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35화 (34/230)

35화. 살랑살랑

아깝다.

그냥 돈을 땅에 묻네.

오크 한 마리에 얼마던가?

나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오크 사체 시세를 검색해 보았다.

오크의 크기, 상처의 유무 등에 따라 다르지만, 마리 당 최소 수십만 원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탐사대는 오크의 사체를 들고 이동할 수 없으니 그냥 묻어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지금 전투 끝났어. 오크들은 무난하게 다 잡았어. 그런데 기사들이 오크 사체를 땅에다 묻고 있네. 버리려는 것 같아. 오크 사체를 버리는 거라면 샤샤가 선물함에 넣어서 지구로 가져오면 안 될까? 저거 다 돈인데 말이야.]

[네, 대장님에게 여쭙고 답변드릴게요.]

잠시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샤샤의 쪽지가 왔다.

[대장님이 그러라고 하시네요. 제가 빨리 선발대 쪽으로 갈게요.]

나는 샤샤가 보이도록 화면을 이동했다.

샤샤는 다른 기사 네 명과 함께 선발대 방향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래도 샤샤를 혼자 보내지는 않는구나.

탐사대장이 생각이 있는 사람 같았다.

혹시라도 본대에서 선발대로 가는 도중에 샤샤가 몬스터의 습격을 받으면 어떡하는가?

샤샤는 이 부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의 존재다.

샤샤는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선발대가 오크들과 전투를 벌인 지역에 도착했다.

“안톤 님, 벨라르 님.”

샤샤가 선발대에 도착해 리더인 이들을 불렀다.

안톤이 대답했다.

“어, 샤샤, 왜?”

“저의 마스터이신 소환술사님께서 이 오크 사체들을 저보고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어차피 버리는 거라면요. 그래서 팬니르 대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러라고 하셨어요. 산맥을 탐사하면서 오크 사체를 가지고 갈 수 없고, 그냥 방치하면 피 냄새 때문에 다른 몬스터의 시선을 더 끄니까 저의 마스터께서 가져가신다면 그게 오히려 탐사대에 더 좋은 일이라고 하셨어요.”

어설프게 흙으로 덮은 오크 사체들.

후각이 뛰어난 몬스터나 동물들이라면 오크 사체를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 그럼 다시 파서 샤샤를 주면 되는 건가?”

“네.”

그렇게 샤샤는 또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을 통해 바라보았다.

그런데 왠지 좀 미안해진다.

샤샤도 나름 궁수인데 활은 안 쏘고 계속 뭔가를 나르기만 한다.

탐사대와 내가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샤샤뿐이고, 지구의 편리한 물품들을 탐사대가 쓸 수 있게 하려니 샤샤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그리고 저기 길가에 돈을 아니 오크 사체를 버리려고 하니 아까워서 주우려니 또 샤샤가 일해야 한다.

이래저래 샤샤만 고생이다.

선물함이라도 좀 더 컸으면 좋겠는데 보아하니 오크 세 마리 들어가면 선물함이 꽉 찰 것 같다.

잠시 후 샤샤의 소환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샤샤를 소환해 주었다.

화아악!

샤샤가 창고에 나타났다.

“샤샤가 고생이 많네.”

“에이,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지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지도 않고 오크 사체를 그냥 버리는 게 좀 아까운 것 같기도 해서 그랬어. 오크들은 여기다 내려둬.”

샤샤가 손짓하자 허공에서 오크 사체가 툭툭 튀어나왔다.

‘으윽.’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거 바닥 청소도 해야겠다.

“저 다시 돌아갈게요. 몇 번 반복해야 해요.”

“어 그래 고마워. 소환 취소.”

그렇게 또 샤샤는 몇 번을 반복하며 오크들을 날랐다.

나는 수북하게 쌓인 오크 사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아, 이거 업체 불러야겠네.”

어디에 전화를 걸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문득 친구인 우철이가 떠올랐다.

“아, 맞다. 걔 가죽 공방에서 일한다고 했지.”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전화기 속에서 노래가 들린다.

이 노래 누구 노래더라.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걸그룹의 노래가 전화기 속에서 들린다.

이 녀석은 작업 공방 한쪽에 걸그룹 사진을 붙여놓았을 것 같았다.

잠시 딴생각을 하던 와중에 우철이가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역시 간단명료하다.

안부 따위는 묻지 않는다.

나도 바로 용건이다.

“너네 오크 사체 취급하냐?”

―오크 사체?

“어, 내가 오크 사체가 스무 마리 정도 있는데 이런 것도 취급하나 해서.”

―가죽 따로 분리된 것 말고 통 오크?

