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71화 (70/230)

71화. 좋은데?

며칠 후.

샤샤와 제리 그리고 동서, 종구, 나리는 다시 트란 산맥을 찾았다.

지난번 관광과는 다르게 오늘은 몬스터 헌팅이 목표였다.

다들 장비들도 갖추고 몬스터 헌팅에 걸맞게 차려입고 왔다.

큰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헐렁해 보이는 커다란 티셔츠를 입은 동서 형님.

아마도 저 커다란 티셔츠는 곰으로 변신하면 배꼽티가 될 것 같았다.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고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종구.

저 야구 배트도 아이템일 것이다.

마법사의 로브와 스태프를 들고 있는 나리.

그리고 발키리 복을 입은 샤샤와 화려한 보법을 펼칠 수 있는 부스터 컨셉의 제리였다.

다크 제리로 갈까 하다가, 그러면 다른 팀원들도 제리를 보기 어려우니 다른 팀원들과의 호흡도 맞춰볼 겸 부스터 제리로 준비했다.

울창한 숲.

키가 아주 큰 아름드리나무, 삐죽삐죽한 사람 손가락만 한 가시가 많은 나무, 사람 팔뚝 굵기의 덩굴에 정체불명의 화려한 꽃도 피어 있었다.

팀원들은 그 모습 하나하나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올랐다.

“와, 여긴 나무도 신기하네.”

“저 나무에 있는 가시 좀 봐. 아주 그냥 송곳이네.”

“저 꽃 좀 봐. 크고 예뻐.”

그런데 그 꽃이 지나가는 팀원들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츄릅!

꽃이 침을 흘리는 것 같은 건 착각이겠지?

한편으로는 신비한 모양이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경계심을 갖게 하는 숲이었다.

그래도 숲에는 나름대로 길이 있었다.

샤샤가 팀원들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숲이죠? 그래도 함부로 뭔가를 만지거나 먹거나 하지는 마세요. 식물형 몬스터들도 많이 있거든요.”

식물형 몬스터?

“식물형 몬스터는 말 그대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가까이 가면 잡아먹힐 수 있어요. 저기 저 꽃 보이세요?”

아까 침 흘린 꽃?

“저 꽃이 대표적인 식물형 몬스터에요. 가까이 가면 물어요.”

침 흘린 것이 맞았나 보다.

내가 단체 쪽지를 보내며 탐사를 함께했다.

띠링!

[산들은 오를 만해요?]

[네, 오빠. 여긴 정말 상쾌한데요? 피톤치드 엄청 많이 나오나 봐요.]

[그러게, 나리 말처럼 산길을 오르는데도 기분이 상쾌한걸.]

그런가?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실제로 글리제나 트란 산맥에서는 마나의 밀도가 높으니 헌터들이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제리가 말했다.

“이제 조금만 가면 인간의 영역은 끝난당. 그럼 그다음부터는 몬스터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

몬스터들 사이에서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인간의 영역으로 정해두었나 보다.

차동서가 물었다.

“그런데 몬스터라면 어떤 것들이 있어?”

“일단 여기서 제일 가까운 건 갈색 오크 부족이당. 그 너머에는 트롤도 있고, 샤벨타이거, 오우거 등 여러 가지다. 그리고 갈색 오크 부족의 영역이라고 해도 꼭 오크만 있는 건 아니당. 그 일대의 지배적인 몬스터가 갈색 오크라는 것이지. 고블린, 놀, 슬라임이나 방금 샤샤가 말한 것 같은 식물형 몬스터들은 어디에나 있당.”

열거한 몬스터 하나하나가 만만한 녀석이 없었다.

팀원들은 조금 걱정스러웠다.

“오우거가 나오면 우리 전력으로는 좀 어렵지 않나요?”

“그러게. 오우거면 레벨 50은 되어야 비벼볼 만한 몬스터인데 우리끼리 가도 되나?”

“몰랐구낭?”

팀원들이 뭘 몰랐냐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오늘 여러분은 몬스터 사냥하러 온 것 아니다.”

잉? 그게 무슨 소리야? 다들 몬스터 잡으려고 복장과 장비를 단단히 하고 왔다. 몬스터 사냥을 하러 온 게 아니면 뭘 하러 왔지?

제리는 발톱을 쭉 꺼냈다.

지잉!

마나로 둘러싸인 발톱이 쭉 하고 튀어나온다.

광선검이냐?

제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오늘의 목표는 쩔이당.”

쩔?

혹시 레벨이 높은 유저가 레벨이 낮은 파티를 데리고 다니며 퀘스트를 깨주거나 몰이사냥을 도와주는 그것?

내가 쪽지를 보냈다.

띠링!

