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66화 (65/230)

66화. 깐족이

저 멀리 보이는 세모난 모양의 성.

삼각성이었다.

그 삼각성을 보며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가 하품하고 있었다.

“하함…….”

병사는 졸리지 않은 척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옆에서 함께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가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

병사는 정신을 차리고 경계를 섰다.

며칠째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만 보고 있으니 절로 긴장감이 풀어졌다.

베이론의 병력은 삼각성을 포위만 하고 있었다.

삼각성 쪽에서도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고, 베이론 쪽에서도 굳이 천혜의 요새인 삼각성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포위한 채 움직이지 못하게만 하는 작전.

어차피 진짜 승부는 헬른성에서 날 것이고, 이곳 삼각성 쪽에서는 그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로 얌전히 있기로 약속이나 한 것 같았다.

위이잉―

어?

무슨 소리지?

병사가 함께 근무를 서던 병사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지?”

“뭐?”

“아니 무슨 위이잉 하는 소리 못 들었어?”

“못 들었는데?”

“그래?”

동료 병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피곤하면 자. 누가 오면 내가 깨워줄게.”

동료가 더 자라고 했지만 한 번 달아난 잠은 쉬이 다시 오지 않았다.

킁킁.

이건 무슨 냄새지?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동료가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왜 또?”

“무슨 냄새 안 나?”

“냄새?”

둘은 코를 벌름거리며 열심히 냄새를 맡아 보았다.

“글쎄 뭔가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때였다.

“적이다!”

다른 경계조에서 적이라 외치는 비명이 났다.

우르르 몰려오는 삼각성 측의 병력이었다.

경계병은 비상 호각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삼각성 측에서 못 참고 튀어나온 모양이다.

자신들이 병력이 몇 배 더 많았는데 튀어나오다니, 성을 빼앗기려고 작정했나 보다.

병사는 일단 뒤로 후퇴하면서 아군이 준비할 수 있도록 호각을 계속 불었다.

“와아아아아!”

어? 그런데 삼각성 쪽에서만 병력이 튀어나온 게 아닌 모양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프란시아 쪽 병력이 많았다.

그리고 펑!

화르르르륵!

불바다가 펼쳐졌다.

“헉!”

뜨거운 공기가 몰아쳐 숨을 쉴 수 없었다.

얼굴을 가리고 얼른 반대쪽으로 몸을 피했다.

펑, 펑, 펑.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면 그곳은 순간적으로 불바다가 되었다.

“워터!”

몇몇 마법사들이 불을 진화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휘관이 외쳤다.

“병력을 뒤로 물린다!”

뿌우우우우우―

뒤로 후퇴하라는 퇴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각성을 포위하던 베이론의 병력이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삼각성 측에서도 튀어나와 접전을 벌이고 있었고, 지금 보니 어디선가 지원군이 와서 반대쪽에서도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도 지휘관님의 빠른 판단으로 일단 병력을 뒤로 빼서 다행이었다.

순간 기습으로 한 방 먹었지만, 아무튼 우리가 수가 더 많으니 정식으로 다시 싸우면 우리가 이길 터였다.

정신없이 달려 뒤로 빠져나왔다.

“어?

화르르르르륵!

온 세상이 붉게 변했다.

나는 화면을 통해 삼각성 작전을 보고 있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와, 폭렙업이다.

이걸 다 제리가 잡은 걸로 쳐주나 보다.

화면이 검붉다.

불꽃 때문에 붉고 연기 때문에 검다.

이번 작전 비용으로 헬른 공작에게서 중급 마정석 서른 개를 받았다.

그리고 그중 두 개를 썼다.

대충 리터당 이천 원으로 계산하면 중급 마정석 두 개면 몇만 리터의 휘발유를 살 수 있었다.

나는 마당에 나와 있었다.

내 눈앞에 있는 거대하고 늠름한 자동차.

옆모습으로 보이는 바퀴만 다섯 개였다.

실제로는 왼쪽, 오른쪽 바퀴가 있을 것이고 이런 대형 차량은 바퀴가 쌍으로 들어가기도 하니 바퀴가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다.

길이 10m.

이름도 멋진 자동차.

25톤 탱크로리다.

휘발유를 약 3만 리터를 운반하는 차량이다.

중급 마정석 두 개를 쓰니 탱크로리가 휘발유를 가득 싣고 통째로 왔다.

삼각성에서의 작전은 이랬다.

삼각성은 한쪽이 절벽으로 되어 있고, 두 면에 성벽을 쌓았기 때문에 적들도 두 면을 포위하고 있었다.

먼저 지원군이 왼쪽 끝에서 포위하고 있는 적병을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동시에 삼각성 내부에서도 튀어나와서 오른쪽 끝에 포위하고 있는 적병을 친다.

