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00화 (99/230)

100화. 전원 소집

오랜만에 한 가족이 모였다.

거실 탁자에 엄마, 아빠, 나와 민아가 모여 앉았다.

“엄마, 오빠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오빠 아니었으면 나 여기 못 왔어.”

“음…….”

“휴…….”

부모님께서는 여동생이 던전 브레이크에 휘말린 사건을 듣고는 매우 놀라셨다.

지금도 TV에서는 던전 브레이크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민아가 가방을 꺼냈다.

연노란색 명품 가방은 이리저리 굴러서 지저분해져 있었다.

“오빠가 준 가방에 실드가 내장되어 있었어. 그 괴물이 날 공격해서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이 가방에서 실드가 펼쳐져서 막아주더라고. 아마 이 가방이 아니었다면 나 죽었을 거야. 그리고 그 실드가 다 깨져갈 무렵, 오빠의 소환수가 도착해서 살았어. 아슬아슬했지.”

말을 하다 보니 감정이 북받쳤는지 민아가 울먹였다.

잠시 기다린 후,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할 겸 말을 했다.

“민아야, 너 내가 준 벨트 했어?”

“벨트?”

“그래, 벨트 어떤 거 했어?”

그동안 벨트도 여러 가지를 보내줬다.

남성용, 여성용 적당히 묶어 보냈는데 민아가 티를 살짝 걷어 벨트를 보여주었다.

“이건데?”

“신발은?”

“어, 그것도 오빠가 준 건데? 왜?”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엄마, 얘가 명품을 좋아해서 아직 죽을 때가 아닌가 봐요.”

“오빠, 그게 뭔 소리야?”

“그때 소환수가 늦었어도 너 안 죽었다고. 내가 보내주는 물건들에 웬만하면 실드 하나씩은 걸려 있는 거 몰랐어?”

“뭐?”

“참고로 벨트에 있는 건 방수도 돼. 그 벨트 차면 물에 빠져도 안 죽어. 참고로 수영장에 그 벨트 차고 가면 둥근 풍선 모양의 실드 안에서 동동 뜬다. 아마 남들은 놀이기구인 줄 알 거야.”

“하아… 그럼 나 괜히 죽는 줄 알았던 거야?”

말이 그렇게 되나?

“아니, 괜히 죽는 줄 알았던 건 아니고, 실드 여분이 있는 줄 몰랐던 거지. 야, 그리고 그거 설명서에 다 적혀 있거든?”

“오빠가 준 물건들은 설명서 없거든?”

물건만 달랑 보내서 그랬는지 물건의 기능도 모르고 지냈던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막 보내드린 것 같아서 정리를 좀 해드릴게요. 사실 이 가방은 판매용이라서 아주 강력한 보호구는 아니에요. 1회성으로 교통사고 정도를 막는 용도인 거죠. 그리고 이번 사건 때, 민아를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이번에는 제가 구조용으로 조합해서 민아도 그렇고 엄마 아빠 것도 맞춰드릴게요. 실드도 이거보다 더 센 걸로 넣고, 몬스터가 발견하지 못하게 인지 장애도 넣고, 실드가 발동하면 위치추적도 되는 걸로요. 그저 실드 몇 개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민아가 던전 브레이크에 휘말릴 줄은 몰랐죠.”

외국에서야 던전 브레이크가 자주 터지는 나라도 있고, 아예 몬스터에게 영토 일부를 내준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라는 땅덩이가 워낙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 관리가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곳은 외국의 헌터들이 던전을 돌 듯 사냥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영토도 좁고 인구밀도도 높아 관리가 잘 되는 편이었다.

브레이크가 잘 터지지 않는 건 물론이며, 경험치 파밍이 잘 되는 던전은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쩌다 터진 던전 브레이크에 민아가 휘말리다니 운이 없었다.

“엄마 아빠가 제가 헌터 일을 해서 걱정하시는 건 잘 알아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헌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방금 민아 말처럼 민아를 구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도 걱정하실 테니, 제가 일하는 곳을 직접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눈으로 보시면 조금 마음이 놓이실 거예요.”

3일 후, 주말을 이용해 부모님과 민아가 내 사무실로 올라왔다.

민아는 학교가 그렇게 됐으니 당분간 휴교였다.

“와, 집 좋네. 여기가 오빠 집이야?”

