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41화 (40/230)

41화. 앙

위이이이잉.

절단기가 빠른 회전 소리를 냈다.

얼굴에 안전 마스크를 쓴 누군가가 절단기를 금속 봉에 가져다 대었다.

위이이잉, 카카카카카.

절단기가 불꽃을 내며 금속 봉을 절단하자 바닥에 뒹굴며 소리를 냈다.

땡그랑.

그때 샤샤가 소환되었다.

화아악.

샤샤는 민준의 창고 건물 바깥에 있는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당에서 민준의 직원인 나홍민이 안전 마스크를 벗으며 인사했다.

“샤샤 님, 안녕하세요.”

샤샤도 생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샤샤가 민준을 보며 물었다.

“민준 님, 부르셨어요?”

“그래. 샤샤야, 이것 좀 볼래?”

나는 나홍민이 자르고 있는 금속 봉을 보여주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쇠봉이 10cm 간격으로 촘촘히 나 있는 철창이었다.

철창의 위쪽은 쇠를 구부려 둥근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다.

“샤샤야. 이게 원래 대형 새장인데, 바닥을 잘라서 새장 안에서 새장을 들고 이동할 수 있게 만들고 있어.”

샤샤는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지켜보았다.

“새장은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가 넉넉한 것으로 구해봤어. 두세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사람이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번개가 치면 요 겉 부분에 전기가 통하고 안에 있는 사람은 괜찮은 거지.”

“전기요?”

“전기 몰라? 전기? 지지직?”

“……?”

“번개도 전기잖아.”

샤샤는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샤샤는 번개와 전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글리제에서는 아직 전기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 암튼 번개는 전기인데, 이 쇠에만 흐른다는 거야. 그래서 새장 안에서 이 쇠기둥을 만지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거야.”

샤샤는 신기한 표정으로 새장을 둘러보았다.

“한 번 들어가 봐.”

샤샤가 새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새장의 바닥에 있던 철봉은 모두 제거가 되어서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박스 단위로 구매한 절연 장갑과 절연 장화를 샤샤에게 건네주었다.

“자, 여기 절연장갑이야. 이게 이만 볼트까지도 막아주는 장갑이래. 그리고 이건 절연 장화.”

샤샤는 황토색 두꺼운 고무장갑을 끼고 바닥이 두툼한 고무장화를 신었다.

장화에는 번개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샤샤야. 그 상태에서 활을 쏠 수 있겠니?”

장갑은 샤샤의 손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두꺼웠다.

그래서 샤샤는 행동하기 불편했다.

그래도 샤샤는 어찌어찌 선물함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 화살을 시위에 걸어 보았다.

화살을 시위에 거는 것까지는 되지만 시위를 당기고 조준하는 정밀한 작업은 두꺼운 장갑을 끼고는 무리인 것 같았다.

“장갑이 두꺼워서 쉽지 않네요.”

“그렇구나. 샤샤야 내가 생각한 작전은 이거야. 일단 선더버드 가까운 곳에 간 다음, 이 새장 안에서 장갑을 끼고 새장을 들고 가는 거야. 그러면 선더버드가 오겠지. 그러면 새장 안에서 화살로 선더버드를 잡는 것이지. 번개는 이 새장이 막아주고.”

샤샤는 번개를 막아주는 철창이라는데 썩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다.

샤샤가 물었다.

“괜찮겠죠?”

나는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샤샤를 보고 다시 철창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아마도?”

샤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창이 너무 허접해 보였나?

검색했을 때는 새장 안의 새는 멀쩡하다고 하던데.

문득 나는 내가 너무 안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신선한 아이디어이지만 이들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아이디어, 직접 해본 적 없다.

목숨을 가지고 모험하는 건 아닌 건가?

나는 내가 인터넷 검색만으로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몬스터를 잡자고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더버드를 우회해서 지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해야 하나 싶었다.

그때였다.

마당으로 검은색 승합형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왔다.

자동차의 지붕 위에는 모범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직원인 한상일이 차에서 내렸다.

“방전복과 안티 라이트닝 실드를 구해 왔습니다.”

내가 소리쳤다.

“오, 이러면 작전 변경이지!”

한상일은 방전복 세 벌과 안티 라이트닝 실드를 두 개 구해왔다.

방전복은 두툼한 우주복 같이 생겼다.

겉은 작은 쇠사슬이 달렸고 머리에는 헬멧이 있었다.

쇠사슬 달린 우주복.

입으면 빨리 달리지는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번개만 생각한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안티 라이트닝 실드는 금속판에 새겨져 있었다.

가로세로 30cm 정도의 네모난 판에 현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팔찌형이나 반지형 등으로도 구현되긴 하는데 그런 건 가격이 상당했다.

이정도로 널찍한 판에 마법진을 그리는 것은 견습 마법사도 가능하지만, 같은 마법진이라도 작은 구슬 안에 넣는 것은 상당한 레벨의 마법사가 필요했다.

나는 먼저 안티 라이트닝 실드를 구현해 보았다.

“실드.”

팟!

