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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03화 (102/230)

103화. 충실한 하루

나는 한동안 천마 길드에서 집중 훈련을 했다.

그동안은 단순히 스킬명을 외쳐서 스킬을 사용했는데, 내 몸의 감각을 일으켜서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천천히 익혀갔다.

오늘은 새로운 강사님이 오셨다.

“안녕하세요. 고승헌이라고 합니다. 포박술을 배워보신다고요?”

나를 위해 초대된 포박술 전문 강사님이셨다.

“로프 스킬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디 한 번 볼까요?”

“넵, 바인드!”

반대편에 있는 운동기구를 향해 마나의 줄이 날아갔다.

하도 많이 날려서 그런지 이제 내가 원하는 곳에 착착 날아가 감겼다.

“그다음은 줄을 길게 늘여볼게요. 바인ㄷ.”

스킬을 발현하다가 멈추어 마나를 두 손에 뭉친 후, 내가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늘리듯 로프를 늘렸다.

주우욱.

찰떡처럼 늘어나는 쫄깃한 감각이 느껴졌다.

강사님은 로프를 손으로 만져보고, 죽죽 당겨보셨다.

“이거 꽤 튼튼해 보이네요. 어느 정도 무게까지 매달 수 있는지 측정해 보셨나요?”

“아니요.”

“그러면 그것부터 측정해 보죠.”

고 강사님은 육중한 바벨 추가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이걸 들라고 만든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무거워 보이는 추들이 있었다.

“보자. 이건 0.2, 이건 1이네요. 한번 매달아서 들어 보시겠어요?”

“지금 말씀하신 숫자의 단위가 킬로그램인가요?”

“설마요. 톤 단위입니다.”

물리 계열 헌터들이 운동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무게가 무지막지했다.

“여기 도르래에 매달아서 당겨보면 될 것 같네요.”

조금 높은 곳에 고정 도르래가 있었고, 나는 줄을 걸어서 한쪽에 1톤짜리 물체를 묶고 도르래의 반대편 줄을 잡았다.

마치 우물물을 길어 올리듯 줄을 아래로 당겨서 물체를 들어 올리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줄을 아래로 당겨서 물체를 들려고 하니 그저 내 몸이 위로 올라갈 뿐이었다.

“강사님? 그런데 1톤인 물체를 당기면 물체가 들릴까요? 바닥에 있는 물체야 힘만 세다면 어떻게든 들리겠지만, 이런 구조라면 아무리 제가 힘이 세도 제 몸이 위로 뜰 것 같은데요?”

고 강사님은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헌터님, 혹시 계열이?”

“주계열은 소환술사입니다. 서브로 힐도 쓰고요. 바인드는 보조라서 이제 배워보려고요.”

“아, 그러시구나. 질문하신 걸 보니 물리 계열이 아니신 것 같아서요. 당연한 질문이십니다. 이럴 때는 몸의 무게를 늘려야죠. 일단 천근추 계열처럼 몸무게 자체를 늘리는 방법이 있고요, 마나를 이용해서 지면에 흡착하는 방식, 그리고 마나를 지면 자체에 뿌리내려서 땅을 붙잡는 방법도 있어요.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익숙해지면야 천근추 계열이 좋긴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가 조금 시간이 걸리죠. 지면에 마나를 뿌려두고 흡착하는 방식이 배우기는 쉬운데, 아무래도 이동하다 보면 다시 뿌려야 하고 바닥에 뿌려둔 마나를 상대가 방해하기도 쉬운 방식이긴 해요. 일단 제가 한번 당겨볼게요.”

주우욱!

“자를 가지고 줄의 지름을 재어 주시겠어요?”

고 강사님과 나는 바인드의 줄에 물체를 매달면서 무게를 하나하나 재보고 내 줄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점검했다.

“이게 줄을 감는 횟수, 각도에 따라 걸리는 힘이 다르거든요. 이것도 공부해두셔야 해요. 얼핏 줄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었는데 줄이 끊어져 버리면 낭패잖아요.”

나는 고등학교 때 배운 물리 문제집 비슷한 것을 받아들고 숙제해 오기로 했다.

“자, 이론은 숙제해 오시고, 다음은 실전 연습을 하겠습니다. 일단 근접전에서 포박술의 기본은 끈을 이용해서 막고, 감고, 넘어트리는 것입니다.”

나는 날아오는 공격을 끈을 이용해 막아내는 기본 막기 연습, 공격해오는 부위를 막거나 피한 후 끈으로 감는 연습, 그리고 감은 줄을 이용해 상대를 넘기는 연습을 했다.

“다음은 원거리 포박술입니다.”

원거리 포박술은 원래 스킬과 비슷했지만 다양한 응용이 가능했다.

먼저 고리를 만들고 던지는 방법, 짧은 줄을 여러 번 던지는 방법, 마치 박스 포장하듯 줄을 들고 돌면서 상대를 포장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다리로 달려오는 종류의 몬스터의 다리를 노리는 법,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종류의 날개를 노리는 법, 지표면의 물체에 줄을 묶어둔 후 반대쪽 줄을 이용하는 법 등을 배웠다.

