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9화 (19/230)

19화. 제 소환수를 소개합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멎었다.

며칠 동안 처절한 백병전을 벌인 모두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번 웨이브를 넘겼다는 것에 자신감과 희망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성벽 너머로 기사단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그닥! 다그닥!

샤샤는 기사단과 함께 말을 타고 몬스터 소탕 작전에 참여하였다.

기사단장 팬니르가 샤샤에게 물었다.

“샤샤, 어느 쪽인가?”

샤샤가 답했다.

“저쪽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언덕이 나옵니다. 그 언덕에서 산으로 조금 가면 오크 십여 마리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알았다.”

기사단장은 샤샤가 알려주는 방향대로 향했다.

샤샤의 말로는 자신이 모시는 소환술사라는 사람이 알려준다고 한다.

샤샤의 능력이던, 소환술사라는 사람이 알아내었든 간에 그녀가 알려주는 곳에는 꼭 몬스터가 있었다.

어느덧 샤샤는 기사단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말을 탄 기사단이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자 샤샤가 설명한 것처럼 언덕이 나왔다.

팬니르가 외쳤다.

“1, 2, 3분대는 말에서 내린다. 나머지는 이곳에서 대기한다.”

1, 2, 3분대가 말에서 내렸다.

“언덕 위쪽에 오크 십여 마리가 있다고 한다. 1분대는 좌측, 2분대는 중앙, 3분대는 우측에서 감싸듯이 올라간다.”

기사들은 익숙한 듯 진형을 이루며 오크들을 몰아갔다.

샤샤는 언덕을 오르지 않고 남아있었다.

열 마리 정도면 금세 정리하고 내려올 것이었다.

샤샤는 타고 있던 말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윤기가 흐르는 멋진 갈색 말이다.

한눈에 보아도 건강하고 좋은 말임을 알 수 있었다.

말이라니.

샤샤는 자신이 기사단과 함께 말을 타고 영지를 누비고 있는 현실이 새삼 놀라웠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다.

그래서 관리가 까다로워 섬세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농사에 활용하기에는 우직한 소나 다른 동물이 더 낫다.

물론 전투나 이동 시에는 말은 아주 훌륭한 자원이다.

농사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전투 시 중요한 자원.

그래서 말은 산골 소녀와는 거리가 있는 동물이었다.

샤샤가 갈기를 쓰다듬자 말이 기분이 좋은지 투레질을 한다.

“푸르르르”

“어어. 루시, 착하다.”

말의 이름이 루시였다.

샤샤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다그닥!

말에 올라탄 상급 기사 안톤이 다가왔다.

“샤샤. 저 위에 몇 마리 있어?”

“네, 안톤 님. 오크가 열 마리 정도 있다고 합니다.”

안톤은 기사단장을 힐끔 보며 말했다.

“그렇구나. 내가 기사단 오면 내 자리라도 준다고 했는데 이미 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아.”

“훗, 아니에요. 높은 자리라니요.”

“암튼 대단해. 괜히 사람들이 발키리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어우, 발키리라뇨. 과분하네요.”

언덕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타앗!”

“취익!”

“크악!”

10분쯤 지났을까?

언덕 위로 올라갔던 인원들이 내려왔다.

“오크 10마리 처리 후, 복귀했습니다.”

어디에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몇 마리 있는지 알려줬는데 못 잡으면 기사 자격은 반납해야 했다.

그렇게 기사단은 영지를 돌며 몬스터 소탕 작전을 벌였다.

웨이브를 막아내고, 잔당들의 처리 또한 끝났다.

부서진 성벽과 집, 망가진 농지를 보수하는 재건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몬스터의 사체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사체에서는 쓸만한 것들이 제법 있었다.

우선 몬스터의 가죽은 무두질하여 판매하면 제법 고가에 팔렸다.

뿔이나 이빨, 힘줄, 뼈도 가공해서 사용한다.