반투명한 둥근 구체 위로 뾰족한 철침들이 그물 모양으로 열결되어 있다.

마치 내가 고슴도치가 된 기분이다.

“와!”

샤샤와 직원들이 감탄했다.

삐죽삐죽한 실드의 모습에 직원들도 놀라운가 보다.

이건 된다.

수제 철창 새장과 비교해보니 퀄리티 차이가 너무 났다.

방전복도 입어보았다.

옷 입기가 쉽지 않았다.

직원들과 샤샤가 힘을 합쳐 나에게 방전복을 입혔다.

놀이동산에서 탈을 뒤집어쓴 아르바이트생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어기적 어기적.

샤샤가 물었다.

“어때요?”

“응, 조금 불편하긴 한데. 걸을 만해.”

우리의 작전은 약간 수정되었다.

일단 새장을 들고 선더버드 근처에 간다.

그리고 새장 안에 샤샤 등이 들어가 대기한다.

안티 라이트닝 실드를 보유한 기사 또는 방전복을 입은 기사가 선더버드를 새장 쪽으로 유인한다.

함께 선더버드를 잡는다.

“어때?”

나와 샤샤의 눈이 마주쳤다.

샤샤는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해볼게요.”

좋아.

샤샤의 눈동자가 이제 흔들리지 않는다.

샤샤가 글리제로 넘어갔다.

나는 직원들과 함께 새장을 분해하고, 샤샤의 선물함으로 넘겼다.

샤샤는 그 분해된 새장을 기사들과 함께 다시 조립해 모양을 갖추었다.

샤샤가 기사들에게 말했다.

“다 된 것 같아요.”

안톤이 물었다.

“이 철창 안에 들어가면 번개를 막아준다는 거야?”

“네, 번개는 이 철창에만 흐른다고 했어요. 철창을 만질 때는 이 장갑과 장화를 끼고 있어야 하고요.”

샤샤는 장갑과 장화를 들어 보였다.

“하지만 장갑을 끼면 손가락이 불편해서 화살을 날릴 수 없을 것 같아요. 화살은 철창이 닿지 않도록 하면서 철창 사이로 쏴야 해요.”

안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더버드를 맞추려면 활 솜씨가 아주 좋아야겠어. 이거 이 안에서 선더버드를 제대로 맞출 인원은 샤샤밖에 없을 것 같은데?”

샤샤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활 잘 쏘시는 분들 많은데요.”

“아니야. 활을 잘 쏘기만 하면 안 되지. 활에 마나를 담고, 이 철창 틈 사이로 선더버드를 맞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아무래도 이 철창 안에서 화살을 쏠 수 있는 건 샤샤뿐일 것 같은데?”

“네, 철창 안에서는 제가 있을게요.”

그렇게 철창 안은 샤샤.

방전복은 기사들이 입고 선더버드를 유인하기로 했다.

나머지 인원들도 절연 장갑을 배부했다.

절연 장갑과 장화의 수는 부족하지 않았다.

두 명의 탱커 역할을 하는 대원이 절연 장갑을 낀 손으로 방패를 들면, 한 명의 기사가 활을 쏘아 선더버드를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선더버드가 땅으로 떨어지면 안티 라이트닝 쉴드를 두른 팬니르와 다른 기사가 선더버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팬니르가 명령을 내렸다.

“작전 실행한다.”

모두 굳은 눈빛으로 작전에 임했다.

철컹 철컹.

새장은 조심스럽게 들어서 운반한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소리가 났다.

나무가 없는 넓은 공터.

새장을 가지고 더 이상 가기 어렵다고 생각한 기사들은 이곳에서 진형을 갖추기로 했다.

샤샤가 새장 안에 들어갔다.

번개무늬 장화를 신은 채 활을 들고 있었다.

“다녀오세요.”

안톤 등의 기사들이 방전복을 입고 선더버드를 유인하러 갔다.

기사들은 생각보다 잘 뛰어다녔다.

내가 똥 싼 바지를 입은 듯 어기적거렸다면 기사들은 불편함이 없는 듯 거침없이 달렸다.

안톤이 말했다.

“풀 플레이트 메일도 입곤 하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두터운 갑주를 차는 것이 습관이 된 기사들에게는 방전복이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방전복을 입은 세 기사가 선더버드 무리가 있는 절벽 근처에 다가갔다.

가져간 활에 시위를 걸어 쏘았다.

피이이잉!

선더버드와 한참 떨어진 곳으로 향하는 화살.

이 복장으로 화살을 쏘아 선더버드를 잡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선더버드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았다.

“끼아아아아!”

“까아아아!”

선더버드들이 날아오르는 걸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그중 몇 마리의 부리에서 빛이 맴돈다.

지지지직.

파앗!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진다.

실제 폭우가 먹구름에서 내리치는 번개보다는 작지만, 전기로 이루어진 기다란 막대가 구불구불하게 기사들을 향한다.

안톤이 외쳤다.

“튀어!”

타앗!

기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번개를 맞은 땅바닥의 흙이 튀어 올랐다.

콰악!

그때 가장 선두로 달리던 기사가 정통으로 번개를 맞았다.