“어.”

―공방에서 도축 정형까지는 안 하는데, 그건 따로 업체 맡겨야 해.

“그래?”

그럼 다른 데 맡겨야 하나?

―우리 삼촌이 도축 정형도 하는데 연락처 줄까?

뭐, 아는 사람이 좋겠지.

“그럼 전화번호 찍어봐”

―어.

우철이 삼촌이란 분께 전화를 건지 두 시간 후, 우철이 삼촌이란 분께서 다른 인부 두 명과 함께 오셨다.

우철이 삼촌께서는 오크 사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잡은 지 얼마 안 된 사체네요.”

“네.”

“이거 마정석도 따로 분리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맞나요?”

아하, 마정석.

“네, 잡자마자 가지고 온 거예요.”

“이런 경우는 보통 마정석만 여기서 꺼내 드리고 사체를 가져가곤 합니다.”

아무래도 마정석이 비싸고 저 오크 몸뚱이에 몇 개나 들어 있을지 모르니 이렇게 작업을 하나 보다.

“네, 그럼 저도 그렇게 작업해주세요.”

삼촌분께서는 직원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삑삑.

마정석 탐지 장치로 오크 사체의 곳곳을 확인한다.

삑.

오호라, 하나 걸렸고.

삑.

또 하나가 있다.

오크들은 마정석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이 오크들은 삑 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위이이잉.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 오크 가죽을 잘라야 하기에 전기 절단기를 사용한다.

사아악.

가죽을 자르는 폼이 전문가의 기운이 느껴진다.

삼촌분이 말한다.

“이거 마정석이 크기가 좋네요. 오크에서 나온 것 치고는 상등품입니다.”

마정석은 무려 열 개나 나왔다.

휴대용 마나 밀도 측정기로 마정석의 마나 밀도도 모두 측정하였다.

오크 스무 마리에서 열 개가 나왔으면 평균 이상으로 나온 것이며 마정석의 질도 평균 이상의 등급이라 하였다.

“마정석도 판매하시겠습니까? 표준 구매가대로 구매해드릴게요.”

“다 해서 얼마죠?”

우철이 삼촌은 계산기를 꾹꾹 누르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어디 보자…. 마정석이 1,700에다가 오크가 마리당 50에 20마리니까. 총 2,700만 원 되겠네요.”

이런 오크 사체를 땅에다 묻으려 했다니, 돈을 땅에 파묻는 셈이었다.

“네, 그럼 그렇게 계산해주세요.”

나는 그렇게 입금을 받았다.

우철이 삼촌은 함께 온 인부들과 함께 오크를 옮겼다.

인부들은 먼저 오크를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주머니에 오크를 담고 지퍼를 잠갔다.

대형 주머니에 오크를 담으니 바닥에 피가 흐르지도 않고, 오크를 들 때도 주머니에 달린 손잡이를 잡으면 돼서 편리해 보였다.

오크가 덩치가 커서 잘 들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넓적한 수레를 가져오더니 익숙한 몸놀림으로 으쌰 으쌰 두어 번 만에 오크 한 마리를 수레에 올렸다.

그리고 본인들 차량에 가져가며 작업을 반복했다.

돈은 입금받은 상태라 나는 알아서 작업을 하게 두고 다시 글리제 화면을 살펴보았다.

확대와 축소.

휙휙.

기계적으로 탐사대가 가야 할 길을 미리 살펴보던 나의 손길이 멈췄다.

그리고는 급하게 우철이의 삼촌을 불렀다.

“사장님!”

이제 작업을 멈추고 가려던 우철이 삼촌이 뒤를 돌아봤다.

“네?”

“혹시 차량에 오크 사체 오십. 아니, 백 마리쯤 더 들어갈 자리 있나요?”

우철이의 삼촌분께서는 당장 차량에 더 실을 공간은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한 시간 반 정도면 오크 사체를 공장에 내려놓고 다시 올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 급하게 올 건 아니고, 오크 사체가 사무실까지 오려면 몇 시간 걸릴 것이라고 했다.

대신에 나는 조금 전에 오크들을 담았던 대형 주머니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드린다고 이야기를 하며 우철이 삼촌을 보냈다.

그러자 우철이 삼촌이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전화 꼭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 드릴게요.”

나는 우철이 삼촌분을 보내고 다시 화면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내 눈앞에는 오크 군락이 펼쳐져 있었다.

오크들은 움집을 지어 생활하며 무리를 지어 산다.

대장 오크가 있고 주술사가 있을 때도 있다.

움집의 수를 세어보니 스무 개가 있었다.

