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6화 (6/230)

6화. 활

나는 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거실에는 샤샤를 보는 화면을 띄워놓았다.

샤샤는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활을 검색해 보다가 알파에게 말했다.

“음, 그래도 선물인데 중고는 좀 그렇지?”

―샤샤에게 활을 선물하실 생각입니까?

나는 샤샤를 비추는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저기 봐. 샤샤도 활을 갖고 있긴 한데 썩 좋아 보이지는 않네. 스킬이 있어서 잘 맞추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사냥꾼들이 적당히 만든 활인 것 같아.”

―아마도 그렇겠죠.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여기 봐. 컴파운드 보우? 당길수록 힘이 크게 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 당길 때는 점점 힘이 들다가 도르래가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다시 힘이 덜 든대. 힘들어서 바들바들 떨면서 쏘는 게 아니라 편안한 상태에서 쏘는 거라나? 신기하네. 생긴 것도 좀 있어 보이는데?”

요즘 활은 모양도 신기했다. 기계식 활 양쪽 끝에 도르래가 달려있고 줄도 한 가닥이 아니라 세 가닥이 걸려 있었다. 뭔가 활이 아닌 듯한 모양의 활.

나는 폭풍 검색을 하며 다시 말했다.

“리커브 보우? 이것도 가성비 좋은데? 음, 이거 슬슬 지름신이 오는 것 같구먼.”

나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활 전문 숍을 찾아가기로 했다.

강남에 있는 활 전문샵.

활 전문샵이라서 그런지 다양한 활들이 있었다.

국궁, 양궁, 리커브, 컴파운드

뭐가 뭔지 몰라서 점원에게 물었다.

“사냥용 활로 괜찮은 게 있을까요?”

점원이 친절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본인이 쓰실 건가요? 종류는 어떤 걸로 생각하시나요?”

“아, 제가 쓸 건 아니고 선물할 거예요.”

“선물 받으시는 분께서 활을 쏴보신 분이신가요? 입문용? 아니면 숙련자용?”

“네, 선물 받는 사람 실력은 뭐 전문가라고 보시면 돼요. 음, 저기. 저거 비슷한 활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50m 밖에서 쏘면 백발백중이라고 보시면 돼요.”

점원은 반응을 크게 하며 말했다.

“와우~ 정말 대단하신 분이신가 봐요. 선물을 받는 분께서는 백발백중 명사수시군요.”

뭔가 일부러 리액션을 크게 한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샤샤에 대한 칭찬인 것 같아 나도 좋아하며 말했다.

“하하, 그렇긴 하죠.”

“손님 그러면 선물 받으시는 분께서 주로 사용하시는 종류의 활이 있으실 것 같은데 비슷한 종류의 활을 고르시겠어요? 아니면 따로 구매하시는 활의 용도가 있을까요?”

활을 사용하는 용도라.

나는 잠시 고민을 해 보았다.

몬스터를 잡는 거니까 사냥용이겠지?

그리고 몬스터가 한 마리만 있을 리가 없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로 활을 쏠 수 있어야 했다.

“사냥할 용도에요.”

“사냥용이라면 이쪽 사냥용 컴파운드를 추천해 드립니다. 사냥용은 들고 다녀야 하니까 크기가 작고 가볍죠.”

점원은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도르래가 달린 활을 추천했다.

내가 말했다.

“그리고요. 사냥할 때 한 발을 쏘고 다시 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았으면 좋겠어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사냥감이 많을 때, 빨리빨리 쏠 수 있는 활?”

“아, 연사 속도를 중요시하시는군요. 그러면 베어 보우로 해서 컴파운드보다는. 어디 보자, 이거 어떠신가요?”

직원은 활 하나를 꺼내 보았다.

“리커브 보우라고 합니다. 요기 활 끝부분이 반대로 휘었죠? 사람 몸쪽으로 휘어오다가 끝에서 다시 반대편으로 휘었다고 해서 리커브라고 불러요. 활의 날개 부분은 유리 섬유를 겹쳐 만들어서 잘 휘어지면서도 튼튼합니다.”

점원이 건넨 활은 중간 부분에는 손잡이가 있고 화살을 얹는 부분도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굴곡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손잡이 부분도 나뭇결이 있는 모습이 품격있어 보였다.

이 활을 든 샤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부드럽게 휘어진 활을 들고 있는 샤샤.

살랑.

바람이 불며 샤샤의 하늘색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싱긋.

샤샤가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화살을 활에 메겨 과녁을 향해 쏜다.

굿샷, 명중이다.

음, 마치 활을 든 엘프 같았다.

“사냥하며 빨리빨리 쏘려면 요런 리커브 보우가 좋습니다. 요렇게 복잡하게 생긴 기계식 컴파운드 보우는 한 발을 정확히 쏘는 데 좋고, 여러 발을 빨리 쏘려면 리커브가 낫죠.”

내가 물었다.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40만 원입니다.”

