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93화 (92/230)

93화. 덤

[사냥하러 갔다 올게.]

화면으로 샤샤, 제리, 카나, 르녹, 꾸얀, 차동서, 임종구가 보였다.

트란 산맥으로 사냥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다들 잘 다녀와요.]

[네, 잘 다녀올게요.]

[중간중간 보고 있겠지만 무슨 일 있으면 쪽지하고.]

[넵.]

이 정도 파티면 오우거도 잡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 파티에는 나도 참여하는 셈이다.

이제 사냥도 일상이 되어버려서 내가 항상 보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 벅찬 몬스터가 있으면 힐을 넣어주며 도와주었다.

파티에 마법사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5서클 마법사인 알타르는 마을에서 영지민들을 교육하느라 바빠 참여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영지민들이 마법 교육을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사냥 파티에 마법사가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남아도는 것이 마법사일 것 같았다.

[무리하지는 말고 많이 잡아 와요.]

[무리하지 말라는 말과 많이 잡아 오라는 말이 서로 안 어울리는 거 알아?]

[하하, 암튼.]

그렇게 사냥조가 트란 산맥을 올랐다.

“알파야, 루틴.”

―네.

화면이 영지를 비추며 날아갔다.

영지 한 바퀴를 살펴보는 루틴이었다.

싱그러운 햇살 가득한 목가적인 샤론 영지.

하지만 이제는 전체적으로 목가적인 분위기 아래 군데군데 현대 지구의 감성이 들어가 조금은 세련된 분위기가 났다.

우선 산골 마을답지 않게 큰길은 흙 위에 자갈을 덮거나 시멘트로 덮여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큰길에서 집 앞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은 암석을 평평하게 잘라 징검다리처럼 바닥에 박아두어 비가 오면 돌을 밟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리고 글리제와 어울리지 않게 군데군데 지구의 현대식 집이 있었다.

우선 블록 형식으로 툭툭 튀어나온 영주관은 지구인의 시선으로 보아도 눈길이 갔다.

커다란 블록이 조립된 듯한 감각적인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전원주택 두 채가 있었다.

마법사 알타르가 지난 몬스터 웨이브 때 생긴 빈집 중 하나를 적당히 정리해서 지내고 있었는데, 남들이 몰라서 그렇지 5서클 마법사를 버려진 폐가에서 지내게 하는 걸 보면 욕먹을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5서클 마법사인데 버려진 집에서 지내라고 하는 건 좀 그렇긴 했다.

그래서 지어진 전원주택은 한국의 흔한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을 듯한 모습이었다.

적당히 지붕이 뾰족하고, 연노란색 벽면, 그리고 곳곳에 나뭇결이 보이는 집이었다.

전원주택은 두 채를 지어 한 채에서는 알타르, 르녹, 꾸얀이 지내도록 했고 다른 한 채에서는 카나가 지내도록 했다.

샤샤는 가족과 함께 영주관 별채에서 지내고 있었고 카나가 머무르는 전원주택에 제리의 방도 만들어주었지만 제리는 지구에 있는 사무실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화면이 이동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화면은 이제 마을 주민들이 주로 머무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낯선 지구식 건물이 있었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아담하고 귀엽게 생긴 집이 보였다.

이것은 10평 남짓한 조립식 농막이었다.

사실 이 집은 2서클에 오르면 주는 상품이었다.

샤론 영지의 성인 영지민의 수는 약 200명인데, 그들은 모두 마법사 지망생이었다.

지망생이라기보다는 내가 약빨, 마법진빨, 알타르빨로 대부분 1서클로 키워냈다.

원래 마나가 풍부한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이 적당한 지원을 받자 어렵지 않게 마나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농막은 2서클에 오른 영지민에게 선물로 주었다.

실제로는 2서클이지만, 마나량은 3서클에 버금가고 마법진이 있으니 제한적이긴 하지만 일하는 데는 3서클과 다를 바 없다.

10평짜리 조립식 농막 한 채에 3서클 마법사를 스카웃하는 셈이다.

조립식 농막에는 수세식 변기와 세면대, 싱크대, 침대가 놓여 있었다.

10평 조립식 농막을 본 영지민들은 눈에 불을 켜고 마법을 익혔다.

뭐든 보상이 있어야 열심히 할 것 같기도 하고, 내 시선으로는 집들이 너무 구려 보여서 시작한 정책인데 영지에 때아닌 마법 교육 붐이 일었다.

농막은 영지민들이 벌어오는 것에 비하면 큰돈 들이는 것도 아닌데, 이런 보상 체계가 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것 같았다.

화면은 유유히 날아 동네 꼬마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비추었다.

