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73화 (72/230)

73화. 모여드는 사람들

샤샤가 선물함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겉면에 생닭 13호라고 쓰여 있었다.

큼직했다.

머리, 발, 털이 없는 뽀얀 피부의 닭.

13호면 손질된 채로 약 1,300g이라는 뜻이었다.

샤샤가 들었던 닭 봉지를 살짝 내렸다.

닭 봉지를 따라 시선이 내려가는 촌장.

샤샤가 닭 봉지를 다시 들었다.

그랬더니 다시 시선이 따라가는 촌장.

왼쪽으로 가면 왼쪽을 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을 본다.

촌장이 물었다.

“이건 무슨 고기인가요?”

“네, 생닭인데요. 음, 새고기예요. 이건 머리, 발, 털이 손질된 상태예요.”

보통 치킨집에서 10호를 많이 쓴다.

두 마리 줄 때는 8호쯤 쓰고.

13호는 작지 않았다.

샤샤가 넘긴 생닭을 촌장은 두 손으로 받았다.

제법 묵직했다.

한 가족이 푸짐하게 먹을만한 양이었다.

촌장이 물었다.

“이게 한 사람 일당인가요?”

“네, 부족한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샤샤는 민준이 직접 이런 인건비 흥정했다면 무작정 퍼주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구에서라면 저런 닭 한 마리는 음료 한 잔 가격 수준.

하지만 이곳 샤론 마을에서 저런 커다란 새 한 마리를 잡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샤샤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샤샤는 저 정도 양의 고기라면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 이상, 청소년은 삼사일은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민준 님의 영지.

샤샤는 민준의 넓은 아량을 널리 퍼트려 민준이 영지민들의 환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촌장님.”

“네.”

“오늘 이거 촌장님이 가져가시면 돼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영주님에 대해서 잘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어떤 분인지 제가 조금 알려드려도 될까요?”

“아이고, 물론입죠.”

그렇게 샤샤는 샤론 마을에 소환술사의 위대함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 * *

디아론 영지의 수석 마법사 알타르.

얼마 전 5서클에 오른 알타르는 이미 마음속으로 소환술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다.

어릴 적 마탑 시절 때는 간단한 수식 하나를 배우려 해도 눈치를 많이 보아야 했다.

그렇게 일했어도 잘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1서클 시절 1서클 마법인 클린 마법 수식 하나를 배우는 조건으로 1년 동안 빨래 담당이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1서클 마법사의 마나로 클린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수를 아득하게 초과하는 빨래의 양.

결국은 손이 불어 터지며 손빨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지쳐 있으면 고생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

너 말고 1서클은 지천으로 널렸다고도 했다.

한때는 빨래라는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지식은 곧 힘이라 생각했고 힘이 있는 자들은 힘을 넘겨주기 싫어했다.

고위마법사의 마법 영창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스스로 깨달아야 상위 서클에 오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한계는 4서클.

스스로 깨치는 것의 한계였다.

용병 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아봤지만, 딱히 경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샤샤가 가져온 고급 마법 장비들에 눈이 돌아갔고, 살살 눈치를 보며 샤샤에게 5서클에 대한 희망 사항을 건넸다.

그랬더니 소환술사님은 아무렇지 않게 툭 하고 5서클 마법진을 주셨다.

심지어 자기가 스스로 바친 마나초와 마나목을 제외하고는 아직 무언가 요구하는 것조차 없었다.

뭐라도 시켜줬으면 얼씨구나 하며 따를 텐데.

알타르는 5서클이 새겨진 금속 마법진을 보았을 때의 기쁨을 떠올렸다.

“하…….”

알타르의 고심이 깊어졌다.

소환술사님이 준남작이 되시고 영지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문을 듣고 행정관 차이세에게 확인해봤으니 확실하다.

샤론 마을이라고 했던가?

작은 마을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이 스승의 거처가 되었다는 것이다.

디아론 백작에게 몸을 의탁해 여생을 보내기로 다짐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또 갈대와 같아 스승의 영지를 향해 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똑똑!

“들어오시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후배 마법사인 징크였다.

이제 어엿한 4서클에 오른 마법사.

징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서클이었는데, 소환술사님의 도움을 받아 4서클에 올랐다.