몬스터들이 들고 다니는 무기들은 조악하지만 그래도 고철로 판매할 수 있었다.

바쁘게 일해야 하는 것만 따지면 전쟁보다 전쟁 후가 더 바쁘다.

위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디아론 백작의 영지는 한창 재건 사업이 벌어졌다.

* * *

디아론 영지가 여유를 찾자 나도 여유를 갖게 되었다.

나는 내 방을 둘러보았다.

“와, 이거 내 방이지만, 너무 심하네.”

쓰레기장인지 방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화면을 지켜보느라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었다.

배달 음식만 먹으며 셀프 자가 격리 생활을 했더니 집안이 난장판이다.

피자 박스가 열 개가 넘고 쓰레기는 나가서 버리지도 못해서 한가득하다.

음.

TV에서 이런 집을 봤던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냐며 집에 쓰레기를 모으는 사람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내가 샤샤 도와주느라 이렇게 집이 더러워진 건데, 오랜만에 샤샤도 부르고 겸사겸사 불러서 같이 치우자고 할까?

“알파야. 샤샤 불러서 같이 치우자고 하면 싫어하려나?”

―샤샤라면 기쁜 마음으로 치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럼, 샤샤는 착하니까. 기쁜 마음으로 치울 거야. 그럼 그럼.

―그런데 민준 님, 언제 씻으셨습니까?

음…….

가만있자.

나 언제 씻고 안 씻었더라?

안 되겠다.

그냥 나 혼자 치워야겠다.

집을 치우다 보니 한쪽 구석에 방전되어버린 스마트폰을 발견했다.

원래 연락 오는 곳도 별로 없지만, 스마트폰이 방전되다니.

내 스마트폰이 방전된 적이 있던가?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지거나, 고장 난 적은 있어도 배터리가 완전히 나가도록 내버려 둔 적은 평생 없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방전되어버릴 정도로 집중했었나 보다.

스마트폰을 충전시키며 대청소했다.

일단 쓰레기를 버리는 게 우선이었다.

대청소를 다 한 뒤, 목욕도 했다.

“아, 개운하다.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같네.”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도 좀 잘라야 할 듯했다.

나는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 헌터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각성자 등록도 그렇고 헌터 자격도 안 따두면 아쉬울 때가 있을 것 같았다.

샤샤가 알아서 경험치 먹고 레벨업한다고 해도 또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오~”

그래도 며칠 만에 켰다고 이런저런 연락이 쌓여 있었다.

공시생 인맥이 뻔하겠지만 그래도 톡과 문자가 몇 개라도 쌓여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음, 뭐야?

절반 이상이 광고다.

게임 광고, 은행 광고.

게임 광고는 그렇다 치고 은행 광고는 나한테 왜 오는지 모르겠다.

아 맞다.

나 대출도 엄청 많구나

이제 나도 은행과 밀접한 사람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톡은 여러 개인데 밀접한 사람이라고 부를만한 연락은 두 군데뿐이었다.

친구 우철이.

우철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다.

우철이는 가죽 공방에서 일하는데 가끔 만나서 술을 한 잔씩 한다.

[마, 뭐하나?]

하루 간격으로 문자가 와 있었다.

[―씹나?]

[ㅗ ―_― ㅗ]

그래, 저 녀석은 ―_― 이모티콘을 즐겨 쓴다.

수많은 이모티콘 중에서 유독 저 올드한 이모티콘을 쓰는 건 이유가 있는 듯하다.

자기도 자신이 저렇게 생긴 줄 아는 것 같다.

작은 눈에 얼굴이 계란형으로 생긴 친구다.

그런데 계란이 똑바로 선 계란이 아니라 옆으로 누운 계란형 얼굴이다.

답장을 써 주었다.

[며칠 핸폰 안 보고 살았었어. ㅗ 반사]

그리고 엄마가 톡을 하셨네?

