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소환수들 完 (001-230)_(2023_T)
1화. 각성
딸랑.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가 보였다.
자주 오던 커피숍
나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여기야.”
나는 여자 친구와 창가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 바깥에서 비치는 햇살이 그녀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어엿한 회사원이 되어서 그런지 무채색 깔끔한 정장 차림이 참 잘 어울린다.
나는 그녀가 앉자마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서린아, 그러니까 걔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 아랫입술 양쪽을 이렇게 아래로 내리면서 ‘제가 안 그랬는데요’라고 하더라고. 하하! 나 웃겨서 말이야.”
나는 아랫입술 양쪽을 아래로 내리며 ‘제가 안 그랬는데요’를 반복했다.
낄낄대는 나와 다르게 서린이는 굳은 인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린이의 인상이 굳자 나는 더욱 밝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크크크!”
서린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민준아, 나 할 말이 있어.”
“하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그녀가 나를 불렀다.
“민준아.”
나를 부르는 소리는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묵직했다.
단호함 50%, 한숨 30%, 연민 20%가 섞인 부름 소리.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부름 소리에 짜증은 섞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큰 소리도 아니고 늘 그렇듯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이리도 묵직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 묵직함에 나는 언제 낄낄댔냐는 듯 굳은 얼굴을 했다.
결국 말을 꺼내는구나.
서린이는 이내 결심했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민준아, 우리 잠시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아.”
둥근 테이블 위 커피 두 잔만을 사이에 두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원래 이렇게 환한 곳에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던데 서린이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선명하다.
햇살에 비친 머리카락, 눈썹까지 또렷이 보인다.
저 큰 눈에 통통한 볼까지.
이 와중에도 예쁘다.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었다.
나의 착한 성격이 좋다던 서린이가 내가 착해빠져서 싫다고 말했을 때, 크리스마스에도 나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때, 다른 친구가 네 여친 바람난 것 같다고 말할 때, 겉으로는 그럴 리 없다고 자신 있는 척했지만,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다.
서린이가 새로 만난 사람은 헌터라고 했다.
헌터라니.
어디 비벼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내 반응이 쿨했는지, 예상과 달랐는지 서린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렇게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앙다물면 나에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인데 미간만 찌푸리고 입은 그대로다.
기분은 나쁘지만 나에게 바라는 건 없다는 뜻이다.
“너는…….”
서린이는 뭐라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미간을 계속 찌푸린 채 입술을 잘게 씹었다.
내가 서린이를 보며 말했다.
“서린아, 기억나? 내가 군대 갔다 막 복학했을 때, 나라 사랑은 동기 사랑이라며 네가 나 많이 챙겨 줬잖아.”
서린이가 담담히 답했다.
“그래.”
내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동기인 너와 커플이 되었고 지금 스물일곱 살이 되도록 만나고 있어. 나름 오래 만났지. 서린아, 나는 너와 보내는 시간이 항상 즐거웠어. 그래서 늘 너에게 고마웠어.”
서린이의 눈이 조금 커졌다.
갑작스러운 내 고백이 당황스러웠나 보다.
사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서린이를 붙잡을지 고민했다.
가지 말라고.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냐고.
그 헌터라는 놈에게 가려고 나에게 이러는 거냐고.
가면 그 헌터라는 놈이 너에게 잘해줄 것 같냐고.
인간을 초월했기에 각성자고, 그 각성자 중에서도 괴물을 백정처럼 잡는다는 헌터와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렇게 쏘아붙일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내가 예상하는 것을 서린이가 모를까?
서린이도 충분히 고민해 봤겠지.
어쩌면 지금도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내가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헌터 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라니.
너무하잖아.
나는 그저 우리의 이별이 지저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서린아, 누가 그러던데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그러더라. 우리는 타이밍이 조금 안 맞았던 것 같아.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나는 너로 인해서 행복했고, 우리는 타이밍이 조금 어긋났을 뿐이니까.”
어느덧 서린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내가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고, 잘 지내.”
나는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서린이와 나는 헤어질 때 가끔 장난으로 주먹인사를 하곤 했다.
서린이가 주먹을 뻗어 내 주먹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툭.
부드러운 주먹이 내 주먹에 닿았다.
“그래, 나도 고마웠어. 잘 지내.”
“응, 안녕.”
서린이는 그 좋아하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입에도 대지 않고 일어났다.
건너편 의자에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의자는 따뜻해 보였지만 내 마음은 쓸쓸해졌다.
나는 의자에게 한 마디 건넸다.
“잘 가라.”
자취방에 왔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 있는 원룸.
4층 빌라의 꼭대기 층이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지만, 그래도 햇빛은 잘 들고 가격도 적당하다.
나름대로 베란다도 있고 중문도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방에 오자마자 바로 침대에 엎드렸다.
몸에 힘이 없고 나른했다.
대학 동기는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커플 중에서 여자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고, 남자는 아직 사회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여자에게 어떤 넘사벽 남자가 작업을 건다.
그래서 커플은 헤어진다.
