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86화 (85/230)

86화. 잘하자

그냥 고개를 돌려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돌렸을 뿐이다.

그리고 이곳은 대형 전망대 옆 손님으로 가득 찬 커다란 식당.

이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우연히 만난 전 여친.

서린이는 머리카락을 자른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어깨선에서 손가락 두 마디쯤 올라간 정도의 길이.

서린이는 항상 저 정도 길이로 머리카락을 자른 후, 다시 어깨 아래로 기르고 또 자르기를 무한 반복하곤 했다.

그리고 저 때는 좀 예민한 때이곤 했다.

늘 머리카락을 자르고 와서는 마음에 안 든다고 징징댔다.

그런데 신기한 건 실컷 머리카락을 기르고 나면, 다시 지난번에 잘랐던 길이로 자른다는 것이다.

그게 세 번이 반복되고서야 나는 이게 원래 하나의 과정임을 이해했다.

서린이는 밝은색 블라우스에 얇고 반쯤 비치는 흰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그래, 쟤는 저런 스타일의 가디건을 즐겨 입곤 했지.

여전한 모습이었다.

내가 서린이를 확인한 지 2초쯤 지나자 서린이도 나를 본 것 같았다.

서로가 눈을 마주친 시간은 0.5초?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뭐 굳이 피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전 여친, 전 남친이 우연히 만나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서린이와는 단지 연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 동기이기도 했다.

얽혀있는 인간관계가 많은 사이.

그리고 헤어짐도 지저분하지 않고 비교적 깔끔했던 편.

지금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뭐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다.

정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때 말했던 그 남자인가?

나의 또 다른 친구의 말로는 헌터라고 했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우연히 만나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던 샤샤가 서린을 한번 바라보며 물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어, 예전에.”

“누군데요?”

“응, 있어. 와! 회가 아주 실하네.”

회는 정말 맛있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눈앞의 회에 집중할 때였다.

나도 맛있게 먹었고, 샤샤와 카타리나도 잘 먹었다.

제리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지이이잉.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왔다.

그런데 나에게만 온 문자가 아닌 것 같았다.

식당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온 문자.

비상 재난 문자였다.

[긴급던전 생성]

이 주변에 던전이 생성된다는 뜻이었다.

바로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이거 던전 생긴다는데 그만 먹고 나가야 하는 거 아냐?”

“잘 읽어봐. 던전이 터진다는 게 아니고 생긴다는 거잖아. 그런데 왜 나가? 주변을 봐, 누가 나가는 사람이 있나? 헌터들이 알아서 하겠지. 먹던 거나 마저 먹어.”

문자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왔고,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문자에 반응하지 않고 식사를 이어갔다.

나는 문자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긴급 재난 문자]

―발신: 헌터협회, 13:30 던전이 생성됨을 안내합니다.

―지도 첨부

지도를 보니 가까운 곳이었다.

지이이잉.

또 문자가 왔다.

[긴급 던전 생성으로 인해 인근에 계신 헌터분들에게 협조 요청합니다.]

―던전은 C급으로 추정되며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 생성되어 빠른 소멸이 필요합니다. 협조하시는 헌터들에게는 평시의 2배의 수당을 드립니다.

지이이잉.

문자 폭탄이다.

[발신: 헌터협회]

―인근에 계신 길드장님들께 문자 드립니다. 긴급 던전에 참여하는 길드에게는 길드 평가 가산점을 드립니다.

나는 전 여친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의식이 되는 상황에서 시선 조절하기 힘들고 더 수다를 떨기도 좀 그렇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내가 소환수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다 먹었니?”

“네.”

“이 근처에서 긴급 던전이 생긴다는데 밥 먹었으면 소화 좀 시키러 가볼까?”

가보자.

어?

서린의 옆에 있던 남자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왠지 던전을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긴급 던전.

지하철역 인근의 지하상가에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 한가운데에 아른거리는 포탈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런 건 빨리빨리 해결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게 여기 있으면 장사를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네? 안 그래요?”

“네, 네, 저거 방금 생겼잖아요. 클리어할만한 헌터들이 모이려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곳 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민원을 넣는 것 같았고, 공무원인지 헌터협회 직원인지 모를 사람이 쩔쩔매며 대응하고 있었다.

