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일등
은은하게 마나석이 동굴 속을 밝히는 가운데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크크크크. 그래, 반갑군. 자넨 누군가?”
나는 사무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내 말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구냐는데요?”
“답을 해줘야죠.”
“소환술사?”
“킴?”
“이세계의 마법사?”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직원인 나홍민이 뭔가 프린트된 종이를 나에게 쥐여준다.
인질 협상의 십계명?
후.
심호흡하고 대화를 건넸다.
[나는 킴이라고 한다네.]
“킴? 그게 너의 이름인가?”
[그래, 킴. 그게 나의 이름이지. 너의 이름은 뭐지?]
조심스레 그의 이름을 물었다.
“나? 나의 이름이라.”
한 번 찔러보았다.
[라우인가?]
“크크크크,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더 찔러보았다.
[아니면 타지프?]
“오호?”
[조금 전에는 왜 나의 기사들을 공격한 것이지? 너와 별 상관도 없을 텐데?]
“음, 너의 기사들이었나? 유감이군. 하지만 나도 필요한 게 있어서 말이야.”
[이 동굴에서 지내는 건가?]
“그래, 잠시 머물고 있었지.”
한상일이 준 종이에 쓰여있는 문구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고 ‘나’ 중심으로 대화하라.
[좋은 장소군. 마나가 유독 모이는 곳으로 보여. 나도 지내보고 싶은 곳이군.]
“클클클, 그래. 한창 수련할 나이라면 이런 곳에 머무는 것도 좋을 것이야.”
[나는 아직 한창때라서.]
“그런데 무슨 마법이지? 공간을 넘어서 나를 보는 것 같은데, 재미있는 마법이야.”
△상대가 호기심을 갖는 주제는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대답하라.
[이거? 마법은 아냐. 나는 글리제인이 아니거든. 지구라는 곳에서 살아.]
“지구?”
오케이, 흥미를 보였다.
지구 설명만 해도 한 시간은 때울 듯했다.
[그래, 지구. 너희가 사는 행성 글리제 바깥의 먼 우주, 아득히 먼 별을 돌고 있는 행성 중 하나인 지구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
한상일은 그새 노트북을 펴서 ‘초등학생에게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상일 씨 고마워요.
보너스 기대해도 좋아요.
[자네, 창백한 갈색 점이라고 알고 있나?]
“처음 듣는 소리군.”
[글리제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렇게 보인다네. 밤하늘 너머의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은 상상 이상으로 넓은 공간이지. 그 우주 공간에 서면 그 까마득함에 현기증이 날 정도라네. 그러다 저 멀리 글리제가 보이는 거야. 그것도 희미하고 작은 갈색 점으로 보이지. 자네 초끈 이론과 화이트홀은 알고 있나?]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를 소리를 해댔다.
아니,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라며?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소리를 한창 떠들고 있는데 샤샤에게 쪽지가 왔다.
띠링!
[스피오크 님이 도착하셨어요.]
오케이.
“알파! 스피오크 님에게 용병 계약을 해줘.”
[받아들이셨습니다.]
“스피오크 님 소환.”
화아악!
사무실로 스피오크가 왔다.
“안녕하세요. 시간 없으니까 바로 보내드립니다. 알파야. 용병 상태인 스피오크, 알타르, 차민혁 씨를 제리에게로 보내줘.”
화아악!
특공대가 제리에게로 보내졌다.
특공대를 보낸 후, 다시 그를 보았다.
그가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바깥에 손님이 온 모양이군, 자네가 보냈나?”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도 좋았는데 자넬 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말야.]
“클클클, 공간을 넘어 보는 자답군. 흥미로운 대화였어.”
[언제 우리 지구에 놀러 오지 그래? 내가 자네를 이쪽으로 불러올 수 있는데.]
응, 넘어오면 넌 끝이야.
우리 동네에 너보다 센 형아들 많거든.
저벅저벅.
그가 동굴 밖으로 나갔다.
저쪽에서 우리의 특공대가 다가왔다.
제리까지 포함해서 네 명.
든든해 보였다.
표범무늬 털이 목 부위를 감싸고 있는 붉은 로브를 입은 스피오크.
길고 살짝 휘어진 스태프를 든 모습이 눈에 확 띄었다.
스피오크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라우 공작?”
그가 웃었다.
“크크크, 그 여자아이를 데리러 온 건가?”
특공대의 목적은 그것이 맞지만, 혹시 몰라 침묵을 지켰다.
“훗, 가져가라. 다크필드, 이스케이프.”
화면이 바로 검게 물들었다.
