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운동 천재
“으음···….”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다.
눈앞에 뭔가 희끗희끗한 불빛이 비치는 듯했다.
살짝 눈을 떴다.
낯선 공간.
지붕이 막혀 있었다.
건물 내부인 것 같았다.
천장에는 뭔가 반듯한 구조물이 길게 매달려 있었다.
저건 뭐지?
그리고 양쪽에 반듯하게 놓인 선반에는 네모난 무언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제리아나마스는 정신을 차리는 인물이 꼭 해야 하는 물음을 떠올렸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일단 자신은 제리아나마스였다.
하지만 여긴 어딘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낯선 모습.
난생처음 보는 건물의 구조.
그렇게 눈을 온전히 뜰 무렵 코를 통해 들어오는 강렬한 자극.
훅.
낯선 냄새.
그런데 그 낯선 냄새에는 진한 몬스터의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털이 바짝 섰다.
자신도 모르게 발톱이 삐죽하게 튀어나왔다.
이렇게 진한 피 냄새라니.
온몸을 깨우는 긴장감이 엄습했다.
제리아나마스는 빠르게 자세를 잡고 주위를 살폈다.
고개를 돌리니 세 명의 사람이 빙긋 웃고 있었다.
나는 제리아나마스가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눈을 떴다.
내가 인사를 했다.
“안녕.”
“캬아아아아!”
날카롭게 경계를 한다.
나는 두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워워, 이런 진정해. 난 너의 소환술사야.”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제리아나마스는 다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몬스터 사체.
진한 피 냄새가 나는 근원이었다.
제리아나마스가 경계심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나는 제리아나마스의 모습을 살폈다.
놀란 듯한 까만 눈동자.
검은 코.
기다랗고 새하얀 수염.
쫑긋한 세모난 귀.
물에 젖어 축 처진 보라색 털.
뮤지컬 캣츠의 여배우가 분장한 모습으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나온 듯했다.
제리아나마스가 물었다.
“소환술사?”
수인족이 말을 하자 내 옆에 있던 직원들이 살짝 놀라는 것 같았다.
직원들에게 내가 물었다.
“알아듣겠어요?”
“아, 네. 신기하네요. 한국말을 하네요.”
신기하겠지.
소환술사인 나도 신기한데 다른 사람은 얼마나 신기할까?
“안녕? 제리아나마스. 내가 너의 소환술사이고, 네가 나의 소환수야. 나와 네가 계약을 맺은 거야, 계약. 기억나지?”
나는 물에 빠져 얼떨결에 처음 소환된 소환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제리아나마스는 곧 상황을 파악하고 진정했다.
끄덕.
제리아나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제리아나마스에게 수건을 여러 장 건넸다.
나는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창고 화장실에서 씻으며 생활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용품들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수인족에게 무얼 줄까 고민하다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넸다.
호로록.
마시는 모습이 나쁘지는 않은가 보다.
“그래도 물에 빠지자마자 소환에 잘 응했네.”
“그랬나?”
“응, 물에 빠지자마자 내가 소환을 요청했고, 네가 그 요청에 응한 거야. 내 맘대로 강제 소환을 하지는 못하거든.”
제리아나마스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줄이 끊어지고 물에 빠졌다.
샤샤가 뭐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그때 당시에는 무슨 소린지 잘 몰랐으나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소환에 응하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물속에서 정신없는 와중에 소환하겠냐는 목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
그리고 자신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샤샤에게는 이미 널 소환했다고 말해 뒀어. 다들 네가 물에 빠져서 놀랐을 거야. 안전하게 있다고 전해줬으니까 안심해.”
제리아나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있던 장소를 보여줄까?”
제리아나마스는 또 고개만 끄덕였다.
아직 낯선가 보다.
“알파야, 화면 좀.”
화면이 한쪽 벽에서 보기 좋은 위치에서 커다랗게 보였다.
화면상에서 드리마스 일행이 분지 앞에 모여 있었다.
드리마스들은 어린 드리마스들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가고 있었다.
샤샤와 팬니르 등의 인원은 계속 분지에서 제리아나마스를 기다리는 듯했다.
“나는 이 화면으로 글리제의 세상을 볼 수 있어. 그리고 샤샤와 너를 소환하면 너희는 내가 부른 이곳 지구로 소환되는 것이지. 소환수가 되면 상태창을 볼 수 있어. 상태창이라고 말해볼래?”
제리아나마스가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상태창?”
