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반가워
화면 속에서 카타리나가 보이지 않았다.
샤샤에게서 쪽지가 왔다.
[민준 님, 카타리나가 없어요!]
[알아, 나도 찾고 있는데, 없어.]
[그 남자가 데려갔나 봐요.]
[일단 주변을 찾아봐.]
“알파야! 화면을 카타리나에게로!”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왜?”
―소환수라서 위치가 특정되는 것도 아니고 숨어버리면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화면을 둘러봐!”
화면을 확대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화면을 통해 트란 산맥을 수색한 경험이 얼마이던가.
확대, 축소, 확대, 축소, 손을 휙휙 넘겼다.
디아론 백작의 딸이 납치당했다는 말에 손놀림이 급해졌다.
이거 소환수 공개 모집을 하려다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팬니르와 알타르도 정신없이 주변을 찾고 있었다.
트란 산맥에서 저렇게 마구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팬니르와 알타르는 디아론 백작의 딸이 납치된 상황에 마음이 급했다.
위이이이잉!
어느새 드론을 타고 있는 제리가 공중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공중에서, 지상에서 수색을 벌였다.
잠시 후, 샤샤로부터 쪽지가 왔다.
[민준 님, 여기요!]
“알파! 샤샤에게로!”
화면이 빠르게 움직여 샤샤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트롤을 잡은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제리, 알타르, 차민혁도 그 장소에 도착했다.
알타르는 마법의 흔적을 꼼꼼하게 살폈다.
“매스 텔레포트 마법의 흔적입니다.”
차민혁은 이전에 어떤 마법이 시전 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마법 주문을 외웠다.
“마나의 기억으로 지나간 마법을 재구성할 지어라. 리컨스트럭션.”
마나가 은은하게 빛났다.
조금 전에 구현되었던 마법을 다시 재구성하려는 마법.
“마법을 완전히 재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매스 텔레포트가 발현되었다는 건 확실하네요. 그리고 음… 거리가 이 정도면 대략 5km 정도? 그 정도쯤 될 것 같습니다. 방향은… 잘 모르겠네요.”
5km?
천금 같은 단서였다.
이 정도가 어디냐.
이곳을 중심으로 거리가 5km 떨어진 곳을 원형으로 수색을 벌이면 된다는 말이다.
일단 샤론 마을 쪽보다는 반대쪽부터 찾아야 할 듯했다.
“알파야, 들었지?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5km 원을 그리듯 수색하는 거야.”
나는 샤샤와 제리에게 화면으로 수색을 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그 장소를 떠났다.
그리고 5km 거리에 도달하자 반시계 방향으로 훑기 시작했다.
그는 누구일까?
그리고 왜 카타리나를 데려갔을까?
나는 신중하게 화면을 보며 수색 작업을 펼쳤다.
내가 화면을 이용해 수색하는 사이, 팬니르와 알타르 등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토의했다.
팬니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곳에서 5km 떨어진 거리. 당장 수색해야 합니다.”
“반경 5km의 원을 따라간다는 말이냥? 이 전력으로? 그러다 다 죽는당.”
샤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존의 참가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이미 마스터께서 수색하고 계세요. 그리고 오늘 시험을 보러 온 참가자들은 영지로 돌려보내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남자는 7서클이라고 했잖아요. 수색해서 찾았다고 해도 문제예요. 우리 전력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그래도 팬니르가 고집을 부렸다.
“그래도 수색을 펼쳐야 한다.”
혼자라도 수색할 기세.
하지만 지금 모인 인원으로 트란 산맥을 수색하는 것도 어렵고, 그자를 발견해도 문제였다.
알타르가 침착하게 대응했다.
“일단 디아론 백작님께 연락합시다. 백작성에서 병력이 출발하거나 수도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겁니다.”
“네, 그게 좋겠어요. 7서클 마법사가 카타리나를 납치했다고 말해드려요. 마스터께서 수색에 성공한다고 해도 헬른 공작님이나 스피오크 님이라도 오셔야 그 남자를 제압할 수 있을 거예요”
* * *
디아론 백작의 집무실.
백작은 고풍스런 책상에 앉아 수북하게 쌓인 보고서를 읽고 싸인을 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제목 : 샤론 영지의 소환수 모집에 대한 정보]
디아론 백작은 샤론 영지와 소환술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꾸준하게 샤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자신의 딸도 참여했으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벌컥.
