯 활을 꺼내 한 호흡으로 화살을 날렸다.

피이이잉.

콰직!

당연하다는 듯 명중하는 화살을 보니 역시 샤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난이도가 상승했다.

시력검사 테스트의 난이도가 상승하면 글씨가 점점 작아지듯이 원반의 크기도 점점 작아졌다.

물론 수도 점점 많아지고 날아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휙. 휙. 휙. 휙. 휙.

눈으로 좇기도 힘들 지경으로 원반이 날아오르는데, 샤샤는 그것을 또 다 따라가서 맞추고 있었다.

“자, 더 올립니다.”

여기서 더 올리면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겠다고 생각하며 샤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샤샤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조금 더 진한 바다색으로 변했다.

마나였다.

눈에 불을 켜고 뭔가를 한다는 말처럼 샤샤는 눈에 마나를 두른 채 원반을 쫓고 있었다.

이제는 욕이 나올 지경으로 원반이 많이 날아올랐다.

나는 샤샤가 화살을 걸어서 쏘는 속도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저것들을 맞추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듯 샤샤는 기타 줄을 치듯 활줄을 치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원반이 깨져나갔다.

저 많은 원반이 다 박살이 나고 있었다.

“와…….”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화살이 날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원반이 깨져나가는 것이지?

이상한 생각에 샤샤를 보니 샤샤는 다섯 손가락에 마나를 두른 채 활줄을 치고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듯 빠르게 치는 활줄에 의해 한 번에 다섯 개씩 날아가는 마나 덩어리!

“아!”

나는 천마 길드 훈련장에서 스킬명을 외치지 않고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연습을 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샤샤도 강해지고 있었구나.

샤샤의 다음 테스트는 밀려오는 몬스터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몬스터는 아니고 실감 나게 3D로 구현된 이미지였다.

나는 샤샤를 도울 방법이 생각나 테스트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요. 제가 저기 앞에 가만히 얌전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될까요?”

“네? 저긴 몬스터들 내려오는 곳인데요?”

“이거 지난번에 해봤는데, 오크들이 요기 줄까지 내려오면 끝나는 것 맞죠? 몬스터가 저한테 닿으면 끝나는 것으로 하면 안 될까요? 오크가 줄에 닿으면 게임 오버나 그 줄에 앉은 저에게 닿으면 게임 오버나,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요? 연습은 실전처럼! 더 집중해서 하라는 의미죠.”

“그러다 화살에 맞으면요?”

“바로 그겁니다. 저는 사과를 머리 위에 올리고 가만히 서서 날아오는 화살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샤샤를 응원하려고요. 저도 나름 헌터라 마나로 몸을 보호하고 있으면 화살에 맞아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요. 그리고 샤샤 화살의 정확성은 방금 보셨잖아요.”

직원은 딱히 막을 이유가 없었는지 허락을 해주었다.

아싸!

샤샤의 2차 각성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이것.

[소환술사를 지킬 때 공격력 30% 증가]

나는 재빨리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와서 샤샤를 등진 후 두 눈에 조금씩 넣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샤샤를 등진 채 말했다.

“하아… 샤샤야. 이제 곧 오크들이 밀려올 거야. 그리고 저 오크들은 내 목을 치는 게 목표야.”

그리고 나는 뒤돌아 샤샤와 눈을 마주쳤다.

샤샤의 푸른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보였다.

“샤샤야, 나를 지켜줘.”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아!”

깜짝 놀란 샤샤가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그렇게 말한 나는 오크들이 닿으면 게임이 끝나는 선에 가서 앉았다.

띠리리링~

게임이 시작되는 소리와 함께 전체 배경이 풀 3D로 바뀌었다.

“쿠오오오!”

오크들이 녹슨 도끼를 들고 나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오크의 더러운 인상과 찍히면 파상풍이 걸릴 것 같은 도끼까지 생생하게 구현되었다.

“쿠오오오오!”

등 뒤의 누군가가 각성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크들아 미안해.

너희들은 다 죽었단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빌헬름 텔의 아들이다.

내 머리 위에는 사과가 얹혀 있다.

내가 샤샤의 활을 믿지 않으면 무엇을 믿을까?

귓가를 스쳐 가는 화살 바람 속에서도 나는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발가락에 힘 꽉 주고 있던 건 비밀이다.

