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5화 (15/230)

15화. 전운

샤샤가 전쟁터 한복판으로 떠났다.

나라도 저렇게 행동했을까?

만약 전쟁이 난다면, 그리고 가족이 그 전쟁터 한가운데에 있다면 나도 저렇게 달려갔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인데도 나는 잠시 안타까운 마음에 가만히 서 있었다.

깊은숨을 쉬었다.

“후.”

나는 샤샤에게 지켜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만 본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검색했다.

바로 옆 건물에 은행이 있었다.

각성자 전용 대출

현질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띠링!

은행 창구에서 번호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샤샤가 띠링 하는 소리를 희망의 소리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희망이 되어줘야지.

상담창구 직원에게 각성자 대출 가능 금액을 물어보았다.

각성자 대출은 기본적으로 3억까지 대출이 나온단다.

나는 방금 받은 따끈한 서류인 각성자 스킬 증명서를 제출했다.

내 서류를 보더니 5억까지 된단다.

힐 스킬이 있으면 대출 5억.

역시 힐이다.

나는 대출을 얼마나 받을지 잠시 고민했다.

잠깐의 고민 후 나는 최대로 받기로 했다.

나는 던전 구경도 안 했는데도 레벨이 쭉쭉 오르고 있다.

게다가 스킬 이름만 보고 대출이 2억이 더 나오는 스킬도 가지고 있다.

힐 스킬까지 있는데 대출금 못 갚으랴.

저들도 받을 자신 있으니까 빌려주는 거다.

대출은 금세 나왔다.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니 새삼스레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입금되자마자 은행 의자에서 곧장 스마트폰을 검색했다.

각성자 마켓.

각성자 인증번호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사이트다.

그곳에 들어가니 다양한 무기들을 볼 수 있었다.

궁수로 검색해보았다.

다양한 무기들이 있었다.

나는 어디 다른 데 갈 생각도 못 하고 계속 은행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만 보며 한참을 있었다.

질문 글도 올리고 여러 질문에 달린 답들도 보았다.

궁수가 곧 전쟁에 참여합니다.

궁수는 17레벨이고 힘과 체력이 20씩이고 마나는 안 올렸어요. 민첩은 60. 장비는 하나도 없습니다. 대출 5억 땡겼는데 어디 써야 하나요?

└ 17렙이면 던전 좀 돌았을 텐데 장비가 왜 하나도 없지?

└ 맘에 드는 게 없다는 거겠지.

└ 전쟁이면 어딜 말하는 건가?

└ 공성전 수비 쪽이에요.

└ 5억이면 활 고급 등급으로 하나 맞추고 방어구 하나, 화살 많이, 물약 좀 쟁여두면 되겠네.

└ 불의 활이나 얼음의 활 정도가 좋지 않을까? 대인전으로는 전기 쪽도 괜찮고.

└ 전쟁이면 공격력이지. 저렙이니까, 불이 좋아. 상대도 레벨이 비슷하다면 저항력이 세진 않을 거잖아. 저항력 센 적이라면 어차피 답 없으니까 뭘 하든 빤스런하는 게 답이고.

└ 마나는 쭉 건드리지 마세요. 마나 올리면 나중에 잡캐 돼서 답 없음. ㅠㅠ

└ 잡캐시군요. 마나 올리는 궁수가 어딨어? 질문자도 마나 안 건드렸다잖아. 그 정돈 기본이지.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궁수는 마나를 올리지 않는 것이 대세였다.

궁수가 마나를 올리면 힘, 민, 체에 올릴 스텟이 부족해서 고렙이 되면 공격력이나 피가 딸린다고 한다.

마나는 아이템이나 물약빨로 버티고 무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적당량의 힘, 다량의 민첩과 체력 위주로 스텟을 올리는 것이 궁수 테크의 중론이었다.

하긴 스텟이 넘치면 몰라도 선택과 집중은 어디서나 필요할 것 같았다.

다행인 건 샤샤는 애초에 마나가 제법 된다는 것이다.

