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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88화 (87/230)

88화. 가능성

“이보게, 누라스. 어딜 가는가?”

크기가 아담한 밤나무 마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사람들.

그런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친구들은 뒷모습만 보아도 서로 누구인지 알았다.

심지어 뒷모습조차 안 보아도 그냥 이즈음 지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뻔히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친구의 뒷모습이 보여 친근히 불렀다.

“키익!”

응? 조금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 같았지만 친구인 누라스가 멈췄다.

“이따 저녁에 자네도 계곡에 갈 건가? 토이도 온다고 했는데, 저녁 먹고 낚시하러 가지 않겠나?”

아직도 뒤돌아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친구가 이상했지만, 가까이 갈수록 누라스가 확실했다.

친구의 등 뒤에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이봐.”

누라스가 고개를 돌렸다.

두 볼에 살점이 없이 파여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두 눈은 초점 없이 어디를 보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캬아아아!”

누라스가 이를 드러냈다.

이런 일들은 밤나무 마을 곳곳에서 벌어졌다.

옥사나도 좀비를 피해 어린 아들을 안고 뛰었다.

남편은 산에 가서 오려면 멀었고, 자신은 아이를 돌보며 동시에 밭일을 하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가 보니 누군가 다른 이를 잡아먹고 있었다.

기겁하며 아이를 안고 집으로 뛰었다.

아이를 안고 집으로 뛰어간 건 본능이었다.

뭔가가 뒤따라오는 것 같았지만, 무서워서 뒤돌아볼 수도 없었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재빨리 문의 걸쇠를 걸었다.

덜컥, 탁.

휴. 조금 긴장했는지 손이 덜덜 떨렸다.

엄마가 긴장한 모습을 보았는지 이제 겨우 스스로 걸어 다니는 아이도 가만히 굳은 채 울지 않았다.

이 정도면 울 법도 한데 본능적으로 지금은 울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쾅!

무언가 문에 부딪혔다.

쾅!

묵직한 울림. 작은 물건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큰 물체가 충돌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온몸을 던져 문에 부딪히는 것 같은 충격.

산골 마을의 여느 집처럼 옥사나의 집도 나무로 만들었다.

그리고 집을 지은 지 꽤 되어서 문은 온몸을 다한 충격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옥사나는 집 안에 있던 탁자를 문에 붙이고 자신이 몸으로 탁자를 받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는 손가락을 붙여 쉿 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제발 아이가 울지 않기를.

쾅!

몸을 울리는 충격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도 모르게 욱하는 소리가 솟아났지만, 입술을 악다물고 버텼다.

끼이익!

그때, 다른 쪽 벽의 머리 높이 정도에 달린 창문이 빼꼼히 열렸다.

그리고 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상한 얼굴의 괴물.

순간, 어디서 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괴물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

쾅!

무언가… 아니, 누군가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어서 창문을 닫을 수 없었다.

“캬아아아!”

창문 밖의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탁, 탁.

그것이 창문으로 올라오려고 했다.

탁!

그러다 창틀에 손을 넣었다가 한쪽 팔꿈치까지 창틀에 걸었다.

바둥바둥!

“캬아아아!”

다른 쪽 팔꿈치도 창틀에 걸렸다.

이제 곧 저 창문을 통해 괴물이 들어올 것 같았다.

그렇다고 탁자를 받치고 있는 손을 놓으면 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오, 신이시여!

옥사나는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기도를 하며 신을 찾았다.

“캬아아아!”

바둥바둥!

옥사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제발.’

휙.

털썩.

창을 넘어 무언가 집안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울컥 눈물이 흘렀다.

자신은 문을 막고 있어서 아이는 방치된 상황.

괴물이 창으로 넘어왔으면 아이가 위험했다.

옥사나는 문을 막던 손을 떼고, 무작정 아이에게 달려가 아이를 껴안았다.

겁에 질린 아이의 떨림이 느껴졌다.

이제 곧 괴물이 다가오겠지.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옥사나는 꽉 끌어안은 채 죽음을 각오했다.

“괜찮당. 나와도 된당.”

어디선가 들린 괜찮다는 목소리.

누구?

옥사나는 아이를 계속 끌어안은 채 주변을 돌아보았다.

