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7화 (7/230)

7화. 몬스터 웨이브 (1)

이반은 눈으로 군락의 규모를 가늠했다.

오크들의 움집이 보였다.

보통 오크들의 움집 하나에는 5~7마리 정도의 오크들이 산다.

그래서 움집의 수만 정확히 세어도 대략적인 오크들의 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반이 있는 위치에서는 오크 군락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려면 조금 더 우회해서 오른쪽 능선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할 것 같았다.

이반은 다시 사냥꾼 무리로 복귀했다.

사냥꾼 대장이 물었다.

“어때?”

이반이 조용히 말했다.

“군락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군락의 전체적인 규모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오른쪽 능선 위에서 내려다봐야 전체적인 규모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알았어. 이쪽 경사면을 타고 가다가 오른쪽 산등성이 끝부분까지 가서 능선 위로 올라가 보자.”

사냥꾼 무리가 조용히 전진했다.

한참을 이동해서 오른쪽 산등성이 끝부분에 도착했다.

사냥꾼 대장이 말했다.

“능선 위로는 나와 이반만 올라간다. 나머지는 여기 있어.”

우두머리는 이반과 함께 능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살펴본 군락지.

움집의 수가 수십 개가 보였다.

움집의 수만 가지고 판단해도 오크들이 꽤 많았다.

‘어?’

이반이 우두머리에게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우두머리는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런.

트롤이다.

트롤은 오크보다 더 상위 몬스터이다.

오크는 사냥꾼 여러 명이 모이면 한두 마리 정도는 잡을 만했다.

하지만 트롤이라니.

트롤을 마주치면 도망치는 것이 답이다.

그것도 함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도망쳐야 한다.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산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트롤과 오크가 함께 있는 것이 문제다.

트롤은 오크를 잡아먹는 상위계체다.

당연히 오크는 트롤을 보면 도망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수많은 오크가 있는 무리 속으로 트롤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트롤 본인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저 아래에는 많은 수의 오크가 있고 트롤과 오크가 함께 모여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붉은 달이 두 개가 뜨는 날.

몬스터들이 미쳐 날뛰는 날이 있다.

붉은 달이 두 개 뜨면 몬스터들은 서로 공격하지 않고 함께 인간을 공격하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다.

인간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

바로 옆 먹이를 두고도 적대감이 식욕을 이겨서 함께 인간을 공격한다고 한다.

이번 달이 붉은 달이 두 개가 뜨는 달인가?

아니다.

붉은 달이 두 개가 뜨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달의 모양과 색을 관찰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했다.

2년 전에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으니 다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려면 멀었다.

그러면 저건 뭐지?

이상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었다.

최대한 빨리 마을로 돌아가서 대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롤은 마을의 목책 따위로 저지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백작성으로 들어가야 했다.

사냥꾼 대장이 말했다.

“트롤이라니.”

대장의 말에 이반이 답했다.

“오크의 개체 수도 뭔가 이상합니다. 움집으로 어림하는 수보다 눈에 보이는 개체 수가 훨씬 많아 보입니다.”

“그래, 그리고 움집도 뭔가 허술해. 제대로 자리 잡으려고 지은 집들이 아니야.”

그때, 오크 무리 북쪽에서 어떤 움직임이 보였다.

“저건 뭐지?”

이반은 한참을 기다리며 관찰했다.

북쪽에서 천 마리 이상의 오크들이 몰려들었다.

새로 들어온 오크들은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이반이 당황하며 물었다.

“오크들이 모이는 걸까요?”

“글세, 오크만 해도 어마어마하군. 그리고 군데군데 트롤도 있지.”

얼마 지나자 북동쪽에서 또 오크들이 내려왔다.

바글바글.

오크들이 개미 떼처럼 모였다.

그때 커다란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뿌우~”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캬오!”

“크아아!”

북소리도 들렸다.

둥― 둥― 둥―

오크들이 남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반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말했다.

“몬스터들이 움직입니다.”

사냥꾼 대장 또한 그 모습을 발견한 듯했다.

“남쪽이야.”

오크 떼가 있는 곳에서 남쪽 방향에는 디아론 백작성이 있었다.