움집 하나에 5~7마리의 오크들이 살기 때문에 적어도 100마리 이상의 오크들이 있다고 보아야 했다.

하지만 방금 잡은 스무 마리의 오크도 저 움집에서 살던 오크일 수 있다.

나는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야, 오크 군락이 있어. 움집의 수가 스무 개이고, 오크 수는 약 100마리쯤 되는 것 같아.]

[아, 그렇군요. 위치는 어디 정도 될까요?]

위치라.

위치를 알려주려니 조금 복잡해진다.

상대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그래 지도? 아니 약도라도 그려주어야겠다.

[잠깐만, 약도 그려줄게.]

나는 얼른 종이에 약도를 그렸다.

“알파야, 화면 좀 축소해봐.”

화면을 축소해서 전체적인 산의 형태 그렸다.

그리고 화면을 조금 확대해서 본대와 선발대의 위치가 모두 포함되도록 약도를 다시 그렸다.

다시 선발대와 오크 무리가 포함되도록 화면을 조절한 후 화면을 보고 따라 그렸다.

[샤샤야, 약도를 세 장 그렸어. 뒤로 갈수록 확대된 그림이야.]

나는 샤샤의 선물함에 약도를 넣어주었다.

[네. 잘 받았어요.]

샤샤는 약도를 팬니르에게 넘겼다.

샤샤로부터 약도를 받아든 팬니르는 고민을 했다.

우회해서 돌아갈까?

아니면 다 잡고 갈까?

몬스터와 마주쳤다면 몬스터를 잡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사전에 몬스터 군락의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선택지의 폭이 넓다.

팬니르의 고민을 본 안톤이 말했다.

“대장님 뭘 고민하십니까? 백 마리 정도면 저희 병력으로 가뿐할 텐데요.”

벨라르가 말했다.

“몬스터는 앞으로 계속 마주칠 거잖아. 싸워서 진다는 게 아니라 우리 병력의 컨디션을 고려해야지.”

사냥꾼 쟝이 말했다.

“이 위치라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두 군데 정도 있습니다.”

안톤이 다시 말했다.

“적당히 유인해서 조금씩 나눠 잡는 것은 어떱니까? 미리 매복하고 함정도 파두면 괜찮겠는데요?”

미리 몬스터 군락을 파악하니 여러 방안이 가능했다.

유인하거나 함정을 판다.

오크들을 피해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산맥을 오른 후 다시 내려올 때 이 길을 활용할 수도 있으니 정리하는 것도 괜찮다.

팬니르는 탐사대의 인원들을 살펴보았다.

누구 하나 지친 인원이 없다.

이 정도 컨디션일 때 몬스터를 피하면 몬스터와 싸울 수 있을 때가 없을 터.

“오크 군락은 정리하고 간다. 유인과 함정에 대한 의견을 말해보도록.”

팬니르가 오크를 사냥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자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었다.

“상급 기사들이 유인하면 나머지 인원들이 지형을 이용해 함정을 만들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함정이라면 어떤 종류가 좋을까?”

“유인한다면 이곳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양쪽으로 경사가 급하고 좁은 길입니다. 전방과 후방을 차단한다면 오크들이 갇힌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양쪽 경사지에서 활을 쏘면 될 것 같습니다.”

“사냥꾼과 짐꾼들을 안전한 곳에 피신시켜야 하겠죠?”

“사냥꾼과 짐꾼들도 경사지 위쪽에서 활을 쏘는 역할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먼저 함정을 만들 곳부터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팬니르가 정리했다.

“좋다. 함정을 팔 장소로 이동한다.”

탐사대는 오크 군락 동쪽으로 이동했다.

경사가 급하고 좁은 길이 나타났다.

팬니르는 함정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길의 한쪽 끝을 막고 상급 기사들이 경사 쉽게 올라올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두었다.

이 사다리는 기사들이 모두 올라오면 오크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올리면 된다.

양쪽에 기사들과 사냥꾼, 짐꾼 역할을 하는 경비병들이 엄폐하여 활을 쏠 준비를 해두었다.

뚝딱뚝딱!

한동안 작업이 진행됐다.

사실 이런 작업을 하지 않고 사냥을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100여 마리의 오크와 싸워서 한 명도 다치지 않을 수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이런 노동의 대가로 한 명이라도 다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노동이었다.

노동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팬니르는 본인이 직접 상급 기사들을 이끌고 유인을 하기로 했다.

“준비하고 있어라. 다녀오겠다.”

팬니르와 다섯 명의 기사가 백여 마리의 오크들에게 시비를 걸러 갔다.

