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전장의 바람
수천… 아니, 수만은 되어 보이는 병사들이 가로로 죽 늘어서 있었다.
그 병사들 속에서 한 병사가 앞으로 나왔다.
금속제 헬름을 머리에 쓴 덩치 큰 병사.
다른 병사와 다르게 살이 쪄서 배가 두툼하게 나왔다.
둥근 바가지 모양의 헬름에는 군데군데 징이 박혀 있고 머리 양쪽에는 마치 작은 뿔이 나 있었다.
다른 병사들은 대부분 코와 입 부분도 헬름에 연결된 가리개로 가려져 있었는데, 이 병사의 것은 모자만 있었다.
그 병사는 자기 몸길이만 한 기다란 파이프를 붙들고 있었다.
한쪽은 작고 반대쪽은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컸다.
병사가 긴 파이프의 작은 쪽 입구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파이프를 불었다.
뿌우우우우―
다시 오늘 하루의 전쟁을 시작하는 외침이었다.
파이프에서 나는 소리에 맞춰 수많은 병사가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아”
대부분의 병사는 며칠째 싸움을 하는 중이라 얼굴에는 개기름과 먼지, 핏물이 덕지덕지 엉겨 붙어있었다.
그러나 몰골은 더러웠지만, 그 눈빛은 살기가 넘쳤다.
헬른성을 공략한 지 삼 일째 아직 그들의 사기가 떨어질 시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매운맛을 한번 보고 난 병사들은 독기가 더욱 충만해졌다.
베이론은 평야가 많았다.
그래서 물자가 많이 생산되고 따라서 보급도 좋다.
병사들의 옷과 신발, 칼과 방패는 하나하나 양질의 물품이었다.
며칠 못 씻은 것으로는 가릴 수 없는 정예병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두두두두두두!
병사들의 뛰는 소리가 마치 말발굽 소리 같았다.
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성벽을 향해 뛰어갔다.
수많은 병사가 밀려오는 소리에 헬른성의 성벽 위의 병사들도 다시금 정신을 붙들었다.
헬른성 위의 백인장 하나가 소리쳤다.
“일제히 화살 걸어.”
착착.
백인장의 명에 인근의 궁수들이 활을 시위에 걸었다.
궁수들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은 없었다.
첫날은 불안해하는 병사들이 많았다면 삼 일쯤 되니 이쪽에서도 악과 깡이 샘솟았다.
또한 이틀간 싸워보니 이제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백인장은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화살이 떨어지는 범위에 적병이 지나가는 타이밍를 쟀다.
아직.
조금만 더.
“준비!”
지금이다.
“쏴라! 쏴! 쏴!”
헬른성의 성벽 위에서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백인장의 쉬어버린 목소리로 오늘 하루가 시작됐다.
화살을 뚫고 사다리를 걸었다.
성벽 위로 밧줄을 걸고 타고 올랐다.
충차가 돌격해오고 저 멀리서 투석기가 불을 뿜었다.
꾸얀은 헬른성의 견습 기사다.
소드마스터이신 헬른 경과 같은 경지에 이르는 것이 꿈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워 정식으로 기사단에 포함되고 싶은 포부가 있었다.
꾸얀은 몰려오는 적을 맞아 열심히 싸웠다.
챙, 챙!
일반 병사들은 성벽을 오르기 쉽지 않지만, 꾸얀처럼 마나를 이용하기 시작하는 견습 기사 정도만 돼도 사다리를 이용해 성벽을 오르는 건 금방이었다.
적이 성벽을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적의 수는 아군보다 몇 배.
성벽 위에서의 결투도 피할 수 없었다.
챙, 챙!
“얍!”
“탓!”
꾸얀은 성벽 위로 올라온 적과 검을 겨루었다.
자신보다 머리하나 더 큰 기사였다.
힘에서 밀렸다.
상급 기사가 되면 덩치 차이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자신과 같은 견습 수준에서는 신체적인 힘의 크기가 의미가 있었다.
뿔 달린 투구로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상대.
그 눈빛만은 핏빛처럼 붉었다.
힘으로 윽박질러오는 상대의 검술을 유연하게 쳐내곤 있지만, 힘에 부쳤다.
챙, 챙, 챙!
다시 몇 합이 지나갔다.
