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모집
“아싸?”
종구가 예쁘게 깎인 과일 조각 하나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소파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내가 벌떡 일어나며 아싸라고 소리를 지르니 다들 뭔 일인가 하며 바라보았다.
“어, 방금 소환 스킬이 한 단계 올랐거든. 잠깐만, 상태창.”
[김민준]
직업: 소환술사
레벨: 44
힘 60
민첩 60
체력 70
마나 120
미분배 스텟 5
소환수 2/3
거주 행성: 지구
연결된 행성: 글리제
스킬: 중하급 소환술, 힐, 바인드
그렇지!
소환수 2/3라고 쓰여 있었다.
이제 소환 가능한 소환수의 수가 3명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제리의 후배를 뽑을 때가 되었다.
“좋은 일인가 봐?”
“네, 소환 스킬이 한 단계 상승했거든요. 이제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의 수가 셋이 되었어요.”
샤샤와 제리도 눈이 동그래지며 기뻐하였고, 다른 이들도 축하해 주었다.
“오, 축하축하.”
“열~ 대박이네, 축하해.”
“야옹.”
나리가 샤샤와 제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샤샤, 제리에 이어서 또 다른 소환수를 얻게 되는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그럼 누구를 뽑을 건데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건 이제 고민해 봐야지.”
종구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구인은 안 돼?”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파를 불렀다.
“알파야? 지구인도 소환수로 등록이 가능해?”
―안 됩니다. 등록된 행성에서만 소환수가 등록 가능합니다. 현재 등록된 행성은 글리제뿐입니다.
내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여주며 종구에게 말했다.
“안 된다네.”
“에이, 지구인도 가능하다면 주인님이라고 부르려고 했지.”
동서 형님이 말했다.
“그렇게 농담할 일이 아니야. 이제 민준이는 곧 만들 길드의 중심이기도 하고, 또 글리제에서는 한 영지의 영주잖아. 그런 민준에게 새로운 소환수가 생긴다는 건 길드에게도 또, 샤론 영지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
와,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실 줄이야.
나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오빠, 조직을 생각하시네요. 쿄쿄, 하긴 맞는 말이에요. 새로운 소환수가 개인전에 강한 소환수일 수도 있고, 단체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민준에게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오오, 그럴 수도 있구나. 솔플하려면 딜탱이 다 되는 탱커나 잡캐가 되곤 하지만, 팀전이라면 잡캐를 키울 이유가 없지. 또, 버퍼나 힐러는 솔플이 안 되지만, 팀전에서는 빼놓을 수 없고.”
“영지를 생각하면 꼭 무력만 볼 필요도 없어요. 영지 발전을 위한 문관이나 생산 쪽도 나쁘지 않아요.”
와, 이 사람들 토론이 어디까지 이어지는 거냐?
가만히 듣고 있으니 생각보다 똘똘한 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이 왜 사기를 당했지?
첫 소환수를 뽑을 때는 소환수의 제안을 건네도 이리 까이고 저리 까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리 다친 샤샤와 계약을 했다.
두 번째는 뭐 그럭저럭 먹을 것으로 꼬셔서 제리와 계약했다.
그런데 이제 세 번째 소환수를 뽑을 때가 되자 많은 사람이 이토록 관심을 둔다.
후후, 내가 그만큼 컸다는 소리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던 샤샤가 말했다.
“이제는 민준 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공개 모집을 해도 될 것 같아요.”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공개 모집?”
“네.”
공개 모집까지? 얼마나 모일까? 어디까지 공지를 날려야 할까?
“샤론, 디아론, 헬른성에도 모집한다는 방을 붙이고 소문을 내는 거죠. 그러면 많은 이들이 모일 것 같아요.”
“기본적인 자격 조건을 다는 건 어때.”
“예를 들면?”
“마법사라면 몇 서클 이상, 기사라면 소드 유저 혹은 익스퍼트 이상 뭐 그런 식으로. 안 그러면 그냥 일반인도 들어오고 그럴 수 있어. 또 소환수가 뭘 하는지도 알려줘야지. 몬스터 썰러 가자 그러는데 식겁하면 안 되잖아?”
“하긴 그러네요.”
“잠깐만. 그런데 일반인은 지원하면 안 돼?”
“종구 오빠, 능력 있는 지원자도 많을 텐데 뭐하러 일반인을 뽑아요? 언제 키우게요. 아마도 그 5서클 마법사 아저씨도 지원할걸요?”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능력자고 일반인이고 다 받아서 영지에서 골고루 쓰면 되는 거 아니냐는 뜻이지. 1등 하면 소환수하고, 2등 하면 기사를 시켜준다거나. 3, 4등은 또 수준에 맞게 채용하거나 보상을 준다는 거지.”