[제리아나마스]
직업: 소환수
레벨 50
힘 70
민첩 110
체력 80
마나 70
미분배 스탯 0
소환술사 : 김민준
거주 행성 : 글리제
연결된 행성 : 지구
스킬 : 없음
나도 제리아나마스의 소환수 상태창을 열어 설명해 주었다.
“거기 보면 레벨이 보이지? 50이네. 샤샤와 내가 30인데 너는 50이네. 너 좀 세구나.”
상급 기사와 싸워서 밀리지 않더니 레벨이 높았다.
“몬스터를 죽이면 경험치가 쌓여. 그리고 그 경험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레벨이 올라가지. 레벨이 올라가면 상태창의 미분배 스텟이 늘어나는데 그 스텟으로 힘, 민첩, 체력, 마나를 올릴 수 있어.”
제리아나마스는 얌전히 내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네가 얻는 경험치의 일부는 나에게 들어와. 그래서 네가 싸워서 강해지면 나 또한 강해지지. 일단 너에게 스킬을 줄게. 어디 보자. 이건 이단 점프, 이건 권기야.”
나는 제리아나마스에게 손바닥만 한 카드 두 장을 주었다.
“그게 스킬 카드라는 건데 익히겠다고 말하면 돼. 이단 점프는 말 그대로 점프를 두 번 할 수 있는 거야. 공중에서 한 번 더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권기는 주먹에 기를 두르는 스킬이야. 너처럼 근접전을 벌이는 전사에게는 꽤 괜찮은 스킬일 거야.”
제리아나마스는 카드를 받고 잠시 바라보았다.
내가 권유했다.
“각 스킬의 이름을 말하면서 스킬을 익힌다고 말하면 돼.”
제리아나마스가 말했다.
“이단 점프를 익힌다, 권기를 익힌다?”
제리아나마스의 눈이 순간 커졌다.
뭔가 스킬이 익혀지는 것을 경험한 모양이다.
“한 번 써봐.”
제리아나마스는 공중으로 가볍게 점프했다.
파앗.
“우와!”
가벼운 점프인데 왜 우아하게 느껴지는 거지?
확실히 높이도 높고 체공시간도 길었다.
그리고 점프 후 떨어지려는 찰나에 다시금 점프했다.
파앗!
공중에서 허공을 한 번 더 딛는 점프다.
이렇게 보니 꽤 멋진 스킬이다.
제리아나마스는 스킬이 마음에 들었는지 제자리에서 아주 높게 점프했다.
그리고 정점에 도달하자 다시 한번 더 도약했다.
와!
높이 올라간다.
제리아나마스가 말했다.
“괜찮군.”
제리아나마스는 스킬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점프했다.
앞으로 점프를 한 후, 스킬을 이용해 공중을 찼다.
그 반발력을 이용해 뒤로 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뒤구르기를 여러 번 하며 착지했다.
짝짝짝!
절로 박수가 나왔다.
멋지다.
샤샤를 처음 보았을 때는 얼굴 천재라 모델을 시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얘는 딱 보니 운동 천재다.
저 동물적인 몸놀림!
아, 맞다. 동물이지.
나도 헌터이고 던전도 여러 번 돌았다.
그래서 몸을 쓴다는 것이 뭔지 대강은 안다.
그래서 그럴까?
저 점프를 보니 감동이었다.
단순한 점프를 보며 이리 감동하다니 왜 육상이라는 종목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체조 선수를 시킬까?
올림픽 나가면 금메달을 싹쓸이할 것 같았다.
제리아나마스는 샬롯과의 대결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땅, 나무를 가리지 않고 위치를 바꾸며 대결을 했다.
그런데 이제 이단 점프 스킬이 생겼으니 땅, 나무뿐만 아니라 공중 또한 제리아나마스가 뛰어다니는 발판이 된 것이었다.
이내 제리아나마스가 주먹을 쥐었다.
주먹에서 은은하게 반투명한 푸른 막이 생기는 듯했다.
마나였다.
제리아나마스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하고 주먹을 허공에 뻗어 펀치를 쳐 보았다.
슉슉.
레벨이 50이라서 그런지 가벼운 펀치를 내뻗는데도 소리가 달랐다.
마나를 머금은 주먹으로 내뻗는 펀치.
레벨 50의 마나를 두른 펀치는 대단한 파괴력을 낼 것 같았다.
그런데 제리아나마스는 잠시 주먹을 바라보더니 발톱을 내밀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기다란 발톱이 뽑혀 나왔다.
