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49화 (48/230)

49화. 나가자.

탐사대가 돌아오자 서둘러 주민들이 달려 나왔다.

주민들은 모두 탐사대를 환영했다.

주민들은 탐사대의 성과를 환영한다기보다는 탐사대의 생존 그 자체를 환영했다.

탐사대가 아직 성문 밖에서 성을 향해 행군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길가로 달려와 탐사대의 모습을 살폈다.

목을 쭉 빼고 자신의 가족을 찾았다.

그리고 가족의 이름을 소리높여 불렀다.

“벤자민! 벤자민 있어?”

누군가 간절한 목소리로 벤자민을 찾았다.

행군 대열 속에 있던 벤자민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까약! 벤자민이야! 살아 있었어!”

벤자민을 찾던 이는 주저앉아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찰스! 찰스는?”

“찰스도 저기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행이야!”

“러저스! 러저스.”

탐사대는 거의 삼 개월 가까운 시간을 트란 산맥에 머물렀다.

트란 산맥에서 삼 개월을 머물렀다는 뜻은 몬스터와 삼 개월간 합숙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탐사였다.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트란 산맥의 몬스터 토벌 때에도 많은 이들이 트란 산맥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탐사대가 성문에 도착했다.

이미 성에 있던 병사들이 탐사대를 향해 늘어서 있었다.

성문을 지키던 경비대장이 늘어서 있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일제 차렷”

척척!

병사들이 제식 동작을 갖추었다.

“트란 산맥의 탐사를 하고 오신 탐사대원들에게 경례!”

“충!”

창을 든 병사들은 창을 이용해, 검을 든 병사들은 검을 이용해 제식 동작으로 경례를 했다.

팬니르는 가볍게 경례를 받으며 탐사대를 이끌고 성 내부로 들어갔다.

성 안 쪽에서는 탐사대의 가족들이 더 많이 몰려 있었다.

탐사대에 가족들이 있는 사람들은 탐사대 앞으로 몰려와 저마다 자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일하다가 뛰어왔는지 지저분한 앞치마 차림으로 달려온 이, 눈이 침침해 옆 사람에게 자꾸 물어보는 이, 자신의 가족을 찾고 환호하는 이가 섞여 있었다.

곳곳에서 행군하는 가족을 발견하고 많은 이들이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외성벽의 문을 통과하니 디아론 백작이 탐사대를 마중 나와 있었다.

백작에게 다가간 팬니르는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의 예를 갖추었다.

“충, 백작님께 트란 산맥 탐사대의 복귀를 신고합니다.”

팬니르의 목소리에는 마나가 담겨있었다.

단지 백작에게 보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주민도 함께 들으라는 뜻이었다.

백작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잘 돌아왔다.”

백작의 목소리에도 마나가 담겨서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팬니르가 마나를 담아 말했다.

“이번 트란 산맥의 탐사대는 삼 개월간의 탐사를 진행하면서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무사히 귀환하였습니다.”

팬니르의 입에서 아무도 죽지 않고 돌아왔다는 소리가 나왔다.

트란 산맥을 오른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탐사대를 둘러싼 많은 주민은 몹시 기뻐하였다.

“와!”

“한 명도 죽지 않았대!”

“정말 다행이야!”

“역시 팬니르 기사님이셔.”

팬니르는 마나를 거둔 채 백작만 들을 수 있도록 작게 말했다.

“백작님, 지난 몬스터 웨이브의 원인에 대한 증거를 가져왔습니다.”

백작이 기뻐하며 말했다.

“좋다. 들어가서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팬니르는 안톤에게 병사들을 해산시킬 것을 지시하였다.

그리고 마법사인 알타르와 함께 백작의 집무실을 다시 찾았다.

팬니르는 트란 산맥의 마정지와 마나의 맥에서 뽑아온 금속 봉을 백작에게 보여주었다.

백작이 물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1m가 조금 넘어 보이는 길이.

두 손바닥으로 잡으면 딱 잡힐 것 같은 굵기.

금속 봉에는 화려하고 복잡한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마법사 알타르가 백작에게 말했다.