[용돈 부쳤어. 밥 잘 먹고 지내.]

이 나이 먹고 용돈 받아쓰기 민망하지만, 먹고 살려면 또 어쩔 수 없다.

엄마에게 나 각성했다고 답장을 할까?

음…….

이런 건 직접 얼굴 보면서 이야기해드려야지.

짜잔! 서프라이즈! 우리 아들이 천재 소환사가 되었어요, 잇힝~

안 그래도 얼마 안 있으면 명절이라 내려가긴 해야 할 것 같다.

엄마에게도 답장해주었다.

[이제 봤어요. 고마워요. 그리고 명절 때 내려갈게요.]

내려가 봐야지.

엄마에게 힐 마사지해드려야지.

샤샤도 보여줄까?

장난으로 외국인 며느리라고 소개해 볼까?

깜짝 놀라시겠지?

안 놀라시는 건 아니겠지?

각성자 되었다고 용돈을 빡 하고 드리고는 싶은데.

쩝, 빚만 있다.

왜 각성자가 되었는데 돈이 마이너스지?

거참 희한하네.

아무튼 내려가서 자랑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방전된 스마트폰을 켰는데 톡 두 개를 보내니 끝이다.

왠지 허무하다.

아, 나의 인맥이란.

그냥 폰 꺼둘까?

나는 인터넷으로 헌터 협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헌터 자격 연수를 신청했다.

온라인 강의와 집합 연수를 한다고 한다.

실제 던전 실습도 있다고 한다.

“재밌겠는데?”

온라인 강의는 바로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온라인 강의 듣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이다.

나는 온라인 강의를 하나씩 들어보았다.

전문 강사가 아니라서 어버버거리는 헌터의 강의.

―어. 그러니까 말이죠. 어… 제가 던전에 처음 갔을 때 말이죠. 어… 코볼트가 많았는데요. 어… 그러니까 한 스무 마리 정도가 나왔는데요. 어…….

‘어’ 좀 빼고 말해라.

그동안 1타강사 깔끔, 코믹, 세련된 명강의만 듣다가 이런 원초적인 강사의 강의를 들으니 한편으로는 참신했다.

강사는 옷을 들쳐서 옆구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말이죠. 여기 상처요. 어…. 여기 빵꾸 뚫렸었거든요. 그때, 제 몸속의 대장이 어떤 색깔인지 처음 알았어요. 그때 힐러도 없고 포션도 다 써서 손으로 대충 쑤셔 넣고 달아났어요. 저처럼 응급처치를 잘 못 하면 이렇게 흉이 진답니다. 히히.

와우!

그러니까 대장이 무슨 색깔인지를 설명해줘야지.

강의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 후, 나도 실제로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아무튼 내용을 요약해보니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자기처럼 몸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론 강의는 온라인으로 100시간을 들어야 했다.

강의를 듣고 시험도 중간중간 봐야 했다.

후후, 100시간쯤이야.

고이다 못해 썩은 물 공시생에게 100시간짜리 강의는 껌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아함.”

늘어지게 잤다.

샤샤네가 전쟁 중일 때는 불안한 마음이 있어 길게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편해 잠도 잘 온다.

“알파야. 백작성 일대, 띄워 봐.”

―알겠습니다.

화면이 켜지고 백작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제 몬스터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대신 사람들이 열심히 재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음, 별일 없네.

나는 씻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을 탔다.

가는 동안 어제 배달온 책을 꺼내 읽어 보았다.

[초보 헌터의 던전 무작정 따라 하기.]

제목이 맘에 들어 구매했다.

이 책 말고도 ‘몬스터 100과’, ‘각성자가 돈 버는 법’, ‘잘나가는 헌터는 저렙일 때 다르다’도 구매했다.

뭐 꼭 책으로 헌팅을 배우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습관이라고나 할까?

어느덧 연수 장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강의실이었다.

