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탐사대 참가
팔락.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보던 행정관 차이세가 보고서를 한 장 넘겼다
샤샤를 조사한 보고서였다.
차이세는 샤샤에 대한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었다.
― 이름 : 샤샤
― 가족 : 아버지와 여동생이 있음. 아버지는 몬스터 웨이브 이후 성 내의 경비병으로 근무함.
― 무력 : 상급 기사 수준의 신체적인 무력을 보유함. 활을 주로 사용하며 활 실력은 명인 수준임. 뛰어난 레인저의 자질이 있음.
― 특이사항 : 몬스터 웨이브 이전까지는 가사, 육아, 농업 등을 하는 산골 소녀였음. 몬스터 웨이브와 함께 특이한 변화가 있다고 알려짐. 아공간을 활용함. 아공간에서 활과 화살 등을 보관함. 파이어 애로우, 대쉬라는 마법 주문을 활용하는 것이 목격됨. 회복계열의 마법 물약을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 목격됨. 본인은 이 모든 능력이 소환술사의 소환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함. 그러나 소환술사는 목격되지 않음. 샤샤의 주장에 따르면 소환술사는 영지 전체를 관찰할 수 있음. 하지만 그 능력이 샤샤의 것인지 소환술사의 것인지는 불분명함.
― 총평 : 특급 인재로 대우할 가치가 있음.
으음…….
“특급 인재인가.”
똑똑.
차이세는 보고 있던 서류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들어오라.”
샤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행정관님. 부르셔서 왔습니다.”
‘특급 인재.’
행정관은 속으로 되뇌었다.
영지에 꼭 필요한 최우선 인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 행정관은 얼굴에 환하게 미소를 띠며 반갑게 샤샤를 맞아주었다.
“샤샤 양, 어서 와요. 이번 몬스터 웨이브에서 크게 활약한 영웅을 보게 되어 아주 반갑습니다.”
샤샤는 행정관의 영웅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워 그저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아니에요. 백작님과 여러 기사님 그리고 영지의 모든 분이 함께 웨이브를 이겨낸 것이죠.”
‘좋아, 말투도 부드럽고 인간관계 및 인성도 나쁘지 않아 보여.’
행정관은 속으로 이런 샤샤의 말을 평가했다.
무력이나 마법력은 뛰어나지만, 인성이 개판인 기사나 마법사들도 많다. 본인의 힘에 취해 거리낌 없이 행동하거나 약자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행정관의 눈에 비친 샤샤는 그런 유형은 아닌 것 같았다.
“자자, 샤샤 양. 일단 앉으세요.”
샤샤와 차이세는 회의용 탁자에 앉았다.
“내가 샤샤 양을 오라고 한 것은 곧 트란 산맥 깊은 곳까지 보낼 탐사대가 조직되기 때문이에요.”
샤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탐사대요.”
“그래요. 이번 몬스터 웨이브 때는 두 개의 달이 뜨지 않았죠.”
“그렇죠.”
“두 개의 달이 뜨지도 않았는데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다니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서 그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탐사대를 꾸리기로 했어요.”
샤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저희는 샤샤 양이 탐사대에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아… 네.”
“그리고 방금 말한 ‘저희’에는 백작님도 포함됩니다.”
샤샤는 백작님이란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작님이요?”
“네, 백작님께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신답니다.”
“제가 뭐라고 백작님께서…….”
샤샤는 소환수가 되고 웨이브도 겪고 던전도 돌아보았지만,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래서 샤샤가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산골 소녀에 머물러 있었다.
차이세가 웃으며 말했다.
“허허, 샤샤 양은 본인에 대한 자각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해 보죠.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신체 능력은 기사급이며, 화살을 쏘면 백발백중입니다. 심지어 그 사람은 마법 화살을 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위 마법사들이나 갖는 아공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탁월한 마법 치료약으로 여러 생명을 구했죠. 게다가 그는 마치 높은 하늘을 나는 새처럼 영지 곳곳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이정도 인물이면 백작님께서 관심을 가질 만한가요? 아닌가요.”
샤샤는 행정관이 말하는 인물이 자신을 칭하는 것임을 알아듣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데 그건 다 저의 마스터이신 소환술사님이 저에게 주신 능력이에요. 제 것이 아니에요.”
행정관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사실 소환술사라는 인물을 본 사람은 없었다.
저 능력들이 소환술사가 준 것인지 아니면 샤샤의 능력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소환술사라는 분을 제가 만나볼 수는 없나요.”
“아마 안 될 거예요. 제가 소환술사님의 세계로 소환되어서 가는 거예요. 그분이 오시는 게 아니고요. 그래도 소환술사님께서는 이곳을 지켜보실 수 있으시답니다.”