이 정도면 가격도 괜찮았다.

활을 이런 기준으로 골라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활이 예뻤다.

이상한가?

근데 예뻤다.

아, 몰라. 샤샤가 쓰고 있는 활보다는 좋을 게 확실했다.

그리고 활만 사면 안 되지.

당연히 화살도 사야지.

화살도 종류가 많았다.

종류만큼 금액대도 다양했다.

화살이 비싼 건 한 발에 만오천 원이란다.

활의 가격이 40만 원인데 화살 한 발에 만오천 원.

음.

이건 좀 별로다.

한 발에 만오천 원이라니.

아까워서 쏘겠나.

하지만 샤샤의 세상에서 활은 연습용이 아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본 몸통에 화살 깃이 천연이 아니라 고무로 된 걸로 결정했다.

한 발에 오천 원이란다.

100발을 샀다.

한 발에 이천 원짜리도 있다는데 너무 싼 건 안 좋을 것 같아서 중간 정도 가격대로 골랐다.

화살의 수는 사실 100발도 부족할 것 같긴 한데 일단 100발만 샀다.

필요하면 더 사지 뭐.

전화하면 택배로 부쳐준단다. 퀵 부르면 두 시간이면 되고.

활을 넣는 통도 하나 샀다. 이름은 전통이라고 했다.

허리에 차고 화살을 보관하는 통이다.

샤샤가 차면 예쁠 것 같았다.

그리고 활을 쏘는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한 가죽장갑도 하나 집었다.

손가락 세 개만 보호하는 가죽장갑이었다.

당구장에서 많이 보던 스타일이었다.

다 해서 깔끔하게 100만 원을 질렀다.

돈 쓰기 쉽네.

“알파야, 선물함 열어봐.”

나는 활과 화살을 들고 갈까 하다가 어차피 선물로 줄 건데 무겁게 들고 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 바로 선물함에 넣었다.

휙휙.

활과 화살, 전통과 장갑이 선물함에 들어갔다.

눈앞에서 활과 화살이 사라지자 점원의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 각성자.”

나는 말없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손님, 각성자셨군요. 아이고, 몰라뵀습니다.”

점원은 얼른 창고에 들어가더니 화살 열 발을 더 가져왔다.

각성자 기념이라나.

암튼 그렇게 활과 화살을 지르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과자 몇 종류를 사서 마찬가지로 선물함으로 보냈다.

* * *

샤샤는 앞마당의 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띠링!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샤샤의 귓가에 알림 소리가 들렸다.

샤샤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물함.”

선물함에는 활과 화살, 그리고 여러 가지 상자들이 있었다.

샤샤는 활을 먼저 꺼내 보았다.

“와.”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S자 모양을 그리는 활대.

샤샤는 왼쪽 손으로 활 가운데 부분을 잡고 활을 들어 보았다.

활대 중앙의 손잡이 부분은 손에 착 감기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활은 그리 무겁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오른손을 시위에 걸었다.

시위를 당겨 보았다.

강력한 인장력.

더욱 힘을 주었다.

오른쪽 어깨가 뻐근했다.

당겼던 시위의 힘을 천천히 뺐다.

그리고 수북이 쌓여있는 화살을 하나를 꺼내 보았다.

“어머.”

화살도 멋졌다.

검고 가벼운 화살대, 완벽하게 둥글고 곧았다.

만져보니 단단한 금속인 것 같은데 가벼웠다.

화살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이 화살을 만든 장인이 새긴 글씨 같았다.

이런 화살을 누가 만들었을까?

적어도 우리 마을 사냥꾼들의 화살은 아니었다.

소환술사 님이 살고 계신 세상에서 만든 것이겠지?

샤샤는 여러 사냥꾼이 사용하는 화살을 본 적이 있지만 이런 화살은 처음이었다.

날카롭고 단단한 화살촉.

그리고 화살깃도 처음 보는 재질이었다.

보통은 새의 깃털을 사용하는데 이건 뭐랄까 얇고 말랑거렸다.

‘가죽인가? 가죽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샤샤는 마당으로 나가서 과녁판을 향해 섰다.

그리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활의 손잡이 바로 윗부분에는 화살을 얹는 부분이 있었다.

시위를 당겨 보았다.

주욱.

시위가 당겨졌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붉은 점

화살촉 끝을 붉은 점에 맞추고 시위를 건 손을 놓았다.

핑!

화살이 날아갔다.

콱!

과녁판 중앙에 명중한 화살.

샤샤는 과녁판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화살을 살펴보았다.

과녁판 중앙에 깊이 박혀 있었다.

손으로 화살을 뽑아보려는데 쉽게 뽑히지 않을 만큼 깊숙이 박혔다.

“으읏!”

다시 힘주어 화살을 빼냈다.

빼낸 화살을 살펴보았다.

촉이 뭉개지지도, 화살대가 휘어지지도 않았다.

“와.”