문이 확 열리고 기사 한 명이 몸을 던지듯이 들어왔다.
백작의 방에 기사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다니 매우 무례한 행위였다.
백작이 짜증이 나서 뭐라고 말을 하려던 순간.
“카타리나 님께서 실종되셨답니다!”
백작이 벌떡 일어났다.
“뭐?”
“방금 샤론으로부터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팬니르 기사단장의 보고입니다. 샤론 영지에서 소환수 시험을 치르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7서클 마법사가 난입하더니 카타리나 님을 데리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7서클?!”
거기서 7서클이 왜 나올까?
디아론 백작은 당황했다.
카타리나가 납치당했다는 소리에 놀라고, 7서클이라는 말에 황당함이 밀려왔다.
“무전이 있는 곳으로 가자!”
디아론 백작은 무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치치치칙.
―나는 디아론 백작이다. 듣고 있는가?
―네, 백작님. 팬니르입니다.
―무슨 일인가?
―죄송합니다. 카타리나 님이 납치되셨습니다. 상대는 7서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죄송합니다. 젊은 남성으로 보였습니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매스 텔레포트로 이동했는데, 마법을 추적해보니 약 5km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와 제리가 공중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도 곧 지상으로 수색을 벌이겠습니다. 다만, 상대가 7서클이니 수도에 계신 스피오크 님의 지원을 요청해주셨으면 합니다.
휘청.
디아론 백작은 머리가 어질했다.
카타리나가 실종이라고?
그것도 7서클?
7서클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매스 텔레포트를 아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체 왜?
백작은 갑자기 머리가 아팠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수도에 통신을 연결하라.”
* * *
은은한 마나석의 조명이 비추는 깊은 동굴 안.
“클클클클.”
타지프는 왠지 기분이 좋아서 웃었다.
천천히 뭔가를 챙기는 타지프.
타지프의 앞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었다.
아름드리 굵은 나무를 잘라서 만든 원통 두 개를 받쳐두고 나무판을 한 뼘 두께로 넓은 판을 만들어 원통 위에 올려두었다.
“클린.”
원래도 깨끗했지만, 마나가 한 번 휘감으며 더욱 깨끗해진 테이블.
타지프는 그 위에 재료들을 꺼내고 있었다.
“오우거의 힘줄, 트롤의 심장, 희석액은 여기 있고, 마나 정제수도 여기 있고, 양피지도 있고”
타지프가 고개를 돌려 바닥을 보며 웃었다.
히죽.
“마나 로드를 개척한 기사의 핏줄도 여기 있고.”
타지프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카타리나가 쓰러져 있었다.
* * *
샤샤가 시험을 보러 온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시험은 아시다시피 문제가 발생해서 잠시 보류합니다. 시험을 보러 온 참가자들은 일단 샤론 영지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갑작스런 실종 사건으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다른 참가자들은 샤론 마을로 이동했다.
수색은 하늘에서 마스터와 드론 제리, 지상에서는 알타르, 팬니르, 차민혁이 맡기로 했다.
차민혁은 일당을 더 준다고 하니, 감사하게도 수색 작업에 참여해 주기로 했다.
“사람이 실종되었는데 그냥 가면 되겠나요, 저도 한 손 거들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6서클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
동서 형님이 인복이 있는 것 같았다.
샤샤가 차민혁에게 말했다.
“너무 감사하네요.”
몇 번 무전을 하던 알타르가 모두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백작성에서 무전이 왔습니다. 수도에서 스피오크 님이 출발하신다고 합니다.”
스피오크!
7서클 마법사!
그럼 됐다.
이제 찾기만 하면 된다.
병사급을 뽑고 있던 팀도 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동서 형님과 나리를 사무실로 부르기 위해서였다.
동서 형님과 나리 그리고 차민혁 마법사가 용병 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동서 형님과 나리를 불러서 용병 자리를 비워두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작전은 이렇다.
내가 수색을 해서 발견하면 공중으로 제리를 그곳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스피오크가 오면 스피오크를 용병으로 계약해 그곳으로 보낸다.
차민혁, 알타르 쯤을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샤샤 소환.”
화아악.
샤샤가 사무실로 소환되었다.
“자, 화면 잘 보는 거야. 눈 크게 떠.”
나 혼자 찾는 것도 좋지만, 함께 찾아보면 더 좋다.