“헉!”

창문에서 집 안쪽으로 괴물의 머리와 한쪽 팔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쿵쿵거리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다리가 후들거려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옥사나는 아이를 안은 채 문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여보았다.

조용했다.

차마 문을 열지는 못하겠고, 창문 쪽에는 괴물의 머리가 있었다.

어떡하지?

그래도 창문 쪽이 나을 것 같았다.

으으으으.

징그러운 머리통을 담요로 덮었다.

창문 밖을 살짝 살펴보았다.

빼꼼.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숨죽여 가만히 기다렸다.

철컹철컹.

무슨 소리가 나서 바라보았다.

살았다!

갑옷을 입고 검을 찬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지게꾼 토이는 샤론 마을에 들렀다가 금세 일이 끝났다.

샤론과 밤나무 마을이 많이 멀지도 않고 그저 약간의 짐을 가져다주고 다시 가져오기만 하면 되니 일이 수월했다.

아무래도 샤샤의 인사 이후로 아무래도 촌장이 신경을 써주는 것 같았다.

“루루.”

일이 한나절도 채 안 걸리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잉?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분위기가 이상하다.

갑옷을 입고 검을 찬 기사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기사 한 명이 토이를 보고 달려왔다.

“나는 디아론성의 기사다. 좀비가 창궐해서 그러니 몸을 확인하겠다.”

그러더니 옷을 위로 들어올려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이상이 없었는지 기사는 토이를 보내주었다.

좀비라고?

토이는 헐레벌떡 집으로 뛰었다.

좀비라니?

그럼 엄마는?

지게꾼 체력답게 마을 입구에서부터 집에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엄마!”

집에 엄마가 없었다.

좀비가 나타났다는데 엄마가 없다.

엄마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멀리 못 가신다.

“엄마!”

사방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이웃집에 가셨을까 봐 근처의 집들도 찾아보았다.

“어?”

이웃집 마당에 낯익은 신발이 떨어져 있었다.

엄마의 신발이었다.

집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나 토인데 누구 집에 있어?”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토이는 문을 열어 집안을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달그락.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어디지?

달그락.

창고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조심조심.

토이는 좀비가 나타났다는 말에 긴장하며 창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마찰음을 내며 창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 엄마가 뒤돌아서 쭈그려 앉아있었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엄마, 놀랬잖아. 어여 갑시다. 마을에 좀비가 나타났대. 아무도 없는데 여기서 뭐 해?”

스으윽.

고개를 돌린 엄마는 좀비의 얼굴이었다.

* * *

밤나무 마을에 가장 먼저 도착한 제리와 팬니르는 마을을 돌며 눈에 보이는 좀비를 제거했다.

그리고 선발대 기사들이 도착하자 팬니르가 지휘했다.

“모든 집을 수색하며 좀비를 찾아라.”

“네!”

지게꾼 토이는 지게를 지고 산을 올랐다.

기사들이 집마다 돌아다니며 좀비를 수색했지만, 산에서부터 자연스레 이어지는 마을의 모든 산길을 다 막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벅저벅.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것이 직업인 만큼, 지게에 어지간히 무거운 것을 지어도 산을 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한 시간쯤 산길을 오르니 높은 봉우리 꼭대기에 도착했다.

토이는 지게를 한쪽에 기대어 내려놓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토이의 지게에는 끈으로 칭칭 감긴 자루가 하나 얹혀 있었다.

꿈틀꿈틀.

“캬아아아!”

자루는 꿈틀거리고 있었고, 괴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자루에는 나름대로 숨구멍까지 뚫려 있었다.

토이가 자루를 보며 말을 걸었다.

“엄마, 기억나?”

“캬아아아!”

“나 어렸을 때, 아빠 살아계셨을 때, 여기 많이 올랐던 것 기억나? 봐, 여기서 보면 밤나무 마을이 한눈에 보여. 저기가 우리 집이고, 저쪽으로 가면 백작 성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 그리고 지금은 죽었지만, 엄마의 며느리도 그렇고 손자도 이곳을 많이 좋아했잖아. 기억나지?”

“캬아아아!”

“아이고, 근데 어쩌다가 좀비가 됐어? 응? 지금 저 밑에서는 기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그런데 왜 다들 그래? 나 혼자 어쩌라고.”