흔하다 못해 진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진부한 이야기가 내 베갯잇을 적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커피숍에서 이러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었다.
얼마 전 성격검사를 했다.
다정하며 주위 사람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
팀장 업무를 잘한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궁금해한다.
내 성격이 이렇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봐도 검사 결과가 나와 잘 맞는 것 같았다.
나 같은 성격이 친화력이 있어서 좋긴 하지만 단점도 많았다.
늘 먼저 퍼주다 보니 오늘처럼 차이거나 이용당하고 배신당하는 경험도 많았다.
서린이는 나보고 그렇게 살지 말고 자기 몫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에 나가보니 정글이라고 했다.
하급자들의 업무 성과를 가로채 자기 이름으로 보고하는 건 나쁜 축에도 못 끼는 일이라고 했다.
나를 보면 얼마나 성과를 뺏길지 눈에 선하다고 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쉽게 바뀌면 타고난 성격이라고 부르겠는가?
나는 그저 마음을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마음을 주었던 또 한 명의 내 편이 사라졌다.
내가 이상한 걸까?
힘, 돈, 권력이 전부인 사회에서 서로 진정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내 편을 찾고 싶다는 것이 허무맹랑한 바램일까?
그저 마음을 주고, 서로 믿을 수 있는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인 걸까?
하루에도 수백 번씩 거짓말을 하며 세일즈를 하는 영업사원처럼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런 가면이 없어서 서린이가 나를 떠났을까?
서린이는 아까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춘 것일까?
헤어질 때 하지 못했던 말과 물음들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다.
그때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각성하셨습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두리번거리며 소리가 난 곳을 찾으려 했다.
그때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김민준 님. 축하드립니다. 각성하셨습니다.
엥?
나는 어디서 누가 장난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오늘은 누군가의 장난을 받아줄 기분이 아니었다.
“뭐야? 누구야? 무슨 장난이야? 재미없어!”
―장난이라니요? 저는 민준 님의 도우미인 알파라고 합니다. 의심이 드신다면 상태창을 불러 보시죠.
상태창?
각성자들이나 본다는 그 상태창 말인가?
아니야.
내가 상태창이라고 말하면 그 모습을 보며 낄낄대는 누군가가 있는 거 아냐?
―상태창을 여는 방법은 ‘상태창’이라고 말하시면 됩니다. 어서요.
그런데 목소리는 어떻게 들리는 거지?
바로 귀에다 대고 말하는 것처럼 또렷한데.
나는 의심 반,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 반으로 말해 보았다.
“상…태창?”
[김민준]
직업: 소환술사
레벨 1
힘 10
민첩 10
체력 10
마나 10
소환수 0/1
거주 행성: 지구
연결된 행성: 글리제
스킬: 최하급 소환술
내 눈앞에 반투명한 글씨가 나타났다.
“이게 뭐야?”
정말인가?
내가 각성한 건가?
각성이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였나?
왜 각성한 것이지?
―보시다시피 김민준 님은 소환술사로 각성을 하셨습니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귓가의 목소리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각성을 한 거라고?”
―네. 이제 이해하시는군요.
헌터에게 여친을 뺏기고 온 날 각성이라니.
타이밍 한번 예술이다.
“넌 누군데?”
―저는 민준 님의 소환을 도와주는 도우미입니다. 알파라고 불러주세요.
“알파? 그래 알파야. 넌 몸은 없어? 소리만 들리는 거야?”
―네, 저는 실체가 없습니다. 단지 민준 님에게만 소리가 들리는, 민준 님을 보조하는 도우미입니다.
“그래? 네 목소리가 다른 사람은 안 들려?”
―네, 제 목소리는 민준 님에게만 들립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내가 각성을 한 거야?”
―그건 저도 모릅니다.
“원래 각성하면 너 같은 도우미가 있는 거야? 난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없을 겁니다. 다른 각성자들은 세계를 잇는 기능이 필요 없으니까요. 저는 소환술사를 도와 세계를 잇는 기능을 하는 도우미입니다.
“세계를 잇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상태창에 거주 행성과 연결된 행성이 보이시죠?
나는 상태창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거주 행성: 지구
연결된 행성: 글리제
“거주 행성은 내가 사는 지구인 것 같고 연결된 행성 글리제는 뭐지?”
―글리제는 민준 님과 연결된 세계를 말합니다.
나는 도대체가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돼서 물었다.
“아니 그 행성과 내가 뭘 어떻게 연결된다는 건데?”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겠죠. 자 연결합니다.
화아악!
눈앞에 커다랗고 둥근 구멍이 뚫렸다.
방의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을 정도의 큰 구멍이었다.
구멍의 테두리에는 푸른색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구멍 가운데에는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 같은 우주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검은 바탕에 반짝이는 흰색 점들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의 행성이 보였다.
―보이시죠? 저 행성이 글리제입니다. 자, 가까이 가 봅니다.
어… 어.
행성이 가까이 다가왔다.