그리고 디아론 백작성보다 더 가까운 곳에는 디아론 백작성에 딸린 여러 마을이 있었다.

그 여러 마을 중 하나는 샤샤가 사는 밤나무 마을이었다.

* * *

샤샤가 올가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떤 거야?”

올가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샤샤가 다시 물었다.

“응? 뭐가 제일 맛있었어?”

올가는 세상 어려운 질문인 듯 미간을 더욱 찌푸리며 고민했다.

“음… 난 이거.”

종이상자에 들어있는 부드러운 빵.

샤샤도 이렇게 부드럽고 폭신한 빵은 처음이었다.

종이상자부터 범상치 않았다.

손가락으로 누르자 다다닥 하며 연결이 끊어지는 상자.

그 상자 안에는 다시 고급스럽고 반짝이는 포장지 안에 부드러운 빵이 들어 있었다.

윤기 나는 검은색 빵.

처음에는 검은색이라서 딱딱할 줄 알았다.

하지만 한입 베어 물자 느껴지는 폭신함과 쫄깃함, 그리고 달콤함이 입안 가득 휘몰아쳤다.

샤샤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말했다.

“언니도 이게 맛있었어.”

아무래도 소환술사 님이 살고 계신 곳은 평범한 곳이 아닌 듯했다.

샤샤도 이 지역을 다스리는 백작의 성에는 몇 번 가보았다.

백작성에만 하더라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놀라운 것이 많았다.

하지만 백작성에서도 이러한 먹거리는 없었다.

아니 샤샤가 먹어보지 못한 것이라고 해도 이 고급스러운 포장지는 본 적도 없다.

얇고 반짝이며 화려한 포장지.

샤샤가 올가에게 말했다.

“이거랑 이거는 올가가 먹고, 이거는 언니가 먹고, 이거는 아빠 오시면 드리자. 괜찮지?”

올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아빠도 줘야지.”

“우리 올가 착하네.”

아빠는 언제 오시려나? 이번 사냥은 조금 길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종소리가 들렸다.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이 소리는!

적의 침입이다.

샤샤가 올가에게 물었다.

“저 소리, 뭔지 알지?”

올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응.”

“어떻게 하는 건데?”

“언니나 아빠가 올 때까지 가만히 있기. 울지 않기. 소리를 내지 않기.”

“그래, 우리 올가 참 착하네.”

몬스터가 많은 트란 산맥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을.

언제 몬스터가 내려올지 몰라 체계적으로 훈련을 한다.

그동안 올가를 연습시킨 보람이 있었다.

샤샤는 올가를 비상 창고로 데려갔다.

창고 안에 이불과 인형을 넣었다.

이미 창고 안에 먹을 것들은 충분히 있었다.

몬스터의 침입이 잦아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들이 많았다.

이반도 사냥꾼이라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아 불안했고, 그래서 이런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샤샤는 올가를 비상 창고에 넣고 침대로 창고 문을 막았다.

“선물함.”

샤샤는 민준에게 받은 활을 꺼내고 전통에 화살을 가득 채웠다.

장갑까지 낀 후 마을 광장으로 달려갔다.

광장으로 달려가는데 이웃집 아저씨를 만났다.

샤샤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웃집 아저씨도 헐레벌떡 뛰어가며 말했다.

“나도 몰러. 일단 광장에 가봐야 알 것 같아.”

샤샤는 광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마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광장 단상 위에는 촌장님과 아빠가 있었다.

아빠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입니다. 오크의 수는 눈으로 확인한 것만 이천 마리가 넘습니다. 더군다나 트롤과 함께 섞여 있습니다. 트롤은 후각이 뛰어납니다. 집 안에 숨는 것은 의미 없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성으로 피난을 가야 합니다.”

수천 마리 이상의 오크 떼라면 이 주변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다.

그리고 트롤은 후각이 뛰어나다.

트롤이 있다면 달아나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다.

숨어 있어도 마을이 완전히 장악되었다면 곧 발각당할 거다.

이반이 이어서 말했다.

