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31화 (31/230)

31화. 오다 주웠다

내가 우철이에게 말했다.

“너 이미 봤어.”

“내가?”

“응, 그거 왜 전에 사진 보여줬잖아. 하늘색 머리카락.”

우철의 눈이 커진다.

“걔라고?”

“어허, 개라니? 개 아니고 사람.”

“와, 씨. 대박이네.”

그럼 대박이지.

나도 충분히 대박이라 생각하고 있다.

산기슭에 웅크려 있던 소녀가 이렇게 성장할 줄 나도 몰랐다.

그런데 잠시 후 우철의 눈빛에 의심이 어린다.

“진짜야? 구라 아니고?”

훗.

나는 피식 한 번 웃으며 말했다.

“진짠데 보여줘?”

우철의 눈이 더욱 커졌다.

“레알?”

나는 허공을 향해 말했다.

“알파야.”

―네, 민준 님.

“샤샤, 한잔할 생각 있나 물어봐.”

우철이는 내가 허공에 말을 하자 이번엔 또 무슨 짓인가 하는 눈빛이었다.

어허.

다 뜻이 있거늘.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알파가 대답했다.

―콜이라는데요? 민준 님, 그런데 콜이 뭐죠?

흐흐, 콜이란다.

샤샤가 이제는 별말을 다 한다.

나는 알파에게 말했다.

“알파야, 그런 말이 있단다. 샤샤 소환.”

화아악.

곱창집 식당 안이 잠시 빛나더니 푸른 머리카락의 샤샤가 나타났다.

샤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샤샤가 나타나자 주변 테이블이 소란스러워졌다.

“와.”

“헐, 갑자기 나타났어.”

“뭐지? 마술사인가?”

“마술사겠어? 헌터겠지.”

샤샤가 나타나면 주변은 늘 이렇게 소란스럽다.

“샤샤야, 여긴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우철이. 이쪽은 샤샤라고 해.”

“안녕하세요. 샤샤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우철아, 입 그만 벌려라. 턱관절 상할라.

그때 서빙을 하던 알바생이 샤샤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뭐지? 내가 이렇게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설마 번호를 따려고? 내가 중간에서 차단했다.

“저기요. 일행 있거든요?”

“아니, 그게 아니라 민증 보여달라고요.”

“아 죄송.”

민증 검사였구나.

“잠깐만 그런데 나는 민증 검사를 왜 안 했는데?”

“풋! 넌 얼굴이 민증이야.”

우철이 웃었다.

나는 이럴 때를 대비해 헌터 협회에서 발급한 소환수 등록증을 보여주었다.

“자, 여기 인간형 소환수(성체)라고 써 있죠?”

“아… 그러네요.”

* * *

다음날.

나는 동서 형님, 종구, 나리, 관장에게 단체톡으로 한 달 이상 볼 수 없음을 알렸다.

[나 : 저 샤샤네 세계의 일로 최소 한 달 길면 몇 달 동안 못 볼 것 같아요.]

[종구 : 헐. 그럼 샤샤도 못 보는 거야?]

음…. 나는 나만 팀원들을 못 본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들에게는 샤샤를 못 보는 것도 아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 그렇지. 샤샤가 임무를 맡아서 나도 거기 매달려 있어야 할 것 같아.]

[나리 : ㅠㅠ 아쉬워요. 잉잉.]

헌터 자격시험에서 모인 조원들이 이렇게 친해질 줄은 나도 몰랐다.

단지 친구가 아니라 뭐랄까.

던전에서 친해졌으니 전우라 할까?

[종구 : 아쉬우니까 이별주?]

크크 종구는 무슨 말만 하면 술이다.

“알파야 샤샤 탐사대 출발하려면 며칠 남았는지 물어봐. 오늘 한잔할 수도 있는지 물어보고.”

―네. 알겠습니다.

―탐사대는 3일 후 출발이고 지금 괜찮다고 합니다.

나는 톡을 이었다.

[나 : 그럼 아쉽고 시간이 되는 사람은 오늘 모일까요? 샤샤도 와요.]

[나리 : 꺅! 고고!]