골목길에서 조그만 어린아이들이 아직 발음도 잘 안 되면서 마법 주문을 열창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샤론 영지에 조기 마법 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듯했다.

“뽜이어.”

“빠이어.”

“아니야. 뺘여라고 해야 해.”

마법은 발현될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대마법사라도 된 듯 거창한 폼으로 영창을 하고 있었다.

그중 연두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아이가 마법을 영창했다.

“뽜이여.”

짧은 손가락과 토실토실한 볼살 그리고 키를 보아하니 유치원생 정도 되는 듯해 보였다.

그런데 마나가 아이의 영창에 반응했다.

화르륵!

아이의 손끝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어!”

펑!

아이의 머리카락은 연두색 직모였었다.

하지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얼굴이 그을렸고 찰랑이던 직모는 곱슬머리로 변해 버렸다.

“으앙!”

나는 마침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알파야, 저 아이에게로 다가가 봐.”

마법이 어설프게 발현되다가 터져버리면서 약간의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저 아이가 용병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말을 걸어봐.”

―네, 알겠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한 것 같았다.

아이는 주변을 살피며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곧 용병 계약을 받아들였다.

[용병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내가 물었다.

[아가야, 이름이 뭐니?]

[길리어니예요.]

이렇게 어린아이가 용병 계약을 잘해서 나는 진심으로 칭찬해주었다.

[그래, 길리언?]

[네.]

[그래, 길리언. 참 착하구나. 용병 계약도 할 줄 알고 대단한데?]

[엄마가 하랬어요.]

[엄마가 뭘?]

[옹병.]

이게 무슨 뜻일까?

[엄마가 누가 용병 계약할 거냐고 물으면 하라고 했다는 뜻이니?]

[네.]

[정말?]

이건 나도 몰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구나.

[네, 엄마가여.]

[그럼 내가 누군지도 아니?]

[엉주님?]

[와! 놀라워. 그래 잘 맞추었으니까 상을 줘야겠어.]

나는 요 조그만 아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힐.”

사아악.

빨갛게 부었던 아이의 피부가 점차 제 색깔을 찾았다.

음. 타버려서 곱슬거리던 머리카락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힐 정도로 타버린 머리카락은 되돌아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타버린 머리카락이 되돌아오려면 리커버리 정도는 익혀둬야 할 것 같았다.

아, 나도 고등급 치유마법 배우고 싶다.

[길리언? 어때? 이제 아프지 않지?]

[네, 아까 펑 해서 아팠는데 이제 괜차나여.]

나는 얼른 주위를 살펴 간식거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마침 초코 과자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얼른 선물함에 보내주었다.

[선물함이라고 불러볼래?]

[선무람? 어? 어?]

[뭐가 보이니? 그걸 꺼내 볼 수 있겠어?]

아이는 선물함에서 초코 과자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머거도 돼여?]

[그럼. 너 먹으라고 준 거야.]

[고맙슴미다.]

[그래, 잘 먹어. 나는 이만 갈게, 안녕.]

[안넝.]

아이는 한 손으로 초코 과자를 먹으면서 다른 손을 활짝 펴서 흔들었다.

“크크크.”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알파야, 일단 저 아이 용병 취소하고, 알타르에게로 가 보자. 마을 중앙에서 교육하고 있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마을 중앙에서는 알타르와 마을 주민들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교육이 끝났는지 마을 주민들이 알타르에게 인사를 하며 헤어지고 있었다.

“알타르에게 용병 제안해.”

―네, 알겠습니다.

알타르와는 여러 번 용병 계약을 해서 쉽게 대화할 수 있었다.

[알타르님~]

[스승님, 그냥 알타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얼핏 봐도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이름만 부르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하. 뭐, 아무튼요. 그런데 어린아이들에게도 마법 교육을 하시나요? 올가 정도 되는 아이들이요.]

[아니요. 저는 성인들만 교육했습니다.]

[그래요? 아까 길에서 어떤 아이를 봤는데 마법을 발현하던데요? 완전한 건 아니고 발현되다가 중간에 터지긴 했지만요.]

[오호. 올가 정도 되는 아이가 마법을 발현했다면 꽤 재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성인 영지민들처럼 스승님께서 주신 물약을 마신 것도 아니고, 마법진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제가 마나를 이끌어준 것도 아닙니다. 그 아이가 마법을 보았을 가능성이라고 해봐야 부모가 시연하는 모습을 본 것일 텐데, 그 부모 역시 잘해야 2서클입니다. 최대 2서클 부모의 어깨너머로 본 올가 정도 나이의 아이가 벌써 마법을 쓴다면 확실히 재능이 있네요. 모르긴 해도 아마 크면 3~4서클까지는 도달할 것이고, 이곳 샤론에서라면 그 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겠죠.]