아, 그럴 수도 있구나.
꼭 소환수 한 명만 뽑을 필요가 없이 영지에서 필요한 자원을 한 번에 다 채워버리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사무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한참을 이야기했다.
* * *
샤론 영지에는 어느샌가 만들어진 이 층 짜리 지구의 현대식 건물이 있었다.
영주관.
일 층은 사무실과 로비였다.
로비에는 넓은 홀과 탁자, 소파 등이 있어 편안히 쉬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층에는 창고와 게스트 룸을 두어서 용병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또, 건물 뒤쪽으로 ㄴ 자 모양으로 꺾인 곳에 별관을 만들어 샤샤의 가족이 지내도록 하였다.
주민들이 바라보는 영주관은 평생 처음 보는 외관이었다.
디아론 성처럼 커다란 돌을 쌓아 만든 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흔히 보이던 사다리꼴 모양의 지붕이 있는 집도 아니었다.
일단 이 건물은 뾰족한 지붕 자체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네모난 블록을 몇 개 얼기설기 끼워 넣은 듯한 모양.
그런데 그 블록들이 완전히 맞지 않아서 툭 튀어나온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밝은색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블록과 검은색 현무암으로 덮인 블록.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은 건물이 주는 입체감만으로 무언가 신기하고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주가 소환술사라는데, 거인을 소환해서 블록을 적당히 끼워서 집을 만들었나?
저 집을 만드는 데 실제로 참여한 주민들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영주관 앞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든 커다란 게시판이 있었다.
샤샤는 커다랗게 만들어온 종이 한 장을 게시판에 붙였다.
[소환수 공개 모집]
새롭게 샤론 영지의 영주가 된 소환술사 킴 준남작님이 영지를 지킬 기사와 병사들을 모집합니다. 공개 모집의 1등에게는 영주님과 소환수의 계약을 맺을 자격을 드립니다.
기사나 마법사가 아니라고, 마나를 활용할 수 없다고 포기하시나요?
망설임 없이 신청해주세요. 개인의 능력에 맞게 좋은 대우로 병사로 채용할 수 있습니다.
1등 1명 : 소환술사인 영주와의 소환수 계약 + 최상급 아이템 지급.
2등 : 영지의 마법사 또는 기사로 채용 + 상급 아이템 지급.
3등 : 영지의 상급 병사로 채용 + 중급 아이템 지급.
4등 : 영지의 경비병으로 채용 + 기본 장비 풀세트 지급.
<2등, 3등, 4등의 수는 지원자의 수와 실력에 따라 달라짐. 방패를 사용하는 기사가 1등에 뽑힐 경우, 최상급 방패 아이템 및 방패 스킬 제공.>
1. 서류접수: O월 OO일 까지 영주관에 접수.
2. 시험: O월 OO일, 장소 영주관.
3. 집단 몬스터 헌팅 과정평가.
샤샤는 공지를 붙이고, 촌장을 불러 마을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전해달라 부탁했다.
또한, 무전을 이용해 디아론, 헬른성에까지 내용을 전달했다.
디아론성에서도, 헬른성에서도 같은 내용의 방이 붙을 예정이었다.
샤론 영지의 영주성 앞.
공지가 붙은 게시판 앞에 구경꾼들이 모였다.
웅성웅성.
“이게 뭔 소리야?”
“소환수를 모집한다는데.”
“그러니까 그게 뭔 소리야?”
“잘 읽어봐. 소환술사님께서 소환수를 뽑는다잖아. 예를 들어 성벽 위의 발키리로 유명한 샤샤 님이라던지, 지난 헬른성에서 큰 역할을 했던 비밀병기 수인족 제리아나마스 님 같은 경우가 소환술사라는 분의 소환수라잖아. 한마디로 뽑히면 그냥 최상급 기사가 된다는 것이지.”
“에이, 최상급 기사였던 분이 소환수가 된 것이겠지, 소환수가 된다고 기사가 되겠어?”
“어허, 잘 읽어들 보라고. 수준에 따라 샤론 영지의 경비병, 마법사 또는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
샤론 영지에서는 때아닌 공개 채용 바람이 불었다.
