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32화 (32/230)

32화. 탐사대 출발

나는 헌터 용품점에 온 김에 내 완드도 하나 골랐다.

【아이언 완드】

▷ 등급 : 중급

▷ 공격력 : 80

▷ 마나 증가 : 30

▷ 내구도 : 250/250

그런데 이걸 완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일단 이름부터 아이언이다.

1m가 조금 더 되는 길이의 쇠 파이프인데 손잡이 부분에 마정석을 끼워 넣었다.

마나를 올려주는 쇠 파이프라고나 해야 할까?

소환, 힐, 바인드를 쓰려면 마나가 필요한데 그런 마법을 위해 마나를 올려준다.

그러다가 가까이 오는 몬스터들이 있으면 그대로 휘두르라는 용도로 보였다.

문득 김종구가 쓰는 방망이가 생각났다.

그 방망이 뒤에 마정석 꽂으면 이거랑 용도가 비슷해질 것 같았다.

“샤샤야, 좀 뒤로 가봐.”

나는 야구 배트 휘두르듯 완드를 휘둘러 보았다.

붕.

그립감이 좋았다.

이거 하나 들면 던전에 들어가서 힘 좀 써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완드를 살펴보았다.

마법을 쓰라는 건지 뚝배기를 깨라는 것인지 조금 헷갈리지만, 그만큼 두 가지 용도 모두 쓸 수 있는 좋은 물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포션을 왕창 샀다.

샤샤 혼자 쓸 용도가 아니라 탐사대 전체를 위한 포션이다.

착수금으로 14억을 받았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야지.

글리제는 마나가 풍부하고 지구는 기술력이 좋다.

이제 어떤 식으로 순환이 이루어져야 할지 감이 왔다.

글리제에서 마정석을 받아 지구에서 현금화하고, 그 돈으로 지구의 포션 및 기타 물건을 산다.

그리고 그러한 지구의 아이템들은 다시 샤샤를 강하게 하고, 탐사대를 지원한다.

글리제가 1차 생산지라면 지구는 2차 가공품이다.

그래, 1차 생산지와 2차 가공품의 순환.

이런 순환 참 좋다.

나는 샤샤와 함께 돌아다니며 힐링 포션, 마나 포션, 스테미나 포션, 해독 포션을 종류별로 다량 구매했다.

포션 값만 2억이 들었다.

큰돈이 들어왔고, 큰돈이 나갔다.

왜 고레벨 헌터를 1인 기업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각성한 지 얼만 안 된 나만 해도 이 정도 규모의 돈이 들락날락하는데 고레벨 헌터는 오죽할까?

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 돈은 흘러야 하는 것이야.”

샤샤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민준 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탐사대에도 돈을 아낌없이 쓰겠다는 뜻이야.”

“탐사대 전체에게요?”

“샤샤와 함께 탐사하는 팀인데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어차피 착수금으로 받은 마정석으로 바꾼 물건들이다.

쓰자.

샤샤가 강해지는 것이 내가 강해지는 것이고, 탐사대가 성공해야 샤샤도 성공한다.

또 뭘 준비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검색을 조금 더 해보니 수십 명 단위의 대단위 장기 레이드를 위한 물품들이 패키지 형태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물품들을 따라서 구매했다.

몬스터 경계용 알람 마법 장치, 몬스터를 잠시 환각에 빠지게 만드는 환각 폭탄, 각종 등산용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식량은 던전용이 아니라 일반용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장기 패키지 상품들에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군용 식량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 샤샤에게는 선물과 소환이 있다.

내가 샤샤에게 그때그때 신선한 음식들을 보내주는 것이 더 좋다.

식품 사이트, 캠핑용품 사이트, 군인용품 사이트, 생존용품 사이트를 넘나들며 쇼핑을 했다.

넓은 창고를 임대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물건을 쌓아둘 공간이 있다.

오케이 이것도 사고

구매 클릭!

이것도 사고.

이것도.

구매 클릭!

그리고 이것도 사버려.

마구마구 질러.

구매 클릭!