매번 검게 물들이고 달아나다니, 문어냐?
* * *
“으으음.”
카타리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희미하게 눈을 떴다.
왜 이렇게 어지럽지?
희미하게 눈을 떠 보니 익숙한 천장이었다.
아, 디아론성의 내 방이구나.
카타리나가 눈을 떴다.
분명히 소환수 모집을 위한 대회에 참가 중이었는데.
뭐지?
아, 맞다. 어떤 남자가 나타났었어.
그런데 어쩌다 방에 있을까?
카타리나는 손으로 침대 매트를 짚어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라?”
휘청.
푹.
카타리나는 균형을 잃고 침대에 풀썩 넘어졌다.
침대에 얼굴을 박았다.
아웅, 왜 이러지?
어지러워서 그런가?
똑똑!
문이 열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들어왔다.
침대에 엎드려 있는 카타리나의 모습을 보자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
왜 그러시지?
좀 어지러워서 그런 것뿐인데.
카타리나는 다시 몸을 일으키려다 깨달았다.
자신의 오른쪽 어깨 아래, 오른팔이 있던 부분이 허전했다.
생각보다 담담했다.
오른팔이 없다는 것.
기사라면 언제든 신체의 일부가 잘릴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다들 작전 나가기 전에 유서 한 번쯤은 써봤잖아?
목숨을 걸고 훈련하거나 싸웠던 경험이 너무 많아서일까?
카타리나는 오히려 부모님을 위로했다.
“나 정말 괜찮다니까? 기사라면 누구나 안고 가야 하는 숙명 아니야? 아빠도 기사니까 잘 알겠지. 엄마, 울지 마. 목숨 걸고 싸우다 보면 누구나 신체가 잘릴 수 있고, 이번 차례엔 그게 나였을 뿐이야. 그래도 왼팔은 남아있잖아. 나 왼팔로도 잘 싸워. 사실 방패는 거의 왼손으로 다루고 오른손으로는 메이스를 썼잖아. 팔 하나 없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어머니는 말없이 카타리나를 쓰다듬으셨다.
“외팔이 마스터 온슨 이야기 몰라? 두 팔이 다 있을 때보다 외팔이 되니까, 마나를 보내야 할 방향이 절반이 되는 거잖아. 그래서 오히려 더 쉽게 마스터에 올랐다고 해. 유명한 이야기야.”
카타리나의 위로를 듣는 어머니는 카타리나의 위로가 더 슬펐는지 눈물을 흘리시며 카타리나를 쓰다듬으셨다.
카타리나는 밝은 얼굴로 밥을 먹고, 산책하고 기사들과 농담 따먹기를 했다.
다음날은 기사단의 상급 기사 안톤에게 대련 신청까지 했다.
“안톤, 오랜만이에요~”
“카타리나 님, 반갑습니다.”
안톤은 기사 대부분이 검을 쓰는 와중에 메이스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기사였다.
카타리나도 메이스를 썼는데, 카타리나의 메이스는 안톤만큼 길지는 않고 짧은 메이스였다.
그래도 같은 메이스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수도로 가기 전에는 자주 대련하곤 했었다.
“안톤, 오랜만에 한판 어때요?”
“카타리나 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카타리나는 왼손만으로 방패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타리나의 칼날 회전 방패가 덩실거렸다.
안톤은 방패의 춤에 맞춰 함께 메이스 질로 장단을 맞춰 주었다.
안톤은 카타리나와 대련을 마치고 자신의 메이스를 들어 보이며 카타리나에게 말했다.
“방패와 메이스를 모두 쓰시다가 이제는 하나를 선택해야 하시는군요. 그런데 왜 방패를 쓰십니까? 자, 메이스의 세계로 오시지요.”
“크크크, 싫은데요?”
“카타리나 님도 메이스로 뚝배기 깨는 손맛을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딴 방패는 버리시고 메이스 어떠십니까? 콜?”
“오늘 수고했어요.”
늦은 저녁.
카타리나는 잠을 잘 준비를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를 하려는데, 치약 뚜껑을 떨어뜨렸다.
한 손으로 칫솔을 들고 치약을 덜어내려 하다 보니 그만 뚜껑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아…….”
방패 춤을 추며 상급 기사와 대련도 했지만, 막상 치약 뚜껑 하나 제대로 열지 못했다.
거울 속의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음날.
카타리나의 방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왔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들.
세 사람이었는데 모두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였다.
저렇게 까만 머리카락은 많지 않았는데, 셋이 가족인 것 같았다.
그들은 이상한 장비도 가지고 왔다.