집합 연수에서는 조별 실습 중심으로 연수가 진행된다고 한다.

얼핏 서른 명 정도가 모인 듯했다.

연수는 3주마다 개설된다는데 나름 타이밍이 괜찮아서 며칠 안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각성자 여러분. 오시느라 수고하셨구요. 먼저 나누어드린 종이에 희망 분야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종이를 받아서 보니 내 희망 분야를 체크하란다.

[마법사, 힐러,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서포터, 커맨더]

나는 어디에 해당할까?

일단 힐러에 동그라미를 쳐보고, 서포터에도 동그라미를 쳤다.

일단 소환술사니까 서포터가 맞다.

게다가 이번에 추가로 얻은 스킬까지 있으니 서포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나의 상태창을 불러 보았다.

[김민준]

직업: 소환술사

레벨 24

힘 30

민첩 30

체력 40

마나 55

미분배 스텟 0

소환수 1/1

거주 행성: 지구

연결된 행성: 글리제

스킬: 최하급 소환술, 힐, 바인드

벌써 24렙이다.

그리고 20렙을 돌파하면서 얻은 스킬이 바인드.

말 그대로 묶는 스킬이다.

상대방을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스킬.

직접 공격 데미지를 넣지는 않아도 적을 묶어주는 스킬 정도면 충분히 서포터라 할 만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데미지를 넣을 수도 있다.

빠르게 뛰어가고 있는데 발목을 묶였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넘어지겠지.

데미지가 안 들어갈까? 들어갈 것 같은데.

아니면 목을 졸라 버릴까?

눈을 묶으면 안보이려나?

같은 스킬도 활용하기 나름이라던데 연구를 더 해봐야겠다.

사회자가 말했다.

“적어주신 희망 분야의 포지션을 바탕으로 조 편성을 해 봤습니다. 강석철 님 1조, 김민준 님 3조, 노영찬 님 3조…….”

나는 3조란다.

3조원은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었다.

조원들이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상적인 붉은 원피스.

웨이브 진갈색 머리에 큰 눈.

귀여운 여우상의 여자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한나리라고 해요. 저는 마법사 계열이고요. 파이어 볼트 스킬이 있어요.”

불의 마법은 대체로 공격력이 좋다.

불의 마법사면 원거리 딜러로 제 역할을 할 것 같다.

“저는 차동서라고 합니다. 육체 강화계열입니다.”

덩치 큰 근육질 남자였다. 육체 강화를 하지 않아도 세 보였는데 육체 강화란다.

“저는 임종구입니다. 저도 육체 강화계열입니다.”

오, 이쪽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런데 둘 다 몸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다.

차동서가 근육 돼지 계열이라면, 임종구는 헬창 같다고나 할까?

“안녕하세요. 김관장이라고 합니다. 저는 검사예요. 원래 직업이 검도 사범인데 각성하면서 검사 스킬이 나왔어요.”

도장에서는 김 사범이라고 불렸을까? 김관장이라고 불렸을까?

검도 사범이 검사 스킬이 나온 건 축복이다.

적성에 맞는 스킬 나오기가 쉽나.

탱커 둘에 근딜 하나, 원딜 하나, 내가 서포터겸 힐러.

정석대로다.

하지만 샤샤가 끼면 원딜이 하나 추가다.

이번엔 내가 말할 차례다.

“김민준이라고 합니다. 소환술사이며 힐러입니다.”

음…….

말하고 나니 뭔가 잡캐 같은데.

“와, 시작부터 더블 스킬이신가 보네요. 대단하시네요.”

“방금 힐러라고 하셨어요? 힐러!”

“우와, 힐러님이시구나.”

소환술사라고도 말했는데 힐러라는 말이 더 임팩트 있었나보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있는 각성자들은 다 초보다.

아직 헌팅 자격증도 없으니 던전 한번 안 가봤을 거다.