푹!
상대의 검이 꾸얀의 허벅지를 깊이 베어냈다.
콰직!
갈비뼈가 나간 것 같았다.
퍽!
그리고 상대의 발길질에 꾸얀은 뒤로 두 번을 굴러 넘어졌다.
“윽.”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기 어려웠다.
숨을 쉬기 힘들었고 서서히 눈이 풀렸다.
서서히 다가오는 상대.
그 순간!
펑!
상대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퍽, 지지지직.
상대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누군가 꾸얀에게 말했다.
“마셔요.”
꾸얀은 눈앞이 어질거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이 꾸얀의 턱을 들더니 입에 뭔가를 넣어주었다.
누구지?
그리고 뭘 마시는 거지?
잠시 후, 꾸얀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깊게 베인 허벅지도 칼이 박혔던 옆구리도 괜찮은 것 같았다.
누구였지?
얼핏 하늘색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상급 기사 안톤.
안톤은 성벽 위로 올라온 베이론의 기사와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쾅, 쾅, 쾅!
안톤의 메이스와 적의 검이 부딪히며 굉음을 낸다.
“타앗!”
“얍!”
상급 기사들 간의 결투에 일반 병사들은 쉽사리 끼어들지 못한다.
근처의 병사들은 활이라도 날렸으면 좋겠지만 둘 다 워낙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안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내가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오른쪽으로 안톤이 접전을 벌이는데 쉽지 않아 보여. 거기… 좀 더…더더더더. 오케이!]
―네, 민준 님. 확인했어요.
핑!
샤샤의 화살이 대기를 갈랐다.
슈우욱!
펑!
안톤과 접전을 벌이던 기사의 몸에 불길이 치솟는다.
“크악!”
안톤이 홈런 타자가 된 듯 메이스를 쥐었다.
메이스 손잡이 끝부분을 두 손으로 고쳐 잡고 메이스의 끝을 바닥에 탁탁 두 번 치더니, 메이스를 어깨 위쪽으로 들어오려 한 바퀴 회전시키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왼발을 살짝 들었다가 바닥에 놓으며 대퇴부, 엉덩이, 허리, 어깨 순으로 힘을 전달하며 풀스윙을 했다.
한 동작 안에 나선형으로 발끝에서부터 메이스 끝으로 전달되는 힘의 전달이 아름다웠다.
나도 짬… 아니, 레벨이 높아져서 그런지 하지는 못해도 이제 그 동작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었다.
“잘 가게나.”
쾅!
와~
홈런이다.
그런데 홈런은 공을 날리는 게 아닌가?
사람을 날려버리는 것도 홈런인가?
불이 붙은 것도 날아가는 것도 자의가 아닌 파이어맨이 날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별똥별인 줄 알 것 같았다.
안톤은 고개를 돌려 샤샤를 향해 찡끗 미소와 함께 엄지척을 날려주었다.
예전에 안톤에게도 소환수가 되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안톤은 디아론 백작에게 충성맹세를 해서 안 된다고 했었다.
안톤이 소환수 됐으며, 걍 메이져리그 타자로 직행이었는데.
나는 천재 4번 타자의 재능이 있는 안톤에 대한 미련에 잠시 그 모습을 보았다.
안톤의 필살기는 공중 2회전을 돌면서 때리는 거였는데.
투수가 던진 공을 공중 2회전을 돌고 쳐도 되는 걸까?
잠시 그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몰라몰라,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내가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동쪽에 추가 부대 발견.]
[넵.]
샤샤는 무전을 날렸다.
치치칙.
“샤샤입니다. 동쪽에 추가부대 발견입니다.”
치치칙.
―동쪽 추가부대인가?
치치칙.
“네, 그렇습니다.”
―알았다.
샤샤의 무전에 맞춰 우리 쪽에게서도 동쪽 문에 추가 병력이 배정된다.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느낌.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유기적으로 전장을 조율하는 감각.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지 않은가?
나는 잠시 지휘자가 된 것처럼 샤샤를 통해 병력을 지휘해 보았다.
화면으로 보는 오른쪽 부분의 병력이 상대보다 취약했다.
알레그로! 빠르게.
오른쪽 부분으로 빠르게 병력이 보충되었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서 상대의 병력이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다.