“탐사대는 트란 산맥의 마나의 발원지라 하는 마정지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보시는 바와 같은 금속 봉이 묻혀 있었습니다. 어둠의 마나에 반응하는 시약으로 확인한 결과, 어둠의 마나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트란 산맥 곳곳에 마나의 맥이란 곳이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마정지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곳입니다. 그곳들에서 총 다섯 개의 금속 봉을 뽑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서도 모두 어둠의 마나를 확인했습니다.”

알타르는 확신을 담은 눈빛으로 백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는 필시 누군가 마정지와 마나의 맥을 돌며 인위적으로 트란 산맥에 어둠의 마나를 뿌린 것입니다. 그 결과, 몬스터들이 어둠의 마나에 영향을 받았고 웨이브가 터지게 된 것입니다.”

백작은 분노를 띠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해괴한 짓을 한 것인가!”

팬니르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이 봉들을 누가 그곳에 심은 것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샤샤의 마스터라고 하는 소환술사로부터 화면 기록장치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저희가 봉을 뽑아온 장소에 설치해두었습니다. 이 봉을 뽑았으니 어둠의 마나는 트란 산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을 설치한 자가 그것을 알아차리고 봉의 마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와볼 수도 있어서 저희에게 알람이 울리도록 해두었습니다.”

백작이 말했다.

“잘했다. 그리고 알타르.”

백작이 고개를 돌려 알트르를 바라보았다.

“네, 백작님.”

“저 금속봉 자체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원을 해달라고 하라.”

“네, 알겠습니다. 철저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작은 다시 팬니르를 바라보았다.

“팬니르, 탐사의 전반적인 과정을 듣고 싶구나.”

팬니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네.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팬니르는 탐사의 과정을 백작에게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탐사대가 지나간 경로, 만난 몬스터, 탐사대를 몰래 보던 제리를 포함해서 드리마스 부족에 가게 된 이야기.

마정지와 마나의 맥에서 금속 봉을 캐낸 이야기를 했다.

특히 팬니르는 샤샤의 마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샤샤가 끊임없이 신비한 물건들을 꺼내고 몬스터들의 위치를 알려주었음을 말했다.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날 때는 미리 그 몬스터를 발견하고, 그 몬스터에 맞는 적절한 장비를 준비한 후 몬스터와 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번개를 사용하는 선더버드를 잡을 때 번개를 막아주는 장비를 사용한 후 싸웠다고 말할 때는 백작도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미리 몬스터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장비를 준비한다니 정말 큰 도움이 되었겠구나.”

팬니르는 샤샤가 매일 대원들에게 체력의 물약을 주어 힘을 내게 했으며, 회복의 물약으로 다친 대원들을 치료해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는 탐사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팬니르가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 샤샤의 마스터라는 자가 없었다면 탐사대가 지금처럼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탐사에서 가장 공이 큰 자를 따진다면 샤샤와 그의 마스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의 공이 크다.”

백작은 샤샤의 마스터를 만나고 싶었다.

“소환술사라는 자를 성으로 초대하고 싶구나.”

“네, 저도 샤샤에게 그것이 가능한지 물어보았지만, 그 소환술사라는 인물은 이곳 글리제 행성의 인물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먼 다른 세계의 인물이 샤샤를 관찰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소환술사가 제리아나마스라는 수인족을 자신의 소환수로 삼았습니다.”

백작이 물었다.

“그래? 그럼 소환수가 둘이 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그러면 그 수인족이라는 소환수도 잘 관리해야 하겠군. 행정관에게 말해서 그 수인족도 성 내에서 머물 곳을 지원해 주도록 하라.”

“네, 그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가는 아빠가 병사가 되어 훈련받거나 경비 일을 할 때는 마을 유치원에 가 있곤 한다.

마을 유치원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아니고, 올가 또래의 아이들을 모아서 몇몇 아주머니들이 돌봐주시고 아이들의 부모가 약간의 사례를 하는 것이었다.

올가가 유치원에서 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올가를 부르셨다.

“올가야, 집에 갈 준비를 해야겠어요.”

올가 혼자 집에 찾아가지 않고 아빠가 일을 끝내시면 올가를 데리러 오신다.

그래서 올가는 집에 갈 준비를 하라고 하면 아빠가 왔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올가가 신발을 신고 돌봐주시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올가야, 내일 보자.”

