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3화 (3/230)

3화. 계약

프란시아 왕국의 북부에는 제국과 경계를 나누는 트란 산맥이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트란 산맥의 작은 줄기에 위치한 밤나무 마을.

밤나무 마을은 마을 주변이 온통 밤나무라서 밤나무 마을로 불린다.

밤나무 마을에 사는 샤샤는 오늘도 산나물을 캐러 산을 올랐다.

산에 오르는 용도의 긴 팔, 긴 바지를 챙겨 입었다.

산나물을 담을 가방에 호미 하나를 넣고 옆으로 비스듬히 둘러멨다.

산맥 깊은 곳에는 위험한 동물이 있고, 그보다 더 위험한 마수가 있다.

하지만 밤나무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온 샤샤는 어느 길이 위험하고 어느 길이 안전한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도 산나물을 가득 따와야지.”

오래전부터 다닌 산길.

사냥꾼인 아버지에게 배운 덕분에 사람이 지나는 길, 동물이 다니는 길, 가서는 안 되는 길을 잘 구분할 수 있었다.

마수가 있으면 동물이 피하고, 동물의 영역에는 저마다의 표시가 있다.

멧돼지 똥, 발자국도 구분할 수 있고, 늑대들의 영역표시도 다 알아볼 수 있었다.

산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함부로 들어가면 위험하지만, 산을 수긍하는 사람에겐 상냥하다.

산에는 먹을 것이 많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풀이지만 아는 사람에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아무거나 먹다가는 큰일 날 수 있다.

“어, 저기 프리아 나물이다.”

데쳐서 무쳐주면 동생 올가가 꽤 좋아하는 나물이다.

샤샤는 프리아 나물이 한 무더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가방에서 호미를 꺼냈다.

그런데 나물을 캐려고 앉았는데 머리카락이 또 풀린다.

귀찮게.

샤샤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려고 뒤쪽 머리카락에 꽂은 막대기를 뽑았다.

찰랑!

긴 하늘색 머리카락.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모은 뒤 돌돌 말아 휙휙 두 번 감은 뒤 막대기를 꽂았다.

푹, 푹, 푹.

막대를 세 개 꽂자 머리카락이 정리되었다.

밤나무 마을 여자들은 대체로 머리카락이 길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머리카락이 방해되기 때문에 샤샤는 돌돌 만 후, 비녀처럼 얇은 막대기를 몇 개 꽂아 머리카락을 정리하곤 한다.

산골 마을이라 도시처럼 머리카락을 전문적으로 잘라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다들 알아서 머리카락을 자르곤 한다.

남자들은 적당히 뒤로 묶은 꽁지 머리를 하기 일쑤이고, 남자들과 다르게 하다 보니 여자들 머리카락은 샤샤처럼 긴 편이다.

“오늘은 시작부터 나물 밭을 찾았네.”

샤샤는 자리를 잡고 나물을 캤다.

프리아 나물은 뿌리도 먹을 수 있어서 뿌리까지 캔다.

뿌리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서 가방에 넣는다.

오늘은 시작부터 수확이 좋다.

그렇게 나물을 캐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꾸엑!”

어?

이 소리는 멧돼지인데?

샤샤는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덩치, 길게 자란 견치.

성체 수컷 멧돼지가 산 위쪽에서부터 내려오고 있었다.

“꾸엑!”

흥분한 모습.

이런, 멧돼지가 다니는 길이 아닌데.

겨울이라면 먹이가 부족해 산 아래쪽까지 내려오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 멧돼지가 여기까지 내려와선 안 됐다.

하지만 어쨌거나 눈앞에 있는 멧돼지.

어째서 저렇게 흥분한 것일까?

“꾸엑!”

샤샤는 얼른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멧돼지와 만났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면 안 된다.

돌을 던지거나 손으로 위협해서도 안 된다.

멧돼지를 주시하며 나무나 바위 뒤로 숨어야 한다.

성체 수컷 멧돼지의 삐죽한 견치는 날카로운 칼과 같다.

멧돼지의 견치는 다른 동물의 뱃가죽을 한 번에 뚫을 정도로 강력하다.

물론 멧돼지는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포악한 동물은 아니다.