안단테! 걸음걸이의 빠르기로.
그 방향으로 우리 편 병력도 걸음걸이의 빠르기로 준비되었다.
크레셴도! 점점 세게.
상대의 투석기가 불을 뿜는다.
이쪽에서도 발리스타 대형 화살로 점점 세게 공격해야 한다.
점점 적들이 거세진다.
적들이 미쳐 날뛰고 이에 맞춰서 헬른성의 병사들도 미쳐 날뛴다.
그래 원래 전쟁은 제정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정신줄을 놓았다.
아첼레란도! 아지타토! 아싸라비야! 콜롬비야!
이렇게 헬른성에서 치열한 공성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제리는 헬른성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제리는 부대 하나의 병력 가장 앞에서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제리가 선두에서 앞서가고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
“저 앞까지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당.”
어느덧 수인족 형태로 변신한 제리.
부대는 질서정연하게 행군하고 있었다.
이 부대의 목적지는 삼각성이었다.
병력의 이동 목표는 삼각성을 포위하고 있는 베이론의 부대를 제거하고, 삼각성과 함께 베이론의 본대의 후방을 차단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은 베이론 본대와 마주치지 않아야 했다.
제리가 포함된 부대가 출발할 당시, 베이론의 병력은 헬른성에 선발대를 보냈고 삼각 성에 일부 병력으로 포위를 하였으며 본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제리의 부대는 적의 본대가 헬른성에 도착할 무렵 삼각성에 나타나야 했다.
띠링!
[제리야 쭉 가 내가 아까 이쪽 길 한 시간 동안 훑어봤던 길이야. 걱정하지 말고 쭉 가면 돼.]
[알았당.]
그렇게 제리의 부대는 적의 본대가 지나가고 난 뒤 후방을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헬른성.
오늘도 석양이 지면서 베이론의 군세가 뒤로 물러났다.
약속한 듯한 일과.
알람이 울리면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가고 저녁이 되면 집에 오는 것처럼 정해진 일과표인 마냥 치열한 전투와 휴식을 반복했다.
치열한 전투를 증명하는 듯 성벽 주변에는 무수한 시체와 화살, 검, 방패 조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
끓는 기름을 붓고 불화살을 날려 성벽 군데군데 검게 그을린 부분이 있었다.
성벽 위에서는 혹시 모를 야습을 대비하기 위해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견습 기사 꾸얀은 오늘 성벽 위를 순찰하는 당번이었다.
꾸얀이 순찰을 돌자 곳곳에 경계를 서는 병사들이 경례했다.
“충, 수고하십니다.”
꾸얀은 가볍게 경례를 받았다.
저 멀리 베이론의 숙영지 불빛들이 보였다.
“꾸얀 님 이거 드셔보셨습니까?”
자주 보던 병사 한 명이 꾸얀에게 뭔가를 건넸다.
뭐지?
병사가 건넨 것은 간식 같았다.
노르스름한 색.
직사각형 모양이긴 한데 귀퉁이가 둥글었다.
작은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다.
병사가 말했다.
“드셔보십쇼, 맛있습니다.”
“네, 잘 먹겠습니다.”
꾸얀은 한입 먹어보았다.
오도독.
살짝 물었을 때는 딱딱한 듯했지만 이내 이빨에 부서지며 바삭했다.
그리고 침에 녹으면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났다.
“이건 뭐죠?”
병사들이 씩 웃었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는 얼굴이랄까.
“네, 기사님 건빵이란 겁니다.”
“건빵?”
“이번에 디아론 영지에서 병력이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아! 디아론 영지.”
며칠 동안 계속 듣던 이름이다.
“그런데?”
“글쎄 그 영지의 병사들은 장난이 아니라지 뭡니까?”
꾸얀은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장난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꾸얀이 묻자 병사는 신이 나서 말했다.
“글쎄, 그 동네 병사들은 병장기가 아주 때깔이 좋고 매일 그 뭐더라 쌀밥이란 것을 먹으며, 심심할 때 먹으라고 이런 건빵도 준다고 합니다.”
“오호.”
꾸얀은 디아론이 이렇게 잘 사는 줄 처음 알았다.
“게다가 다치면 병사들에게도 치료용 포션을 먹인다고 합니다.”
흠칫!