“네.”

삐걱.

유치원의 문이 반쯤 열렸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사람은 아빠치고는 뭔가 체형이 달랐다.

아빠가 아니네.

올가는 다른 아이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올가야.”

이 목소리는?

설마?

올가는 얼른 유치원 문을 활짝 열어보았다.

언니가 있었다.

“언니!”

올가가 언니에게 달려가 안겼다.

샤샤도 올가를 마주 안아 주었다.

“그래, 올가. 잘 있었어?”

“응!”

“언니 안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언니도 그랬어.”

올가와 샤샤는 꼭 껴안으며 보고 싶었던 마음을 달랬다.

이런 가족 상봉은 성 내의 여러 가정에서 일어났다.

몬스터 천국인 산맥에 몇 달을 다녀온 아빠, 남편, 연인이 반가운 해후를 하였다.

“페트롤. 이것 좀 먹어 볼래? 아빠가 이번 탐사대에서 받은 건데 진짜 맛있어.”

지구의 맛있는 과자를 다 먹지 않고 간직했다가 가족에게 주는 아빠도 있었고.

“샤나리스 나 왔어. 이거 반지야. 우리 결혼하자.”

오랜만에 만난 연인에게 청혼하는 병사도 있었다.

그렇게 탐사대가 가족과의 해후를 하는 동안 나는 사무실 소파에 누워 대자로 뻗었다.

“나도 쉴래. 너무 빡셌어. 나 히키코모리가 된 기분이야.”

장장 삼 개월이다.

탐사대가 삼 개월 동안 탐사를 했다는 말은 내가 사무실에서 삼 개월 동안 화면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남들이 보면 삼 개월 동안 벽만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내가 스님인가?

아니 어지간한 스님도 삼 개월 동안 면벽 수련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직원들을 불렀다.

“상일 씨, 홍민 씨.”

“네, 사장님.”

나는 두 분에게 스마트폰으로 백만 원씩 보냈다.

“삼 개월 동안 고생하셨어요. 자, 보너스로 백만 원씩 넣어드렸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 휴가입니다. 다 쓰고 오세요.”

두 직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넙죽 감사를 표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나도 좀 쉬어야겠다.

나는 마지막으로 나의 두 소환수를 화면으로 찾아보았다.

이제 나도 며칠 화면 좀 꺼 둘 생각이었다.

봐라. 샤샤의 저 행복한 표정.

오랜만에 아빠와 올가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에고, 에고.

아주 좋단다.

그리고 제리.

어?

“알파야?”

―네, 민준 님.

“제리 좀 자세히 비춰봐.”

화면상에서 제리가 비쳤다.

제리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느 건물의 파란 지붕 위 꼭대기에서 길가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얌전히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높은 장소.

“흠…….”

그러고 보니 디아론 성에는 제리가 알던 사람이 없었다.

있다고 해봐야 탐사대에서 알게 된 사람들 뿐이다.

가장 친한 사람은 샤샤.

하지만 샤샤도 오랫동안 떨어진 가족을 보고 있어서 제리까지 신경을 쓰지는 못한 것 같았다.

제리는 이제 나의 소환수.

둘 뿐인 나의 소환수다.

나는 소환수 상태창을 열어 제리와의 친밀도를 확인해보았다.

친밀도 : 63

둘 뿐인 나의 소환수 치고는 친밀도가 아직 낮다.

샤샤랑은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이래저래 친해졌는데, 제리는 소환수가 되고 나서 쭉 트란 산맥을 탐사했을 뿐이다.

그래도 많이 올랐다.

처음 소환했을 때 친밀도가 40이던가?

그때는 선물을 줘도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트란 산맥을 탐사하며 이래저래 나와도 소환도 많이 해서 조금 친해진 것 같았다.

이제는 뭘 준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을 정도?

“알파야, 제리 좀 소환해봐.”

화아악.

제리가 소환되었다.

보라색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모습.

어딘가 귀티가 흐른다.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왜 불렀나?”

“제리야, 너 서울 구경 안 해봤지?”

제리가 당연하다는 듯 가만히 있었다.

“나가자. 서울 한 바퀴 구경시켜 줄게.”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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