그렇게 또 모여 술을 펐다.

* * *

다음 날 아침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냈다.

“아~ 머리야.”

헌터가 되어서 던전은 안 돌고 술자리만 도는 것 같았다.

찬물을 한잔 크게 들이켰다.

크윽.

정신이 든다.

잠시 어제 팀원들과의 자리를 생각해 보았다.

막판에는 여섯 명이 어깨동무하고 빙글빙글 돌았던 것 같았다.

샤샤를 포함한 우리 여섯을 기리기 위해 팀명을 만들자고 했던 것 같다.

여섯이라서 식스팩, 육망초, 헥사곤 등의 이름이 나왔는데 마지막엔 육각수가 좋다며 노래를 불렀지.

나는 글리제에 집중해야 했고 또 그들은 각자 어떤 길드를 가입할까,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를 고민했다.

헌터로서 첫발을 떼는 중요한 시기니까.

한 달… 아니, 몇 달이 지나 연락을 해보면 저마다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도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각자의 길을 가는 게 맞는 것이겠지.

다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알았고, 또 그게 아쉬워 술을 펐을 것이다.

나는 샤샤와 탐사대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을 좀 해보았다.

지금 샤샤의 물건만 해도 자취방의 공간이 부족하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도움이 없었으면 방안이 샤샤 물건으로 꽉 찰뻔했다.

탐사대를 지원할 물건들을 보관할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넓은 창고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불을 걷었다.

이틀 연속으로 술을 펐으면 이제 일을 해야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넓은 창고로 쓸만한 장소는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도심지의 지상의 비싼 곳.

도심지의 지하이고 싼 곳.

외곽 1층 더 넓고 싼 곳.

음.

고민이 된다.

일단 눈으로 봐야겠다.

집 근처 부동산에 갔다.

딸랑.

“어서 오세요.”

여느 부동산답게 벽면이 다들 지도로 둘러싸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물건을 많이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찾고 있어요.”

“그러세요? 짐은 어떤 종류들인가요? 크기나 양에 따라 필요한 공간의 종류가 다를 것 같아요. 짐이 냄새가 난다거나 하면 안 되는 장소들도 있거든요.”

그런가? 하긴 짐에서 냄새가 나면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겠다.

또 짐의 크기가 크다면, 예를 들어 커다란 버스 같은 것들을 보관한다고 생각하면 야외 창고가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탐사대에 필요한 물건이 어느 정도까지일까?

군인들이 행군할 때 필요한 물건들을 상상해보았다.

몬스터를 잡을 때, 군인들이 생존할 때 필요한 물건들은 어느 정도일까?

상상 속에서 다양한 물건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동차, 탱크, 헬리콥터.

에이, 너무 많이 나갔다.

어차피 샤샤의 선물함을 통해 보급되어야 할 물건들이다.

즉, 선물함의 크기가 샤샤가 운반할 수 있는 물건의 최대 크기가 된다는 뜻이다.

냉장고 정도?

“짐의 크기는 커도 냉장고 정도 크기이고요. 각각의 짐은 사람이 들고 다닐 만한 것들인데 적어도 수십 명이 사용할 물건들이라서 양이 조금 돼요.”

“그래요? 그러면 상가 사무실 건물 같은 곳은 어때요? 1층이어야 하나요? 3, 4층 정도면 대형 사무실 백 평짜리면 보증금 1억에 월세 500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어요. 크기가 작거나 지하도 괜찮다면 금액은 더 내려가고요.”

보증금 1억에 월세 오백만 원이라.

얼마 전까지의 나에겐 한 달에 오백만 원을 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백?

얼마든지.

“넓은 곳으로 보여주세요. 그리고 오늘 계약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보여주세요.”

바로 계약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말에 부동산 직원의 눈이 빛났다.

“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이 전화를 빠르게 돌렸다.

“여보세요? 사장님~ 네네. 3층 사무실, 손님 모시고 갈게요. 네, 그럼요. 알겠습니다.”

직원이 생끗 웃으며 말했다.

“자, 둘러보러 가시죠.”

7층짜리 상가의 3층, 평수는 약 100평.

넓다.