“그렇다고 해두죠. 어쨌든 소환술사라는 분을 본 사람은 없어요. 그 소환술사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도 샤샤 양뿐이죠. 샤샤 양.”
“네.”
“우리는 샤샤 양이 이번 탐사대에 포함되어 트란 산맥에 함께 가길 바란답니다. 그리고 그 소환술사라는 분께서도 이번 탐사를 도와주시기를 바라요.”
“아… 네.”
“아시다시피 트란 산맥 깊은 곳은 위험하죠.”
트란 산맥 주변의 마을에서 살던 샤샤는 트란 산맥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트란 산맥은 위험하죠. 샤샤 양의 능력과 소환술사님의 능력은 이번 조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 네. 그런데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소환술사님께 여쭤보아야 할 것 같아요.”
“네, 물론 그렇죠. 그리고 당연히 공짜는 아닙니다. 소환술사님께서 어떤 보상을 원하시는지 여쭤봐 주세요.”
* * *
―네가 감히.
어느 가정의 주방.
명품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맞은편 젊은 여자를 노려본다.
젊은 여인도 지지 않고 바락바락 대든다.
―왜요? 제가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제가 왜 참아야만 하는 거죠.
그러자 중년 여인은 식탁에 있던 배추김치를 두 손으로 든다.
주줄 흘러내리는 김칫국물.
김장한 후 방금 꺼낸 듯 배추 한 통의 절반 크기이다.
중년 여인은 얼굴보다 더 커다란 배추김치로 젊은 여인의 뺨을 때린다.
철썩!
온 사방팔방 김칫국물이 튄다.
심지어 카메라 렌즈에도 김칫국물이 튀었다.
카메라 렌즈에 김칫국물이 튀어서 TV 화면에 커다랗게 김칫국물이 흘러내린다.
―민준 님?
“…….”
―민준 님?
“어, 왜? 지금 하이라이트야.”
―샤샤가 연락이 왔습니다.
“샤샤가?”
―네.
“뭐래?”
―드릴 말씀이 있다는데요?
쩝. 한참 재미있었는데.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드라마를 멈췄다.
얼마나 봤더라.
잠시 시계를 보니 또 5시간째 드라마만 보고 있었다.
시간 잘 간다.
나는 잠시 기지개를 켰다.
“아으으으으. 샤샤 소환.”
화아악!
샤샤가 나타났다.
“민준 님.”
나는 어깨를 마저 돌리며 물었다.
“어, 샤샤 왔어?”
“네.”
뿌드득. 뿌드득.
어깨에서 소리가 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제가 행정관님이 부르셔서 조금 전까지 행정관실에 있었어요. 행정관님이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셔요.”
“뭐라는데?”
“지난번에 몬스터 웨이브가 있었잖아요. 백작님께서 그 원인을 조사한다고 탐사대를 보낸다는데 저와 민준 님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해요.”
“탐사대? 그런데 내가 어떻게 참여하라고?”
“저는 직접 참여하고 민준 님은 지켜봐달라고 하세요. 따로 대가도 준대요. 저보고 민준 님이 원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봐달래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탐사대라.
“얼마나 걸릴까.”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산맥 깊숙하게 들어가야 하니까 오래 걸리겠죠.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요? 더 길 수도 있고요. 확실하지는 않아요.”
며칠이 아니라 한 달, 길면 그 이상이라.
“탐사하러 가는 곳에 혹시 몬스터들은 많이 있나?”
“트란 산맥은 몬스터의 보금자리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당연히 몬스터는 많아요.”
그래? 몬스터가 많다고?
그러면 한 달짜리 장기 레이드 뛰러 가는 셈이네.
레이드나 몬스터 사냥은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레벨업을 하지.
“그래, 하자. 몬스터 사냥은 꾸준히 해야지.”
“네, 탐사대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러면 행정관님께 민준 님께서 무엇을 원한다고 말씀드릴까요?”
나는 허공을 보며 알파를 불러보았다.
“알파야.”
―네.
“뭘 달라고 할까.”
―글리제에서 구하기도 쉽고 민준 님의 성장에 도움이 되거나 지구에서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보아야죠.
“그러니까 그런 게 뭘까.”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으니 몬스터의 마정석은 아마 흔할 것입니다. 민준 님도 던전 헌팅하며 마정석 구해 보셨잖아요. 지구에서는 꽤 비싸죠. 하지만 지금 디아론 백작성에서는 몬스터 사체가 쌓였었습니다. 그러니 마정석이 많지 않을까요? 또, 마나를 머금은 영초와 같은 것을 달라고 하면 민준 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호, 그렇구나. 역시 알파는 똑똑해.”