그 후로 제리, 르녹, 꾸얀, 카나 그리고 내가 테스트를 받았다.

제리는 놀라운 운동신경과 유연성을 보여주었고,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는 르녹과 멋진 검술을 보여준 꾸얀, 그리고 겉모습과 다르게 놀라운 힘을 보여준 카나였다.

나도 힐뿐만 아니라 몬스터와 싸우는 모드에서 꽤 선방했는데, 아이언 완드로 몬스터를 때려잡고 바인드로 묶어버리면서 그동안의 훈련 성과를 보일 수 있었다.

“조금 기다리시면 테스트 결과 알려 드리겠습니다.”

성적표 받기 전의 긴장되는 마음.

“일등하는 사람이 오늘 저녁 쏘기 할까?”

“꼴찌가 쏴야 하는 거 아냐?”

“꼴찌면 우울한데 밥도 사라고?”

“그래, 일등이 쏘기로 하자.”

직원이 결과가 적힌 서류를 주며 말했다.

“카드를 만들어 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서류에는 저마다의 등급이 적혀 있었다.

“난 A―이네요.”

“나도 그런데?”

“전 B―요.”

나는 B0, 샤샤는 A―, 카나 A―, 제리 B+, 알타르 A―, 르녹 B―, 꾸얀 B― 의 결과를 받았다.

나는 B라는 등급에 만족했고, 샤샤와 카나, 알타르 님이 무려 A가 나와 조금 놀랐다.

소환수로서는 샤샤와 카나가 모두 A인데 제리가 B가 나와 조금 아까웠다.

그래도 B+이니까 제리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A등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평가의 방법이 제리와 상성이 조금 좋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제리는 어쌔신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투명 제리라던지, 드론 제리와 같은 독특한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물량전이나 속도전 위주의 시험은 숨겨진 한 수가 있는 필살 제리를 온전히 평가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샤샤가 친밀도 100을 찍으면서 스텟이 대폭 상승했으니, 제리도 샤샤처럼 사명을 각성하여 친밀도 100을 찍으면 충분히 A등급으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리의 소환수 상태창을 열어 친밀도를 살펴보았다.

[친밀도 95/100]

이쯤이면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샤샤가 100 찍고 재각성한 것을 생각하니 조금 아쉬웠다.

“제리야, 너는 혹시 막 뭔가 네가 해야 할 일을 찾았다거나 인생, 묘생… 아니, 드리마스생의 의미 같은 것이 있어?”

“그게 무슨 소리냥?”

“아니, 그러니까 네 사명 같은 것이 있나 해서 말이야.”

“사명?”

“그래 사명! 있어?”

“회사의 이름을 묻는 거라면 샤론 길드가 내 회사당.”

아… 제리야, 그런 아재 개그 말고 진짜 사명을 찾으면 A급 찍는 건데.

하지만 괜찮다.

샤샤는 뭐 친밀도를 올리려고 노력했나?

독립적인 성향의 제리에게 친밀도 95를 얻어낸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제리도 재각성해서 A급 찍을 거라 믿는다.

능력치 측정이 끝나고 나니 아까 받았던 문자가 생각났다.

문자를 다시 읽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KMS의 조금만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포이즌 리자드맨의 독에 중독된 저를 치료해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화제의 인물이시기도 해서 인터뷰를 부탁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한번 뵐 수 있을까요?]

인터뷰라는 단어는 그렇다 치지만 화제의 인물이라는 표현이 뭔가 거슬렸다.

화제의 인물? 누가? 내가?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이름 김민준을 쳐봤다.

헉. 연예인, 운동선수 등 김민준이 너무 많았다.

이런 식으로는 검색이 어려울 것 같아서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보았다.

[안녕하세요. 김민준입니다. 치료야 힐러로서 당연히 해드려야 할 일이었죠.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화제의 인물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뜻일까요? 관련 링크가 있으실까요?]

기다렸다는 듯 답장이 왔다.

[김민준 헌터님! 답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헌터님 입장에서는 가벼운 치료였어도 저로서는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십니다. 당연히 감사를 드려야지요.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는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관련 링크 보내드립니다. ―링크― ]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링크를 눌러보았다.

인터넷 카페가 연결되었다.

블루실버 팬카페?

