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40화 (39/230)

40화. 잘하면 될 것 같아.

“자, 어디 루틴을 돌아볼까나~”

탐사대를 확대하여 샤샤와 그 외 인물들이 잘 있나 확인한다.

그 후 다시 화면을 축소하여 탐사대를 중심으로 나선을 그리며 점점 바깥을 둘러본다.

그리고 탐사대가 이동하는 방향 앞쪽으로 한참을 가본다.

그렇게 루틴을 돌리고 있는데 탐사대의 한참 앞쪽에 뭔가 있었다.

새였다.

나는 그 새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산의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에 가까운 경사지에 십여 마리가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

목이 조금 긴 독수리처럼 생겼다.

나는 샤샤에게 쪽지를 보내주었다.

[샤샤야. 앞쪽에 새들이 있네.]

내 쪽지를 받은 샤샤는 바로 무전을 이용해 탐사대에 정보를 공유했다.

―치칙. 샤샤입니다. 저의 마스터께서 전방에 새들이 있다고 합니다.

탐사대는 잠시 제자리에서 정지한 후 정찰대를 보내 어떤 새인지 관찰하기로 했다.

평범한 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트란 산맥이다.

새일 수도, 아니면 새 모양의 몬스터일 수도 있다.

기사 몇 명과 사냥꾼 몇 명이 정찰을 나갔다.

곧 정찰대의 무전이 날아왔다.

―치칙, 선더버드입니다.

몬스터였다.

선더버드는 공중 몬스터였다.

그리고 그 이름처럼 번개를 뿜을 수 있는 몬스터다.

선더버드는 공중에서 번개를 쏘아대기 때문에 상대하기 어려웠다.

번개는 피하기도, 막기도 어렵다.

지금 기사들이 산행한다고 해서 통짜 금속 갑옷을 입지는 않지만, 주요 부위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기사들은 금속으로 된 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번개와 상성이 나쁘다.

또한, 하늘에서 번개를 쏘기 때문에 샤샤처럼 마나를 실은 화살을 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잡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어지간한 기사들은 선더버드의 번개에 맞으면 마나를 이용해 버티면서 숨거나 달아나곤 했다.

팬니르가 말했다.

“아무래도 우회해야 하겠군. 그래도 샤샤의 마스터께서 미리 경고를 해줘서 선더버드와 마주치지 않았기에 다행이군.”

지금 탐사대가 선더버드 떼에게 공격당한다고 생각해보면 큰 피해를 보았을 것 같았다.

샤샤가 사냥꾼 쟝에게 물었다.

“선더버드는 어떤 몬스터인가요?”

쟝이 말해주었다.

“선더버드는 조류형 몬스터야. 하늘에서 번개를 쏘기 때문에 선더버드라 부르지.”

“강한 몬스터인가요?”

“아주 강한 몬스터는 아닌데,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지. 하늘에서 쏘는 번개는 피하거나 막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하기 어려워.”

“그렇군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대장님께서 판단하시겠지만, 우회해야 하지 않을까?”

샤샤는 나에게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민준 님, 앞에 있는 새는 선더버드라는 조류형 몬스터래요. 하늘에서 번개를 쏘기 때문에 상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거래?]

[잘 모르겠는데 우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지형을 살펴보았다.

선더버드가 있는 곳을 우회해서 지나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선더버드가 강한 몬스터인가?]

[아주 강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상대하기가 어렵다는데요? 하늘에서 번개를 쏘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가 봐요.]

나는 잠시 고민해봤다.

하늘에서 번개를 쏜다고?

이걸 어떻게 막지?

사무실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리고 화면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렸다.

하늘에서 번개를 쏘는 조류형 몬스터.

아주 강하지는 않고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

번개라.

왠지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나는 헌터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에 들어가 질문을 올려보았다.

[하늘에서 번개를 쏘는 몬스터가 있는데 어떻게 잡아요?]

댓글은 금세 달렸다.

└ 피뢰침

└ 몬스터가 한쪽에서만 번개를 날리는 게 아니므로 피뢰침만으론 못 잡음.

└ 피뢰침은 뾰족하지만 딱 그 방향의 번개만 막는 게 아님. 일정 영역을 커버할 수 있음.

└ 방전복 판매함 ― 주소 링크 ―

나는 방전복을 판다고 하는 소리에 얼른 링크를 들어가 보았다.

쇠사슬로 된 옷이었다.

쇠사슬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나?

그런데 설명서를 읽어보니 겉 부분은 쇠사슬이고 속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번개를 맞아도 겉으로만 전기가 흘러서 속에 있는 사람은 괜찮다고 한다.

질문 글에 댓글이 이어졌다.

└ 총이나 활로 잡으면 안 됨?

└ 하늘에서 번개를 쏜다잖아. 번개를 막을 방법이 있어야지.

└ 커다란 새장 안에서 총이나 활을 쏴도 됨. 새장 안의 새는 번개를 맞아도 괜찮음.

└ 쉴드 두껍게 치면 되는데 왜들 이럼?

새장 안에서는 번개를 맞아도 된다고?