[12시, 100미터, 오크 5마리.]

잠시 후 갈색 오크 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팀원들이 뭔가를 채 하기도 전.

슈카카칵, 푹팍, 휘리리릭, 쿵!

휙 하고 덩어리 하나가 팀원들에게 날아왔다.

팀원들 앞에 떨어진 것은 팔다리가 떼어진 채 몸뚱이와 머리만 남은 오크였던 덩어리였다.

종구가 야구 배트로 그 덩어리를 쿡 찔러 보았다.

“취에…….”

처량한 오크의 신음 소리.

아직 살아는 있었다.

제리가 오크였던 덩어리를 하나 더 던지며 말했다.

“막타 쳐랑.”

동서 형님과 나리가 잠시 벙쪄 있는 가운데.

적응력 만렙인 종구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제리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누님.”

며칠 전에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오늘은 칼 잘 쓰는 멋진 누나.

칼이 아닌가? 아무튼.

종구에게 존경하는 두 명의 누님이 생겼다.

오크들을 간식거리 먹듯 해치우고 다시 산길을 올랐다.

“어?”

샤샤가 잠시 일행을 멈춰 세웠다.

“잠시만요.”

다른 이들은 혹시나 몬스터가 있나 해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주변에 별다른 건 없었다.

샤샤가 어떤 나무에 다가가 나무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쨔잔! 이 나무가 바로 피토니 나무랍니다.”

일행은 피토니 나무를 바라보았다.

키는 5미터 정도 되었고 그 꼭대기에는 야자수처럼 넓은 잎이 여러 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피토니가 여러 개 달려 있었다.

이게 피토니 나무구나.

그러고 보니 주변에 똑같은 나무가 여러 개 있었다.

나리가 말했다.

“와, 여기도, 저기도 피토니 나무가 있어요.”

샤샤가 말했다.

“그럼 잠시 피토니 따기 체험을 해볼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지.

“와, 좋아요!”

5미터 나무 위로 올라가는 일.

헌터인데 그 정도를 못 하면 명함을 반납해야지.

종구가 말했다.

“나부터 올라가 볼게.”

종구는 나무를 열심히 탔다.

다행히 피토니 나무는 그렇게까지 굵지는 않아서 두 다리로 감싸고 팔로 껴안아서 위로 오를 수 있었다.

영차영차!

꼭대기까지 오른 종구가 두 다리만으로 나무를 감싸 몸을 지탱하며 피토니를 땄다.

“자, 아래로 던질게요.”

휙, 휙.

종구가 피토니를 아래로 던졌다.

탁탁.

그 피토니를 제리가 받았다.

제리는 발톱을 조금 꺼내더니.

핏!

피토니의 윗부분을 잘라내었다.

“마셔 봐랑. 맛있당.”

나리는 피토니를 받았다.

둥근 껍질 속에는 부드러운 과육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마치 야자열매처럼 액체가 들어있었다.

후르륵~

캬!

“원래도 맛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따서 바로 먹으니 더 맛있어욧.”

다들 하나씩 들고 피토니를 마셨다.

“크음, 좋네. 남은 건 싸가나?”

샤샤가 말했다.

“선물함에 넣어가면 되죠.”

차동서가 물었다.

“선물함?”

지이이잉!

동서의 눈앞에 반투명한 무언가가 보였다.

“어?”

동서는 놀란 듯 말했다.

“이게 뭐야?”

“동서 오빠, 왜요?”

“아니, 나리야. 내가 선물함이라고 말하니까 눈앞에 뭐가 보여.”

“선물함이라고요?”

지이잉.

나리의 눈앞에도 반투명한 무언가가 보였다.

“이게 뭐죠? 뭐가 보이는데요?”

“뭔가 반투명한데 커다란 공간 같아.”

“이거 혹시 선물함인가?”

“그런 것 같은데?”

“그럼 물건을 넣어봐요.”

동서가 선물함에 피토니 하나를 넣어봤다.

쑥.

“와!”

“봤어?”

“어땠어?”

동서가 피토니를 넣는 모습을 나리가 설명해줬다.

“허공으로 갑자기 사라졌어요.”

동서가 다시 피토니를 꺼냈다.

“와, 이번엔 그냥 허공에 손을 넣었다가 빼는데 피토니가 함께 나왔어요.”

동서, 종구, 나리는 때아닌 선물함 이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워메, 이거 편하네. 나도 그 뭐냐 인벤토리 생긴 겨?”

“그러게요. 이거 딱 인벤토리네.”

다들 선물함에 물건 넣었다 빼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났네.

화면을 보던 내가 물었다.

“알파야, 용병도 선물함 기능이 있어?”

―저도 미처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알파도 모르고 있었네.