자신뿐만 아니라 디아론 영지의 마법사들은 소환술사님을 스승으로 여기고 있을 터였다.

“이번에 들어온 가죽에 인챈트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샤샤가 가져온 가죽에 인챈트를 해서 다시 샤샤에게 돌려주는 일.

이것은 마법사들의 실력을 늘리는 획기적인 교육 방법이었다.

“그래, 고생했소. 다들 열심히들 하고 있겠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실력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이는데, 어떤 멍청한 이가 한눈을 팔겠습니까?”

훗, 하긴 자신도 이렇게 안절부절못한 데 다른 이라고 왜 안 그러겠는가?

징크가 알타르를 보며 물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알타르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휴… 부끄럽지만, 그렇다네.”

“무슨 일로 그러십니까?”

“소환술사님께서 영지를 얻으셨다네. 샤론 마을이라지. 그곳에 자리를 잡으시는 게야. 내 얼굴 한 번 뵌 적 없지만, 마음속으로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나?”

마법사 징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럼 가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멀지도 않은데.”

멀지도 않은 데 가보면 되지 않냐는 단순한 물음.

“아!”

알타르는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했다.

“징크. 고맙네, 고마워!”

징크는 알타르 님이 뭔가 깨달으셨나? 역시 고위마법사의 대화는 문맥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알타르가 디아론 백작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디아론 백작은 집무실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백작도 전쟁 후에 새로 얻은 영지의 관리, 포상으로 받은 자원의 분배, 투자, 병력에 대한 포상 등 할 일이 수북했다.

지금 보고 있던 서류는 전략가로 백작의 신임을 받는 라루스 자작이 올린 전략 보고서였다.

[미래 전략 보고서]

1. 디아론 영지의 지향점.

2. 전쟁 후 프란시아 왕국과 베이론의 정세 전망.

3. 미래 핵심 이슈.

―샤론 영지의 미래 전망.

4. 디아론 영지의 난제와 해결방안.

마침 읽고 있던 부분을 보았다.

[…샤론 영지는 트란 산맥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샤론 영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디아론 영지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됨.

이에 따라 샤론 영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으로 몇 가지를 제시함.]

[첫째, 알타르를 포함한 몇몇 마법사는 소환술사로 인해 서클 상승을 이뤘음.

따라서 마법사들은 소환술사가 서클을 상승시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깊고, 차후 친 샤론 영지 세력이 될 가능성이 큼.

이를 막으려 하기보다는 마법사들이 샤론 영지에서 마법을 배우고 디아론 영지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편이 필요하다고 봄.]

[둘째, 정략결혼으로 두 영지의 우호를 증명할 수 있음.

백작님의 셋째 따님 혹은 넷째 따님과 소환술사와의 정략혼을 추진할만함.]

백작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정략혼이라.

귀족가의 딸로 태어나면 정략혼은 의무였다.

우호와 신뢰의 증표가 되는 결혼.

일반적으로는 준남작과 백작가의 결혼은 말이 안 되었다.

간혹 신분 차이가 큰 두 남녀가 눈이 맞아 미친 척하며 집안을 설득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준남작이란 신분은 이렇게 가신이 보고서로 추천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백작은 라루스가 겨우 준남작과의 결혼을 언급했음에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이번 전쟁을 통해 드러난 소환술사의 가치.

결코 준남작이라는 작위로 판단할 수준이 아니었다.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고, 귀족가에 드나들며 눈도장 한 번 찍지 않음에도 성과만으로 귀족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디아론은 그가 본격적으로 사교계에 등장한다면, 어렵지 않게 승작할 수 있을 거라 보았다.

라루스가 가치 판단을 제대로 한 것이겠지.

하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면 신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백작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딸을 떠올렸다.

수도에서 기사 과정을 밟고 있는 셋째딸.

기사 가문인 디아론 영지의 딸답게 무력이 출중했다.

어지간한 상급 기사들은 찜쪄먹을 실력.

어릴 적부터 재능이 보여 디아론 백작 스스로 백작가의 오러 심법을 제대로 가르쳤다.

그리고 무(武)보다는 문(文)에 더 적성이 있는 넷째.