“응.”

전원주택처럼 지은 깔끔한 집은 사무실에서 숙식하기 싫어서 지은 집이었다.

마치 새집처럼 내가 보기엔 지금도 깔끔했다.

집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엄마가 의아한 듯 물었다.

“민준아, 그런데 너 여기 살긴 사는 거니? 새집이긴 한데 빈 집 같아.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는데?”

“엄마, 그렇네. 오빠? 여기 침대에도 먼지가 쌓여 있어. 오빠 여기서 자는 거 맞아?”

하아… 이걸 뭐라고 설명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등기부등본 보여드려요? 내 집은 맞아요. 근데 잠은 사무실에서 자는 경우가 많긴 해요.”

엄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일이 많니? 왜 사무실에서 자. 잠은 집에서 자야지.”

“네, 알았어요. 그럼 사무실과 창고를 보여드릴게요. 제가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에요.”

사무실을 둘러보신 부모님은 곳곳의 내 생활 흔적을 보시곤 한숨을 쉬셨다.

“얜 여기서 사나 보네.”

“오빤, 바로 옆에 집 놔두고 왜 여기서 살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사무실 다음으로 창고를 둘러본 가족들은 입을 쩍 하니 벌리며 놀라워했다.

창고에는 각종 몬스터 사체, 많은 양의 캠핑용품, 각종 인챈트된 가죽, 명품 가방 등 완제품, 포장된 음식류 등 많은 것들이 있었다.

“뭐가 많죠?”

엄마는 몬스터 사체, 아빠는 캠핑용품, 민아는 명품 가방 코너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어머, 민준아. 너 고양이도 키우니?”

창고 한쪽에는 고양이 물품이 있었고 캣타워 꼭대기에서는 제리가 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리야, 내 가족들이야.”

“야옹.”

제리가 휙 하고 내려오더니 가족들의 발에 머리를 대고 애교를 부렸다.

우와, 나한테도 안 하는 건데 가족들에게 해주네.

민아도 제리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빠, 보라색 고양이라니. 신기하고 예쁘네. 맞다. 오빠 소환수가 나 구해줬다고 했잖아. 그때 그 엄청 잘 싸우던 소환수도 보라색이었는데. 얘도 보라색이네. 에구구, 이뻐라. 옳지, 오오옳지.”

민아야, 네가 쓰다듬는 애가 그때 그 칼부림하던 소환수야.

얘기를 해줄까 하다가 제리가 부비부비를 하는 걸 보고 그냥 말았다.

“제가 구경하려면 최소 1박2일은 걸릴 거라고 했잖아요.”

“그랬지.”

“창고까지만 구경하는 거라면 그렇게 말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오빠, 어디 또 볼 데가 있어?”

“그럼. 구경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알파야?”

―네, 민준 님.

“가족들에게 용병 계약을 해줘.”

―네.

“어맛!”

“이 소리는 뭐니?”

알파가 가족들에게 용병 계약을 제안한 모양이었다.

“들리신 대로 저와 용병 계약을 하겠다고 말씀하시면 돼요. 그러면 뭐랄까 저의 일회성 소환수가 되는 거죠. 그러면 저의 영지를 방문하실 수 있답니다. 엄마, 저 귀족이에요, 크크크.”

“헐, 오빠가 웬 귀족?”

“아니, 정말 글자 그대로 귀족이에요. 저쪽 세상은 신분제이거든요. 왕도 있고 귀족도 있어요. 제가 나름 준남작이라고 영지를 가진 귀족이에요. 영지가 크지는 않지만, 알차죠. 영지민의 수는 아이들까지 합하면 400명 정도 되는데, 제가 부모님과 동생이 간다고 말해 두었으니까 아마 친절하게 안내할 거예요.”

“오빠, 진짜야?”

“응, 금방 보게 될 텐데 뻥이겠어? 그리고 내가 너한테나 뻥치지, 엄마 아빠에게 뻥 치겠니? 자, 다들 선물함이라고 말씀해보세요.”

“선물함?”

가족들은 선물함을 열어 보곤 또 깜짝 놀랐다.

“와, 대박. 오빠, 이거 말로만 듣던 아공간이야?”

처음 선물함을 사용해보는 사람들이 보이는 익숙한 반응이었다.