세 개의 칼날.
이건 손톱이 아니라 그냥 칼날이다.
세 개의 칼날이 나란하게 뻗어 있으니 엑스맨이 하고 다니는 클로 같았다.
푸르스름한 마나를 머금은 칼날.
“어? 마나를 머금는다고?”
나는 나도 모르게 물었다.
제리아나마스도 자기도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아… 권기는 주먹에 마나는 두르는 건데, 손톱은 주먹의 일부니까 손톱에도 마나를 머금을 수 있겠네.”
그랬다. 권기는 손톱까지도 마나를 둘러준다.
제리아나마스는 단지 손톱이 길 뿐이었다.
마치 칼날처럼.
그래서 제리아나마스는 검기를 두른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와, 이거 대박이네. 권기가 아니라 검기인데?”
권기도 좋지만 검기는 더 좋다.
주먹보다 검이 거리가 더 길기 때문이다.
무기가 필요 없이 주먹으로 승부하는 권투사들도 있지만, 보통은 무기를 드는 쪽이 더 위협적이다.
내가 물었다.
“테스트 좀 해볼래?”
나는 각목, 쇠 파이프, 돌멩이 그리고 신문지까지 가져와 보았다.
제리아나마스의 손톱은 굉장히 단단했다.
맨손톱으로 각목을 자를 수 있었고 쇠 파이프도 흠집을 냈다.
그리고 마나를 두르자 쇠 파이프마저 자를 수 있었다.
그리고 마나를 두른 손톱에 신문지를 올리자
스윽 하는 소리는 내면 신문지가 잘려 내려간다.
명검이네. 명검이야.
손 속에 저런 명검을 숨기고 있으면 반칙 아닌가?
문득 제리아나마스를 어쌔신으로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대통령이나 VIP같은 사람들을 만날 때는 무기를 착용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안녕하세요.
제 귀여운 고양이랍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사람 형태가 된다.
맨손에서 손톱이 나오는데 그 손톱이 검기가 둘러진다.
천재 자객이다.
한참 스킬 테스트를 마친 후 내가 물었다.
“샤샤도 부를까?”
끄덕.
아직 수줍은가보다.
“샤샤 소환.”
화아악.
샤샤가 왔다.
샤샤가 오자마자 제리아나마스를 보며 물었다.
“제리아나마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응, 괜찮아.”
나보다 샤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니 원래 까칠한 아이는 아니었나 보다.
살짝 제리아나마스의 소환수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친밀도 : 40]
쩝.
분발해야겠다.
우리는 셋이서 서로의 스킬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내가 물었다.
“그래서 그 마정지라는 게 뭐야?”
제리아나마스가 물음에 답했다.
“마나가 처음 흐르기 시작하는 곳이래요. 마나의 발원지? 뭐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도 가봤는데 높아서 춥고 힘들었어요.”
춥다는 말에 샤샤가 물었다.
“추워?”
“응, 많이. 춥고 눈도 오고 바람도 세게 불었던 것 같아.”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넌지시 말했다.
“그래? 그럼 방한복을 준비해야 하겠네.”
“몬스터들도 빙결 몬스터들이 있어요. 백곰이라던가 예티 같은.”
이것도 좋은 정보다.
어떤 환경,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는지 미리 알면 얼마나 쉽게 레이드를 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겠다.
마법사들을 준비하는 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법사들이 각종 마법, 마법진, 아이템을 준비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전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지구식 레이드를 보면 준비하는 자의 타이틀을 지구의 헌터들에게 넘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한 후, 창고와 사무실 구경을 시켜주었다.
선물함 사용법도 알려주고 선물함에 고양이 츄르, 고양이 먹이용 캔 잔뜩 넣어 주었다.
띠링!
제리아나마스의 친밀도가 1 올랐습니다.
오호!
같이 얘기하고 먹을 것을 주니 친밀도가 1 올랐다.
친밀도 올리기 어렵지 않은데?
그래. 같이 수다 떨고, 먹을 것을 사주면서 친해지는 것이지
샤샤가 물었다.
“그런데 다른 드리마스들은 너를 제리라고 하던데?”
“제리는 애칭이야. 어렸을 때는 쭉 그렇게 불리곤 했지”
“그래? 그럼 우리도 그렇게 불러도 돼?”
“그래, 그렇게 해.”
“알았어, 제리야.”
그렇게 호칭 문제도 합의했다.