십 분쯤 기다리니 주변 상인들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고, 무기를 든 헌터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스무 명 정도 모였을까?

아까 상인에게 쩔쩔매던 직원이 헌터들을 줄 세우기 시작했다.

서린이와 함께 있던 남자도 이곳에 왔다.

아마도 나에게서 서린이를 채간 그 헌터라는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헌터 자격증 보여주세요.”

바리케이트가 완성이 되고 모인 헌터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나는 헌터 자격증과 함께 길드장임을 증명하는 카드를 보였다.

“샤론 길드의 길드장이시군요.”

길드장이라는 말에 몇몇 헌터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 남자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직원이 헌터들에게 이야기했다.

“여기는 보시다시피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상가예요. 빠른 소멸이 목표입니다. 먼저 몬스터 및 보스까지 모두 클리어하시고 던전석 자체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긴급 토벌이니까 몬스터 사체는 따로 챙기지 마시고요, 옷에 캠코더 붙이고 헌팅하시면 캠코더 보고 저희가 카운팅 하겠습니다. 일당은 평상시의 두 배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

직원은 조끼처럼 입는 옷을 건넸다.

그 조끼에는 몇 군데에 캠코더가 달려있었다.

던전에 들어가서 구석에 숨어 쉬다가 나오는지, 열심히 토벌하고 나오는지, 다른 헌터들 뒤통수는 치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함이다.

예전에는 고등급 몬스터의 토벌 시에 이건 내가 잡은 것이다. 아니다, 너 말고 내가 잡은 것이라며 분쟁이 일어난 적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특별한 증거가 없으면, 누가 저 몬스터의 소유권이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고등급 몬스터는 사체 하나만 해도 억 단위의 가격을 부르니 사체 소유권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증거 없이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그래서 이렇게 생판 모르는 헌터들과 함께 팀을 이루게 되면 촬영은 필수다.

“던전 에너지는 C급으로 측정이 되고요, 저희 협회에서 나온 대기조 C급 인원 다섯 분이 조장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노란 모자분들이 조장이세요.”

노란 헬멧을 쓴 사람들이 다섯 명이 있었다.

C급 던전에 C급 헌터 다섯이면 무난했다.

시간만 넉넉히 주면 이들만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겠지.

나와 소환수들은 1조에 배정되었다.

1조 조장이라는 노란 헬멧을 쓴 헌터가 손에 든 종이를 넘기며 말했다.

“자, 우선 호칭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1조 조장 또는 조장이라고 부르시면 되고요. 거기 검 드신 분은 검사님, 창 드신 분은 창술사님이라고 부를게요. 그리고…….”

조장이 나를 보았다.

“소환술사? 힐러? 서포터? 종이에는 여러 가지가 적혀 있네요. 뭐라고 부를까요?”

소환수들은 쭉 소환되어 같이 싸울 것이기 때문에 저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아마 힐을 원할 때일 것이다.

“힐러라고 불러주세요.”

“네, 힐러님.”

조장은 샤샤와 카타리나를 보며 물었다.

“그리고… 이분들은 서류가 없네요?”

“아, 제 소환수에요. 여기 고양이까지.”

“아! 소환수. 그런데 여기 던전 C급인데 소환수 전력이 어느 정도 되나요? 서류가 없어서.”

아무래도 소환수들 레벨측정까지 해서 등록을 한 번 해야 할 것 같았다.

전력이 어느 정도나 되냐고?

내가 카타리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지이이잉.

카타리나가 오른손 손꿈치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검에 어리는 마나.

짙게 마나가 어리는 모습이 마나 소드와 오러소드의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손에서 뾰족한 것이 튀어나오고 마나를 두를 수 있는 소환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제리도 질세라 마나 클로를 뽑아냈다.

지이이잉.

그리고 조장은 마나 소드를 알아본 모양.

“와! 충분합니다.”

그럼. 차고 넘치겠지.

그렇게 1조는 조장, 검사, 창, 그리고 나와 소환수들이 포함되었다.

직원이 외쳤다.

“자, 그럼 이제 들어가십니다. 모두 수고해주세요.”