화살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샤샤는 날렸던 화살을 들고 다시 처음 활을 쐈던 자리로 걸어왔다.

샤샤는 긴 머리를 돌돌 말아 비녀로 찔러 고정했다.

전통에는 그림이 그려진 설명서가 있었다.

허리에 전통을 둘렀다.

전통의 결합 장치가 낯설었지만 어렵지 않게 결합할 수 있었다.

딸칵.

다시 풀어보았다.

딸칵.

결합 장치의 원리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결합 장치 하나도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전통에 화살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손가락 세 개만 감싸주는 가죽장갑을 꼈다.

손에 딱 맞았다.

보폭을 넓게 벌리고 고개를 돌려 과녁판을 바라보았다.

왼손을 들어 활을 들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핑!

화살이 과녁에 명중했다.

한 발, 두 발…….

서른 발 정도 화살을 쏘았다.

샤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들었지만, 진한 미소가 샤샤의 얼굴에 떠올랐다.

* * *

이반은 동료 사냥꾼들과 함께 산맥을 수색하고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선두에 선 사냥꾼 대장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모두 제자리에 멈췄다.

사냥꾼 대장은 소리 없이 제자리에 앉았다.

오른손은 계속 들고 있었다.

나머지 사냥꾼들도 소리 없이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모두의 눈빛이 빛났다.

뭔가 발견했다는 의미다.

사냥꾼 대장이 손동작으로 이반을 불렀다.

이반은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선두로 다가갔다.

선두에 선 이반은 대장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사냥꾼 무리 중에서 이반의 시력이 가장 좋았다.

이반이 눈을 찡그리며 한참을 보았다.

오크.

오크 두 마리가 있었다.

이반은 사냥꾼 우두머리에게 오크 두 마리가 있다고 손동작으로 표현을 했다.

다른 사냥꾼들에게도 손동작으로 내용을 전달했다.

다행히 오크들은 아직 사냥꾼 무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두 마리 정도라면 달아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화살 몇 방을 날리고 덫 몇 개 놓아가며 달아나면 된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1:1로 오크와 싸워 이기기는 어렵고 오크가 두 마리뿐이라는 법도 없었다.

보통 오크는 군락 생활을 하였다.

저 오크 두 마리는 수색대 혹은 보초일 가능성이 컸다.

사냥꾼 무리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10분 정도 뒤로 물러난 후 잠시 쉬었다.

사냥꾼 우두머리가 말했다.

“오크 군락을 찾아서 군락의 규모를 봐야겠어.”

막내가 말했다.

“대장, 위험하지 않겠수?”

“위험하지.”

사냥꾼 대장이 덧붙였다.

“하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마을 전체가 위험할 수도 있어.”

전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우두머리가 말했다.

“우리가 여기저기 수색하며 와서 그렇지 여기서 마을까지 곧장 가면 3일 거리야. 몬스터들이 작정하고 달리면 훨씬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어. 오크 군락의 규모가 오크 몇십 마리 수준이면 괜찮아. 오크 전사들은 그중 절반이 안 될 테니까. 마을에서도 경비 강화하고 목책에 의지하면 돼. 그러면 영주 성에서 토벌대를 꾸릴 때까지 버틸 수 있어. 하지만 오크의 수가 백 마리 이상이면 어려워.”

막내가 물었다.

“어려우면 어쩌우?”

대장이 말했다.

“어쩌면. 마을을 비워야 할 수도 있겠다.”

“아니, 마을을 비우면 어디로 가우?”

대장의 말에 막내가 묻자 이반이 차분히 설명했다.

“막내야,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오크 군락의 규모를 확인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이반의 대답에 막내는 수긍했다.

“알았수, 형님들. 갑시다.”

사냥꾼 대장은 막내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전체에게 명령했다.

“아까 오크 두 마리를 저쪽에서 발견했으니까, 우리는 왼쪽 능선으로 우회해서 가보자.”

사냥꾼들은 이제까지 온 것보다 더 조심히 이동했다.

침묵 속에서 천천히 산을 탔다.

하지만 모두 긴장한 눈빛이었다.

보통 산을 다닐 때는 산의 등줄기인 능선을 따라다니곤 한다.

양쪽으로는 경사가 졌지만, 능선은 비교적 편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선은 다니기 쉽지만, 적에게 발견 당하기도 쉽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능선보다 아래쪽 경사진 곳을 이용해 이동했다.

한참을 이동하다가 한 명만 능선 위로 올라가 반대편 경사지를 정찰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반복했다.

이반은 시력이 좋아서 반대편 경사지를 정찰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에도 이반은 홀로 반대편 경사지를 정찰하러 왔다.

나머지 사냥꾼들은 숨어 있었다.

능선에서는 정찰하기도 좋지만 반대로 발각당하기도 쉽다.

그래서 이반은 최대한 자세를 낮게 하고 수풀 사이로 숨어서 이동했다.

‘찾았다.’

반대편 경사지 아래 오크 군락이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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