“그건 왜 구매하세요?”

어? 그러게.

오묘한 알고리즘의 추천 때문에?

아무튼 구매.

* * *

산맥 탐사대가 꾸려졌다.

예상 기간은 최소 한 달에서 육 개월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대장정.

기사 30명, 마법사 1명, 길잡이 사냥꾼 5명, 짐꾼 10명.

백작성의 최고 기사인 기사단장 팬니르까지 포함된 강력한 전력이다.

목적은 탐사지만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가볍게 씹어먹을 전력.

지난번 몬스터 웨이브에서는 팬니르가 다른 쪽 성벽에 있어서 오우거와 싸우지 않았지만, 팬니르는 오우거 슬레이어급 기사다.

산맥에서 오우거를 만나도 두렵지 않다.

출발 전날 샤샤는 아빠, 올가와 저녁을 먹었다.

샤샤가 동생 올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올가야. 언니가 백작님께 아주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 했지?”

“웅.”

“그래서 내일 언니는 기사님들과 함께 임무를 하러 가야 해.”

“얼마나 걸려?”

“정확히는 몰라.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어.”

올가가 언니에게 매달렸다.

“힝~ 싫은데. 안 가면 안 돼?”

“어제는 씩씩하게 인사하기로 했잖아. 아빠도 있고 이제 보육원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며.”

올가가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언니랑은 달라.”

샤샤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올가를 꼭 안아주었다.

* * *

올가가 잠든 저녁.

아빠가 샤샤를 불렀다.

샤샤의 아빠는 샤샤가 훌쩍 커버린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샤샤의 아빠가 산에 사냥을 나가면 샤샤와 올가가 집에 남았었는데, 이제는 샤샤가 백작님의 명령을 받아 산맥을 오르고 아빠와 올가가 기다렸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샤샤야.”

“네.”

“아빠는 샤샤가 기사급 실력을 갖추었고 또 백작님께 그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샤샤는 묵묵히 아빠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아빠에게 샤샤는 귀한 딸이야. 몸조심하고 먼 길 떠나는데, 이거 가져가.”

아빠는 샤샤에게 작은 갈색 병 하나를 건네주었다.

갈색 병은 코르크와 비슷한 마개로 막혀 있었다.

샤샤는 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아빠가 건넨 것은 아이템이었다.

【치유의 물약】

▷ 등급 : 최하급

▷ 생명력 20 회복

샤샤는 어제 민준과 함께 수십 병의 회복 물약을 구매했다.

등급도 회복력도 이것보다 더 좋았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이 주는 감정은 달랐다.

산골 사냥꾼 출신 경비병 아빠가 건네는 최하급 치유 물약.

샤샤는 민준과 만나기 전까지는 치유 물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빠는 이것을 어디서 구했을까?

“고마워요.”

“그래, 다치지 않게 조심해.”

“네, 이것 쓸 일이 없도록 할게요.”

“그래, 어서 푹 자렴.”

샤샤는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웠다.

잠시 한 손에 구원 요청의 목걸이를, 다른 한 손에 최하급 물약을 들고 생각했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탐사대 출발일.

백작성 안뜰에 많은 인파가 모였다.

수십 명의 기사가 말을 타고 줄을 맞추어 대기하고 있었고, 그 뒤로 수십 명의 사람과 마차가 줄을 맞추어 서 있었다.

백작이 단상에 서서 외쳤다.

“지난 몬스터 웨이브는 두 개의 달이 뜨지 않을 때 발생한 특이한 웨이브였다. 그래서 나는 너희 탐사대에게 그 원인을 조사하는 임무를 내린다. 중요한 임무를 받고 출정하는 대원들에게 축복을!”

백작은 출정하는 기사, 마법사, 사냥꾼, 짐꾼 한 명 한 명에게 백작성의 문양을 머리에 가까이 가져다 대며 축복을 전했다.

백작이 전하는 축복이 끝나자 팬니르 단장이 외쳤다.

“모두 백작님께 경례!”

“충!”

“출정이다!”

타앗!