블루는 파랑이고 실버는 은색인데 왜 팬카페 이름만 보았는데도 불안한지 모르겠다.

슬쩍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색 머리카락의 샤샤와 은색 머리카락의 카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링크를 타고 들어간 팬카페 대문에는 샤샤와 카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살펴보니 주요 내용은 샤샤와 카나가 지난번 대운 대학교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 활약한 내용이었다.

뉴스에서 그렇게 큰 분량을 차지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팬카페까지 만들어졌다.

그런데 솔직히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길을 걸을 때도 저들은 늘 시선 집중이니까.

‘흠…….’

인터뷰라, 조금 고민이 되었다.

일단 샤론 길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번에 샤론 더하기 천마라고 하면 다들 천마만 기억했다.

그래서 나라도 나가서 인터뷰하는 건 샤론의 인지도를 높이는 거라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샤샤와 카나를 내세우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화면에 잡힌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벌써 팬카페가 생겼는데 제대로 언론을 탄다면?

길을 걷기도 힘들 것 같았다.

굳이 내 소환수를 연예인으로 키울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억지로 감출 생각은 없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삐져나오듯 지구 던전을 열심히 돌다 보면 결국 드러나게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일부러 방송에 얼굴을 보이러 가는 건 또 달랐다.

그러면 내가 명색이 소환술사인데 누구와 함께 나갈까?

제리? 제리는 더 튄다.

그렇다고 소환수를 안보일 수도 없으니 그 타협안이 뭘까 생각했다.

그때 샤샤와 카나 옆에 순박한 인상의 르녹이 보였다.

덩치도 크고 커다란 대검도 쓰는 순박한 인상의 기사.

일반인들이 보기에 나를 지키는 기사의 모습으로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르녹?”

“네, 영주님.”

“TV에 나가 볼래요?”

“……?”

* * *

중국 산둥반도의 칭다오시는 맥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100년 이상의 맥주 공장 역사를 지닌 곳이라 거리를 지나다 보면 맥주와 관련된 시설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칭다오시의 어느 거리에 맥주 오크통을 든 커다란 크기의 캐릭터 조형물이 서 있었다.

철컥, 철컥.

그 조형물 밑으로 두 사람이 걸어왔다.

둘은 금속 신발을 신어서 걸을 때 철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갑옷을 입고, 등에는 커다란 대검을 메고, 머리에 쓰는 투구를 한쪽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갑옷에는 덕지덕지 무언가의 피와 점액질로 보이는 것들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으로 보아 방금 전투를 마친 헌터로 보였다.

둘의 손에는 자판기 커피가 들려 있었다.

그중에 주황색 투구를 끼고 있는 헌터가 커피를 들이켰다.

호르르륵.

“아, 던전 들어갔다 나오면 요걸 한 잔씩 마셔 줘야 된다니까.”

“그렇지. 블랙커피, 이런 건 안 돼. 카페인, 설탕을 팍팍 넣어줘야지. 크크.”

“이제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야.”

자판기 커피를 원샷한 후 주황색 투구를 낀 헌터가 물었다.

“그런데 저거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나도 모르지.”

“문동 씨가 들어간 팀은 분위기는 어때?”

“분위기는 항상 긴장 상태지. 언제 터질 줄 모르는 S급 던전이 폭발하지 않도록 김만 빼는 작업인데, 긴장을 안 하겠어? 그쪽 팀은?”

“여기도 그래.”

“그래도 여기 일당이 장난이 아니네. 나라가 커서 그런지, 돈의 단위가 달라.”

“발등에 불… 아니, S급 던전이 떨어졌으니 환장하겠지. 그 돈 벌러 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돈 때문에 무리하지 마. 여기 보스는 방어 무시 스킬이 있어서 레이드를 세 번이나 실패한 것 알지?”

“흐흐, 알았어.”

주황색 투구를 끼고 있던 헌터가 반대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야, 깨지 말고 잘 자고 있어라. 알았지? 오라버니 돈 조금만 더 벌다가 갈 테니 얌전히 있어라.”

주황색 투구의 헌터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높이가 10m가 넘은 구조물이 있었다.

그 구조물 아래쪽으로는 사람들이 오가는 문이 있었고 그 문을 통해 구조물 안쪽을 볼 수 있었다.

구조물 안에는 음산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검붉은 대형 포탈이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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