나는 신기해서 얼른 검색해 보았다.

정말이네.

나는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일단 우회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고 할래? 잘하면 방법이 생길 것도 같아서.]

[네, 일단 탐사대가 현재 있는 곳에서 대기해달라고 할게요.]

[오케이.]

나는 직원인 한상일과 나홍민을 불렀다.

“상일 씨, 홍민 씨.”

“네, 사장님.”

“네, 헌터님.”

“지금 상황이 어떠냐면요. 하늘에서 번개를 쏘는 몬스터가 있어요. 그래서 번개를 막을 만한 도구를 구해서 샤샤에게 넘겨줘야 해요.”

나의 갑작스러운 설명에 두 직원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얼굴들이었다.

아무래도 조금 더 상황을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았다.

“제 소환수 보셨잖아요. 샤샤.”

“네.”

“그 샤샤가 다른 어딘가에서 수십 명의 인원과 함께 몬스터가 많은 산을 이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인원들이 하늘에서 번개를 쏘는 몬스터를 발견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크게 돌아서 우회를 할지 아니면 싸워서 잡을지 고민한다는 거죠.”

“헌터 님의 소환수가 레이드 중이라는 건가요?”

레이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뭐 대략 비슷해요. 그래서 제가 조금 알아보니 방전복이나 커다란 새장 같은 것이 있으면 번개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아요.”

두 직원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샤샤와 탐사대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거예요. 그사이에 우리는 번개를 막을 도구들을 구해서 샤샤에게 넘겨야 해요. 최대한 빠르게. 직접 구매해 와도 되고, 퀵서비스를 이용해도 돼요. 택배로 며칠 후에 받는 건 안 돼요. 돈을 더 주더라도 당장 빠르게 물건을 구매하는 게 중요해요. 자, 할 수 있겠죠?”

이런 종류의 미션은 처음이라는 듯 잠시 당황하는 눈빛이었지만, 두 직원은 이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검색에 들어갔다.

“여기 방전복 파는 사이트가 있네요.”

“대형 새장도 판매한대요.”

“안티 라이트닝 쉴드도 판다는데요?”

내가 말했다.

“지금 바로 전화부터 걸어보세요.”

* * *

탐사대는 쉬는 김에 식사하기로 했다.

샤샤의 마스터가 기다려 달라고 하니,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다.

선더버드 영역을 우회해서 돌아가려고 하면 며칠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또 어떤 몬스터와 마주칠지 모른다.

샤샤의 마스터가 기다려 달라는데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탐사대에서 샤샤의 마스터는 이미 대마법사와 비슷한 존재였다.

탐사대가 지금 쉬고 있는 곳은 숲이 울창한 곳이라 머리 위가 나뭇잎으로 다 가려져 있다.

선더버드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장소다.

상급 기사 안톤이 샤샤에게 다가왔다.

“샤샤야, 너의 마스터님께서 또 어떤 걸 보여주시려고 할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스터님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죠.”

“선더버드를 잡으려면 번개에 버틸 수도 있고 화살에 마나도 담을 수 있어야 하지. 평범한 활로는 잡기 어려워. 아마 그럴 수 있는 인원은 우리 중에서도 몇 명 없지. 사냥꾼들이나 짐꾼들은 선더버드의 공격 대상이 되면 아마 속수무책일 거야.”

“그렇군요. 제 활도 안 통할까요?”

“물론 샤샤의 활은 통하지. 하지만 한 마리가 아니라던데? 샤샤도 번개에 맞으면 버티기 힘들 거야.”

그때 누가 돌아다니며 말했다.

“식사 준비하시랍니다.”

그 소리를 들은 샤샤가 말했다.

“저도 식사 준비할게요.”

샤샤는 선물함에서 금속으로 된 통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샤샤가 뭔가를 꺼내기 시작하자 늘 오던 짐꾼들이 몰려왔다.

“이건 통조림이라고 하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뚜껑을 딸 수 있답니다.”

샤샤는 짐꾼들에게 통조림 따는 방법을 알려주고 대원들에게 나눠주라고 전해주었다.

샤샤는 제리아나마스에게 말했다.

“이것 좀 먹어 볼래?”

샤샤가 통조림 하나를 따 주었다.

통조림의 뚜껑에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제리아나마스는 샤샤가 준 음식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음.

고소한 향.

그리고 은은하게 배어오는 비릿한 생선 향이다.

제리아나마스는 손가락 사이에서 발톱 하나를 삐죽 튀어나오게 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발톱을 이용해 음식을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하다.

생선 살을 익힌 후 잘게 찢어 촉촉한 육수에 담근 것 같았다.

한 입 더 먹었다. 그리고 한 입 또 한 입.

문득 정신을 차리니 캔에 남은 음식이 없었다.

샤샤가 캔 하나를 더 건네며 말했다.

“많이 먹어.”

제리아나마스는 왠지 부끄러웠다.

“아니, 괜찮아.”

“그래? 이건 네 건데?”

샤샤는 손가락으로 캔의 그림을 가리켰다.