자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 육중한 덩치와 무시무시한 이빨로 공격을 하지만 평소에는 마주쳐도 그냥 가곤 한다.

그리고 지금 샤샤가 있는 곳은 깊은 산속이 아니고 사람들도 자주 다니는 길이라 멧돼지가 좋아하지 않는 장소다.

그런데 흥분한 멧돼지라니.

“꾸엑!”

멧돼지가 샤샤를 발견했다.

타다닥!

흥분한 멧돼지는 샤샤를 향해 돌진했다.

샤샤는 얼른 바위나 큰 나무 뒤로 숨으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 바위나 큰 나무가 없어서 가까운 나무 뒤로 숨었다.

멧돼지가 공격을 멈추길 바랐다.

하지만 나무는 샤샤를 다 가리지 못했다.

나무는 샤샤의 몸통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멧돼지가 돌진했다.

“악, 저리 가!”

콱! 콱!

육중한 멧돼지가 나무를 찔러대자 샤샤는 뒤로 물러나 달아났다.

몇 걸음 달아나 나무 뒤로 숨고, 또 몇 걸음 달아나 나무 뒤로 숨었다.

“헉, 헉!”

샤샤는 이상했다.

이 멧돼지, 정상이 아니다.

산골 소녀인 샤샤가 멧돼지를 처음 보겠는가?

이 정도 숨어주었으면 원래 멧돼지가 제 갈 길을 갔어야 했다.

하지만 멧돼지는 샤샤를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멧돼지에게 피하다 보니 비탈길 쪽으로 몰려 버렸다.

멧돼지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뒤쪽은 경사가 급했다.

어떡하지.

샤샤가 고민하는 사이 멧돼지가 또다시 샤샤를 쫓아 돌진했다.

“악!”

멧돼지를 피하려다 그만 급경사 쪽으로 떨어졌다.

주르륵.

데굴데굴.

샤샤는 한참을 급경사를 미끄러지다가 데굴데굴 굴렀다.

퍽!

어딘가에 부딪힌 다음에야 멈췄다.

“윽!”

고통스러웠다.

다리가 너무 아팠다.

처음 경험해보는 극심한 고통이었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샤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멧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소리를 질러 사람을 부르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멧돼지와의 조우.

또 어떤 동물이 있을지 알지 못했다.

무기가 없는 지금, 스스로 그리고 조용히 산에서 내려가는 것이 최선이다.

샤샤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윽!”

오른쪽 정강이에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이 느껴진다.

빠르게 붓는 종아리.

부러진 것 같았다.

어떡하지.

도움의 손길이 간절했다.

다리의 고통, 두려움, 간절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 * *

나는 화면을 통해 산비탈에 웅크려 있는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알파야, 쟤는 왜 저러고 있지?”

―다리를 다친 것 같이 보이긴 합니다.

“그래?”

나는 잠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산비탈을 굴렀는지 긴 하늘색 머리카락에는 풀과 흙이 묻어 있었다.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그 모습이 내 감성을 자극한다.

오지랖이 가동되었다.

“하… 알파야, 저 아이에게 계약을 제안하면 받아들이지 않을까?”

―도움이 필요해 보이니 받아들일 확률이 높겠죠.

오지랖으로 시작한 결정이지만 스스로를 설득하는 자기 합리화가 이어졌다.

“맞다! 이거 그건가?”

―그거라니요?

“왜 다리 다친 제비를 고쳐 줬더니 대박 씨앗을 물고 돌아왔다. 뭐 그런 거 있잖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좋아. 어차피 괜찮은 애들은 다 나 싫다잖아. 늑대에게도 까이는데 제비 다리 소녀면 황송하지. 어?”

나는 웅크려 있는 제비다리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와, 그냥 제비 다리 소녀가 아니고 미소녀네, 미소녀. 얼굴 뭐임? 얼굴 천재임?

“알파야,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저렇게 생겼나?”

―사람은 다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저렇게 이쁘고 잘생겼냐고?”

―미는 주관적인 것이지만, 지구식으로 표현하면 대체로 훈남, 훈녀에 가깝습니다.

“이야, 대박이네. 쟤한테 소환수 되겠냐고 제안해봐.”

―진심이십니까?

“그래. 제비 다리로 정했어. 제안해.”