“민준 헌터님은 마나가 꽤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강 트레이너님도 그러더니 고 강사님도 나의 마나량을 칭찬하셨다.

내가 먹는 건 잘 챙겨 먹은 듯했다.

그렇게 숙제도 해가며 충실한 하루를 쌓아갔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건 내가 훈련을 했다고 올라간 레벨이 아니었다.

소환수와 용병들이 샤론에서 사냥하며 경험치를 얻고 그중 일부가 나에게 들어와서 오른 레벨이었다.

충실한 하루는 나 혼자 쌓고 있지 않았다.

* * *

다음날.

나는 사무실 앞마당 넓은 공간에 샤샤, 제리, 카나, 알타르, 르녹, 꾸얀을 소환했다.

다들 선물함이 있어서 무기는 들지는 않았지만, 갑옷을 차려입은 모습이 전투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여러분, 오늘 등급 측정 또는 재측정하러 갈 거예요. 차에 탑승하시죠.”

다들 사이좋게 승합차에 올라탔다.

창고에는 오가는 물건이 많아 길드 이름으로 승합차 두 대, 트럭 한 대를 구매했다.

나는 2종 보통 면허를 갖고 있어서 9인승짜리는 몰 수 있었다.

9인승 승합차에 모두 탑승했다.

“오늘 운전은 제가 합니다. 벨트 매세요. 출발합니다.”

내가 벨트를 매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구성원이었다.

이 승합차가 덤프트럭에 깔리고, 차량이 폭발해서 불이 활활 타올라도 이 인원 구성이라면 하품을 하면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탑승한 인원들은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물론 약간의 문화적 적응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이긴 했다.

룸미러로 힐끔 보니 르녹은 자신의 갑옷 벨트를 고쳐매고서는 벨트를 잘 매었다는 듯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내가 말한 벨트는 그 벨트가 아니지만,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 꾸얀이 샤샤가 벨트를 매는 것을 보고는 르녹을 쿡쿡 찌르며 안전벨트를 가리켰다.

역시 꾸얀이 눈치가 좋다.

명품 품세를 하기 위해서는 보는 눈도 좋아야 할 터였다.

꾸얀은 르녹을 향해 마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안전벨트를 손으로 죽 늘여 당긴 후, 샤샤와 비슷하게 대각선으로 몸을 감싸곤 버클고리를 계속 손으로 붙들고 있었다.

고리를 찰칵 끼워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고참인 샤샤가 나섰다.

“자, 여러분 벨트 매는 법 알려 드릴게요.”

조금 더 가다가 신호에 걸려 룸미러를 보니 샤샤, 제리, 카나와 알타르는 의자에 앉아 평온한 표정이었고, 르녹과 꾸얀은 지구가 신기한지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알타르도 지구로의 소환 경험은 르녹이나 꾸얀과 별 차이 없지만, 관록은 무시할 수 없는지 두리번거리지 않고 느긋한 표정이었다.

한참 창밖을 두리번거리던 르녹이 물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근육 빵빵맨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묻고 있으니 참 순박해 보였다.

이번에도 고참인 샤샤가 설명했다.

“헌터 협회라는 곳으로 가고 있을 거예요. 민준 님, 맞죠?”

“어, 맞아.”

“그러면 거기서 무엇을 하는 겁니까?”

그러고 보니 헌터 협회에 가본 건 샤샤뿐이었다.

나와 샤샤만 재측정을 하는 거였고, 나머지는 처음 측정하는 것이었다.

경험자인 샤샤가 설명해 주었다.

“지금 가는 곳은 저희의 능력을 시험하러 가는 것이에요.”

“능력을요?”

“네, 그래요. 저 같은 경우는 궁술, 민첩 등의 능력을 시험받고 르녹이라면 검술 실력을 평가받는 시간이에요. 영주님께서는 소환술사이시죠?”

이 차 안에서 그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높은 등급을 받으면 민준 님은 높은 등급의 소환수를 소환하는 술사가 되시는 것이고, 우리가 등급이 낮으면 그 반대가 되는 겁니다. 르녹, 제 말 이해 되시죠?”

“아, 네. 어느 정도는요.”

르녹의 대답이 못미더웠는지 샤샤가 친절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르녹이 F등급을 받았다면 그 등급이 르녹에게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누군가 이렇게 묻겠죠. 민준, 너 소환수 몇 등급이야? 그러면 민준 님이 대답해요. 어, 나 F야. 그러면 다들 측은한 눈빛으로 민준 님을 위로합니다. 괜찮아, 힘내, 앞으로 좋은 소환수 뽑으면 돼.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뒤돌아서서 다른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말할 거예요. 얘들아, 민준이 소환수 F래. 완전 허접이야. 또는 그런 말을 여러 친구가 있는 공간에 메시지로 보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심한 경우라면…….”

“심한 경우라면요?”

“그렇게 민준 님을 험담하는 메시지를 실수인 척 민준 님에게 보낼 수도 있겠죠. 그리고는 이렇게 말해요. 미안해, 잘못 보냈어. 그런데 F급인 건 사실이잖아. 어때요, 르녹. 이해되셨나요?”