이제 돌려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일단 소환 취소하면 바로 물 속이고 몬스터들이 있다.
“어디 보자. 어디 쉴드 남은 것이 있던가?”
아이템들을 모아두었던 선반에 쉴드가 몇 개 남아 있었다.
네모난 금속판에 적힌 마법진.
“여기 쉴드 세 개 있는데, 다 가져가.”
제리에게 금속판 세 개를 주었다.
금속판 하나에 쉴드를 세 번 칠 수 있으니 총 아홉 번의 쉴드를 칠 수 있다.
“그리고 물 속이니까 물에 뜰 만한 게 있어야 하는데. 상일 씨, 홍민 씨 제 소환수가 돌아가면 바로 물 속인데 튜브 비슷한 게 뭐 없을까요?”
우리는 창고를 뒤져 튜브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찾은 것은 빈 페트병 여러 개.
그것들을 청테이프로 묶어서 빈 페트병 묶음을 만들었다.
페트병 묶음을 본 제리가 눈을 찌푸렸다.
너무 허접한가?
친밀도 떨어지려나?
내가 말했다.
“하하, 좀 허접해 보이지? 그런데 물에만 뜨면 되잖아. 어차피 실드 여러 겹쳐버리면 그 물고기 몬스터인가 하는 애들은 못 뚫을 거잖아. 그리고 금방 물 바깥으로 나갈 것 같은데 금방 나가서 이건 버려. 일회용이야.”
그래. 잠깐만 쓰고 버릴 건데 페트병을 재활용하면 좋지.
샤샤가 물었다.
“제가 도울 건 없을까요?”
음.
뭘 도와줄까?
물에 빠진 사람에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줄을 던져 주면 좋겠지?”
그렇게 샤샤는 줄을 들고 먼저 제리가 빠졌던 물가로 돌아갔다.
화면을 열어서 보니 물가에서 줄을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제리를 바라보았다.
쉴드를 세 겹을 켜고, 허접한 페트병 뭉치를 들고 있었다.
일회용이야, 일회용.
“준비됐니?”
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리 소환 취소.”
파앗!
제리가 글리제로 넘어갔다.
글리제로 넘어온 제리는 숨을 참아야 했다.
물속으로 전송되었기 때문이다.
꼬옥.
페트병 뭉치를 꼭 쥐고 있었다.
둥실~
물속에서 몸이 점점 위로 떠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캉, 캉.
실드를 두드리는 키타리어들이 있었다.
하지만 실드를 부수기엔 역부족인 것 같았다.
촤악!
제리의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휘리릭.
그러자 딱 알맞게 밧줄 하나가 제리 앞에 도착했다.
“잘 잡아!”
샤샤가 던진 밧줄이었다.
덥석.
밧줄을 잡았다.
주욱.
샤샤가 당기는 줄에 제리의 몸이 주욱 당겨 이동했다.
금세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제리는 겹겹이 자기 몸을 두른 실드와 손에 쥐고 있는 줄을 보며 꽤 괜찮은 팀에 합류했다고 생각했다.
손에 들고 있는 허접한 페트병 뭉치를 바라보았다.
“선물함.”
휘익!
선물함에 페트병 뭉치를 넣어두었다.
왠지 그냥 버리기 싫었다.
그런데 근처에서 샬롯이 제리를 기다리고 있다.
샬롯이 제리를 보며 다가왔다.
뭐지?
제리가 말했다.
“왜? 한 판 더 붙자고?”
샬롯이 어색하게 말했다.
“아니.”
“그럼 뭐?”
샬롯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로봇처럼 딱딱하게 말했다.
“동생, 구해준 것. 고맙다.”
헐!
닭살이다.
그렇게 샬롯은 자기 할 말을 하곤.
휙!
뒤돌아 가버렸다.
샤샤가 제리에게 물었다.
“쟤 왜 저래?”
“하아, 몰라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제리는 알고 있었다.
“샬롯에게 가족이라고는 동생뿐이야. 내가 동생을 구해줬잖아. 그래서 나름대로 고맙다고 인사를 한 것 같아. 샬롯의 부모님들은 예전에 묘족과의 영역 다툼에서 돌아가셨대. 그래서 묘족이라면 치를 떨지. 반은 묘족인 나도 엄청나게 싫어해.”
“아, 그랬구나.”
“뭐 이젠 나랑 별 상관없는 일이야.”
제리가 꼬리를 흔들며 앞서갔다.
“가자 마정지로 가는 길을 알려줄게.”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