―알겠습니다. 계약을 제안합니다.

* * *

샤샤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고통에 눈물이 계속 흘렀다.

“아빠.”

사냥꾼인 아빠도 이 산맥 어딘가에 있을 터 샤샤는 대답할 리 없는 아빠를 불러 보았다.

하지만 아빠가 올 리 없었다.

그리고 샤샤는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혹시라도 다른 동물들이 듣지 못하게 속삭이듯 소리 내었다.

“도와줘.”

그리고 거짓말처럼 대답이 들렸다.

띠링!

―샤샤 님에게 소환술사의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샤샤는 깜짝 놀랐다.

멧돼지에게 놀란 마음을 채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샤샤는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누… 누구세요?”

샤샤는 눈물을 닦고 재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계속 소리가 들렸다.

―소환술사의 제안이란 글리제 행성의 소환수 님과 먼 지구라는 행성의 소환술사의 상호 계약입니다.

―소환수 님께서 소환술사의 소환수가 된다는 계약입니다.

―계약에 응하시면 소환술사의 소환으로 지구로 소환되실 수 있습니다.

―일단 계약에 응하시면 지금의 위기를 넘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시스템의 혜택을 통해 레벨업하여 강해지실 수 있습니다.

―소환술사와의 계약에 응하신다면 ‘나 OOO는 소환술사 김민준 님과의 소환수 계약에 응한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샤샤가 물었다.

“어디 계세요?”

대답은 없었다.

샤샤는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저, 혹시 마법사님이신가요?”

―소환술사 님의 소환수가 되겠냐는 제안입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또는 거부하실 수도 있습니다.

샤샤는 조금 무서웠다.

소환술사의 계약이라니

어디로 불려간단 말인가?

마법사들이 노예를 사가서 각종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키메라라고 하던가?

마법 실험을 하면서 사람 몸에 각종 몬스터의 장기를 붙여보며 실험하는 마법사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 죽으면 그만이고.

샤샤는 괜스레 무서워졌다.

샤샤가 물었다.

“왜 저인가요?”

* * *

알파가 나에게 물었다.

―소녀가 왜 자신이냐고 묻는데요?

나에게 묻는 건가?

왜 자신을 선택했냐고?

뭐라고 말해줄까?

마왕, 기사, 늑대에게 까여서?

새끼 늑대 키우는 동물농장 할 바에는 미연시라서?

“그냥 지나가다가 불쌍해 보여서라고 해.”

* * *

알파가 샤샤에게 말했다.

띠링!

―‘그냥 지나가다가 불쌍해 보여서’라고 합니다.

샤샤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산비탈을 굴러 엉망인 모습.

다리는 부러진 듯 지금도 몹시 고통스러웠다.

당장 어떻게 집에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다시 멧돼지가 나타나면 어찌 될지 끔찍했다.

이것저것 따지기엔 자신의 처지가 처량했다.

불쌍하단다.

누군가 도와주길 간절히 원했고,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다.

샤샤는 누군지 모를 대상에 대한 두려움보다 지금 숲속에 홀로 남겨지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니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밧줄이었다.

샤샤가 크게 한 번 숨을 쉰 뒤 말했다.

“계약에 응할게요.”

―‘나 OOO는 소환술사 김민준 님과의 소환수 계약에 응한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나 샤샤는 소환술사 김민준 님과의 소환수 계약에 응한다.”

그러자 샤샤의 눈앞에 정신없는 글자들이 보였다.

―소환수의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김민준 님과 샤샤 님의 계약을 축하드립니다.

―소환수로 각성하셨습니다.

―소환수로서 술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상태창을 열고 싶으시면 ‘상태창’을 외치십시오.

“상태창?”

[샤샤]

직업: 소환수

레벨 1

힘 7

민첩 7

체력 6

마나 30

소환술사 : 김민준

거주 행성 : 글리제

연결된 행성 : 지구

스킬 : 없음

“이…이게 뭐죠?”

―샤샤 님의 상태창입니다.

―김민준 소환술사 님과 계약을 맺어서 소환수가 되셨습니다.

―이제 김민준 님이 소환하실 때 소환에 응하시면 지구로 소환되실 수 있습니다.