아빠가 내 건강을 체크하러 오신 분들이라며, 좋은 거라 하셔서 그런가 보다 했다.
아마도 내 팔 때문에 괜히 오버하시는 것 같았다.
왼손가락에 이상한 집게를 집고, 발에도 커다란 집게를 채운 채 뭔가를 한참을 기록했다.
그러더니 어떤 판 위에 올라가라고 했다.
“숨 들이마시세요. 더더더, 숨 참으세요. 됐습니다.”
뭐가 됐다는 걸까?
“자, 아 하세요.”
“아.”
“더 크게 아~”
“아~”
입 안에 뭔가를 넣어 휘적거렸다.
아! 그리고 피.
얇은 바늘로 팔을 찔러 피를 뽑았다.
확 마나를 끌어올릴까 하다가 지켜보고 있는 아빠 때문에 참았다.
역시나 내 양쪽 팔을 집중적으로 보았는데,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찰칵찰칵하며 뭔가를 했다.
마지막이라며 왼팔에 덕지덕지 뭔가를 발랐다.
그리고 얼마간 기다리자 내 팔 모양의 틀이 만들어졌다.
뭐라더라 뽄이라던데? 뽄이 뭐지?
* * *
일주일 후.
나는 디아론 백작과 백작 부인, 그리고 카타리나를 용병 등록하여 지구로 소환했다.
반듯한 헤어스타일, 칼 같은 제복을 입은 디아론 백작은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자네가 소환술사인가?”
“네, 제가 소환술사입니다. 이곳에서는 김민준, 글리제에서는 킴 준남작이라고 말해야 하겠죠.”
뭐지? 조금 기분 나쁘신 듯했다.
하긴 딸의 팔이 저렇게 되었으니 기분이 나쁘실 만했다.
내가 개최한 대회에서 그렇게 되었으니 그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뭐랄까 그런 것 치고는 나를 뜯어보는 듯 관찰하셨다.
음…….
그리고 백작 부인.
멋진 은발 올림머리를 하고 계셨다.
카타리나는 엄마를 닮았구나.
백작 부인께서 SNS를 하시면 금세 핵인싸가 되실 것 같았다.
단아한 모습의 백작 부인께서는 나에게 몇 번이고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
그러게 얼마나 걱정이 많으실까?
나는 디아론 백작 부부와 카타리나에게 지구와 내 사무실, 창고를 소개해 드렸다.
백작과 백작 부인 그리고 카타리나는 내 사무실과 창고를 둘러보며 처음 소환되는 이들이 그렇듯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창고 앞에 승합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타시죠?”
그리고 도착한 곳.
헌터 전문 외과.
카타리나의 새로운 팔을 붙이러 온 병원이었다.
수술실의 불이 켜졌다.
수술실 밖에서는 디아론 백작과 백작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집도를 하는 교수가 이런 집도 경험이 천 번이 넘는다는 설명을 했다.
뼈는 오르하르콘과 미스릴을 섞었으며, 미적인 부분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 의술이 세계 최고였음을 이야기했다.
코의 높이를 몇 mm 높이기 위해 타국에서도 방문한다는 말에 의심하는 듯했지만, 비포 에프터 사진을 몇 장 보여드리니 크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또한 인조 팔이므로 평범한 팔이 갖지 못하는 특수 기능도 여러 가지 넣었다고 말했다.
마나를 밀어 넣으면 칼이 나오는 것만 해도 헌터용 인조팔에겐 기본이었다.
백작님이 주신 마나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용하여 최상급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작이 머리통만 한 마정석을 주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지난번에 오우거의 마정석을 받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딸의 팔이라는데 왠지 백작가의 기둥뿌리 하나는 뽑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섯 시간에 걸친 대수술.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수술 후, 일주일은 지나야 붕대를 푼다고 해서 백작 부부는 카타리나가 깨어나는 것까지만 보고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나보고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돌아갔다.
나는 샤샤와 제리를 불러서 우리 셋이 매일 카타리나를 지켜보겠노라 약속했다.
받은 마정석이 있는지라 1인실을 잡아주었다.
샤샤와 제리가 함께 놀아주고 있어서 그리 심심하지는 않아 보였다.
카타리나는 TV라는 신문물을 접해서 눈이 빨개지도록 TV를 봤다.
노트북이나 게임은 나중에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드디어 카타리나가 팔의 붕대를 푸는 날.
스르륵.
팔의 붕대가 풀렸다.
어깨와 팔을 잇는 부분에 어떤 흔적도 없었다.
와, 역시 대한민국의 성형 기술은 인정이다.