마나를 보충해주는 아이템은 가격이 비싸다.

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각성자 마켓 용품점으로 갔다.

호구 당하지 않으려 나름대로 열심히 검색하고 알아보긴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마냥 고르고 비교할 시간이 없었다.

질러야 할 시간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활이다.

궁수 소환수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활을 쓰는 건 좀 그렇지.

몇 가지 골라보았지만 내 맘에 드는 활은 이것이었다.

【불의 활】

▷ 등급 : 고급

▷ 공격력 : 민첩의 30% ~ 200%

▷ 내구도 : 30/30

▷ 착용 가능 레벨 : 20

▷ 착용 가능 힘 : 30

▷ 잔여 소켓 1

▷ 스킬 : 파이어 에로우

▷ 특성 : 약점 명중 시 50% 확률로 크리티컬 데미지 200% 추가

국민 활이라 불리는 활이다.

궁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 갔을 활.

이 정도면 샤샤가 쓸만하다.

가격만 빼면 다 마음에 든다.

2억 9천 9백만 원.

힐 스킬 없었으면 이거 사고 끝이었을 것 같았다.

호구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결재하는 손가락이 벌벌 떨렸지만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인사를 하던 샤샤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질렀다.

그래, 이 정도 활은 들어야지.

붉고 납작한 활대가 부드럽게 휘어져 있고 활대의 양 끝이 다시 바깥으로 휘어져 있는 리커브드 활.

활대의 폭은 한 5cm 정도는 되어 보였다.

중앙에 손잡이 부분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 있다.

점원의 설명에는 그 보석에 파이어 에로우 스킬이 담겨 있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잘 보니 보석 아래 홈이 하나 더 있었다.

추가 스킬을 담을 수 있는 소켓이란다.

내가 활시위를 한 번 당겨 보았다.

“윽.”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이 30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데미지가 고정이 아니고 범위인 것도 좋다.

팔이나 다리에 꽂히면 민첩의 30%의 데미지 박히고, 머리 같은 약점에 박히면 200% 꽂힌다는 소리다.

샤샤가 민첩이 60이니까, 데미지가 18에서 120까지 나온다는 소리다.

게다가 약점 명중 시 크리티컬도 좋고.

샤샤의 조준점이라면 200% 데미지와 크리티컬도 잘 터질 것 같았다.

크리티컬 터지면 데미지가 240이다.

와우, 240이면 어떤 몬스터까지 한 방에 잡으려나.

내가 체력이 20이니까 나 같은 건 두 방이면 무조건 죽는 거다.

몸통이나 머리 맞으면 한 방이고.

그러고 보니 나도 체력이나 방어구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샤샤의 활은 소켓도 있어서 나중에 소켓에 스킬 추가해도 좋다.

그렇지만 2억 9천 9백만 원.

나 제대로 하는 것 맞지?

막상 지르려니 손끝이 벌벌 떨렸다.

내가 언제 이런 거금을 써봤어야지.

눈 딱 감고 질렀다.

그리고 활 생산 공장도 알아봤다.

샵에서 사도 되지만 원래 직거래가 더 싼 것 아닌가?

1만 발에 2천만 원.

왜 싸게 느껴지지?

간덩이가 부었다.

각성자용 물품과 일반인들의 물품의 가격 차이가 여실히 느껴졌다.

화살도 각성자용이 있는데 보면 눈만 높아질 것 같아서 안 봤다.

지금은 질보단 양이 중요한 타이밍이다.

1:1 대전이라면 화살도 비싼 것을 소량으로 구매하겠지만 지금은 무조건 양이다.

게다가 파이어 에로우 스킬도 있으니까 공격력이 더 필요할 땐 스킬 쓰면 된다.

그다음은 방어력.

예산이 안되니 가벼운 가죽 갑옷을 골랐다.

【사냥꾼의 가죽 갑옷】

▷ 등급 : 보통

▷ 방어력 : 20

▷ 내구도 : 70/70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옷 한 벌은 입혀서 보내야지.