내가 소환수들을 둘러보았다.

“얘들아, 들어가자.”

“네.”

“한 번 떠볼까?”

“냥.”

포탈을 지났다.

꿀렁.

아!

물컹하면서도 어지러운 이 느낌.

마치 푸딩 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듯한 감각.

오랜만이다.

각성하고, 헌터가 되고 나서 직접 몸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화면으로 글리제를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래서 든 생각.

너무 오랜만인가?

혹시 나는 이곳 던전에 비해 약한 건 아닐까?

한참 던전을 돌던 때는 헌터 자격증을 따던 무렵이었다.

그리고 동서 형님 등과 돌던 던전은 F급이었다.

그 후에는 던전을 제대로 돈 적이 거의 없었다.

F에서 C급으로.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탈을 통해 나오니 메마른 황야가 펼쳐졌다.

군데군데 작은 덤불이 있지만 대부분 갈색에서 붉은색 가까운 토양.

바닥의 땅은 흙보다는 단단한 암석에 가까웠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인공적인 무언가가 보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샤샤가 나에게 뭔가를 건넸다.

“민준 님, 여기요.”

어?

한쪽에 마정석이 박혀 있는 몽둥이 형태의 완드.

예전에 내가 쓰려고 샀던 완드였다.

아!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 스치듯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완드를 거의 방치하고 있어서인지 혹시 모르니 자신이 챙겨도 되냐고.

그 이후로 여태 선물함에 넣어두고 있던 건가?

자기 물건뿐만 아니라 내 물건까지 챙기고 있다니.

“샤 비서, 아주 훌륭해.”

샤샤가 배시시 웃었다.

오랜만에 완드를 잡고 몸을 풀었다.

이건 마법을 사용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몽둥이질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완드다.

노란 헬멧 조장이 모두를 향해 설명했다.

“1조 진형은 제가 선두를 맡고 왼쪽은 검사님, 오른쪽은 창술사님이 서십니다. 그리고 힐러님은 후방에 서시고, 힐러님의 소환수들은 힐러님을 지키도록 합니다. 1조는 좌측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출발!”

우선 던전 내의 몬스터를 소탕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마다 영역을 나눈듯했다.

조장이 말했다.

“우선 필드에 보이는 몬스터들만 잡습니다. 보스는 필드의 몬스터들을 모두 잡고 5조까지 모두 모여서 잡기로 했습니다.”

얼마간 걸으니 저 앞에 대형 몬스터가 보였다.

단단한 외골격을 지닌 곤충형 몬스터였다.

등딱지는 딱정벌레처럼 생겼지만, 뒷다리가 길어서 두 발로 서 있었다.

C급 던전에서 외골격을 가진 몬스터라.

예전 같으면 그냥 돌아서 집에 갔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외골격은 일정 수준 이하의 데미지는 아예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첫 시작은 샤샤의 화살이었다.

피잉!

샤샤의 화살이 하늘을 갈랐다.

퍼억!

어깨 부근에 활이 꽂혔다.

자세히 보니 관절 사이의 틈에 화살이 박혔다.

내 소환수라서 하는 말이 아닌데 우연이 아니다.

보고 쏜 거다.

이 먼 거리에서 맞추는 것만 해도 대단할 텐데 관절 틈을 노리는 놀라운 정확도.

“케에에엑!”

딱정벌레가 소리를 질렀다.

두 발로 달려서 이쪽을 향해 돌진하는 벌레.

그 발을 향해 내가 마법을 날렸다.

“바인드.”

휘리릭.

“쿠에에에엑!”

쿵!

다리에 줄이 걸려 앞으로 고꾸라진 벌레.

조장이 정면으로 벌레의 앞을 가로막고 왼쪽의 검사와 오른쪽의 창술사가 공격했다.

우리도 쉴 수는 없지?

휙, 스칵!

휙, 팟!

제리의 클로와 카타리나의 검이 사이좋게 벌레의 팔을 떼어냈다.

어디 나도 한방 쳐볼까?

완드를 뒤집어 몽둥이처럼 잡았다.

“으랏차!”

퍼억!

빠각!

벌레의 껍질이 바삭 부서지고 안의 점액질이 튀었다.