차례차례 탐사대가 성을 빠져나갔다.

샤샤도 기사단과 함께 말을 몰았다.

다그닥. 다그닥.

줄을 맞추어 탐사대가 행군한다.

상급 기사 안톤이 샤샤에게 말을 걸었다.

“샤샤는 이런 임무는 처음이지?”

“네, 이렇게 많은 분과 함께 뭔가를 하는 것도 처음이고, 산맥 깊이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에요.”

“하하, 그래도 다들 샤샤에게 거는 기대가 커.”

“저에게요?”

“그럼. 지난번 몬스터 웨이브 이후 소규모 소탕 작전에서 다들 놀라 버렸잖아. 저기 열 마리 있다고 말하면 정말 딱 열 마리. 몬스터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는 줄 알았잖아.”

손바닥은 아니지만 민준 님이 보고 있긴 했다.

“그게 제가 한 일인가요. 다 저의 마스터이신 소환술사님 덕분이죠.”

“그래, 하여튼 샤샤는 자신의 마스터에 대한 충심이 깊어. 기사로서 그 깊은 충성심 귀감이 돼.”

샤샤는 마스터에 대한 충성심을 칭찬받아 기분이 좋았다.

영웅이라고 하거나 발키리라고 불릴 때에는 민망함이 들고 그 칭찬이 온전히 제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스터에 대한 충심이 깊다니.

기분 좋은 칭찬이었다.

그렇게 말을 타고 한참을 이동했다.

탐사대는 디아론 백작성을 떠나서 파닐 마을과 샤론 마을을 거쳤다.

그리고 산맥 초입에 도착했다.

산맥 초입까지는 말을 타고 들어왔지만, 본격적인 산맥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걸어서 산을 타야 했다.

말과 수레가 돌아갔다.

걸어서 산을 올라야 했기에. 기사들도 판금 갑옷이 아닌 가죽 갑옷의 가슴이나 팔목 등, 특정 부위만 금속으로 덧댄 갑옷을 주로 입었다.

아무래도 통짜 철제 갑옷을 입은 채로 오랜 시간 동안 산을 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타르라는 마법사는 제법 나이가 있으신 것 같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반 정도 섞여 있었다.

그래도 왕년에 용병 마법사를 하며 돌아다녔다고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한다.

마법사를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걱정이란다.

기사단장이자 이 탐사대의 탐사대장인 팬니르가 말했다.

“주목.”

나지막한 팬니르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모두 각자의 짐을 점검한다.”

산을 오를 목적으로 준비한 짐들을 들었다.

“탐사대의 일차 목적지를 말하겠다. 지난번 몬스터 웨이브에서 오크들과 트롤이 집결지로 사용되었던 장소가 있다. 탐사대는 우선 그곳을 목적지로 향한다.”

차분하게 말하는 것 같은데도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말할 때 마나를 살짝 섞는 듯했다.

이제 맨몸으로 산을 올라야 한다.

샤샤는 잠시 트란 산맥을 바라보았다.

늘 보던 산이지만 막상 오르려고 하니 산세가 더욱 웅장해 보였다.

“출발.”

탐사대가 산을 올랐다.

한나절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뒤처지는 인원이 탐사대에는 한 명도 없었다.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냥꾼이야 트란 산맥이 곧 직장인 사람들이었다.

마법사 알타르가 잘 따라올지 의문이었지만,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다.

상급 기사 안톤이 알타르에게 물어보니 몸의 무게를 줄이는 마법을 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짐꾼들도 최대한 체력이 좋은 인원을 데리고 왔다.

고작 첫날 퍼질 인원은 없었다.

샤샤도 마찬가지였다.

샤샤의 민첩이 얼마인데.

지난번 웨이브 때는 뛰다가 나무를 타고 올라 망을 보고 다시 뛰던 샤샤였다.

오늘은 민준이 사준 가죽 부츠까지 신었다.

【란탈의 가죽 부츠】

▷ 등급 : 고급

▷ 방어력 : 50

▷ 이동속도 증가 : 10%

▷ 내구도 : 370/370

등급이 고급이라는 의미가 겉보기 때문은 아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매끄러운 가죽 표면과 박음질 하나하나가 정교하고 섬세했다.

