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78화 (77/230)

78화. 시험

밝은색과 검은색 네모난 블록을 이리저리 끼운 듯한 건물.

샤론 영지의 영주관이었다.

영주관 내에는 로비가 있었고 로비에는 소파를 여러 개 두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소파에는 오늘 시험 시간을 기다리는 심사위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샤샤가 평가하러 온 손님들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지원자들이 많아요. 오늘 하루 수고해 주세요.”

오늘 시험을 평가할 인원으로는 우선 주최 측인 샤샤와 제리가 있었고, 디아론 영지에서 기사단장인 팬니르를 모셨다.

아무래도 심사를 하려면 보는 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카타리나 이야기를 하자 팬니르는 기사의 명예를 걸고 공평하게 평가한다고 하였다.

또한, 마법사에 대한 평가를 위해 동서 형님이 다른 분을 추천해 주셨다.

동서 형님의 5촌 친척이라는 마법사.

무려 6서클이라고 하였다.

이름은 차민혁이며, 동서 형님보다 몇 살 더 나이가 많았다.

폭발계열 마법이 전공이라고 했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그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허허, 저야 일당 받고 일하러 온 건데요. 오랜만에 동서 얼굴도 보고 좋네요.”

그래도 아는 사람이 부르니 6서클이 오지, 인맥도 없이 6서클을 부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오늘 시험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

심사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기로 했다.

첫째는 기사급 인재 그룹, 소환수가 될 가능성이 큰 집단이었다.

샤샤, 제리, 팬니르, 차민혁 그리고 내가 평가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그룹 혹은 이번에 알타르에게 배워서 갓 1서클이 된 인원들이었다.

이들은 동서 형님, 나리가 주축이 되어 평가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에 샤샤와 함께 전쟁을 치른 인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샤론 영지의 병사가 되기로 했는데 그들이 이번 평가에서 동서 형님과 나리를 돕기로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은 무력이 아닌 다른 장기가 있다고 어필한 주민이었다.

언어, 행정, 요리, 음악 등 소환수와 경비병을 뽑는다고 했는데도 다양한 장기가 있다며 지원을 한 인원들이 은근히 많이 있었다.

이들은 한 번에 모여서 마지막에 평가하기로 했다.

영주관 일대에는 이미 시험을 보러온 사람들로 붐볐다.

수백여 명의 인파.

소환수가 못되어도 수준에 따라 차등으로 병사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모였다.

게다가 아이템을 상품으로 준다고 하니 더 많은 인원이 몰린 것 같았다.

상품을 내 건 공개 모집이 좀 자극적이었나보다.

나는 영주관 앞 공터에 모인 지원자들을 훑어보았다.

덩치 큰 몸으로 검의 폭이 두 뼘은 돼 보이는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는 지원자.

저건 제대로 휘두를 줄만 알아도 합격이다.

살짝 찌그러진 방패를 둥근 라운드 실드를 한 손에 착용하고 적당한 길이의 검을 메고 있는 지원자.

내가 모집할 때 방패를 언급해서 그런지 방패를 들고 있는 지원자의 수가 꽤 되었다.

심지어 두 사람은 가릴 만한 크기의 대형 타워실드를 들고 있는 지원자도 있었다.

어떤 이는 병사로 지원하기에는 조금 나이가 많은 분도 계셨다.

하지만 뭐 능력만 있다면야 나이는 상관없었다.

그런데 이쪽 세상이 미성년자 개념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 어려 보이는 지원자도 있었다.

그렇게 영주관 앞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저마다의 장비를 들고,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류를 받은 지원자는 이백여 명이었는데 얼핏 보이는 수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찰스, 파이팅이야. 넌 할 수 있어!”

아들을 응원하는 아버지도 있었고.

“켄싱, 평소 하던 대로만 해. 검 챙겼니? 방패는? 방패 안쪽에 헝겊 단단히 묶었지?”

“아, 엄마~ 이제 가라니까~”

응원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빨리 집에 보내려는 아들도 있었고.

“여보, 잘하고 와요. 라미야, 아빠 힘내라고 해봐, 응?”

등에 아기를 업고 남편을 응원하러 온 아낙도 있었다.

영지의 성인 남성 주민수보다 훨씬 많은 남성 지원자 수.

디아론 영지, 헬른성, 심지어 삼각성에서부터 온 지원자들도 있었다.

이들을 모두 받으면 혹시 디아론이나 헬른 등과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내 영지민을 왜 데려가?

이렇게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지원자 중에는 디아론 백작의 딸도 있었고, 떡하니 팬니르가 심사위원으로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기사급들은 주인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아예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일반 경비병 수준은 조금 데려간다고 뭐라고 하진 않을 듯했다.

디아론과 헬른에 내가 얼마나 잘 해줬는데.

시험 시간이 다 되자 진행 보조를 맡은 주민들이 응원하러 온 가족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잘하고 와.”

“힘내!”

“할 수 있다!”

시험 시간이 되고, 또 응원받아서일까? 지원자들은 긴장도 하고 의지를 북돋기도 하였다.