[이름이 길리언이라고 하더라고요.]

[길리언. 알겠습니다. 스승님께서 눈여겨보는 아이. 제가 책임지고 키워보겠습니다.]

아니, 눈여겨본다기보다는 그냥 길에서 만난 아이였는데, 알타르는 나와 관련되면 항상 오버를 하는 것 같았다.

[네, 너무 신경 쓰지는 마시고요. 저도 우연히 길에서 보았을 뿐이에요. 그래도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키워보는 것도 좋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네, 스승님.]

“알파, 마을 작업장으로 가자.”

화면이 다시 날아간 곳으로 가니 지구의 창고와 비슷한 건물이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작업자들이 몬스터 사체를 앞에 두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레이몬드, 해체용 칼에 샤프니스 떨어졌거든? 가서 샤프니스 걸어달라고 해.”

“네.”

레이몬드라 불린 이는 몬스터 해체용 칼을 들고 마법 부여실에 갔다.

마법 부여실에는 2서클 마법사들과 다양한 금속판들이 놓여 있었다.

“레이몬드, 어서 오렴.”

“샤프티스 좀 걸어주세요.”

“이쪽으로 오렴.”

무려 2서클에 오른 마을 아주머니는 레이몬드의 칼을 받아서 샤프니스가 새겨진 금속판 앞으로 갔다.

샤프니스는 3서클 마법이었다.

아주머니는 샤프니스가 새겨진 마법진을 활성화했다.

화아악!

원래도 날카로워 보였던 칼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마법 잘 들어갔네.”

“고마워요.”

레이몬드가 샤프니스가 걸린 칼을 다시 가져왔다.

몬스터 해체실에서 샤프니스가 걸린 칼을 작두 형식으로 만든 거치대에 꽂아서 세 명이서 작두를 누르면 몬스터 가죽에 칼이 들어갔다.

“어, 좋아. 잘했어.”

“옮기고 당겨.”

“딱 좋아.”

해체 작업도 쉽지 않아 보였다.

몬스터를 해체를 했으면, 그 다음은 무두질해야 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무두질하는 곳에도 들어가 보았다.

여기도 작업이 한창이었다.

“푹 담궈.”

해체실에서 가져온 가죽을 약품에 담가서 며칠 뒀다가 손으로 문지르면, 털도 잘 뽑히고 가죽도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약품으로 부드러워진 가죽은 마법 공정실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사람이 많았다.

“클린! 클린! 클린”

“부드러워져라. 스무스! 스무스! 스무스!”

비록 2서클 마법진이지만, 물량으로 승부했다.

여기까지 하면 상등품 가죽 완성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알타르가 고등급 마법을 각인하면 아이템 재료로서 완성이 되고 지구의 창고로 이동했다.

이제 화면은 그 옆의 공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식재료 공장이었다.

나는 여기가 제일 신기했다.

트란 산맥은 몬스터는 많고 산악지대라 농사지을 땅은 적으니 먹을 것은 적었다.

그런데 몬스터의 고기는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정말 먹을 수 없을까?

어떻게 하면 저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했다.

끓이고, 삶고, 말리고, 발효시키고, 섞고, 어떻게든 몬스터 고기의 독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노력으로 몬스터 고기의 일부분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독성을 제거하는 큐어 포이즌 마법을 추가했다.

기존의 노하우에 마법이 더해진 것이었다.

작업자들이 독성이 있는 몬스터 고기를 큐어 포이즌 마법과 기존의 노하우를 이용해 독성을 제거한 고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고기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었다.

첫 번째 과정은 독성이 제거된 몬스터 고기를 잘게 갈아두는 과정이었다.

고기뿐만 아니라 채소도 약간 잘라서 첨가했다.

두 번째로는 간을 맞추고 튀김가루와 전분 가루를 넣었다.

글리제 나름대로 곡물가루들이 있었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라 지구의 튀김가루와 전분 가루를 제공했다.

세 번째로는 도마에 찰진 반죽을 올려 모양을 잡고 기름에 퐁당 빠뜨렸다. 속이 익었을 때 꺼내서 더 높은 온도의 기름에 잠시 두어 색깔을 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무젓가락을 꽂으면 맛있는 핫바 완성.

나는 화면으로 핫바 만드는 과정을 보다가 먹고 싶어져서 냉장고에서 샤론에서 가져온 핫바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렸다.

모락모락 따뜻해져 먹기 딱 좋은 핫바.

“음~”

뭐랄까? 살짝 와사비를 찍어 먹는 맛이다.

어린이들은 잘 못 먹을 것 같지만 어른 입맛에는 오히려 좋다.

띠링!

―체력이 30분간 1이 오릅니다.

체력이 오르는 건 덤이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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