꾸얀은 치료용 포션을 먹인다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오전에 전투가 벌어졌을 때, 자신은 정말 죽을 뻔했었다.
허벅지를 베이고, 갈비뼈가 부러졌었다.
숨이 막히고 눈이 풀리던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을 도와줬었다.
그런데 자신의 몸은 지금 보다시피 멀쩡했다.
꾸얀은 자신이 착각한 줄 알았었다.
그런데 이 병사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정말 죽을뻔했고, 누군가 자신에게 포션을 먹인 것이 분명했다.
꾸얀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늘색…….”
병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꾸얀 님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경계를 서던 두 병사가 합창하듯 말했다.
“전장에 하늘색 바람이 불면 적들이 물러나리라.”
꾸얀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
“모르십니까? 하늘색 바람이 불면 적들이 물러나리라. 이거 며칠 전부터 알음알음 퍼지는 구호입니다.”
“구호?”
“네, 디아론 영지에서 온 여기사가 있는데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는데 나타나면 즉시 적병은 죽고, 다 죽어가는 우리 병사들을 살려놓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소문이 도나 봅니다.”
“아!”
그랬구나.
꾸얀은 자신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이제 알게 되었다.
다음날.
날이 밝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전투 개시를 알리는 파이프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샤샤야, 적의 본대가 슬슬 도착하나 보다.]
[네, 전달할게요.]
[근데 걱정하지 마.]
[……?]
[우리 편 본대도 거의 다 왔어.]
[야호!]
그 시각.
소드마스터 헬른 공작은 본대를 이끌고 헬른성 인근을 행군하고 있었다.
귀를 살짝 덮는 금발 머리, 금색 눈썹 아래 푸른 눈.
하얀 얼굴이 고생이라곤 안 해본 귀공자 스타일이었다.
금속으로 만든 판금 갑옷을 부위별로 갖춰 입고 등 뒤로는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얼핏 보았을 때는 20대?
젊었다.
헬른성에서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들 캐이믹 헬른은 흰머리가 조금씩 나오고 주름살이 늘어가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바뀐 듯한 외모.
부관이 헬른 공작에게 말했다.
“공작님, 이제 저 언덕만 넘으면 헬른성입니다. 첩보에 의하면 적은 오늘 공성전을 벌이지 않고 있으며, 그 뒤에서 적의 본대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공작은 다른 부분은 모두 젊었지만, 눈동자의 깊이만은 그렇지 않았다.
깊은 눈동자.
눈동자는 파란 심연 같았다.
공작은 그런 눈빛으로 부관에게 물었다.
“적의 수는?”
“네, 현재 헬른성을 치고 있는 적은 약 3만에서 4만. 그리고 추가로 오는 병력은 6만 이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면 합이 9만에서 10만 정도인가.
우리 측은 헬른성에 1만 몇천, 그리고 본대가 5만이다.
6만 대 10만.
쪽수로는 조금 밀리지만, 전쟁이 그것 하나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라우 공작은?”
“그건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라우 공작.
민준이 베이론을 관찰하며 왕의 얼굴을 보려고 할 때, 홀연히 나타나 민준의 화면을 뒤로 물리게 한 베이론의 소드마스터다.
헬른 공작과 라우 공작은 좋게 말하면 라이벌이요, 나쁘게 말하면 숙적이다.
헬른 공작에게 이번 전쟁은 왕국을 위해서도 이겨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라우 공작 때문이라도 이겨야 하는 전쟁이었다.
힐끔.
헬른 공작은 한쪽에서 말을 타고 잘 따라오고 있는 마법사 스피오크를 바라보았다.
이제 스피오크도 나이가 70이 다 되어가서 말타기 힘들 텐데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을 타는 모습이 여느 젊은이 못지않다.
스피오크는 붉은 망토를 둘렀는데 목 주변의 표범 무늬가 인상적이었다.
스피오크는 지팡이를 대각선으로 메고 있었는데 기다란 하키채처럼 끝부분이 완만하게 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휘어진 나무에는 일정 간격으로 반짝이는 푸른 빛을 내는 마정석이 박혀 있었다.
헬른 공작은 다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언덕 꼭대기에 도달했다.
저 아래 헬른성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 깨알 같은 적병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휘이이잉―
전장에 바람이 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