* * *
“자, 숨을 들이켜고, 멈춰요. 숨 참고 마나를 느낍니다. 자, 다시 숨을 내쉬어요. 휴~ 자, 내쉬면서 가슴 부근에서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자, 다시 숨 들이켜고~”
알타르는 두 손으로 상체를 들어 올리는 듯한 시늉과 내리는 듯한 시늉을 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면서 마나를 관조해 보세요. 숨을 멈출 때 심장의 박동 소리, 그리고 그 리듬에 맞춰 회전하는 마나를 느끼세요.”
“오오, 느껴져요.”
몇몇 재능있는 이들은 벌써 마나의 회전을 느낀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돌아가며 하루에 몇십 명씩 알타르의 지도 아래 마법 공부를 하고 있었다.
“1열은 마나가 회복되었나요?”
“네~”
“회복되었으면 앞에 나와서 마법진 앞에 서세요.”
마을 주민 열 명이 앞으로 나와 테이블에 올려진 열 개의 마법진 앞에 섰다.
“영창은 폼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문장만 똑같이 읽는다고 다 영창이 아니에요. 언어에는 힘이 있어요. 그 힘을 이용하는 겁니다. 언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의지가 더 중요한 겁니다. 그 의지를 뚜렷하게 하기 힘드니까 영창을 하는 거예요. 마나를 부으면서 뚜렷하게, 마나와 함께 의지를 쏟아부으세요. 핵심은 마나와 의지입니다. 따라 하세요. 주변을 환하게 밝힐 지어라. 라이트”
“주변을 환하게 밝힐 지어라. 라이트!”
파앗, 파앗, 화아아악, 핏!
원래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는다면 모두 밝기가 일정한 라이트가 발현되어야 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라이트의 밝기가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알타르는 유난히 커다란 라이트가 발현된 주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자기 라이트가 가장 커다랗고 밝자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거기 세 번째 분! 좋아하지 마세요.”
지적당한 주민은 뭐가 문제인지 어리둥절했다.
“오버 플로우입니다. 마법진을 사용하면 모두 일정한 크기의 밝기가 나와야 해요. 그런데 그것도 주입하는 마나가 어느 정도는 비슷해야 그렇게 되는 겁니다. 마나를 두세 배 쏟아부으면 오버 플로우 돼요. 라이트 마법이야 오버 플로우 되어도 그냥 더 밝게 빛나고 끝나지만, 만약 불이나 전기, 폭발계열 마법이었으면 지금 서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지적받은 주민은 서 있지도 못 할 뻔했다는 소리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라이트가 환하게 빛나지 못하고 아주 잠깐 핏 하고 켜졌다 꺼진 주민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밝기가 모자란 분은 뭐 말씀 안 드려도 되겠죠? 집중합시다.”
마을 주민들을 1서클 마법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던 알타르.
수업을 끝내고 마을의 집 한 군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여고 들어가니 마법 도구와 책들이 몇 가지 정리되어 있었다.
새롭게 마련한 알타르의 거처.
빈집이 많이 있어서 알타르가 간단하게 손을 보고 쉴 공간을 마련했다.
알타르는 책상 위에 올려둔 종이를 다시 읽어 보았다.
[소환수 공개 모집]
“소환수라니…….”
그도 소환술사의 소환수 모집 안내서를 다시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자글거리는 눈가의 주름이 더욱 뚜렷해진 알타르.
“이건 기회야.”
알타르는 샤론 영지에서 주민들을 가르치는 일을 부여받았을 때만 해도 즐거웠다.
샤론 영지에서 할 일이 있으니 나름대로 스승님에게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소환수라니.
이건 인정의 차원이 아니라 그냥 내 것이라는 뜻이었다.
스승님의 소환수가 될 기회.
알타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이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5서클 치고는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었다.
자신 있었다.
* * *
부스럭. 부스럭.
샤론 영지로 향하는 숲길 어딘가.
풀숲이 부스럭거렸다.
삐죽!
머리 하나가 덤불 수풀 속에서 튀어나왔다.
“오, 찾았다.”
숲길을 헤치며 갈색 로브 차림의 여행자가 나타났다.
손에 지도 한 장을 들고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며 길을 찾는 모습이 이곳이 처음인 사람 같았다.
여행자는 지도에 표시된 큰길에 접어든 것을 확인하자 머리에 뒤집어쓴 모자를 벗으며 짧은 머리카락을 한번 손으로 쓸었다.
“아이고, 간신히 찾았네. 이런 곳에 영지가 있다고?”
꾸얀은 이런 외진 곳에서 과연 대형 영지가 짠 하고 나타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꾸얀은 디아론 영지까지 온 후, 이리저리 정보를 구해 보았다.