용병 기능을 사용할 때만 쓸 수 있는 건가?

용병은 하루짜리 계약인데 하루가 지나면 그 물건들은 어떻게 되지?

이래저래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쓰윽.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500mL 생수를 세 개 꺼냈다.

“동서, 종구, 나리의 선물함.”

내가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이 세 개 생겼다.

나는 각각의 공간에 생수 하나씩을 넣어주었다.

띠링!

[선물함 개통 선물입니다.]

팀원들은 선물함을 열어 생수를 꺼냈다.

“와, 물이 갑자기 생기네.”

“민준이가 넣어준 건가 봐.”

“그래, 신기하네.”

나리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다.

[아니, 그런데 민준 오빠? 선물함 개통 선물이 물이 다예요?]

[크크, 테스트해본 거야.]

[그나저나, 오늘 점심 뭐 먹을래?]

[와, 선물함으로도 점심을 보내줄 수 있어요?]

[물론이지.]

하지만 나는 점심을 보내주진 않았다.

[자, 밥 먹고 합시다.]

다시 점심 무렵 소환수와 용병들을 모두 창고로 소환했다.

이제 인원들이 많아서 밥만 먹으려고 해도 의자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배달 음식이 여러 종류 세팅되어 있었다.

종구가 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뜯으며 말했다.

“이야, 보쌈에 제육에 골고루 시켰네.”

“네. 몸 쓰는 일 하시는데, 잘 드셔야죠. 그리고 트란 산맥으로 식사를 넣어줄 수도 있지만, 밥 먹을 때라도 몬스터 걱정 없이 편하게 드시라고 이리로 불렀어요.”

동서 형님이 말했다.

“아, 잘했어. 이거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까 편하고 좋네.”

종구가 물었다.

“반주 콜?”

반주?

이거 먹고 사냥 안 하게?

찌릿!

나리가 째려봤다.

“사냥하려면 마시면 안 되죠.”

종구가 시무룩해졌다.

시무룩한 종구가 조금은 안쓰러웠는지 나리가 누그러진 투로 말했다.

“이거나 마셔요.”

나리는 선물함에서 아까 내가 줬던 생수병을 꺼냈다.

어?

그런데 색깔이 좀 다르다.

“이거 피토니 주스에요.”

오호라, 그렇게 해놓고 먹으면 되겠구나.

나리가 한마디 더 했다.

“그럼 사냥 끝나고 우리 다 같이 뒤풀이해요.”

활짝 피어난 종구.

내가 나리에게 물었다.

“어때? 트란 산맥에서는 사냥할 만해?”

“넘 재밌어요. 그리고 선물함 기능도 좋고. 우리가 언제 이렇게 던전을 독식하고 쩔까지 받겠어.”

종구가 자학개그를 쳤다.

“그러게, 사기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크크.”

그렇게 맛난 점심을 먹고 동서 형님이 일어나며 말했다.

“자, 맛난 점심도 먹었는데 몬스터 딱 100마리만 잡고 옵시다.”

“가요, 입던. 고고.”

내가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럼 보내드립니다.”

화아악!

팀원들은 몬스터 200마리를 채우고 돌아왔다.

* * *

디아론 백작이 영지로 돌아왔다.

디아론 백작은 포상으로 영지를 일부 받았으며 돈과 아이템도 받았다.

또한 소환술사에 대한 포상은 디아론 백작에게로 위임되었다.

백작이 샤샤를 불렀다.

이제는 하도 많이 불려와서 샤샤는 디아론 백작이 익숙해졌다.

처음 백작을 본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긴장했던지.

샤샤는 싱긋 웃으며 백작에게 예를 갖추었다.

“안녕하세요. 백작님.”

백작도 이제 여느 가신을 대하듯 샤샤를 대했다.

“그래, 왔구나. 국왕 폐하께서 이번 전쟁의 승리에 크게 기뻐하셨다. 또한 폐하께서 이르시길 소환술사에게 이번 전쟁의 공을 치하하며 준남작의 지위를 하사하신다고 하셨다.”

샤샤는 깜짝 놀랐다.

“네에? 준남작이요? 그럼 귀…귀족인 건가요?”

“그래, 귀족이지.”

백작이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래서 말인데… 그 소환술사를 볼 수는 없는 건가?”

“아, 그게 말씀은 전해 드릴게요. 그런데 저희가 왔다 갔다 하며 소환되는 거라서 한 번도 넘어오신 적이 없어요.”

“얼마 전, 소환술사의 동료들이 영지에 왔었다는 말을 들었다.”

“네.”

동료는 넘어오는데 왜 본인은 못 넘어오냐는 그런 뉘앙스였다.