샤샤는 오크들을 유인하러 가지 않고 함정의 위쪽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모두 살피고 있었다.

함정에 대기하고 있는 샤샤가 나에게 상황을 물어 왔다.

[민준 님, 대장님 지금 어디까지 갔나요? 군락에 도착했어요?]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 기다려봐.]

[아, 긴장돼요.]

[있어 봐. 이야, 팬니르 대장 의외로 꼼꼼하네. 함정에서 오크 군락으로 가는데 중간중간 길에 표시하면서 가는 것 같아. 그래, 맞아. 처음 온 길인데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면 큰일이지.]

[대장님, 거의 다 도착하셨어. 이제 공격한다.]

[민준 님 진짜요?]

[그래. 지금 오크들 썰고 있어 한 마리, 두 마리. 세…….]

[오크들이 막 튀어나오는데?]

[꺅, 어떡해!]

[어? 왜 안 튀지? 오오! 잘 싸운다. 이야, 그대로 다 잡을 기센데? 아, 튄다, 튀어. 오크들 빡쳐서는 마구 쫓아오는데?]

장관이었다.

여섯 명의 기사가 열심히 달리면

그 뒤를 몇 마리인지도 모를 오크들이 우루루 따라 뛰었다.

팬니르와 기사들은 너무 빨리 뛰어서 오크들이 자신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중간중간 뒤돌아 화살을 쏘고 돌을 던지며 오크들을 열받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는 길은 표시를 해두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함정으로 오크들을 유인할 수 있었다.

[샤샤야, 3분 전.]

샤샤가 함정 위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에게 곧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함정 위에서도 긴장하며 유인에 투입된 병력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두두두!

“크와아악!”

샤샤의 귀에 저 멀리 오크들의 괴성이 들렸다.

대기하던 병력은 엄폐물에 몸을 최대한 숨겼다.

[샤샤야, 다 왔어.]

민준의 쪽지가 온 지 얼마 후 기사와 오크들이 도착했다.

타다다닥!

기사들이 앞서고 팬니르가 가장 늦게 달려오고 있었다.

좁은 길을 따라 기사들이 달리고 그 뒤를 오크들이 따라 뛰었다.

탁탁탁!

기사들 앞으로 인위적으로 작업을 하며 만든 막다른 길이 보였다.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사다리가 있었다.

타타닥!

기사들은 모두 사다리 위로 올라왔다.

“사다리 당겨!”

여러 명이 힘을 합해 사다리를 당겨 올렸다.

순간 기사들이 사라지자 맨 앞에서 따라오던 오크는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뒤이은 오크들은 맨 앞의 오크가 당황하든 말든 계속 밀어붙일 뿐이다.

“크와와악!”

아마도 길이 막혔다는 의미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양쪽 길 위에서 화살과 무기가 날아왔다.

핑핑핑!

“파이어 애로우!”

샤샤는 모처럼 궁수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했다.

그동안 화살을 못 쏘고 짐만 나른 것을 보충하려는 듯.

공격 속도 증가 장갑을 낀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빠르게 화살을 쏘았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꿀꺽!

샤샤는 마나 포션을 한 병 마시고 다시 계속 파이어 애로우를 연사했다.

좋아.

독 안에 든 오크다.

샤샤, 파이팅!

샤샤야, 마나 포션은 아낌없이 마셔라.

그러라고 산 마나 포션이다.

오크들이 숫자는 더 많았지만, 지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무력도 기사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오크들은 길 위쪽에서 쏘아대는 화살에 당황했고 화가 났다.

그래서 길 위쪽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길이 가팔라서 쉽게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길 위쪽으로 올라간 오크에게는 샤샤의 불화살이나 기사의 검격이 다가오곤 했다.

몰이사냥.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크 밭이네.”

길 아래 오크들이 쌓여 있었고 겹겹이 쌓인 오크에 어딜 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쏘는 족족 경험치가 되어 쌓였다.

“그리스.”

경사지를 오르려는 오크에게 바닥을 미끄럽게 하는 마법이 적중했다.

마법사 알타르도 한팔 거들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깨끗한 승리를 이루었다.

단 한 명의 부상도 없이 사냥이 완료되었다.

오크들과 난전을 펼친다면 이기기야 하겠지만 이렇게 한 명의 부상도 없을 순 없었다.

살아있는 오크들이 있는지 확인할 차례다.

기사들은 길 아래로 내려가 오크의 숨통이 모두 끊겼는지 확인했다.

오크들의 숨이 모두 끊어진 것을 확인한 후 팬니르가 샤샤를 불렀다.

“네, 대장님.”