“웨이브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지금 당장 성으로 피난 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짐 챙길 시간 없으니 몸만 이동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뎅뎅뎅! 뎅뎅뎅! 뎅뎅뎅!

종은 계속 울렸다.

촌장은 몇몇 장정들과 함께 집집마다 웨이브가 터졌다는 사실을 알렸다.

감나무 집 아주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니, 지금 우리 남편 나무하러 갔는데, 어떡해!”

감나무 집 아들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아빠 데리고 올게요.”

감나무 집 아들이 아빠를 찾으러 가려고 하자 아주머니가 아들의 팔을 붙잡았다.

엄마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들이 애써 엄마를 위로했다.

“엄마, 빨리 뛰어갔다 올게요. 아빠 나무하는 데 뻔하잖아요.”

아주머니는 손을 놓았다.

“…그래, 빨리 다녀와.”

종은 계속 울렸고, 어떤 이들은 웨이브의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을 찾으러 뛰어갔다.

샤샤도 며칠 전 나물 캐러 갔을 때, 이런 일이 터졌다면 소식을 듣지 못했을 수 있다.

샤샤가 아빠 이반을 불렀다.

“아빠!”

“샤샤야!”

이반아 샤샤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에게 뛰어왔다.

그는 샤샤의 못 보던 활을 잠시 보았지만, 지금은 그걸 물을 때가 아니었다.

“올가는?”

“집에 있어요. 창고에 숨겨뒀어요.”

“집으로 가자.”

이반과 샤샤는 집에 도착해 창고에 숨겨둔 올가를 꺼냈다.

올가가 이반에게 매달리며 말했다.

“아빠!”

“올가야, 우리 지금 바로 성으로 갈 거야, 착하지.”

이반은 올가를 등에 업고 끈으로 감아 올가의 몸을 받쳤다.

단단하게 묶어 뛰더라도 올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샤샤는 짐을 챙기다가 문득 선물함이 생각났다.

“선물함.”

선물함이 반투명하게 나타났다.

챙기던 짐을 선물함에 넣어 보았다.

놀랍게도 짐이 선물함에 들어갔다.

“선물함 닫기. 선물함.”

선물함에 넣은 짐들은 선물함을 닫고 열었을 때, 제자리에 있었다.

“샤샤야, 뭐하니? 시간 없다. 가자.”

이반이 재촉했다.

샤샤는 빈 몸이 된 채 이반을 따랐다.

다시 광장에 도착하니 짐을 챙긴 사람들이 여러 명이 있었다.

올가를 돌봐주곤 하셨던 이웃집 할머니는 왼쪽 다리가 불편하시다.

불편한 다리로 올가를 돌봐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의 아들인 빨간 머리 토이 아저씨는 지게에 할머니를 태우고 있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아, 이놈아. 나는 그냥 숨어 있는다니까 왜 힘들게 지고 나왔어. 며칠 숨어 있으면 될 일을 힘들게 성까지 어떻게 가려고.”

할머니의 말에 토이 아저씨가 화를 냈다.

“아이, 엄마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트롤이라잖아, 트롤. 숨어도 다 걸려. 그리고 내가 지게질만 이십 년이야. 잔말 말고 얌전히 계셔.”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수는 이백 명 정도 되었다.

이반이 촌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던 촌장이 이반에게 바라봤다.

“깔딱 고개에 연락책으로 몇 명 정찰을 보내 놨으니까, 조금 후에 이차로 출발해도 될 거야. 깔딱 고개에서 몬스터가 보이면 소리 화살을 쏘기로 했어.”

깔딱 고개면 마을에서 한 시간 거리다.

달리기가 빠른 사람 몇 명으로 깔딱 고개부터 중계 신호 체계를 세웠나 보다.

아직 신호가 오지 않았으니 몬스터들과 최소한 한 시간 거리는 벌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이동하기 시작한 후, 사냥꾼 무리가 뛰기 시작했다.

또한 몬스터의 이목을 피해야 해서 초반에는 살짝 돌아야 했으니, 거리가 그리 많이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피난민들은 여자, 노인, 어린이가 포함되었다.

이동 속도가 느리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촌장이 피난하려고 모인 사람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

“출발!”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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