넷째도 수도에서 유학하며 행정관의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다른 귀족가에 시집을 가면 안살림은 똘똘하게 할 터였다.

그렇게 두 딸을 떠올리고 있을 무렵.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들어온 이는 알타르였다.

“어서오시오, 알타르.”

알타르가 예를 표했다.

“네, 백작님.”

“그래 무슨 일이시오?”

“제가 듣기로는 이번에 소환술사가 준남작의 작위를 받고 샤론 영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요?”

알타르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저는 평생 디아론 백작님께 몸을 의탁하기로 했고, 이 마음은 지금도 한결같습니다. 다만, 얼마 전부터 시작된 5서클 마법진 교육 덕분에 제가 5서클에 오르기도 했고, 영지 내의 다른 마법사들도 빠르게 실력이 늘고 있습니다. 마법에 배움은 끝이 없는 법, 다행히 샤론 마을과 이곳은 멀지 않으니 일주일에 며칠씩 배움의 시간을 허락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백작이 허락을 구하는 알타르를 보았다.

얼굴에는 잔주름이 가득하고, 머리는 희끗희끗한 새치가 가득하다.

하지만 얼마 전 5서클에 올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소환술사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며 하늘을 향해 경례를 올릴 때는 벌써 노환이 왔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마법 전력이 약했던 디아론 영지에 5서클 마법사가 배출되었고, 어찌 된 영문인지 6서클 마법까지도 발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디아론 백작은 자신도 이렇게 뿌듯한데, 당사자의 마음은 얼마나 간절할지 생각해 보았다.

문득 보고 있던 서류에 눈길이 갔다.

친 샤론 영지파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마법사들.

하지만 디아론 영지는 기사의 무력이 훨씬 높아서 마법사들이 친 샤론 영지파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정치 구도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물론 7서클 이상이 되면 또 모르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다고 했다.

이들을 억제하려 하기보다는 가서 배우고 돌아와, 디아론에서 쓰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제시했던 라루스 자작.

디아론 백작은 내심 허허 웃었다.

이보게 알타르, 자네가 아무리 텔레포트를 쓴다고 해도 라루스 손바닥 안인가 보우.

백작이 물었다.

“알타르의 소속은 어디인가?”

알타르는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며 말했다.

“네, 당연히 저는 디아론 영지에 뼈를 묻을 것입니다.”

“좋소, 배워 오시오.”

쉬운 승낙에 알타르가 고개를 들어 백작을 보았다.

백작이 세상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타르가 있어야 할 곳은 디아론임을 잊지만 마시오. 그리고 가서 배우시오. 배워서 디아론 영지를 위해 써주시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오.”

* * *

젊은 여행자 한 명이 디아론 영지로 들어섰다.

여행자는 실밥이 우둘투둘 튀어나온 허름한 갈색 로브를 두르고 로브에 달린 모자로 머리까지 덮어쓰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로브 안쪽에 세심하게 손질된 가죽 갑옷을 입고 등에 천으로 둘둘 말린 장검을 멨다.

그 폼이 얼핏 닳고 닳은 용병으로 보였지만, 살짝 보이는 짧게 자른 갈색 머리와 깨끗한 피부가 비교적 젊은 여행자였다.

저벅저벅.

여행자는 성문에 도착했다.

성문을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돌을 켜켜이 쌓아 높은 성벽.

성벽 위에서도 창을 든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성벽 아래 커다란 성문에서도 창을 든 경비병이 있었다.

성문 앞에서는 성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문지기는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차례차례 들이면서 신분 확인을 하고 있었다.

줄을 서고 얼마 후 자신의 차례가 되자 여행자는 로브의 모자를 벗고 신분을 말했다.

“꾸얀, 자유 기사요.”

문지기는 신분패를 보더니 인사했다.

“헬른성의 기사님이셨군요. 환영합니다.”

꾸얀은 헬른성에서 베이론과의 전투 때 죽다 살아난 적이 있었다.

적의 검에 당해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살려주었다.

후에 알아보니 디아론 영지의 샤샤라는 기사라고 했다.

목숨을 빚졌으면서 감사의 인사도 못 한 꾸얀은 디아론 영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꾸얀이 묻는 사람마다 디아론에 대해서는 놀랍다는 말뿐이었다.

