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뭐라고?
다급한 어린 드리마스의 외침에 부족장 드리마스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달려온 드리마스가 헉헉대며 말했다.
“아이들이 물에 고립되었어요.”
강자로 보였던 노란 드리마스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물에 고립되다니.”
“동쪽에 있는 큰 느티나무 있잖아요. 거기서 더 가면 계곡이 나오고 계곡 옆에 넓은 곳이 나오잖아요.”
“그래.”
“거기에 물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놀다 보니 물이 가득 차올라서 길이 없어졌어요.”
지난 며칠간 비가 오락가락했다.
그 물이 흘러들어서 작은 분지를 채웠던 모양이다.
노란 드리마스가 말했다.
“앞장서.”
분지를 향해 다들 이동했다.
팬니르 일행도 뭔가 다급한 상황 같아서 함께 이동했다.
샤샤가 나에게 상황을 알려주었다.
[드리마스 아이들이 물에 고립되었다나 봐요. 지금 그쪽으로 다들 가보나 봐요.]
물에 고립된 아이들이라.
나는 드리마스들이 이동하는 방향을 더 앞서가며 상황을 살폈다.
이쪽인가?
드리마스들이 이동하는 방향을 살피니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었다.
“어?”
넓은 분지가 물로 고여 있었다.
그런데 분지 가운데 부분에는 마치 섬처럼 아직 땅인 곳이 있었고 다섯 마리의 어린 드리마스가 모여 있었다.
나는 쪽지를 보내주었다.
[어린 드리마스 다섯이 섬에 고립되어 있어. 하지만 모두 무사한 것 같아.]
다시 화면을 축소해서 보니 왼편 계곡물이 불어나 옆의 분지로 물이 넘친 것 같았다.
계곡물은 거세게 흘렀다.
음…….
보아하니 분지의 물이 점점 불어나서 드리마스 아이들이 있는 섬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 같았다.
헤엄쳐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계곡 쪽에서 물이 거세게 흘러 들어오네. 아이들은 아직 남아 있는 땅에 있지만 이대로 가면 곧 땅이 모두 물에 잠길 것 같아. 누가 헤엄쳐가서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드리마스들이 헤엄을 잘 치나?
나는 튜브라도 보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성인 드리마스들이 아이들이 고립되어 있다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팬니르 일행도 그들과 함께 도착했다.
나는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튜브는 없지만, 물에 뜰 만한 것이 있나 둘러보았다.
드리마스와 팬니르 일행은 금세 문제의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평소에는 계곡물이 적게 흐른다.
그럴 때는 움푹 파인 분지는 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곡물이 불어날 때는 분지에 물이 가득 찬다.
다행히 분지의 중앙 부분은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아서 아직 물로 잠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드리마스 일행 중에는 샬롯도 포함되어 있었다.
샬롯이 분지에 있는 어린 드리마스를 향해 외쳤다.
“에벌린!”
물 한 가운데 섬처럼 남은 부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섯 드리마스 중에는 샬롯의 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섯 마리 모두 아기보다는 큰, 어른보다는 작은 청소년 수준의 암사자의 모습이었다.
샬롯은 망설임 없이 물로 뛰어들려고 했다
“안 돼!”
팬니르와 동수를 이룰 것으로 보였던 노란 드리마스가 샬롯의 앞을 가로막았다.
샬롯이 외쳤다.
“대장님! 에벌린이 저기 있어요!”
“안 돼! 저 물속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이곳은 트란산맥이다.
몬스터들의 천국.
평범한 나무가 식인목일 수도 있고, 하늘, 땅 어디에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다.
노란 드리마스는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저 물속에 있을 몬스터를 말이다.
촤악!
물 밖으로 무언가 튀어 올랐다가 사라졌다.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모두가 보았다.
수중 몬스터 티카리어.
마치 아마존에 사는 피라냐처럼 물속의 동물들을 잡아먹는 몬스터다.
덩치는 드리마스의 절반 정도.
하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몬스터다.
물속에서 티카리어 떼를 만나면 순식간에 뼈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샤샤가 나에게 쪽지를 보냈다.
[지금 물속에 몬스터가 있나 봐요. 그래서 샬롯이라는 드리마스가 물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물속의 몬스터 때문에 못 들어갔어요.]
아! 그럴 수도 있구나.
나는 튜브를 줬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샤샤 일행이 있는 곳에서 어린 드리마스가 있는 곳까지 어떻게 가지?
배가 있나? 지금?
수중 몬스터라는데 배는 과연 안전할까?