방어력 20이면 제대로 들어오는 공격은 몰라도 눈먼 화살 정도는 막아줄 만했다.

그리고 종류별로 구매한 다량의 포션.

택배가 계속 왔다.

화살도 배달이 왔다.

배달이 3일은 걸린다길래 돈을 더 준다고 하니 세 시간 만에 배달이 왔다.

분명히 공장이 충청도에 있었는데 어떻게 세 시간 만에 배달이 왔는지 모르겠다.

자취방에 화살이 다 안 들어가서 집주인 아주머니한테 말해서 지하창고를 빌렸다.

집주인 아주머니가 뭐라 뭐라 하길래 돈을 드린다고 하고, 힐도 한번 써드렸다.

앞으로 어디 아픈 데 있으시면, 말씀하라고 했다.

주인아줌마는 깜짝 놀라더니 갑자기 친절한 척을 하셨다.

역시 힐이다.

하긴 힐링 포션 한 병에 2백만 원이니 내 힐 한 번이 단순하게 생각해도 2백만 원짜리가 아닌가?

괜히 해줬나?

하지만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나야 가까운 곳에 창고 있으면 좋고.

샤샤에게 활, 포션, 화살 적당량을 선물로 보내고 방으로 왔다.

배달 음식을 가득 쌓고 백작성 주변을 보았다.

혹시 졸릴까 봐 고카페인 음료도 박스로 사다 두었다.

몬스터로 포위된 백작성.

일촉즉발의 상황.

나는 나만의 전쟁 준비를 마쳤다.

나도 모르게 깊은숨을 내쉬었다.

“후.”

다시 전쟁이다.

* * *

디아론 백작은 직접 성을 시찰하고 있었다.

백작을 알아보는 병사들은 절도있게 군례를 취하였다.

“충”

“그래, 수고한다.”

백작을 알아본 시민들은 깊게 허리를 숙였다.

백작은 슥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최고 권력자가 일선에 있음을 보여주는 행위다.

백작이 먼저 달아났다거나 지휘관이 부재하면 군의 사기를 바닥을 치고 병사들은 싸울 의지를 잃고 도망치기 쉽다.

백작이 일선에 나타나는 것은 그 자체의 행위만으로도 군의 기세를 오르게 한다.

백작은 이를 잘 알기에 성을 한 바퀴 돌며 얼굴도장을 찍고 있었다.

북쪽 문에 도착하자 디아론 백작은 옆에서 시중드는 참모에게 손을 내밀었다.

참모는 마법진으로 만든 석판을 내밀었다.

마나를 사용하여 소리를 크게 내는 장치였다.

백작은 마나를 일으켜 목소리를 키웠다.

“들어라. 나는 이 성의 주인, 디아론 백작이다.”

북쪽 문에는 이천 명가량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백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트란 산맥에서 내려온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

군중이 조용해졌다.

군중들도 알고는 있었지만, 백작의 말에 지금 상황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붉은 달이 뜨지도 않았는데 산맥을 내려오다니 몬스터들이 날짜를 헷갈렸나 보다.”

백작의 유머에 몇몇 사람들이 피식거렸다.

“지난 몬스터 웨이브를 기억하는 자, 손을 들어보라.”

여러 사람이 손을 들었다.

“좋다. 지금 여러 사람이 손을 드는 것을 보니, 우리에겐 경험 많은 병력이 많은 것 같다. 제정신이 아닌 몬스터들이 있다. 그리고 몬스터라면 질리도록 잡아본 나의 병력이 있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 몬스터인가 너희들인가?

모두가 크게 대답했다.

“저희입니다!”

“샤론, 에린, 파닐, 밤나무 마을의 주민들이 대피하여 성으로 들어왔다. 갓난아이를 품 안에 안고 이곳에 왔으며, 아들이 지게에 어머니를 지고 이곳까지 오는 모습을 보았다. 이들의 집을 되찾아 주어야 하지 않겠나. 죽지 말아라. 너희 가족을 위해, 옆의 동료를 믿고 싸우자. 오늘은 저 정신 나간 몬스터들을 때려잡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와아아아!!”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백작은 작전실로 이동했다.