좁은 자취방에서 살다가 이렇게 넓은 곳을 쓰려니 뭔가 휑하다.

여기서 축구를 해도 될 것 같은데?

공간도 넓고 채광도 좋다.

“다음 물건도 보러 가시죠.”

자취방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총 세 곳을 둘러보았다.

처음은 3층 대형 사무실, 두 번째로는 4층 중형 사무실, 세 번째로는 지하.

나는 도심지가 아닌 외곽도 몇 곳 보기로 했다.

자동차로 삼십 분 정도만 나가면 가격이 확 내려간다.

내가 무조건 오늘 계약을 할 거라고 하니, 부동산 직원은 바로 내 운전기사가 되었다.

그렇게 외곽의 창고 세 곳을 더 보았다.

그중 한 곳이 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살던 자취방에서는 차로 삼십 분 거리였다.

1층 창고, 가장 넓고, 마당도 있어서 이런저런 활용이 가능했다.

사무실로 쓸 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도심지에 비해 저렴했다.

도심지에 있는 것의 장점은 교통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탐사대가 탐사를 진행하는 동안 계속 한 곳에서 숙식해야 할 것 같았다.

샤샤는 소환으로 이동하면 된다.

꼭 도심지 가운데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이곳으로 할게요. 그리고 인테리어 업자도 바로 오실 수 있는 분으로 한 분 소개해 주세요.”

매물을 소개한 부동산 직원은 잠시 문밖으로 나가더니 창고 주인에게 전화했다.

“네네, 사장님. 그러니까 지금 계약 가능하대요. 빨리 오세요.”

그리고 나를 데리고 온 부동산 직원은 인테리어 직원을 불렀다.

“어, 어. 그러니까 빨리. 금액이 우선이 아니라 시간이 우선인 분인 것 같아. 빨리!”

부동산 직원이 눈치가 빠른 것 같다.

그래, 맞다.

탐사대의 출발 시간을 맞춰야지.

돈은 많다.

디아론 백작이 두둑이 챙겨줬지.

건물주가 도착했고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그리고 잠시 후 부동산에서 소개한 인테리어 업자가 왔다.

나 혼자 숙식을 할 수 있게끔 사무실 공간을 꾸며달라고 했다.

먹고 잘 수 있도록 그리고 종일 앉아서 글리제 세상을 볼 수 있는 푹신한 소파도 필요했다.

그리고 창고는 짐을 쌓아둘 것인데 절반 정도는 그대로 두고 절반 정도에는 철제 선반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주일 정도 걸린다는데 돈을 더 준다고 하자 3일 안에 끝낸다고 한다.

역시 돈이면 빨라진다.

그다음은 청소 업체를 알아보았다.

지난번 몬스터 웨이브 끝나고 나서는 자취방이 쓰레기장이 되었다.

나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려야겠다.

청소 업체 사이트에 들어가니 청소, 가사도우미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있었다.

청소, 빨래만 해주어도 인간으로의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전화 한 번으로 예약 끝이다.

공간을 마련했으니 그다음은 샤샤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시간이다.

샤샤가 활은 좋은데, 다른 장비는 별로다.

지난번에는 돈이 없어서 활만 신경 쓰고 간신히 가죽옷 하나 걸쳤다.

일단 인터넷에서 열심히 검색하고 추천도 받아 보았다.

질문. 레벨 26 궁수 옷, 신발, 장갑은 어떻게 맞출까요? 예산은 10억.

└ 체력 보조해주는 옷, 민첩이나 정확도 올려주는 장갑, 신발도 체력 보조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 중요한 건 예산이지. 체력을 보조해주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체력을 얼.마.나 보조해주냐가 중요하지.

└ 10억이면 풀템으로 맞출 수 있죠. 이 사이트 좋아요. ―쇼핑몰 링크―

└ 요샌 산성이나 미래에서 나오는 공산품도 입을만할 거에요.

└ 궁수면 민첩 위주로 올렸겠죠. 그러면 체력이나 스테미너, 마나 보조해줄 아이템이면 좋겠죠.