토이는 돌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았다.

뭉게구름이 물먹은 것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 * *

제리뿐만 아니라 샤샤와 카타리나가 마을에 도착했고, 곧이어 후발대를 데리고 안톤이 도착했다.

팬니르는 안톤과 후발대가 도착하자 기사들에게 마을의 모든 인원을 한곳으로 모을 것을 주문했다.

“마을의 모든 인원을 이곳 광장으로 모아라!”

기사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모았다.

불려온 사람들은 얼굴, 팔, 다리, 목 등을 보이며 자신들이 좀비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고, 누가 살아 있는지 누가 좀비로 변했는지 인원 파악을 했다.

인원 파악이 끝난 후 안톤이 팬니르에게 보고를 했다.

“대장님, 좀비로 변해 사살당한 인원은 50명, 실종자는 10명입니다.”

“실종자?”

“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일을 나간 인원들도 있어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위이이이잉.

드론 제리가 하늘에서 좀비를 찾아 날아다녔다.

기사들도 점점 수색 범위를 넓혔다.

시간이 흘렀다.

“흑흑흑.”

수십 명이 죽었다.

마을 사람들은 누가 죽었는지 누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친구가, 가족이 나를 해치려 했다는 공포.

그리고 죽음.

다시 파악한 인원은 사망 51명, 실종 5명.

마을 광장은 때아닌, 재난 대피소가 되었다.

기사들의 보호 겸 감시 아래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닥에 매트를 좀 까세요.”

땅바닥에 모여 앉아있던 사람들이 안쓰러웠는지, 샤샤가 창고의 매트를 가져가 깔아 주었다.

며칠간 인원 파악을 하며 좀비가 더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야 할 듯했다.

띠링!

[민준 님, 좀비로 인한 사망 51명에 실종자가 5명이라고 합니다.]

나는 화면으로 밤나무 마을을 살피고 쪽지로 샤샤의 보고를 들었다.

좀비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좀비를 죽여서 없애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수십 명의 마을 주민이 좀비가 되어 처형된 마을에는 깊은 슬픔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보니 의문이 들었다.

“주민들이 좀비로 변하면 다 죽여야 하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는 혹시나 다른 방법은 없는지 질문 글을 올려보았다.

[이 세계에서 좀비가 발견되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좀비가 되었어. 좀비는 다 죽여야 함? 죽이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 원래 좀비는 안 죽이는 거임.

└ 왜? 좀비를 키우나? 죽여서 레벨 올리지 안 죽이고 뭐 함?

└ 노노, 좀비 파우더 먹여서 일 시키는 거임.

이게 뭔 소리지? 원래 안 죽이는 거라니? 좀비 파우더?

조금 더 알아본 나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

좀비 파우더는 멀쩡한 인간을 좀비로 만드는 약물이었다.

이지를 잃고 좀비처럼 일하게 만드는 약물.

좀비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좀비 파우더로 알려진 약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좀비.

보통 흑마법에 의해 퍼지는데, 흑마법사들이 죽음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함도 있다고 했다.

구울 이상의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암흑의 기운을 써야 했지만, 좀비만 퍼진다면 시전자가 죽음의 기운을 더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마치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가 마나의 밀도가 높은 명당을 찾듯 흑마법사는 죽음의 기운이 높은 곳을 찾고, 없으면 언데드 사태를 일으켜 스스로 명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구나.

다시 질문글을 올렸다.

[그런데 흑마법에 의해 한 번 좀비가 되면 다 죽여야 하나? 회복시키는 방법은 없음?]

샤샤, 제리, 카나가 좀비에게 질만큼 약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는 것 아닌가?

만약, 내 소환수들이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되면 나는 소환수를 포기해야 하는가?

정말 방법이 그것밖에 없을까?

└ 좀비는 감염되기 때문에 처음엔 싹 죽여야 함. 싹 다 죽이고 레벨업 해.

└ 목 따기, 신성 마법으로 죽이기, 불, 분쇄.

└ 쯧쯧, 그저 죽이는 것만 좋아하네. 살릴 수도 있는데 왜 다 죽임?

―링크

나는 빠르게 링크를 클릭해보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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