작전실에 자리 잡은 백작은 작전참모를 불렀다.

“라루스.”

호명받은 라루스 자작이 답했다.

“네, 백작님.”

“전황은 어떠한가?”

“네, 지금 몬스터들이 북쪽에서 내려와 북쪽, 서쪽, 동쪽으로 갈라졌습니다. 지금 성을 전체적으로 포위하려는 모습입니다.”

디아론 성의 남쪽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남쪽으로는 몬스터들이 포위할 수 없었다.

“몬스터의 수는 얼마나 되지?”

“육안으로 파악한 것은 약 7천입니다. 하지만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몬스터의 수는 최소 7천.

쉽지 않지만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몰려올지가 문제다.

“종류는?”

“주로 오크입니다. 하지만 오크 주술사, 오크 대전사에 트롤도 섞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특수 몬스터의 수는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트롤이라…. 그래서 작전은?”

“기본적으로는 성벽을 활용해 버티는 것이 최선입니다. 다만 주술사, 대전사, 트롤과 같은 특수 몬스터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파악해서, 그 방향으로 기사들을 더 많이 배정해주는 것이 관건일 듯합니다. 기사단장님은 북쪽에 위치하다가 언제든지 특수 몬스터를 향해 동쪽 또는 서쪽으로 이동해주셔야 합니다. 또한 기사단 일부는 예비대로 편성해 중앙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이들은 성벽의 상황을 보면서 위급한 방향으로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백작은 행정관을 보며 물었다.

“차이세.”

“네, 백작님.”

“보급은 얼마나 있는가?”

“식량은 충분합니다. 석 달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몬스터들은 한 번에 강하게 몰아치기 때문에 순간의 집중력이 중요했다. 만약 인간과의 전쟁이었다면 장기전이 될 수 있으므로 보급이 중요했다.

그 시각.

샤샤는 아빠 이반과 올가랑 함께 있었다.

“언니, 어디 갔었어?”

“어. 언니 소환돼서 소환술사님에게 갔다 왔어.”

“소환술사?”

“응, 이제 언니가 모시는 분이 계시거든. 그분이 부르면 갔다 와야 해.”

“자주 가야 해?”

“글쎄, 그건 언니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이번 전쟁 중에는 부르시지 않을 것 같아.”

“그렇구나.”

“아 참, 올가야. 이거 품속에 잘 가지고 있어.”

샤샤는 힐링 포션 한 병을 올가의 옷 안쪽의 주머니 속에 넣어주었다.

“이거 다쳤을 때 낫게 해주는 약이야. 혹시 모르니까 가지고 있어. 그리고 혹시 다쳤을 때, 마시면 돼.”

그때였다. 북소리가 울렸다.

둥. 둥. 둥.

어느 병사의 외침이 들렸다.

“밤나무 마을 전투조 나오세요.”

“올가야, 다른 어른들 말씀 잘 듣고 있어.”

샤샤는 올가를 두고 아빠와 함께 이동했다.

북쪽과 동쪽 사이의 성벽 한 군데에 자리 잡았다.

샤샤는 성벽 위에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수천의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샤샤는 민준이 활 전문샵에서 구매했던 활을 꺼냈다.

불의 활은 아직 힘과 레벨이 안 돼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선물함에서 화살을 꺼내 전통에 가득 채웠다.

그리고, 화살 한 발을 시위에 얹어 두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몬스터를 바라보는 샤샤.

몬스터의 괴성이 점점 크게 들렸다.

“크와아아아아!”

꿀꺽.

샤샤는 침을 삼켰다.

성벽 위는 정적이 흘렀다.

잠시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가 굳은 얼굴로 샤샤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그 너머에 감나무 집 아들인 플레닉의 모습이 보인다.

덜덜 떨면서도 손에 활을 꼭 쥐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았다.

샤샤는 깊은숨을 한 번 쉬고 잠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바라보니 왠지 긴장했던 몸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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