카타리나도 자신의 팔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옆에 있던 샤샤가 물었다.
“자연스러워? 이질감은 없어?”
카타리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 팔을 굽혔다 피기를 반복했다.
손목도 돌려보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여보았다.
“와, 미쳤다.”
카타리나가 말을 이었다.
“혹시 이거 원래 내 팔이지? 내가 팔이 없었던 적이 있긴 한 거야?”
“눌러보면 어때? 촉감도 나?”
“와, 촉감도 그대로야.”
크크크.
이 정도면 대박이다.
그래, 그 팔이 얼마짜린데 이 정도 반응은 나와야지.
촉각, 압각, 온각, 냉각, 통각을 모두 구현한 최상급이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다음에 또 납치당하면 그 팔 때문이다.
그거 그냥 움직이는 빌딩이거든.
팔은 손톱, 땀샘, 솜털과 희미한 핏줄과 지문까지 구현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걸 알려줄까?”
카타리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마나를 일으켜서 오른팔에 주입해봐. 팔에서 뭔가를 바깥으로 꺼내는 느낌으로.”
카타리나가 마나를 일으켰다.
“이렇게?”
쑤욱.
손꿈치 부분에서 뭔가 쑤욱 솟아 나왔다.
“앗!”
카타리나뿐 아니라 다들 놀랐다.
제리가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오호, 내 손이랑 비슷하당.”
그래, 제리도 클로가 튀어나오지.
“그거 오르하르콘과 미스릴이 섞인 거야. 마나를 더 주입해봐.”
웅웅웅.
검에 마나가 어리면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카타리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오러 소드?”
“팔에 있는 마나를 검으로 옮기는 게 마나 소드잖아. 그게 좀 압축되면 오러 소드고. 넌 그냥 팔에 마나를 담은 건데, 팔이 곧 검이니까 팔에만 마나를 밀어 넣으면 자동으로 검에 마나를 담은 셈이 되지.”
카타리나가 탄성을 질렀다.
“와, 미쳤네.”
“크크크, 검을 팔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라 뭐 그딴 말 다 필요 없당. 그냥 팔이 곧 검이당.”
후후.
“자, 놀라긴 이르시고. 그거 기능 여러 가지야. 검만 되는 건 아니야. 너 지난번에 보니까 메이스를 쓰던데 그거 검 말고 메이스로도 바뀔 수 있어. 그리고 엄지손톱 뒤로 꺾으면 숟가락도 나온대. 검지손톱 꺾으면 가위 나오고, 자세한 건 여기 메뉴얼 있으니까 읽어 봐. 그리고 짜잔~ 퇴원 축하 기념으로 여기 꽃바구니도 있어.”
화사한 꽃바구니.
노랗고, 빨갛고 다양한 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바구니에 쪽지 있어. 읽어봐.”
* * *
며칠 전.
나는 못다 한 샤론 영지의 소환수 공개 모집을 마무리했다.
샤샤가 상장과 트로피 그리고 아이템 수여식을 진행했다.
원래 수여식은 애국가부터 시작하는 거라 식순에 따라 샤론 영지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인원이 많아 사무실로 부르지는 못하고 내가 영상으로 인사를 했다.
빔프로젝터에서 뻗어 나오는 내 얼굴을 보며 많은 이들이 신기해하였다.
나는 다들 샤론 영지의 발전을 위해 힘을 써달라 말했다.
“알타르 님, 르녹 님, 꾸얀 님. 공동 2등입니다.”
샤샤가 나 대신 수여식을 진행했다.
기사급만 아니라 경비병도 뽑고 기타 특수 재능을 가진 이들도 뽑았다.
언어에 재능이 있다는 이는 사무실로 직접 불렀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것이 왠지 얼굴만 봐도 똘똘하게 생겼다.
“이름이 뭔가요?”
“제 이름은 랭귀지니어스입니다.”
“그렇군요. 언어에 자신이 있다죠?”
“네.”
“합격.”
“네?”
나는 준비된 알바생을 불렀다.
“자, 이쪽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5년이 넘는다는 선생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두 분이 대화가 가능하시니 번역도 가능하시겠죠?”
“그럼요. 말이 이렇게 잘 통하는데 번역은 쉽죠.”
내가 작은 책자를 하나 꺼내며 부탁했다.
“그럼 먼저 프란시아 공용어로 이 매뉴얼부터 번역해 주세요.”
책자의 겉면에는 인공팔 S23 사용 매뉴얼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 그리고 이 문장도 번역해 주세요.”
내가 적어준 문장은 이러했다.
[네가 일등이야. 내 소환수가 되어줄래?]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