이때 적병과 죽자 살자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고, 적병이 후퇴할 수 있도록 일렬로 길을 만드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다.

그리고 우리의 제리가 드롭을 한다.

무슨 드롭이냐고?

화염병 드롭이다.

유리병에 휘발유를 넣고서 잘 타라고 첨가물을 넣고 심지를 만든 후, 불을 붙인다.

그리고 던지면 유리가 깨지면서 불이 화르륵.

드론을 타고 높은 하늘에서 베이론의 병력이 있는 곳에 화염병 투척을 한다.

어제부터 화염병을 만드느라고 한참을 작업했다.

탱크로리 기사님도 화염병 만드는 작업을 도와주셨는데 옛날 생각나서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기사님이 무슨 화염병을 소주병, 맥주병이 아니고 사람 몸통만 한 유리병으로 만드냐고 하셨다.

병 하나에 7만 원 짜리다.

무슨 효소나 담금주 만드는 데 쓰는 병이란다.

그런 대형 병이 100개.

병 하나 떨어지면 10미터 정도는 초토화다.

뭐 아무튼 그렇게 양쪽에서 몰아붙이고 가운데 불을 피우면 병력이 뒤로 물러날 거로 생각했다.

적병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

양쪽에서 밀고 앞은 성벽이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불이 피어오르니 갈 곳은 한군데뿐이다.

그런데 그곳에 미리 휘발유를 적셔 두었다가 불을 지피면?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이쿠, 레벨이 몇 개가 오르는 거냐?

레벨을 이렇게 올려도 되나 싶지만, 알게 뭐냐.

화면으로도 연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 * *

헬른성.

라우 공작은 헬른성에 도착한 프란시아 본대와 삼 일째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라우 공작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병력은 이쪽이 많고, 저쪽은 둥글게 뭉쳐서 성벽에 기대어 버티려는 전략이다.

그러면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애매한 거리에서 조금씩 병력을 갉아먹어 주면 된다.

베이론은 10만, 헬른성에는 6만

같은 숫자씩 병력이 줄어들면 베이론의 승리다.

그때 전령이 도착했다.

뭔가 꼬질꼬질해 보이는 전령.

몸에 검댕이 묻어 있고, 수염과 머리카락이 불에 그슬려 꼬불꼬불해져 있었다.

전령은 털썩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공작님을 뵙습니다.”

뭔가 불안했다.

“말하라.”

“삼각성을 포위하던 병력이 전멸했습니다.”

뭐?

지금 뭔 소리를 들은 거지?

“뭐라?”

전령은 공작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말했다.

“삼각성으로 적의 지원군이 왔습니다. 삼각성 내부의 적군과 지원군으로 인해 삼각성을 포위하던 아군 병력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습니다. 저도 간신히 빠져나와 공작님께 보고하고자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전령은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빠드득!

공작이 이를 갈았다.

“아니, 거기 남겨둔 병력이 삼각성에 있던 병력의 몇 배인데! 지원군이 왔다 하더라도 전멸이 말이 돼? 기본적인 병력 숫자가 있는데, 왜?”

전령은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화공에 당했습니다.”

화공!

태워죽였다는 뜻이다.

공작은 전령을 다시 바라보았다.

검댕이 묻어 있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불에 그을린 모습.

자세히 보니 콧구멍 밑이 까맸다.

제길.

“알았다.”

공작은 손을 휘적휘적 저어 전령을 보냈다.

“흠…….”

이렇게 되면 장기전은 어렵다.

삼각성을 포위한 이유는 보급선 때문이었다.

베이론의 평야가 많고 인구가 많아 자원이 풍부하다.

헬른 공작이 헬른성에 바짝 붙어서 기다리고 있을 때 그저 귀여워 보였던 이유도 굳이 성 옆에 붙어 있는 병력을 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장기전은 보급전이다.

보급에 자신 있는 부대는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삼각성을 포위하던 부대가 전멸했다면 보급선이 위태로워진다.

라우 공작의 선택은 두 가지.

다시 보급선을 회복시킬지.

아니면 보급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전쟁을 마무리할지.

보금선을 회복시키려면 병력 일부를 떼어 다시 삼각성으로 보내야 한다.

한 번 전멸했으니 못해도 일만은 보내야 할 듯했다.

그러면 또 이곳의 병력 우위가 그만큼 줄어든다.

공작이 양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턱을 괴었다.

고민스럽다.

인상을 찌푸리며 전장을 주시했다.

이번엔 타지프가 최전방으로 나섰다.

타지프가 마법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자들아.”

“네, 스승님.”

“이번엔 내가 직접 선봉에 선다.”

타지프가 선봉에 선다고 말했다.

마법사들은 이번엔 반드시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뿌우우우우우―

베이론의 병력이 다시 달려들었다.