나는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했다.
시간이 없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밧줄이었다.
군용물품 세트, 등산 세트 등 필요해 보이는 것을 마구 샀을 때 함께 구매했던 물건이다.
밧줄을 한 번 당겨 보았다.
튼튼한 밧줄.
놀라운 운동신경의 드리마스라면 밧줄 타기도 가능하겠지?
나는 밧줄을 샤샤에게 보냈다.
[샤샤야, 밧줄 보냈어. 그거 화살에 묶어서 섬 쪽에 못 보내려나?]
[해볼게요.]
샤샤가 선물함에서 활, 화살, 밧줄을 꺼냈다.
허공에서 물건을 꺼낼 때 드리마스들은 놀라워했지만, 팬니르 등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샤샤는 화살 뒤에 밧줄을 묶었다.
“잠시만요. 비켜주세요.”
샤샤는 밧줄이 묶인 활을 들었다.
어린 드리마스들이 있는 곳에는 나무가 있었다.
샤샤는 그 나무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모두가 샤샤를 바라보았다.
활, 화살 그리고 밧줄.
샤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활을 당겼다.
그런데 붉은 점이 보이지 않았다.
더 힘을 주어 활을 당겼다.
그래도 붉은 점은 보이지 않았다.
활로는 이 밧줄을 저기까지 보낼 수 없는 것인가?
그때 팬니르가 다가와 말했다.
“마나를 회전시켜라.”
샤샤는 팬니르를 쳐다보았다.
팬니르가 다시 말했다.
“샤샤, 너라면 충분히 마나를 활에 담을 수 있을 텐데?”
끄덕.
샤샤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동안 파이어 애로우 스킬에 의존하느라 자력으로 마나를 담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몸속의 마나를 느껴본다.
스킬에 의존하긴 했지만 마나를 담은 화살을 몇 번을 날렸는지 모른다.
휘이이잉.
몸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운동 후 마시는 시원한 음료 같은 청량감.
그 청량감은 온몸을 돈 후 팔로, 활로, 화살로 이동했다.
붉은 점이 보인다.
핑!
마나를 머금은 화살이 요동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수십 미터의 밧줄.
손가락 굵기이지만 길이가 있어서 가볍지만은 않다.
그런 수십 미터의 밧줄을 화살 한 대가 잡아끌며 앞으로 전진한다.
그 모습을 본 샤샤는 마나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밧줄을 매단 화살은 저 너머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흔들흔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화살은 공기를 헤치며 나아갔다.
팍!
화살이 나무에 박혔다.
섬처럼 고립된 드리마스 아이들과 건너편 인원들 사이에 하나뿐이지만 밧줄로 이어진 다리가 연결되었다.
“고정해.”
서둘러 이쪽 편에 있는 밧줄을 커다란 나무에 고정시켰다.
샬롯이 말했다.
“제가 갈게요.”
샬롯이 밧줄에 몸을 실었다.
주욱.
줄이 아래로 축 처진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샬롯이 밧줄을 탔다.
한 걸음. 두 걸음.
팍!
우당탕!
건너편에 박힌 나무가 부서지며 화살이 뽑혀 버렸다.
이쪽 편의 나무는 튼튼했고 밧줄도 샬롯의 무게를 충분히 버텼지만, 건너편에 있는 나무가 약해서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팬니르가 물었다.
“저쪽 편에 있는 애들에게 밧줄을 묶으라고 하면 안 되나?”
어느 드리미스가 대답했다.
“저기 보다시피 아이들은 인간형으로 변신하지 못해요. 야수의 모습으로 밧줄을 묶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때 제리아나마스가 한숨을 쉬었다.
“어휴, 오늘따라 한숨 쉴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제리아나마스가 샤샤에게 말했다.
“다시 쏴봐. 내가 갈게.”
샤샤는 선물함에서 다시 밧줄을 꺼냈다.
밧줄은 세트로 구매한 것들이어서 여러 개가 있었다.
다시 화살에 밧줄을 묶고 마나를 일으켰다.
파앗!
다시 힘차게 날아가는 화살.
다른 드리마스들은 혹여나 화살이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화살이 나무에 박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샤샤의 화살은 정확히 목표한 나무에 꽂혔다.
다시 만들어진 밧줄로 만들어진 길.
“어휴, 나 이 모습으로 변신하기 진짜 싫었는데.”
제리아나마스가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처음 보았던 드리마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른 드리마스보다 작은 크기.
훨씬 작았다.
묘족.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폴짝~
줄 위로 제리아나마스가 올라탔다.