생각보다 C급이어도 껍질을 부술만한데?

원래 이렇게 약한 거였나?

검사와 창술사가 벌레의 껍질을 두드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

그런데 생각보다 잘 부수지 못하는 모습.

심지어 조장이 껍질을 부수는 모습을 봐도 그리 신통치 않아 보였다.

아!

그랬구나.

나는 완드를 쥐고 있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나 강해졌구나!

그동안 던전에 자주 들어오지 않았지만, 현재 내 레벨은 44레벨.

레벨도 나쁘지 않았지만, 꾸준히 마나초와 마나목의 열매를 먹어 기본 스텟이 동레벨보다 더 높았다.

이제야 내 실력이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두 시간 후.

어느덧 우리의 진형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일단 전위를 카타리나가 맡았다.

여리여리한 모습이라 힐러를 지키는 위치로 시작했지만, 몇 마리 잡아보니 조장보다 힘이 셌다.

카타리나는 커다란 덩치와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는 C급 몬스터의 돌진을 무리 없이 탱킹했다.

그리고 제리, 조장, 검사, 창술사가 근딜을 담당했다.

샤샤가 원딜로서 내 옆에서 활을 날리고 나는 바인드와 힐 담당.

C급 조장이라고 했지만, 딜을 넣는 양을 보면 제리만 못해 보였다.

조장이 말했다.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휴식 시간이 주어지자 샤샤가 선물함을 열었다.

선물함에서 돗자리 꺼내 자리를 폈다.

“민준 님, 여기 앉으세요.”

그리고 샤샤는 선물함에서 피토니를 꺼내더니 맨 윗부분을 잘라 가운데 담긴 액체를 컵에 조르륵 따랐다.

그리고 껍질을 까서 과육 부분을 송송 썰어서 접시에 예쁘게 담았다.

그리고 이쑤시개에 하나를 꽂아서 나에게 건넸다.

샤 비서, 아주 훌륭해.

나는 당연하듯 피토니 조각을 받아먹고 어느새 고양이로 변한 제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문득 다른 헌터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른 헌터들은 나를 아주 요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휴식 시간이라며?

다시 몇 시간이 흘러 어느덧 보스를 잡을 시간이 되었다.

모든 조의 헌터들이 다 모였다.

보스의 등장.

두 팔이 달린 대형 뱀의 모습이었다.

꼬리 끝에는 방울뱀마냥 소리가 나는 뭔가를 흔들고 있었다.

그래봤자 C등급 보스.

C등급 헌터가 최소 다섯이며, 나의 소환수들은 C급 조장보다 더 윗줄 같았다.

스물이 넘는 인원은 무난하게 레이드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보스의 페이즈가 바뀌었다.

“캬아아아악!”

뱀의 몸을 덮고 있던 비늘 하나하나가 발딱 일어섰다.

그리고 비명 소리와 함께 뿌려지는 비늘 공격.

비늘 뿌리기.

뱀의 몸에 촘촘히 박혀 있던 비늘은 수천 장의 표창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리 조는 전방을 카타리나가 충실하게 막아줘서 후방으로 단 한 장의 표창도 날아오지 않았지만, 다른 조에서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보스는 그게 최후의 발악이었는지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아간 제리의 검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

“힐러님!”

여기저기서 나를 찾았다.

나는 돌아다니며 부상을 입은 이들에게 힐을 넣어주었다.

“힐.”

그렇게 부상자들에게 힐을 넣어주는데, 서린이의 남친이 복부에 피를 흘리며 앉아있었다.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아.

부상자들에게 모두 힐을 넣어주는데 너만 빼기도 치사하지.

이런 단체 레이드에서 사적인 마음을 담기도 그렇고.

나는 왠지 복잡한 마음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힐.”

나는 힐을 쏴주고 나서 앉아있던 헌터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그 헌터의 어깨를 두드렸다.

팡, 팡!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아저씨?”

“네?”

“앞으로… 잘하세요, 잘. 알았죠?”

“아… 네.”

내가 일어서서 뒤 돌아가자, 좌 샤샤, 우 카타리나, 어깨 위의 고양이가 포지션을 잡았다.

“얘들아, 가자.”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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