“그래. 이번에도 오크 사체들을 가져갈 건가?”

“네.”

“그래, 알았다.”

팬니르가 다른 인원들에게 말했다.

“기사들은 오크들을 샤샤에게 넘기도록.”

오크를 운반하는 것도 여러 번 하니 요령이 붙었다.

샤샤가 오크를 계속 들기 어려우니 기사 네 명이 오크를 들고 샤샤가 손만 얹어서 샤샤의 선물함에 넣었다.

그렇게 기사 네 명이 붙어서 오크 세 마리를 넣고 나에게 신호를 준다.

[민준 님, 소환요.]

“샤샤 소환.”

소환된 샤샤는 바닥에 오크 세 마리를 쏟아붓는다.

“소환 해제.”

다섯 번 정도 하니 나도 요령이 붙어서 샤샤가 세 마리를 담으면 알아서 소환했다.

나와 샤샤는 컨베이어 벨트가 된 느낌이었다.

선물함 크기라도 좀 더 컸으면 좋겠다.

선물함이 작아서 답답하다.

그래도 나와 샤샤는 열심히 노동했다.

“민준 님,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샤샤야 수고했어. 이거 한잔 마시고 가.”

칙.

나는 샤샤에게 이온 음료 한 캔을 따 주었다.

내가 지내는 작은 사무실에 냉장고도 작은 것으로 하나 가져다 두었다.

“네, 고마워요.”

창고에 수북이 쌓인 오크 사체들을 처리할 겨를도 없이 탐사대는 오크 군락지로 이동했다.

잔당을 마저 소탕하러 가는 것이다.

나도 얼른 오크 군락지를 확인해 보았다.

휙휙.

확대, 축소, 이동, 확대, 축소.

다른 곳으로 달아난 오크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샤샤야, 열 마리 정도 남았어.]

[네, 대장님에게 알려드릴게요.]

[열 마리는 바로 기사들만 투입해서 정리하겠다고 하세요.]

[오케이.]

열 마리면 그냥 쳐들어가도 된다.

잠시 후, 기사들이 군락에 있는 오크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 열 마리의 오크들도 곧 내가 있는 창고로 이동했다.

나는 창고에 쌓인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원래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다.

원래는 내가 탐사대를 살펴주고 보급을 해주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뭔가 받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하나를 줬더니 열을 받는 느낌?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전화를 걸었다.

“네, 우철이 삼촌분이시죠? 맞아요, 백 마리 정도 있어요.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반 안에 오신다고요? 네, 천천히 오세요. 네에.”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열었다.

헌터 용품 쇼핑몰에서 아까 사려다 망설인 무전기 세트를 다시 띄웠다.

클릭, 클릭, 클릭.

레이드용 무전기 세트를 과감하게 질렀다.

배송도 택배가 아니라 직접 방문이다.

일반 무전기가 아니라 던전용이라 가격도 비싸고 그만큼 배달도 신경을 써준다.

저 수북이 쌓인 오크들은 곧 무전기 세트로 변신을 해서 탐사대의 전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다시 트란 산맥에 밤이 찾아왔다.

탐사대는 오크 군락을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한 후 숙영지를 만들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크들의 피 냄새가 날 터라 다른 동물이나 몬스터가 꼬일 수 있다.

숙영지를 만들 시간이 되자 나와 샤샤가 다시 바빠졌다.

“읏차!”

나는 상하차 알바를 하는 기분으로 열심히 짐을 날랐고

샤샤도 주변 인원들과 함께 열심히 짐을 날랐다.

그렇게 짐을 나르고 있는데 우철이 삼촌분이 오셨다.

창고에 수북하게 쌓인 오크들을 보시더니 나를 대하는 태도가 아까보다 더욱 친절해지셨다.

띠링!

스마트폰에서 무전기 세트가 배송 중이라는 문자가 왔다.

그렇게 나는 짐을 나르고, 오크 사체를 처분하고, 배송되는 물품에 정신이 팔렸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탐사대를 살피는 일에 잠시 소홀해졌다.

자박.

트란 산맥의 숲속에서 무언가 나뭇잎을 조심스레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것의 시선에는 트란 산맥 깊숙하게까지는 잘 들어오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들의 수가 많기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제법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레 그들을 살폈다.

나무 위로 오르기 위해 앞발을 나무에 대었다.

쑤욱!

발가락 사이에서 기다란 발톱이 솟아났다.

발톱이라기보다는 끝이 살짝 휘어진 칼날 같았다.

휙!

날렵한 몸놀림으로 높은 나무 위에 단번에 올라갔다.

살랑살랑!

꼬리가 살랑거렸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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