―디아론의 군대가 뛰어온 것 봤어? 나는 진정한 친구는 위기 때 웃통 벗고 달려온다는 말이 그냥 속담인 줄만 알았는데 문자 그대로였네.

―저 멀리 기사가 손톱만 하게 보이는 위치에 있을 때, 그것도 기사가 이쪽을 보고 있을 때, 활을 쏘아 죽일 수 있다고 보나? 뭐? 그걸 맞으면 기사가 아니라고? 디아론의 대형 화살은 그게 가능하다네.

―디아론 군과 장기전을 벌여서는 안 되네. 왜냐고? 그들은 식량도 무제한이고, 체력을 계속 회복하니까!

꾸얀은 디아론성 안으로 들어왔다.

이곳이 소문의 디아론성.

지나가는 행인, 짐을 잔뜩 싣고 어딘가로 가는 마차, 성문에 모인 사람들을 겨냥한 각종 좌판.

소문만으로는 성 내에 들어서기만 해도 뭔가 놀라운 것들이 즐비할 것 같았지만, 일단 성 내부는 평범했다.

헬른성보다도 약간 작은 느낌.

꾸얀은 일단 숙식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정보를 조금 더 모아야 할 것 같았다.

* * *

늦은 밤.

샤론 영지에서 늦게까지 일한 샤샤가 디아론성 내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빠는 자고 있지 않았다.

“아빠, 기다렸어?”

“어, 우리 딸. 그래, 샤론 영지에는 잘 다녀왔어?”

“응.”

이곳 디아론성에서 샤론 마을까지는 밤나무 마을보다도 더 멀었다.

일반인의 걸음으로는 아침에 출발해야 해지기 전에 도착할 거리지만 어지간한 기사보다 강해진 딸은 그 먼 거리를 오가면서도 불평 하나 없다.

“아빠, 음료수 한잔 마실래?”

“좋지.”

샤샤는 선물함에서 캔 음료 두 개를 꺼냈다.

딸칵.

치익.

이제는 아빠도 익숙하게 캔을 딸 수 있었다.

꼴깍.

“크으―”

목을 톡 쏘는 느낌이 강렬했다.

달고 톡 쏘는 강렬함에 중독되어버릴 것 같았다.

음료를 즐기는 아빠와는 다르게 샤샤는 조금은 어두운 모습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빠, 마스터께서 나를 영지 대리로 삼으신대.”

아빠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래서 그런데 오늘은 집에 왔지만, 아무래도 나 샤론 영지에서 계속 머물러야 할 것 같아. 영주 대리인데 밤이라고 집에 가는 건 좀 이상하잖아.”

영주 대리?

우리 딸 출세했구나.

영주 대리라서 집에 못 들어오는 것 때문에 표정이 어두웠나 보다.

아빠가 샤샤를 보았다.

“샤샤야.”

“응.”

아빠는 샤샤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어딜?”

“아빠도 올가 데리고 샤론 영지로 가야지. 딸이 영주 대리라는데, 아빠가 여기서 살면 되겠니?”

샤샤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겠어? 아빠도 여기 경비병으로 잘 지냈고, 올가도 이제 유치원 적응했을 텐데. 그리고 샤론 영지라고는 하지만 아빠도 알잖아. 거기 밤나무 마을보다 더 산골인걸.”

나름 번화가로 내려왔다가 다시 시골로 들어가는 셈이라 샤샤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샤샤야. 올가도 네 옆에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럴까?”

“그럼 당연하지.”

“아빠, 고마워.”

아빠는 음료가 들어있는 금속 캔을 바라보았다.

금속을 아주 얇게 펴서 원통형으로 만든 통.

그리고 따기 쉽게 만든 고리와 그 속에 든 충격적인 맛의 음료.

밤나무 마을에도, 디아론성 어디에도 이런 것은 없었다.

수도를 오가거나 심지어 타국을 오가는 상인들에게도 이런 것은 없었다.

샤론에서밖에 없는 것.

아빠는 물끄러미 음료 캔을 보며 어린 올가를 위해서도 샤론으로 가는 것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라 믿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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