하지만 조금 전에 샬롯이 올라탈 때보다 줄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얇은 밧줄은 암사자 한 마리의 무게를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고양이 한 마리의 무게는 문제없이 버텼다.
흔들흔들.
제리아나마스가 밧줄 위를 걷는다.
일반적인 고양이라면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제리아나마스는 일반적인 고양이가 아니다.
파앗!
제리아나마스가 지나가는 밧줄 아래로 수중 몬스터 티카리어 한 마리가 뛰어오른다.
첨벙.
하지만 티카리어는 밧줄에 이르지 못하고 다시 물속으로 빠졌다.
“휴우.”
제리아나마스는 깊은숨을 쉬었다.
떨어지면 끝이다.
물 밖이라면 티카리어가 열 마리가 되었든, 백 마리가 되었든 상관없다.
하지만 물속에서 티카리어와 싸우면?
1분도 버틸 자신이 없다.
집중 또 집중.
제리아나마스는 이 정도 외줄 타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단지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이 물에 빠진다는 것
그리고 그 물에 티카리어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조심조심.
흔들흔들.
줄 위를 흔들거리며 걸어가는 제리아나마스의 모습.
모두가 숨죽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말했다.
“거의 다 왔어.”
“쉿!”
제리아나마스의 집중을 깨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폴짝.
마지막 한 걸음을 뛰면서 제리아나마스가 건너편에 무사히 도착했다.
누군가 외쳤다.
“됐어! 잘 도착했어!”
제리아나마스는 다시 인간형으로 변신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고양이 한 마리가 건너오는 줄 알았다가 그것이 동료인 수인족임을 알고 반가워 몸을 비볐다.
배를 발라당 보이며 온몸으로 애교를 떠는 녀석도 있었다.
“으이구, 장난꾸러기들 언니가 구해줄게.”
인간형으로 변해서 손이 길어진 제리아나마스는 나무에 꽂힌 화살에 묶인 밧줄을 풀고 나무 밑둥에 둘둘 감아 튼튼하게 묶었다.
그리고 아이 한 명을 들었다.
“얌전히 있을 수 있지?”
제리아나마스의 어깨 위에 올라간 드리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한 명씩 언니와 함께 돌아가 보자고.”
제리아나마스가 인간형의 모습으로 드리마스 아이 한 명을 메고 줄 위로 올라섰다.
한 걸음, 두 걸음.
나무 밑동에 여러 번 묶어서 그런지 다행히도 줄은 그 무게를 버텨냈다.
제리아나마스는 조심스레 줄 위를 걸어 다시 건너편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샬롯이 외쳤다.
“에벌린.”
제리아나마스가 데려온 아이는 샬롯의 동생이었다.
샬롯이 제리아나마스를 바라보았다.
잠시 샬롯과 제리아나마스의 눈이 마주쳤다.
샬롯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제리아나마스는 곧 몸을 돌려 줄 위로 올라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혹시라도 줄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갈 때는 고양이의 형태로 이동했다.
다행히 아이들을 네 마리 구할 때까지 줄은 제리아나마스와 드리마스 아이의 무게를 버텨주었다.
저 멀리 한 마리의 드리마스만이 남아 있었다.
제리아나마스가 고양이의 모습으로 줄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자, 마지막이다. 다녀올게.”
샤샤가 제리아나마스를 응원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모두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섯 아이 중에 넷을 구출했다.
그 말은 네 번을 왕복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한 번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물론 제리아나마스는 줄에서 떨어지지 않을만한 능력이 있다.
어느새 제리아나마스는 마지막 아이를 메고 줄 위를 걸었다.
이제 건너편으로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덧 절반 이상 건너왔다.
하지만 모두가 잊고 있었던 것.
수면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파앗!
티카리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점프를 했다.
덥석!
티카리어가 줄을 물었다.
바둥바둥.
줄을 이빨로 문 채 바둥거리는 티카리어
제리아나마스는 흔들리는 줄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에잇!”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빠르게 줄 위를 뛰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줄이 허전했다.
제리아나마스가 균형을 잃고 줄에서 떨어진 건 아니었다.
티카리어가 줄 자체를 끊어버렸다.
그 순간 제리아나마스가 아이를 두 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마나를 일으켜 힘껏 아이를 건너편으로 던져 버렸다.
아이가 건너편 드리마스들을 향해 날아간다.
샤샤가 뭐라고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뭐라고?
풍덩!
제리아나마스가 티카리어가 가득한 물에 빠졌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