지지직.

안톤에 크게 외쳤다.

“괜찮아?!”

“어? 어? 괜찮습니다.”

괜찮다!

방전복의 성능이 입증되었다.

번개를 맞아도 괜찮다는 것이 입증되자 세 기사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후퇴했다.

후퇴하면서 종종 선더버드들에게 화살을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지지직.

안톤이 번개를 정통으로 맞았다.

눈앞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 외의 특별한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옷 괜찮다.

어느새 기사들이 약속된 공터에 도착했다.

기사들을 따라 날아오는 선더버드들.

“파이어 애로우.”

피잉!

하늘을 가르는 불화살이 선더버드 한 마리에 꽂혔다.

퍼억!

“끼이이이엑!”

불화살에 맞은 선더버드는 고통에 날갯짓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나선형을 돌며 땅으로 떨어졌다.

땅으로 떨어지던 선더버드는 그래도 마지막에는 날갯짓해서 땅과 큰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이대로 땅에서 불화살을 제거하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 선더버드를 기다리는 것은 팬니르였다.

땅에 떨어진 선더버드가 팬니르를 발견하고는 다시금 입안 가득 번개를 머금었다.

팬니르가 나직하게 말했다.

“실드.”

팬니르의 주변으로 뾰족뾰족한 실드가 펼쳐졌다.

선더버드가 번개를 쏘아 보냈다.

지지지직.

허공으로 흩어지는 번개.

팬니르가 무심하게 검을 휘둘러 가로로 그었다.

피잇!

선더버드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그렇게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선더버드가 샤샤의 불화살에 땅으로 떨어지고 득달같이 달려간 팬니르의 검에 목이 분리되었다.

몬스터 맞춤형 공략.

지구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패턴이었다.

지구에서 새로운 던전이 열리면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고레벨 헌터들이 완전무장해서 철저히 탐지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나온 결과에 따라 던전의 등급을 매겨지고 공략법이 공개된다.

그러면 해당 몬스터에 적합한 장비를 착용하고 몬스터들을 공략해나간다.

해당 몬스터에 적합한 아이템을 준비하는데 약간의 비용이 들지만, 효율적이고 위험은 낮출 수 있다.

물론 어떤 던전을 특정 길드들이 소유해버린다던가, 아니면 공략법을 무료로 풀지 않고 비용을 받는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지만, 어지간한 던전은 공략법이 알려져 있다.

이것이 전형적인 지구의 던전 공략법이다.

글리제 세상에서도 지구식 몬스터 공략이 적용되고 있다.

불화살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서도 번개가 떨어졌다.

지지지직.

샤샤가 들어가 있는 철창에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가 철창을 따라 흐른다.

샤샤는 철창을 건드리지 않으려 몸을 굳혔다.

새장은 조금 어설퍼 보였지만, 충분히 번개를 막아줘서 자신에게까지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역시 민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명이 모여 있는 기사단 위에도 번개가 떨어졌다.

절연 장갑을 끼고 머리 위로 방패를 들고 있는 인원들.

지지지직.

“장갑을 낀 손으로만 방패를 만져! 방패가 몸의 다른 부분에 닿으면 안 돼!”

기사들은 번개를 방패로 막았고, 방패는 절연 장갑을 끼고 들고 있었다.

그리고 방패를 든 기사들이 버티는 사이에 방패 기사 사이에서 마나를 품은 화살이 쏘아졌다.

핑!

퍽!

끼아아아악!

기사들 사이에서 쏘아 올린 마나화살도 유의미한 타격을 입혔다.

얼마 후.

십수 마리가 있던 선더버드는 이제 두 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 두 마리의 선더버드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탐사대의 승리였다.

팬니르가 물었다.

“사상자가 있는가?”

번개에 감전된 방패기사가 몇 명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마나를 활성화하며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심하게 감전된 것은 아니고, 번개 맞은 방패에 몸의 다른 부분이 스쳐 감전된 것이었다.

예전의 몬스터 토벌이었다면 그 정도 상처는 무시할 만했다.

심지어 그런 기사들에게도 힐링 포션이 지급되었다.

“없습니다.”

선더버드의 번개에 완벽하게 대비했다.

선더버드에게서 번개가 빠지니 그냥 버드가 됐다.

그냥 버드를 못 잡을 실력이었으면 이곳 트란 산맥을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팬니르가 샤샤에게 감사를 표했다.

“신세를 졌군. 너의 마스터님께 감사를 전하도록.”

샤샤가 빙긋 웃었다.

“네,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샤샤는 팬니르가 민준에게 감사를 전하라는 말이 기분이 좋았다.

나는 화면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먹고 있던 과자를 높이 던져 올렸다.

휙.

앙~

덥석.

각성해서 헌터가 되니 이런 것도 잘 받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과자를 거의 천장 근처까지 던졌다가 입으로 받아먹을 수 있었다.

크크.

내 민첩이 꽤 되니 이렇게 받아먹는 거지.

번개만 쏘는 몬스터를 안티 라이트닝 실드를 두르고 못 잡으면 되겠나?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맛도 소리도 좋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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