“네네, 아공간 기능을 할 수 있어요. 안에 여행 짐 가져오신 것들 넣으시면 편하실 거예요. 알파야.”

―네.

“샤론 영지 전체가 화면에 나오게 띄워봐.”

―네.

화아악.

사무실 한쪽 벽에 샤론 영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와~ 오빠 대박이다. 이거 뭐야?”

“어머나.”

“어이쿠, 이게 뭐니?”

헌터들은 마법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 정도 화면을 보여주는 것 가지고는 이렇게까지 리액션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가족들은 일반인이라서 그런지 반응이 컸다.

“제 영지예요.”

“우와.”

“보시다시피 아주 발달된 곳은 아니고 좀 시골스러운 산골 마을이에요. 한 바퀴 둘러보실까요?”

나는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화면 컨트롤을 하며 마을을 간단하게 돌아보았다.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방벽이 설치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이쪽 세상은 몬스터가 있는 세상이라서 조금 신경을 써서 튼튼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마법 함정도 곳곳에 설치해서 어지간하면 뚫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쪽은 마을 주민들의 거주지역이고, 또 이쪽은 교육 공간, 이쪽은 생산 공장을 마련했어요.”

가족들은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이 신기한지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주무실 공간은 여기 보이시는 건물이에요. 여기는 영주관인데, 이건 지구에서 건축업자들이 넘어가서 현대식으로 지은 거예요. 2층에 게스트룸이 몇 개 있으니까 주무시는 데 불편하진 않을 것 같아요.”

“와, 오빠 진짜 영주구나?”

“그럼 진짜 영주지, 가짜 영주냐? 엄마 아빠가 제가 헌터를 한다고 걱정하시는 건 잘 알아요. 하지만 헌터라고 무조건 위험하고, 괴물하고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보내고 있어요. 직접 눈으로 봐주세요.”

“그래.”

“알았어.”

엄마와 아빠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보내드릴게요.”

화아악.

* * *

3일 전.

샤론 영지의 영주관 1층 홀에는 사람들이 오가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넓은 테이블에는 카나의 방패가 분해되어 있었고, 카나는 방패의 칼날 하나하나에 입김을 불어가며 수건으로 꼼꼼하게 칼날을 닦고 있었다.

“하아~”

뽀드득뽀드득.

카나는 칼날 하나를 집어 들어 세로로 세워서 한쪽 눈을 감고 바라보았다.

기사에게 있어서 자신의 무기는 곧 손의 연장이었다.

자신의 무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건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한 일이었다.

카나는 세 종류의 헝겊으로 칼날을 세심하게 닦았다.

그때, 샤샤가 영주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카나, 중요한 일이 생겼어.”

카나가 칼날을 든 채 샤샤를 바라보았다.

“뭔데?”

“민준 님의 부모님과 여동생이 영지 시찰을 나오신대.”

“영지 시찰?”

“응, 영지를 둘러보고 하루 주무시고 가실 예정이래.”

“그래? 그럼 관광하시는 거래?”

샤샤는 카나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구경하러 오시는 게 아닌 것 같아.”

카나가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라고?”

“그래, 민준 님께서 그러시는데. 우리가 지난번 소환되어서 민준 님의 동생을 구출한 작전을 보시더니 불안해하신다고 하셨어.”

“작전은 성공했잖아.”

“작전이 성공하기는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아슬아슬했어. 실제로 제리가 조금만 늦게 동생분을 발견했다면 동생분이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음.”

“그리고 예전에 들었는데 민준 님의 어머님께서는 민준 님이 헌터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신다고 하셨어.”

“뭐?”

“어머님께서는 민준 님이 치료소에서 힐만 쓰면서 살아가길 원하신대.”

“그게 무슨 소리야? 소환술사가 치료소에서 힐만 쓰다니? 그럼 우리는? 소환수는? 그럼 우린 필요 없어?”

샤샤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설마 민준 님께서 우리를 안 부르시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만약, 민준 님께서 치료소에서 치료만 하신다면···….”

샤샤가 카나의 방패를 바라보며 말했다.

“적어도 그런 칼날 방패는 필요가 없어질지도 몰라.”

“아…···.”

카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은!”

“일단은?”

“모두 불러야 할 것 같아.”

“그래! 전원 소집!”

3일이 지났다.

화아악!

그분들이 오셨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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