확대 버튼을 계속 누른 것처럼 행성의 어느 한 부분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한참을 확대하다가 멈췄다.
어느 도시의 모습.
역사 시간에 배운 중세의 성처럼 보였다.
거대한 성, 중간중간 보이는 뾰족한 첨탑, 돌로 포장된 길, 말이 끄는 마차, 무슨 두루마리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사람들.
사람이 많이 있었다. 한쪽에는 높은 건물도 있었다. 마차와 높은 건물이 함께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이게 뭐야?”
―글리제의 세상이랍니다. 그중에서 번화한 곳 한 군데를 확대해 보았습니다. 이곳도 생명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인간과 매우 유사한 지적 생명체도 있습니다. 생활 방식도 지구와 비슷하지요. 민준 님은 이곳의 개체와 계약을 맺고 그 개체를 지구로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술사가 되신 겁니다.
“내가 저쪽 세상의 누군가를 부르는 능력을 얻었다고?”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쩌라는 거지? 나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소환하라는 건데?”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글리제 세계를 관찰하시면서 마음에 드는 개체에게 ‘제안’을 해 보시죠. 그 제안을 상대가 받아들이면 상대는 민준 님의 소환수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에게나 제안을 할 수 있는 건가?”
―네, 하지만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문득 서린이가 떠올랐다.
서린이의 새 남자가 헌터라고 했다.
나도, 나도 강해질 수 있을까?
내가 각성한 거라면, 나도 헌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강해지면… 아니, 내가 소환술사로 각성했다고 하니 강한 소환수를 가진다면 서린이의 새 남자친구보다 강한 헌터가 될 수 있겠지?
잠시 서린이의 새 남자친구가 될 헌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곧 현타가 왔다.
“하…….”
나는 한숨을 쉬었다.
민준아, 뭔 생각 하냐?
강해지면 뭐 어쩔 건데?
서린이에게 가서 네 남친보다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그러니까 나에게 다시 와라. 이렇게 말하려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쿨하게 헤어졌잖아.
깔끔했잖아.
하지만 곧 현타를 뚫고 또다시 서린이에 대한 생각이 솟구쳤다.
만약, 오늘 아침에라도 내가 각성을 했다면 서린이가 날 떠났을까?
지금 다시 연락해볼까?
서린아, 나 각성했어.
맞다, 우리 잠시 시간을 갖기로 했잖아.
헤어진 것 아니잖아.
각성 축하 기념 파티는 어때?
…
절레절레.
2차 현타가 세게 왔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에잇! 그만해라, 그만해! 깔끔했으니 됐잖아!”
―저 말입니까?
내가 이상해 보였나 보다.
차이고 울다가 각성하고 머리 뜯으며 소리 지르는 나.
이상해 보일만 하다.
“아니, 너한테 한 말 아니야.”
나는 알파에게 물었다.
“알파야. 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건 누구지? 가장 강한 자를 보여줘.”
―네, 글리제에서 가장 강한 개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화아악!
깊고 어두운 공간.
바닥에는 붉은 용암이 실개천처럼 흐르고 있었다.
콰과광!
붉은 하늘에서는 번개가 내려치고 그 아래 수많은 괴물이 음침한 괴성을 질러댔다.
“캭캭!”
“쿠에엑!”
얼굴이 녹아 흐르고 있는 괴물, 동물과 사람의 중간쯤 되는 무언가와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괴수가 널브러져 있었다.
쨔악!
채찍을 내리치는 소리가 났다.
거대 괴수들이 그보다 못한 괴물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다.
쨔악, 쨔악!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크크크크크!”
괴물들을 노예로 부리는 거대 괴수들이 웃었다.
거대 괴수들을 넘어 저 멀리 궁궐이 있었다.
알파가 보여주는 화면은 그 궁궐을 향해 다가갔다.
검은 궁궐.
아득한 어둠과 음침한 안개가 커다란 궁궐을 감싸고 있었다.
어느덧 궁궐 안으로 들어간 화면.
궁궐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대전이 있었다.
그 대전의 바닥에는 피처럼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려 있었다.
카펫의 양쪽에는 왕을 지키는 듯한 거대한 동상들이 도열해 있었다.
붉은 카펫을 노려보는 동상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같이 생생한 모양이었다.
그 카펫의 끝, 높고 커다랗고 화려한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화면이 그 존재에게 다가갔다.
그때.
깊게 눈을 감고 있던 그 존재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쿠르르!
대전이 흔들린다.
누가 나를 엿보는가?
누가 감히 나의 휴식을 방해하는가?
고귀한 존재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궁궐 안에 마기가 흘러나온다.
콰르릉!
궁궐 바깥의 대기가 요동을 친다.
괴물들을 채찍질하던 거대 괴수가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다.
번쩍!
그가 눈을 떴다.
뱀처럼 세로로 갈라진 눈동자는 공간을 넘어 감히 자신을 바라보는 존재를 찾아내었다.
모든 악을 지배하는 고귀한 존재.
만마의 숭배를 받는 존귀한 존재.
마왕이 눈을 떴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