진행을 돕는 주민들은 지원자들을 줄 세운 뒤, 한 명 한 명 이름을 찾아 빨강, 파랑, 노랑으로 그룹을 나누고 임시로 번호를 붙여 주었다.

응원하러 온 가족들이 얼추 돌아가고 지원자들이 세 그룹으로 구분되자, 샤샤와 심사위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영주관 앞에는 단상을 하나 만들어 두었다.

샤샤는 단상 위에 올라가 외쳤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웅성거리던 인파들이 샤샤를 주목했다.

“이제 시험을 시작하도록 할게요. 인원을 나누도록 할게요. 여러분들은 지원하신 서류를 바탕으로 빨강, 파랑, 노랑 그룹으로 나누었어요. 각자 자신의 그룹에 맞는 색깔이 있는 깃발 쪽으로 이동해 주세요.”

영주관 공터에는 세 개의 깃발이 있었다.

사람들이 각자 해당하는 위치로 이동했다.

빨강은 기사급, 파랑은 병사, 노랑은 기타 특성이었다.

우선 파랑색 병사 그룹에서는 왕복 달리기, 무거운 돌 들기, 높이뛰기, 검술 혹은 자신의 주 무기에 대한 기술 선보이기를 시험 종목으로 정했다.

기초 체력이 되고 기본기가 잡혀 있는지만 보는 것이었다.

파란색 병사 그룹은 파란 깃발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내가 집중한 곳은 빨간색 그룹이었다.

이 작은 영지의 공개 모집에 나름 기사급으로 열 명이나 모였다.

기사에도 수준이 여러 단계가 있어서 오러 유저 수준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마나 혹은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이들이 무려 열 명이나 지원했다는 게 흐뭇했다.

빨강조에는 아까 보았던 덩치 큰 바스타드 소드를 든 지원자, 꾸얀, 알타르 등이 있었다.

거대한 타워실드를 들고 있는 은발 머리 여성도 있었는데, 왠지 저 여성 지원자가 디아론 백작의 딸 같았다.

샤샤가 계속 진행했다.

“빨강조 여러분~ 여러분들은 우선 기본적인 기초 체력 평가를 할 것이고요, 그다음에는 무기술 혹은 마법 개인 시연을 하실 게요. 그리고 둘씩 짝지어 대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련한다는 소리를 들어서일까?

지원자들은 서로를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우선 기초 체력 평가를 하겠습니다.”

기초 체력 평가 항목은 간단한 왕복달리기, 무거운 돌 들기였다.

“1번 지원자, 나오세요.”

거대한 바스타드를 들고 있던 지원자가 1번이었다.

그는 왕복달리기할 준비를 했다.

작을 깃발 두 개 사이를 스무 번 왕복하면 되었다.

“1번 지원자 시작하세요!”

1번 지원자는 번개처럼 달려 나갔다.

파파팟!

그리고 작은 깃발 앞에서 몸을 유연하게 틀며 반대로 땅을 박찼다.

오~

생각보다 빨랐다.

커다란 덩치와 다르게 재빠른 몸놀림.

저 덩치에 다람쥐처럼 빠른 움직임이라니 역시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그룹이었다.

나도 이제는 짬 좀 찼다고 달리는 모습만 봐도 대략적인 수준을 유추할 수 있었다.

소드 유저보다는 높고, 익스퍼트 초입?

하지만 덩치와 무기를 보면 힘을 중시하는 타입으로 보이니 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난 후 평가해야 할 듯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2번 나오세요. 준비되셨으면, 시작!”

그렇게 열 명의 지원자들이 왕복 달리기를 했다.

마법사, 기사 구분 없이 시행되는 시험이라서 알타르 역시 왕복 달리기를 해야 했다.

“스트렝스, 헤이스트, 어질리티.”

알타르는 스스로의 몸에 마법을 걸고 왕복 달리기를 했다.

빨랐다.

마법사라고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속도와 방향 전환만으로도 상위권이었다.

그렇게 왕복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평가관들은 열심히 점수를 매기며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

“다음 평가는 무거운 물체 들기예요.”

준비된 돌은 크기별로 몇 가지 종류가 있었다.

각자 자신의 한계에 맞춰 돌을 들면 되었다.

덩치 큰 1번 참가자는 이제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가장 무거운 돌 앞에 섰다.

다른 참가자와 평가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변이 조용해졌다.

1번 참가자는 두 다리를 말 타는 자세처럼 벌리고 양팔을 벌려 돌을 껴안았다.

어깨가 드러난 민소매 옷을 입고 있어서 두터운 팔 근육이 뚜렷하게 보였다.

“크아아악!”

투투둑 서는 핏줄.

선명하게 갈라지는 어깨와 팔 근육.

1번 참가자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기합을 질렀다.

서서히 들리는 돌.

뻘게지는 얼굴.

돌을 허리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쿵!

다시 돌을 내려놓았다.

1번 참가자는 손바닥을 털며 별일 아니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로 참가자들이 차례로 돌을 들었다.