나는 고개를 돌려 샤샤를 바라보았다.
“샤샤야.”
“네, 민준 님.”
“들었지? 마정석 좀 주고, 마나를 많이 머금고 있으면서 먹을 수 있는 영초 같은 것을 줄 수 있는지 물어봐. 그 동네는 마나가 풍부하니까 아주 무리한 요구는 아닐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 볼게요. 바로 행정관님께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잘 들어가. 안녕.”
나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샤샤도 마주 손을 흔들었다.
“소환 취소.”
화아악.
샤샤가 돌아갔다.
* * *
다음날, 한참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샤샤가 소환 요청을 했다.
기다리고 있던 터라 나는 소환을 해주었다.
“샤샤야, 잠깐만. 이것 급한 거라서 조금만 기다려줘.”
나는 마침 보스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잠시 후, 보스를 잡았고 안전하게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
“어, 미안. 갑자기 끌 수가 없어서.”
샤샤는 어느새 라떼를 만들어 마시며 구경하고 있었다.
쓱.
샤샤가 라떼 한잔을 내밀었다.
“음~ 이거 맛있어요. 만드는 김에 민준 님 것도 한잔 만들었어요.”
“땡큐.”
호르륵.
샤샤가 타 주니 더 맛있다.
“샤샤가 왔다 갔다 전달하느라 수고가 많아.”
“아니에요. 민준 님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기쁜걸요.”
샤샤는 말도 예쁘게 하는 것 같다.
“하하. 고마워.”
샤샤가 선물함에서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냈다.
“행정관님이 민준 님에게 드리래요. 탐사대에 참가하게 되는 착수금이라고 해요. 탐사를 다녀오면 다시 보상해준다고 하네요.”
샤샤가 꺼낸 물건들을 보았다.
마정석 한 바구니와 인삼 비슷하게 생긴 것이 한 묶음 있었다.
나는 마정석을 살펴보았다.
근데 이거 마정석이 맞나?
내가 팀원들과 함께 채취했던 마정석은 작은 것은 새끼손톱, 큰 것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였다.
그런데 이건 제일 작은 게 어른 주먹만 한 크기다.
제일 큰 것은 거의 어린이 머리통만 했다.
엄청 비쌀 것 같았다.
“와, 이거 마정석 맞지? 크기가 아주 크네. 알파가 글리제는 마정석의 가치가 지구보다 낮을 거라더니 대단하네.”
샤샤가 말했다.
“그런 면도 있지만, 민준 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한테 잘 보이고 싶다고? 누가?”
“누구긴요. 모두가 그렇죠.”
“모두?”
“저희로서는 민준 님의 능력은 유일한 것이니까요. 대체 불가.”
대체 불가의 유일무이라니 어깨가 조금 으쓱한다.
“민준 님, 여기 제일 큰 마정석은 오우거를 잡고 나온 거래요. 오우거는 지난 몬스터 웨이브에서 한 마리밖에 없었으니 지난 웨이브에서 나온 마정석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민준 님에게 드리는 거예요.”
“그렇구나.”
이정도까지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놀랍다.
이게 다 얼마나 되려나
돈으로 바꾸면 대출받은 것은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제작 기술이 있거나 마법사라면 마정석으로 뭘 직접 만들 수 있었겠지만, 나로서는 현금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탐사대에는 나도 참가하는 것이고, 샤샤도 참여하는 것이잖아. 샤샤가 참여하는 대가는 없나?”
“저는 A급 용병에 준하는 대가를 받기로 했어요.”
“A급.”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 수준의 용병을 말해요. 사실 저희 아빠도 경비대에 들어가고 성 내에 집도 마련해 주어서 그냥 가라고 해도 갔을 것 같은데, 잘 챙겨주는 것 같아요.”
“에이,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지.”
최소한 한 달 이상 걸린다는데 무보수로 갈 수야 있나.
나는 인삼 비슷하게 생긴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뭐래?”
“이것은 마나초라고 부른대요. 저도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요. 귀한 약재라고 해요. 조금씩 그냥 생으로 씹어 드시면 된다고 해요. 마나를 보충하는데, 아주 좋다고 해요.”
그래? 한번 먹어볼까?
나는 마나초 하나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어보았다.
아삭.
일단 씹는 식감은 좋다.
신선한 무를 씹는 듯한 느낌.
그리고 맛도 나쁘지 않다.
혹시 너무 쓰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쓰지도, 달지도 않는 밍밍한 맛이다.
몸에 좋다는데 써도 먹어야 할 텐데 밍밍한 맛이면 다행이다.
조금 더 씹어 보았다.
아삭아삭.
꿀꺽.
한입 삼켰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