그러니 당연히 몬스터를 안 잡아봤을 것이고, 그러니 경험치도 못 먹었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쪼렙이고 스킬도 각성할 때 받은 것 이외에는 없겠지?

그럼 내가 연수생 중에서는 대빵이겠네?

첫 시간은 조원들끼리 모의 사냥법을 협의해서 발표하란다.

서로 이야기하며 커다란 종이에 사냥법을 적고 있으니 뭔가 학생 때 기분이 든다.

주제는 좀 다르지만.

우리는 오크 목을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방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조장도 뽑았다.

대학 때야 조장은 일을 많이 할 것 같아서 피하려 했지만, 여기 조장은 군대 분대장 느낌이다.

듬직한 차동서 형님이 조장을 맡기로 했다.

나이도 차동서 형님이 제일 많았고, 일단 겉보기에도 가장 강해 보였다.

나이는 동서 형님 다음으로 임종구와 내가 나이가 같았다.

그다음이 김 관장, 막내는 나리였다.

차동서 형님이 조장 발표를 했다.

“그러니까 오크와 만나면 제가 오크 뚝배기를 딱 잡고 겁나게 뚜드려 팹니다. 그러면…….”

그렇게 이틀 동안 학생스러운 활동을 했다.

삼 일째.

“오늘은 스킬 시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로 스킬을 보여주고, 그 스킬의 상황별 대처 훈련을 한다고 한다.

한나리가 과녁판을 향하며 말했다.

“제가 먼저 쏴 볼게요.”

한나리가 집중했다.

뭔가 입술을 중얼거리는 것이 주문을 외우는 건가 싶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한나리가 주문을 완성했다.

“파이어 볼트!”

한나리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어리더니 곧 주먹만 한 불덩이 하나가 과녁판으로 날아갔다.

펑!

“오오오오.”

“와, 멋져요.”

휘익!

초보라서 그런지 스킬 한 번에 다들 리액션도 열심이다.

다음은 차동서의 차례.

차동서가 주섬주섬 옷을 벗었다.

한나리가 외쳤다.

“악! 왜 옷을 벗어욧!”

“허허, 미안 내가 스킬을 쓰려면 옷을 벗어야 해.”

스킬을 쓰는데 왜 옷을 벗지?

“스킬을 쓰면 내 몸이 커져. 그런데 내가 돈이 별로 없어서 아이템으로는 바지 하나밖에 못 샀어. 바지는 아이템이라 신축성이 장난 아니거든. 그래서 바지만 안 찢어져. 미안해 돈이 없어서 윗도리는 못 샀어. 얼른 벌어서 윗도리도 살게.”

한나리는 못 볼 걸 본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못 샀다는데 어쩔 것인가?

그래도 바지는 있다니 별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동서 형님 쫄쫄이바지 하나만 남겨두고 옷을 벗었다.

그러자 동서 형님의 엄청난 갑빠와 그 못지않은 배가 드러났다.

“우와.”

“우와.”

남자의 자존심 갑빠에 놀라고.

갑빠보다 더 나온 배에 한 번 더 놀랐다.

차동서가 부끄러워하며 외쳤다.

“트랜스폼.”

쑤욱!

울룩불룩!

안 그래도 커다란 차동서의 몸이 두 배는 커졌다.

키도 2.5m는 되어 보였고 덩치도 매우 컸다.

그리고 털도 났다.

곰.

차동서가 한 마리 갈색곰이 됐다.

곰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씽긋 웃었다.

스판 쫄쫄이바지를 입은 테디베어.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커다란 곰의 모습을 보며 임종구가 말했다.

“와, 형님. 멋지십니다.”

이어서 임종구와 김관장도 스킬을 시연했다.

임종구는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강타 스킬이었고, 김관장은 순간적으로 검에 기를 두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내 차례다.

“여러분, 제 소환수를 소개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얼굴 천재, 전투 시에는 궁술 천재. 소개합니다. 샤샤 소환.”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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