역시나 성벽 쪽을 공략하지는 않았고 프란시아의 좌측면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챙, 챙, 챙.

“와아아아아아!”

격렬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마주한 기사, 병사들의 검에 피가 난무했다.

그때 타지프가 마나를 일으켰다.

“어둠의 마나에게 이르노니 아득하고 깊은 심연에서 올라와 적에게 고통과 죽음을 선사하라.”

지이이잉.

하늘에서 초대형 육망성이 그려졌다.

얼핏 보아도 지름이 100여 미터는 될 듯싶었다.

그 모습에 프란시아의 마법사들도 분주해졌다.

타지프가 주문을 완성했다.

“핸드 오브 다크니스.”

7서클 암흑 마법이 발동되었다.

거대한 손.

하늘의 육망성에서 거대한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닿는 것만으로도 고통과 죽음을 선사하는 죽음의 손길이었다.

건물만 한 크기의 손이 다가오자 병사들은 주춤거리다가 피하기 바빴다.

서서히 무너지는 진형.

“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마법 한 방으로도 저 정도의 파워를 내는구나.

대단했다.

게다가 타지프를 돕기 위해 갤리미스를 포함한 여러 마법사가 마법을 영창했다.

“적을 찾아 공격할지어다, 본 스피릿.”

“어둠이 찾아온다, 다크 필드.”

“피가 계속 흐르고 고통이 계속될지어다, 운드.”

“어둠과 함께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다크 스톰.”

기타 등등 마법사들도 타지프를 도왔다.

거대한 검은손이 점점 다가왔다.

하지만 7서클 대마도사는 베이론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7서클 대마도사 스피오크가 영창을 완성했다.

“어둠을 가로막는 힘! 프로텍트 다크니스!”

스피오크를 중심으로 반투명한 막이 퍼져나갔다.

반투명한 막은 백여 미터를 퍼져나가 검은 손과 맞닿았다.

치지지지지직!

“와!”

이쪽도 장난 아니다.

7서클쯤 되니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검은 손뿐만 아니라 기타 등등 마법사의 마법들도 반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오, 스피오크 할배도 힘 좀 쓰는데.

프란시아 쪽의 기타 등등 마법사들도 마법을 일으켰다.

나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다.

“알파야.”

―네, 민준 님.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

―말씀하시죠.

“지금 두 7서클 마법사가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잖아.”

―그렇죠.

“이럴 때는 초집중하고 있을 거야. 정신력 싸움이지. 집중이 깨지는 쪽이 지는 거라고.”

나는 화면을 뭔가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검버섯 할배에게 맞추었다.

“알파야, 셋 하면 검버섯 할배 얼굴 앞으로 화면을 빠르게 들이밀어.”

―네.

“하나, 둘, 셋! 달려!”

화아악!

화면이 검버섯 할배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화면 가득 검버섯이 가득하다.

서서히 확대되는 동공.

검버섯 할배가 화면을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나는 화면을 줌인, 줌아웃을 번갈아 하며 검버섯 할배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줌인, 줌아웃, 줌인, 줌아웃.

크크크.

짜증이 날 거다.

한참 집중해서 7서클끼리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누가 얼굴 가까이 들이대서 알짱거리는 것이다.

“오오오!”

검버섯 할배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빡쳤나 보다.

관자놀이에 핏줄 선거 봐라.

이럴 때 7서클에게 깐족거려보지, 언제 깐족거려보겠나.

7서클이면 내 화면 날려버릴 수 있잖아?

화면 날려봐, 응? 응? 응? 날려 보라고?

줌인, 줌아웃, 줌인, 줌아웃.

화면이 얼굴 앞으로 훅 다가갔다가 멀어지고 훅 다가갔다가 멀어졌다.

검버섯 할배는 지금 내가 하는 걸 다 느끼고 있을 거다.

그래도 검버섯 할배는 거대한 검은 손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었다.

대단하네.

나였으면 얼굴 앞에서 깔짝거리는 게 있으면 정신줄 놓고 실수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검은 손이 더 앞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멈춰 있었다.

그때, 헬른 공작이 휙 하고 날아왔다.

스윽.

헬른 공작의 검격에 반으로 잘린 검은 손.

검은 손은 다시 붙지 못하고 반으로 잘린 채 스피오크의 반투명한 막에 속절없이 뒤로 밀렸다.

나는 화면을 줌아웃하여 전장을 크게 보았다.

베이론은 7서클 마도사.

이쪽은 7서클 + 소드마스터 + 눈앞의 깐족이까지 있다.

이러면 당연히 둘, 아니 셋이 있는 쪽이 이기는 거지.

나는 저쪽 소드마스터를 보았다.

그럼 그렇지.

저벅저벅.

저쪽 소드마스터도 전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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