그 결과, 소환술사라는 인물이 결정적인 열쇠였다.
샤샤라는 기사도 소환술사의 소환수라고 했다.
소환수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사 비슷한 역할이었고 발리스타나 다른 희한한 물건들도 소환술사로부터 나옴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환술사라는 사람이 샤론 마을을 영지로 얻게 되었으며, 어제는 그 소환술사가 자신의 소환수가 될 사람을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었다.
꾸얀은 지도 아래 포개져 있던 종이 한 장을 다시 보았다.
[소환수 공개 모집]
모집 안내를 자세히 읽어보면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방패술을 사용하는 기사가 1등에 뽑힐 경우, 최상급 방패 아이템 및 방패 스킬 제공.]
“이건 방패술을 사용하는 기사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소리지.”
꾸얀은 검을 사용하는 검사이지만, 방패 역시 잘 다룰 줄 알았다.
“내가 한 손 검에 라운드 실드를 착용하고 있는 시간만 다 더해도 5년은 가뿐히 넘을걸.”
그러고 보니 헬른성에 들어갈 때는 없었던 라운드 실드를 등에 메고 있었다.
“모시고 있는 주공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기사의 덕목이지. 분명 소환술사님은 방패기사를 원하고 계신 거야.”
꾸얀은 그렇게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저 멀리 장벽이 보였다.
이런 산속에 갑자기 돌로 만든 성벽.
그런데 그냥 돌을 쌓아 만든 것이 아니고 뭔가 돌이 편평해 보였다.
그리고 산에서 갑자기 나타난 성벽치고는 꽤 높고 튼튼해 보였다.
게다가 곳곳의 높은 탑이 세워져 있었고 그곳에서 사방을 경계할 수 있었다.
그 탑 꼭대기에 있던 경비병이 꾸얀을 발견한 듯했다.
“와, 여긴 뭔가 있어 보이는데?”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꾸얀이었다.
* * *
다그닥. 다그닥.
십여 명의 인원이 말을 타고 길을 달렸다.
말에도 가벼운 갑주를 입혔으며, 말 위에 탄 사람도 경갑옷을 입고 검을 메고 있었다.
대형을 이루어 말을 달리는 기사단의 모습.
그리고 그 뒤를 4필의 말이 끄는 마차가 달리고 있었으며, 마차 뒤로도 기사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전형적으로 누군가를 호위하는 대형.
연한 노란색 나무로 만든 마차는 테두리가 검은색으로 마감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검은색 선으로 구름과 같은 무늬를 넣어 세련되고 우아해 보였다.
눈만 빼꼼히 나오고 나머지 부분을 둘둘 감은 마부는 꾸준하게 말을 독려하며 마차를 끌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마차의 왼쪽 앞부분에는 소속을 나타내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디아론 백작가의 깃발.
열심히 말을 달리던 마부가 마차 안을 향해 말했다.
“아가씨, 디아론 영지에 도착했습니다. 조금만 가면 성에 도착합니다.”
마차 안에서 간단한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마차 안에는 한 소녀가 타고 있었다.
어깨를 덮는 은발 머리카락, 하얀 피부에 머리카락과 비슷한 은색 눈동자, 가녀린 턱선에 오뚝한 코
소녀는 긴 여행이 지루한 듯 창밖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벼운 여행복을 입고 있는 소녀의 건너편 자리에는 소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방패가 의자에 비스듬하게 기대어져 있었다.
“아빠는 이건 또 왜 가져오라는 거야?”
아래쪽 부분이 살짝 뾰족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방패인 타워실드.
크기는 거의 소녀의 키만 했다.
방패의 테두리 부분에는 도금한 듯 금색이었으며 가운데 부분에는 흰색 바탕에 검과 날개를 형상한 듯한 무늬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방패의 안쪽 부분에는 두 손 혹은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있었고, 마정석이 박혀 있는 걸로 보아 방패 자체에 내장된 마법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방패 안쪽의 손잡이 옆 부분에는 무언가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는데, 상급 기사 안톤이 쓰는 것의 절반 정도 길이의 메이스가 고정되어 있었다.
두 손으로 방패를 들고 수비를 하거나, 한 손으로 방패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메이스를 이용해 공격을 할 수 있는 용도였다.
소녀의 이름은 카타리나 디아론.
수도에서 상급 기사 과정을 수료하고 상급 기사 후 과정을 수련하고 있던 디아론 백작의 셋째딸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마부는 열심히 말을 재촉해 디아론성에 도착했다.
소환수 공개 모집 서류접수 마감 일주일 전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