아까 덩치 큰 1번 참가자, 알타르, 꾸얀 그리고 카타리나가 가장 무거운 돌 들기에 성공했다.

알타르는 마법을 이용해 돌을 만지지도 않고 들었다.

2차는 개인 무기술 혹은 마법 시연이었다.

지원자는 한 명씩 나와서 자신의 장기를 시연해야 했다.

1번 지원자가 앞으로 나왔다.

거대한 크기의 대검.

그는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붕.

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수평으로 긋고.

붕.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한 바퀴 돌아 회전력을 가미해 다시 횡베기를 한 후 도끼질하듯 내려그었다.

투박해 보이지만 막상 저 검을 막아야 한다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큰 만큼 무겁고 무거운 만큼 큰 파괴력.

1번 참가자는 그 무게를 잘 이용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샤샤가 팬니르에게 물었다.

“어때요?”

유심히 관찰하며 답하는 팬니르.

“우선 저 검 자체는 크면서도 무게중심이 잘 잡힌 좋은 검이군. 그리고 1번 참가자는 그 검의 무게를 이용할 줄 알아. 횡베기, 사선 긋기, 내려찍기. 검로는 단순하지만, 움직임이 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있어. 마나를 이용해 힘을 쓰는 법을 알고 있는 참가자야. 덩치가 크고 조금 느린 몬스터를 잡기에 딱 좋을 것 같군.”

다음으로 꾸얀이 나왔다.

“후우.”

꾸얀은 깊이 심호흡을 한번 한 뒤 검술을 펼쳤다.

핏, 파팟, 휘리릭 팟!

절도 있는 동작, 칼 같은 자세.

다리를 쭉 뻗어야 할 때는 다리미로 다린 것 같이 직선으로 뻗었으며, 웅크려야 할 때는 굼벵이처럼 둥글게 몸을 감았다.

마치 국제 태권도 품세 시범단처럼 교본에 나올법한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검술 시연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듯.

칼각이란 이런 것이라는 듯한 반듯한 자세.

시범 교관 그 자체였다.

팬니르가 설명해주었다.

“지금 펼치고 있는 검술은 프란시아 군대에 보급되는 일반 검술이야.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검술이지. 다수와 전투하기 적합한 보편적인 검술. 하지만 저 참가자만큼 갈고 닦은 사람도 찾기 힘들 것 같아. 일반 검술 고급스럽게 갈고 닦아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친구군.”

친구라니, 팬니르의 평가가 후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자신의 기사단으로 데려갈 기세였다.

다음은 알타르의 차례였다.

알타르는 평가단을 향해 목례를 한 후 바로 캐스팅을 시작했다.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여, 심연의 뜨거운 불의 지옥이여, 날카로운 공기의 흐름이여…….”

알타르는 여러 가지 마법을 시연했다.

번개, 불, 바람의 마법을 사용하며 실력을 뽐냈다.

여러 가지 마법을 보여준 후 마지막으로 멀티 마나 볼을 만들었다.

마나볼은 마나를 덩어리로 만들어 쏘는 단순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수백 개의 마나볼을 쏟아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평가자로 온 6서클 마법사 차민혁이 말했다.

“오오, 저분 5서클 맞나요? 마나볼을 저 정도 숫자까지 뽑아내다니 대단한데요? 작심하고 자신의 마나량이 많음을 어필하는 것 같네요. 와. 끝까지 마나볼이 안정적이에요. 어필할 만한데요?”

그리고 다음 차례는 카타리나.

카타리나는 자신의 몸을 거의 가리는 타워실드를 들고 왔다.

화려한 모양의 방패.

카타리나는 방패술을 보여주려는 듯 방패를 돌리기 시작했다.

몸 앞쪽에서 두 손을 중심축으로 회전하는 방패.

휙휙휙!

점점 빨라졌다.

카타리나는 빠르게 회전하는 방패를 왼쪽, 오른쪽. 등 뒤로 넘겼다가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피자 반죽을 이리저리 돌리는 요리사처럼 대형 방패를 회전시키며 던지고 받았다.

볼만했다.

그리고 방패의 회전을 죽이지 않으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타타탓!

전후좌우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도 방패를 빠르게 회전했다.

“타앗!”

중간중간 기합을 외치며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에서 칼날이 솟아 나왔다.

“오오!”

평가단의 관심이 높아졌다.

빠르게 회전하는 방패, 그 방패의 테두리에서 솟아난 칼날.

뭐든 근처에 가면 다 잘라버릴 것 같았다.

“앗!”

갑자기 방패를 앞쪽으로 던져버린 카타리나.

하지만 방패는 얇은 사슬로 카타리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는 회전하는 칼날 방패를 사슬로 연결해 휘둘렀다.

회전하는 칼날 방패를 사슬에 매달아 채찍처럼 휘둘렀다.

이쯤 되면 저게 방패술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단계였다.

샤샤는 힐끔 팬니르를 보았다.

어떤 평가를 할지 궁금했는데 말없이 작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흐뭇하겠지.

다른 지원자들도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다음은 1:1 대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결의 시간.

참가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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