└ 레더 아머 고급으로 방어 200 올려주는 정도면 5억 아래임, 신발도 고급으로 3억, 장갑은 공격속도 증가 붙는 걸로 하면 얼추 될 듯.

무려 10억 현질이다.

나는 한참을 물어보고 검색하고, 둘러보았다.

나는 마음에 찜해둔 물건이 있는 쇼핑몰에서 샤샤를 소환했다.

“샤샤 소환.”

화아악!

각종 헌터 장비들이 가득한 쇼핑몰.

샤샤가 주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머, 여긴 어디죠?”

“어, 이번에 마정석 비싸게 팔았잖아. 그래서 샤샤 장비 좀 맞추려고. 먼 길 가려면 든든하게 입어야지.”

“아…….”

샤샤는 고마워하며 제대로 말도 못 했다.

“샤샤가 강해지는 게 곧 내가 강해지는 거라는 거. 알지?”

“네.”

“그래, 좋은 옷 입고 열심히 하면 돼.”

“알겠어요.”

“자, 보러 가자.”

우선 샤샤가 입고 있는 가죽옷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평범한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데 아이템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샤샤야 이거 받아.”

“네.”

나는 샤샤에게 가죽 갑옷을 건넸다.

【케슬릭 레더 아머】

▷ 등급 : 고급

▷ 방어력 : 150

▷ 내구도 : 170/170

그래, 방어력이 이 정도는 돼야지.

“저기 가서 갈아입고 와봐.”

내가 가리킨 곳에는 탈의실이 있었다.

잠시 후 샤샤가 아머를 갈아입고 왔다.

베이지색으로 연한 무늬가 있는 가죽 갑옷이 샤샤와 잘 어울렸다.

나는 부츠와 장갑도 준비했다.

【란탈의 가죽 부츠】

▷ 등급 : 고급

▷ 방어력 : 50

▷ 이동속도 증가 : 10%

▷ 내구도 : 370/370

【케라몬의 가죽 장갑】

▷ 등급 : 중급

▷ 공격속도 증가 : 5%

▷ 내구도 : 150/150

산에서 최소 한 달 이상을 다닐 예정이라 신발과 장갑을 튼튼한 것으로 골랐다.

특히 부츠는 내구도가 큰 것으로 골랐다.

산에서 행군하다가 신발이 말썽을 피우면 얼마나 힘들까?

방어력과 이동속도 증가 옵션이 있는데 원래 샤샤가 민첩이 높았으니 이동속도가 퍼센트로 붙어서 효율이 좋을 것 같았다.

장갑은 공격 속도 증가가 붙었다.

활을 쏘는 입장에서 공격 속도의 증가는 공격력의 증가를 의미했다.

“민준 님, 감사해요. 저 열심히 할게요.”

샤샤가 감사를 표했다.

후후 아직 하나 남았는데

나는 올드한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이건 오다 주웠다.”

【구원 요청의 목걸이】

▷ 등급 : 중급

▷ 생명력 10% 미만에 이를 시 방어력 1000의 쉴드를 1분간 유지, 파티원에게 도와달라는 구원 요청을 전한다.

▷ 소모성 1회

목걸이를 받아든 샤샤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머, 부츠, 장갑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리라.

그것들이 기본적인 공격, 방어력을 늘리는 아이템이라면 요청의 목걸이는 최후의 구명줄이라고나 할까?

최후의 순간 쉴드를 펼쳐주고 파티원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자동으로 해준다.

강력한 필살기를 펼치는 아이템도 많았지만 이걸 보는 순간 이건 꼭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와 샤샤를 위한 맞춤형 물건처럼 보였다.

몬스터를 아무리 많이 죽이면 뭐 하나?

샤샤가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혹시라도 내가 글리제를 안 보고 한눈을 팔 때 샤샤가 위험하다면 샤샤의 목숨을 구할법한 물건이었다.

샤샤가 살아있고 나에게 요청이 들어오면 나는 샤샤를 지구로 소환해서 샤샤를 구할 수 있다.

꼭 너를 살릴 거라는 의지의 아이템이다.

샤샤가 목걸이를 손에 꼭 쥐었다

“꼭 살아남을게요.”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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