* * *

샤샤만큼이나 나에게도 정신없이 알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소환수 상태창’을 외치시면 소환수의 상태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샤샤 소환’이라고 외치시면 소환수 샤샤에게 소환 제안이 요청됩니다. 샤샤가 소환에 응하면 샤샤가 지구로 소환됩니다.

―선물함 기능이 열렸습니다. 소환수에게 선물을 지급해 친밀도를 올려 보세요. 친밀도가 낮으면 소환수가 소환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첫 계약 축하로 스킬 뽑기 1회권이 지급됩니다.

정신없는 메시지를 보고 있는데 알파가 말했다.

―참 대단하십니다.

“응 왜?”

―판 시르온과 같은 유명하고 강한 기사를 소환수로 삼지 않고, 이름 모를 상처 입은 소녀를 도와주려 소환수로 삼으시다니요.

“아니, 그 기사는 소환수 안 한다며. 안 한다는데, 어쩌라고.”

―판 시르온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으로 보였습니다. 마스터에 아주 살짝 걸친 것 같았습니다. 시스템의 효과를 얻는다면 분명 마스터에 올라갈 수 있었을 겁니다. 왕국에 충성한다고 하니 왕국에 충성을 유지하는 조건을 걸면 어땠을까 합니다. 왕국에 충성을 다 하고 남는 시간에만 소환한다고 해도 꽤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소환 시간제한은 있지만, 소드마스터 소환수. 그런 소환수를 버리고 상처 입은 소녀를 택하시다니, 민준 님의 아량에 놀랐습니다.

아니, 그 기사가 내 소환수가 될 수도 있었던 거야?

그걸 왜 지금 말해?

머릿속에서 잠시 상상이 펼쳐졌다.

소드마스터 소환수를 부리며 고렙 몹들을 썰어버린다.

시작부터 A급은 받겠지?

줄줄이 연이은 길드들의 러브콜, 돈과 명예.

내가 나온 신문 기사를 읽으며 아쉬워하는 서린이…….

서린이가 신문 기사와 스마트폰 속의 내 번호를 동시에 바라본다.

그리고 내게 전화를 건다.

뚜르르르…….

내가 말한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하세요. 끊습…….

나야.

아, 서린아. 잘 지냈니?

어.

어디야?

너희 집 앞이야.

너무 나갔다.

“됐거든. 나한테 꺼지라는 소환수는 안 키우거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공시생인 내가 무려 각성자가 되었다.

그것도 소환술사.

그 소드 마스터와 계약한다면 소환수에게 비굴한 소환술사가 되라는 거잖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내가 흔한 소설의 주인공처럼 부모 없이 병든 여동생의 고액의 치료비를 대야 하는 상황인 것도 아니다.

반드시 복수해야 하는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지구에 멸망이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몇 년 더 공시생을 하더라도 달라질 것 하나 없는 삶이었다.

기왕 인생을 살 거라면.

소환수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삶보다는 이쪽이 낫지.

자, 저길 보라. 저 허리까지 찰랑거리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제주도 우도에 놀러 갔을 때, 보았던 에메랄드빛 바다색 같은 저 눈동자를.

내 피부색에 흰 우유색을 절반은 더 섞은 듯한 피부를.

저 아이가 나의 얼굴천재 소환수다.

뭐? 서린이에게 차인 것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냐고?

아니다.

내가 서린이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건 아니다.

그저 내 눈에 다친 소녀가 보였을 뿐이고.

나는 늘 그렇듯 오지랖을 부렸을 뿐이다.

얼굴 때문에 도와준 거냐고?

어허, 얼굴 보기 전에 이미 도와줄 생각 했다니까?

다리 다친 소녀를 도와줬는데 그 소녀가 조금 예쁘게 생겼을 뿐이다.

얼굴은 덤일 뿐이다.

만약, 저 소녀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내가 각성자가 아니었고 우리 동네 길가에 다른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고 해도, 나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손길을 내밀었을 거다.

“나 김민준은 사나이지. 한번 결정했으면 후회하지 않아.”

나는 창 너머의 샤샤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곳엔 산속에 홀로 쓰러져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나의 소환수가 있었다.

이제 내가 나의 소환수를 도와줄 시간이다.

내가 외쳤다.

“샤샤 소환.”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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