샤샤는 안 그래도 민첩 위주로 스탯을 찍었는데 부츠가 이동속도를 또 올려준다.

아마 지금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샤샤는 일등 할 자신도 있었다.

아, 물론 심판은 팬니르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인 기사단장까지 제치라는 건 좀 심하니까.

기사단장 팬니르는 사냥꾼 쟝에게 지리를 물었다.

사냥꾼 쟝은 샤샤의 아빠 이반과 함께 사냥하러 다니던 사냥꾼의 리더다.

“쟝, 이곳 지리에 관해 설명해 보아라.”

“네, 기사단장님. 지금 샤론 마을에서부터 반나절 정도 북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 위치는 트란 산맥의 끝자락 정도 됩니다.”

쟝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저쪽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아린, 저쪽 오른쪽 봉우리를 파사드라고 부릅니다. 저희가 일차 목표로 가고 있는 곳은 이정도 행군 속도로는 이틀거리입니다.”

팬니르와 주변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까지 제가 오면서 보니 멧돼지 정도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직은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오늘은 산맥의 외곽이라서 몬스터의 흔적이 그다지 없지만, 모레 이후로는 몬스터의 영역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팬니르가 물었다.

“그렇군. 가장 가까운 몬스터들의 영역은 무엇인가?”

“이대로 북쪽으로 이틀 이상 가면 넓은 영역에 걸쳐 오크들의 영역이 분포합니다. 오크들은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다른 몬스터들의 영역도 있습니다만, 오크 전체의 영역이 산맥의 거의 절반에 가깝게 퍼져 있습니다.”

쟝이 눈빛을 빛내며 사위를 돌아봤다.

“그리고 지금 저희가 가는 곳에서는 드물게 트롤이 발견되는 일도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크 영역의 동쪽에 트롤의 영역이 분포하는데 트롤은 오크보다 상위 포식자라서 오크를 잡으러 돌아다니는 것이지요. 그래서 트롤도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음, 그렇군.”

오크야 비교적 흔한 몬스터이고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라면 능히 처치 가능한 몬스터이지만, 트롤은 다르다.

팬니르라면 트롤과 일대일을 해도 이기겠지만, 팬니르는 탐사대의 대장으로서 다른 인원들도 고려해야 했다.

지금 탐사대에는 기사, 마법사, 사냥꾼, 짐꾼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짐꾼들도 경비대원에서 뽑은 것으로 최대한 체력이 좋은 인원을 뽑은 것이지만, 마나를 쓰지 못하는 인원을 트롤에게서 보호하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짐꾼을 데리고 가지 않을 수도 없다.

장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이라는 말이 있다.

긴 전쟁은 생산력이 뛰어난 국가가 승리한다는 말이다.

트란 산맥의 탐사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탐사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몬스터 토벌도 겸해야 했다.

적극적으로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토벌은 아니지만, 이 많은 인원이 이동하려면 몬스터와의 조우는 피할 수 없다.

몬스터와 싸우려면 양질의 무기가 필요하다.

양질의 무기는 무게와 부피가 상당하다.

또한, 장기 탐사에서는 식량과 생존 장비가 필수다.

다른 물품이야 아끼고 중간중간 산짐승들을 잡아서 식량으로 사용한다지만 추가적으로 보급을 받을 수 없는 탐사에서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이 마나를 사용하면 상당량의 짐을 운반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마나를 쓰다가 상급 몬스터와 싸울 때 마나가 부족하면 큰일이다.

이래저래 보급물자를 위한 짐꾼은 필수다.

그런데 짐꾼은 전투력이 부족해 몬스터들에게 취약했다.

그 모든 것을 탐사대장인 팬니르가 고려해야 할 일이었다.

“훅! 후욱!”

묵묵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읏차!”

산길에 무거운 짐들을 메고 있어서 행군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졌다.

트란 산맥의 밤이 찾아왔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