“제가 지금 당장 그놈의 목을 따오겠습니다.”

쿠우우우.

르녹이 마나를 일으키자 달리던 승합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카나는 쟤 왜 저래하는 눈빛이었고, 제리는 평온한 듯 창밖을 보며 엉덩이만 살짝 들어 르녹의 마나를 피하고 있었다.

연륜의 알타르가 르녹을 다독였다.

“어허, 르녹 좁은 차 안에서 마나 일으키면 어떡해요.”

“아, 넵.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흥분했네요. 제가 기필코 높은 등급을 받겠습니다.”

얌전히 있던 제리가 물었다.

“등급은 어떻게 되는 거냥? 높은 걸 받으면 뭐 타이틀이라도 주는 거냥?”

그러고 보니 제리가 살던 마을에서도 등급이 있었다.

제리는 단단한 암벽에 흠집을 내는 시험을 통과해 대전사의 호칭을 받았다.

내가 설명을 해주었다.

“F등급이 제일 낮은 등급이고 그 위로 E, D, C, B, A, S 등급이 있어. 각 등급에서 높은 편이면 +를 붙이고 낮은 편이면 –를 붙이지, 즉 B+ 등급이 나오면 B급 중에서 높은 편인 것이고, B― 가 나오면 B급 중에서 낮은 편이지. 그리고 등급 자체가 타이틀이라고 생각하면 돼. 제리네 동네는 대전사라는 타이틀 하나가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S, A 등이 각각의 타이틀이라고 보면 돼. 지난번에 내 동생 구하러 같이 갔던 강 트레이너님 기억나? 그분이 A급이셨어.”

“호오~”

“지금도 많은 설명 없이 A급이라는 말 한마디뿐이었어. 이 한마디면 많은 것이 설명되지.”

카나는 디아론 영지에 있을 때도 다른 기사들과 대련하곤 했는데 관심을 보이는 게 한판 싸워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헌터 협회에 도착했다.

그동안은 샤론만 바라보고 있어서 소환수의 등급 여부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앞으로 천마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소환수들의 등급 여부도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나도 너무 오랫동안 등급을 측정하지 않아 등급 업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레벨도 많이 오르고 레벨이 오른 것 이상으로 스텟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시 도착한 헌터 협회는 여전히 깔끔한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모두를 데리고 등급 심사장으로 가서 번호표를 여러 장 뽑았다.

“번호표를 각자 한 장씩 들고 있어요. 해당 번호를 부르면 시험을 보시면 돼요.”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르녹이 자신이 받은 종이를 꾸얀에게 보여주며 작게 물었다.

“이거 몇 번이야?”

“어, 이백칠 번.”

“고마워.”

소환수나 용병이 되면 말은 자동으로 트이지만, 글은 스스로 공부를 해야 했다.

잠시 후 우리 차례가 되었다.

“순서대로 입장해요.”

내가 한 명씩 도와주었다.

첫 번째 시험은 알타르 님부터였다.

알타르 님은 마법사시고, 5서클인데 마나량은 6서클에 버금갔다.

일반적인 5서클은 B급이 나오는데 마나가 많아 같은 마법도 빠르고 많이 사용할 수 있어서 잘하면 A, 못해도 B+은 기대해볼 수 있었다.

알타르 님의 마법 종류, 연사 속도, 마나량을 체크하던 직원이 말했다.

“사용 가능 마법 종류가 서른 가지가 넘으시네요.”

“흘흘, 내 이것저것 연구한 게 많긴 합니다.”

“마나량도 많으시고요, 그럼 최대 데미지만 측정하고 마치겠습니다. 저기 보이시는 노란 원판에 공격력이 가장 강한 마법을 사용해주세요.”

20m쯤 되는 거리에 지름 1m 정도 되어 보이는 노란색 원판이 있었다.

알타르 님이 저곳에 어떤 마법을 일으킬지 나도 기대가 되었다.

“대기의 이슬과 먼지가 만나 서로의 영역을 노리니 검은 먹구름과 대지의 신은 서로를 탐하리라. 썬더스톰!”

노란 원판 위에 검은 구름이 생기더니 검은 구름에서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쩌저정!

콰콰콰쾅!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력한 번개가 한참을 내리쳤다.

살짝 알타르 님을 바라보니 아랫배에 힘을 빡 주고 이빨을 꽉 깨문 채 마나를 짜내고 계셨다.

나도 트레이닝을 받다 보니 저 자세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마법을 끝마치고 난 알타르 님의 얼굴이 조금 핼쑥해 보였다.

“고생하셨어요.”

알타르 님이 씩 웃으셨다.

다음 차례가 누군가 보고 있었는데 못 보던 번호에서 문자가 왔다.

지이이잉.

[안녕하세요. KMS의 조금만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포이즌 리자드맨의 독에 중독된 저를 치료해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화제의 인물이시기도 해서 인터뷰를 부탁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한번 뵐 수 있을까요?]

인터뷰? 화제?

이건 또 뭔 소리지?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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