저쪽은 알타르, 팬니르 등이 수습을 하고 일단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간은 흐르고 침묵 속에서 화면을 계속 살펴보았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샤샤가 소리를 냈다.
“어?”
“왜?”
“여기 낯이 익어요.”
낯이 익다고?
샤샤가 여길 언제 와봤지?
나도 그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
마나의 맥
이곳은 마나의 맥 근처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후, 트란 산맥을 수색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트란 산맥의 마나의 맥에서 흑마법이 사용된 막대를 뽑으며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이곳은 그 마나의 맥 중 한 곳이다.
우연일까?
이 넓은 트란 산맥에서 마나의 맥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수색 예상 범위에서 우연히 마나의 맥이 걸린 것일까?
뭔가 촉이 왔다.
“집중해. 여기 왠지 촉이 와.”
화면을 더욱 자세하게 살폈다.
“저기!”
“뭐?”
“나무요!”
화면을 가져가니 나무 한 그루가 잘려있었다.
반듯하게 잘린 나무.
거대한 아름드리나무가 반듯하게 잘려있었다.
여기까지 나무꾼들이 올라오나?
아니 나무꾼들이 나무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반듯하게 나무를 잘라낼 수 있나?
꼭 한칼에 나무를 벤 것 같았다.
이렇게 자르라고 시켜도 자르지 못할 것 같았다.
제리에게 쪽지를 보냈다.
[제리야, 네가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그래, 그 방향으로 쭉 더 와봐.]
샤샤와 함께 수색을 더 했다.
놀 사체 하나가 스캐빈저에게 뜯어먹히고 있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어?”
“저기 동굴이 있어요”
샤샤도 동굴을 함께 발견했다.
슈우욱!
동굴로 들어가 보았다.
인공적인 조명.
그렇지, 여기다.
동굴 깊숙하게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좌정한 채 눈을 감고 있는 그가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카타리나가 누워있었다.
그가 눈을 뜨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왔나?”
나는 알파를 불렀다.
“알파야! 카타리나를 불러봐.”
띠링!
[카타리나! 카타리나! 카타리나!]
[대답하지 않습니다.]
카타리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해 대답이 없었다.
정신이 있으면 용병으로 삼아서 소환해버리면 그만인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용케 찾아왔구나.”
평온해 보이는 그와 달리 이쪽은 정신없었다.
“알파야, 제리 보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말고 근처까지만. 그리고 샤샤는 다시 샤론으로 가 있어. 스피오크 님이 오시면 바로 나에게 용병 계약해서 제리가 있는 곳으로 넘겨주는 거야. 샤샤, 알타르 씨가 스피오크 님을 모시고 오세요. 차민혁 씨도 이쪽으로 넘어오시라고 하고 팬니르도 괜히 수색하지 말고 이리로 오라고 해, 얼른!”
순식간이었다.
그가 화면상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샤샤는 다시 트란 산맥으로 넘어가고.
이제 사무실에는 나, 동서 형님, 나리, 팬니르, 차민혁 그리고 직원 둘이 있었다.
“조용! 자, 팬니르 님, 차민혁 님. 지금 용병이시니까 화면 보이시죠?”
“보입니다.”
“그렇소.”
모두가 긴장한 분위기.
“화면 안 보이시는 분들 잘 들으세요. 지금 7서클 상대가 디아론 백작의 딸 카타리나를 납치해갔어요. 방금 제가 그자를 찾았구요. 지금 어느 동굴에 있는데, 지금 저 남자도 제가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카타리나도 저기에 누워있고요. 저 남자는 저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저 남자에게 말을 할 수 있어요.”
모두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왔나? 용케 찾아왔구만, 이렇게 말했어요. 뭐라고 답할까요? 아니 답을 하는 게 낫긴 할까요?”
나리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무시하면 화를 내지는 않을까요? 우리도 7서클이 오신다면서요? 적당히 대화하면서 시간을 버는 게 좋지 않을까요?”
“좋아, 오케이. 그러면 뭐라고 말하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카타리나가 위험할 수 있어.”
“누군지 물어볼까요?”
“아니야. 좋은 물음은 아닌 것 같아.”
“저거 생김새가 라우 공작 같지 않나?”
“라우 공작이 마법을 쓴다고요?”
“혹시 라우 공작이냐고 물어볼까?”
뭐라고 말할까?
다짜고짜 너 누구야! 이럴 수는 없었다.
우리는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띠링!
[반가워.]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