“그래, 뭐 못 온다면 어쩔 수 없지.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아무튼 소환술사와 너, 제리아나마스 덕분에 우리 디아론 부대도 폐하께 크게 칭찬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백작은 옆에 있던 행정관에게 지시했다.

“여기 준남작의 직위를 인정하는 서류와 인장을 대신 전해주거라.”

샤샤는 행정관이 주는 서류와 반지를 받았다.

“네,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류와 반지를 받으며 돌아가려는 샤샤를 행정관이 불렀다.

“샤샤 양, 소환술사님께 잘 전달해주세요. 그리고 포상은 영지를 줄 수도 있고, 돈을 줄 수도 있어요. 지난번에 보니 마정석이나 마나를 올리는 약초를 좋아하던데, 그렇게 할 수도 있고요.”

영지라는 소리에 샤샤의 눈이 커졌다.

“영지요?”

“그래요, 영지. 그런데 준남작의 영지는 그렇게 크게 줄 수는 없어요. 영지라고는 하지만 작은 마을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샤샤는 밤나무 마을 출신이죠? 밤나무 마을만 해도 제법 커서 거긴 좀 어렵고, 그 옆에 샤론 마을 정도? 샤론 마을 가구 수가 100호 정도 되니,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긴 하네요. 아니면 백작 성안에서라면 괜찮은 저택을 마련해줄 수도 있어요. 아니면 그 정도에 상응하는 돈이나 마정석도 괜찮고.”

“그렇군요.”

“그럼 잘 전달하고 결정해서 알려줘요.”

행정관의 설명을 듣고 샤샤가 소환 요청을 했다.

띠링!

[민준 님!]

[응?]

[소환 좀 해주세요.]

[어, 그래.]

위이이이이잉!

딸칵.

나는 소형 진공청소기의 버튼을 껐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청소하고 있었다.

오래된 나의 소중한 자취방.

거의 사무실 생활을 하다 보니 자취방의 존재 의의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쌓인 먼지와 퀴퀴한 공기를 털어냈다.

확 집을 사?

돈은 많았다.

이번 전쟁 특수에서 건물 하나는 뽑을만한 돈을 벌었다.

그리고 내가 꾸준히 뽑아내는 물량도 어디 가서 명함 좀 내밀 정도는 됐다.

공방하는 우철이 사장님이 나보고 큰손이라고 말하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몬스터 사체도 그렇고, 알타르로부터 넘어오는 아이템도 있다.

대출 몇억에 벌벌 떨 때가 있었는데.

괜찮은 몬스터는 마리당 억 소리 나는 것도 있었다.

언제 이렇게 벌었는지 모르겠다.

다 소환수들이 디아론 영지에서 벌어다 준 덕분이다.

강남 한강뷰 멋진 아파트를 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왠지 그렇게 좋은 집을 사더라도 창고 생활을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멋진 집을 사놓고 몇 달에 한 번 들어간다면?

흠…….

차라리 창고 옆에 집을 지을까?

건축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화아악!

샤샤가 소환되었다.

그런데 샤샤가 출근하던 시간대가 아닌데?

“왔어?”

샤샤는 기쁜 얼굴이었다.

“축하드려요. 킴 준남작님!”

뭐?

“무슨 소리야?”

샤샤가 서류와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서류야 그렇다 치고 내가 끼기에는 뭔가 부담스럽게 큰 반지였다.

반지 가운데에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세공된 마정석이 끼워져 있었다.

“이 부담스런 반지는 뭐야?”

“킴 준남작님의 인장이에요.”

준남작?

내가?

나는 서류를 보았다.

그런데… 읽을 수가 없었다.

“샤샤야. 이것 좀 읽어줄래? 내가 까막눈이라.”

그랬다. 나는 문맹이었다.

“아! 글이 달랐군요.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글도 읽으실 줄 알았어요.”

“괜찮아.”

샤샤가 서류를 천천히 읽어주었다.

주요 내용은 나를 킴 준남작으로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서류와 이 반지가 그 증거라는 것이다.

포상으로는 영지 또는 돈이나 아이템을 받을 수도 있는데 선택하라고 했다.

영지라…….

샤샤의 설명이 이어졌다.

샤론 마을을 줄 수 있단다.

샤론 마을이라.

“잠깐 봐볼까? 알파야, 샤론 마을 좀 띄워볼래?”

디아론 영지에서 북서쪽.

트란 산맥에 가장 근접한 마을이다.

엎어지면 트란 산맥이었다.

그래서 지난 몬스터 웨이브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트란 산맥의 입구에 해당하는 마을이다.

돈, 아이템, 번화가의 좋은 저택, 산맥 아래 시골 마을.

이 중에서 고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트란 산맥의 입구라.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좋은데?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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