캔에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마스터께서 네가 합류한 걸 보시고는 따로 준비해 주신 거야. 그래서 이 그림이 있는 건 다 네 거야.”

샤샤는 허공에서 캔 여러 개를 더 꺼냈다.

하얀 고양이와 알 수 없는 글자가 그려진 금속 캔이 여러 개가 나왔다.

제리아나마스는 생각했다.

날 위한 음식이라고?

왜?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제리아나마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지?”

제리아나마스의 물음에 샤샤가 반문했다.

“뭐가 왜야?”

“아니, 그러니까. 이 금속에 든 음식 말이야. 이런 말 하긴 좀 뭐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웠어. 일단 기본은 생선인 것 같아. 하지만 강이나 계곡에서 잡던 생선과는 다른 느낌이야. 깊은 짠맛. 마치…….”

제리아나마스는 뭔가를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러더니 눈을 크게 떴다.

뭔가를 기억해 낸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샤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리아나마스와 샤샤가 동시에 말했다.

“바다야”

“바다야.”

제리아나마스는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짠 냄새. 확실해. 바다 향이야. 아주 오래전. 어렸을 때 엄마가 줄 때 먹어 본 기억이 있어.”

샤샤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을 거야. 마스터께서는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도 해산물을 넣으시더라고. 나도 해산물 과자를 처음 먹었을 때는 너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아.”

샤샤가 금속 캔 위의 고양이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사실 나도 살짝 먹어봤거든. 그런데 내 입맛엔 조금 짜더라고. 아무래도 수인족의 입맛에 딱 맞게 만든 음식인 것 같아.”

제리아나마스는 캔을 자세히 보았다.

샤샤의 말처럼 수인족, 그중에서도 묘족에 가까운 모습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먹어봤을 때 감동을 주는 맛을 보면 샤샤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수인족을 위한 음식이라니? 샤샤의 마스터는 어떤 분이길래 수인족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걸까?

샤샤가 말했다.

“마스터께 네가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씀드릴게. 아마 마스터께서는 네가 맛있게 먹어주면 기뻐하실 거야.”

“정말 그러실까?”

“그럼.”

제리아나마스는 다 먹은 금속 캔을 뚫어지게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샤샤야. 나 드리마스 족이라고 했잖아.”

“응.”

“그런데 사실 드리마스 족의 순수혈통이 아니야.”

“……?”

“나 드리마스 족과 묘족의 혼혈이야. 엄마가 드리마스 족이고 아빠는 묘족이시지.”

“그랬구나.”

제리아나마스는 금속 캔의 고양이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의 마스터께서는 내가 묘족의 혼혈이란 걸 아시는 걸까?”

제리아나마스는 샤샤의 마스터가 자신이 묘족의 혼혈임을 알고 고양이가 그려진 캔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순수혈통 드리마스 족은 암사자 또는 재규어의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드리마스족이 인간형으로 변신을 했다면 인간과 암사자 또는 인간과 재규어가 섞인 듯한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제리아나마스는 인간과 암사자가 섞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인간과 고양이가 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샤샤가 말했다.

“나도 잘 모르지. 어쩌면 마스터께서는 알고 계실지도 모르고.”

“그렇구나.”

샤샤가 제리아나마스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혼자 독립을 하게 된 거야?”

“원래 우리 드리마스 족은 집단으로 모여 살아. 하지만 방금 말했듯이 내가 드리마스 족과 묘족의 혼혈이거든. 그래서 날 싫어하는 애들이 많아. 그래서 눈칫밥 먹기 싫어서 혼자 살려고.”

“다른 가족은?”

“아빤 얼굴도 몰라. 엄마도 어릴 때 돌아가셨고. 그동안 할머니와만 지냈는데 이제 독립하려고. 할머니가 날 보호해주시는 것도 이제는 힘겨우신 것 같아. 민폐는 그만 끼쳐야지.”

샤샤가 제리아나마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너무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 않아도 돼. 나 절반은 묘족이라고 했잖아. 원래 묘족은 아빠 없이 엄마가 아이를 키워. 그리고 묘족은 독립하면 혼자 살아. 내가 아빠 없이 자라고, 또 내가 이제 독립하려는 것은 묘족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거야.”

“그래, 내가 보기에도 너는 이미 강한 전사야. 너는 상급 기사 안톤 님에게도 밀리지 않았잖아.”

“헤헤, 그러면 뭘 하나.”

제리아나마스는 두 팔을 들어 팔에 채워진 마나 구속기를 들어 보였다.

“이렇게 붙잡힌 신세인데.”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우리 마스터께서 다 보고 계시는데 어떻게 달아나?”

“와, 결론은 마스터래.”

“히히, 그리고 드리마스 부족 근처에 도착하면 널 풀어줄 것 같아. 당연히 마나 구속구도 그렇고.”

“그래?”

“응, 내가 아까 팬니르 대장님께 물어봤거든.”

그렇게 탐사대는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어느 정도 작업을 했거든. 잘하면 될 것 같아. 일단 이리로 넘어와 볼래?]

[네, 민준 님.]

내가 샤샤를 불렀다.

“샤샤 소환.”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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