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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225화 (224/229)

225화. 64th. Last All-in (2)

그날 밤.

나는 박태진, 선해철, 클레어와 함께 비밀통로를 통해 조용히 청와대에 들어갔다. 사전에 면담 요청을 해둔 덕분에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신임 대통령과 지하 밀실에서 면담을 하게 됐다.

“무슨 일로 이 야심한 밤에 조용히 보자고 한 겁니까?”

선이 굵은 얼굴 속에서 웃지도 화내지도 않고 말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보니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당신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청탁하려고 왔습니다.’

청탁인 듯 청탁 같은 청탁 아닌 청탁이겠지만 나는 세 사람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입을 열었다.

“현재 카드사 문제 때문에 분위기가 심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스탠더드 캐피털과 해동그룹이 더 잘 알 겁니다. 여의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이 의장이 있지 않습니까?”

카드회사 문제가 심기를 어지럽게 했나보다. 대통령의 날선 대답에 나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고, 대통령도 자신이 과했다고 여겼는지 헛기침을 했다.

“여러분들을 뭐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관료고 경제인이고 이 나라 경제를 주무른다는 자들이 여러분들의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이런 일이 안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난 거요.”

저 양반이라면 지금 한 말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구습을 타파하려고 온 몸으로 맞섰던 자가 아닌가? 이번 생에는 내 덕분에 전생과 같은 비참한 엔딩은 안 맞겠지만.

“과분한 칭찬입니다, 대통령님. 그렇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 심각할 겁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숨을 고른 나는 굳은 표정으로 대통령을 바라봤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에서는 일체의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주십시오.”

솔직히 이 나라 정관계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해동장학생들을 동원해서 막아도 되겠지만 지금의 대통령은 그런 꼼수에 오히려 더 반발하는 반골 기질이 있다. 더군다나···.

‘신성그룹만 무너뜨리면 신성장학생은 와해된다. 해동장학생들은 본연의 일만 충실히 신속하게 처리하게 하는 게 좋아.’

나는 우리 집안의 돈으로 이 나라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와 보신주의를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검은 돈이나마 일 잘하고 성실한 놈들에겐 인센티브를 팍팍 주고 무능하고 게으른 놈들은 용돈이나 쥐여 주는 식으로 말이다.

“뭐요?”

크게 뜨여진 대통령의 눈을 보며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사고는 이 나라 지도층들의 책임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용 또한 원인입니다. 이번 기회에 신용카드의 위험성을 알려줘야 합니다.”

내 말이 오만하게 들렸는지 대통령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지금 국민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겁니까? 얼마의 희생이 들더라도?”

대통령에겐 언짢겠지만 이 사태를 국민 모두가 뼈에 새길 듯이 겪어봐야 신용카드 사업은 건전하게 돌아간다.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화를 계속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대통령님. 스탠더드 캐피털과 해동그룹이 최고급 교육코스를 제공할 테니까요.”

“최고급 교육코스?”

스탠더드 캐피털이 이 나라 신용불량자들에게 제공할 ‘신용카드 교육코스’는 내가 기억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코스다. 나와 박태진, 선해철, 클레어는 우리가 준비한 계획과 그에 대한 대가를 대통령에게 들려줬다.

“···그 뒤에 컨테이너선 발주, 해외 광산 개발 공사, 평택의 제 농장을 토대로 주한미군 기지를 통합하는 공사까지 하게 되면 신용불량자들의 채무상환도 수월해질 겁니다.”

“허어··· 진짜로 그리 할 겁니까?”

우리 계획을 다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대통령을 보며 클레어가 살풋 웃었다.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대신에 우리가 바라는 대가만 들어주면 되십니다.”

“흠···.”

침음성을 흘리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알겠소. 스탠더드 캐피털과 해동그룹이 지금껏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믿겠소.”

스탠더드 캐피털과 범 해동그룹은 다른 해외투자자들이나 재벌들과 달리 가혹한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고 공적자금을 끌어다 쓴 게 무색하게 만들 투자를 집행해왔다.

그러니 지금껏 보여준 결과들이 있으니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대통령이 우리 계획을 믿겠다고 했을 것이다.

우리 집안의 그룹 계열사들과 자금을 동원해서 은행권이 떠안을 손실을 메워주고 신용불량자들이 빚을 갚고도 남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카드대란 구제금융 계획을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해운, 조선, 건설 쪽 치킨게임도 버틸 수 있겠군. 적금 만기가 올해가 될 줄은 몰랐어.’

지금껏 나와 우리가 바보처럼 퍼부어 온 투자가 이제야 결실을 맺고 또 다른 파종을 준비할 수 있게 해줬다.

속으로 슬며시 웃던 나는 세 사람과 함께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도 우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대통령이 이성민 일행과의 면담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이번 신용카드 대출 사태는 방만하게 사업 확장에만 몰두해왔던 기존 카드사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공적자금은 단 한 푼도 없을 것, 은행이든 재벌그룹이든 회사의 돈을 쏟아 부어서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담화에 대한민국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카드사들이 무너지면 소비가 마비돼버리는데 자금 지원을 안 하겠다뇨!”

“맞습니다! 청와대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다고 목에 힘이 바짝 들어간 모양인데 나라살림 거덜 나는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리려는 건지 원!”

전경련 회관에 모인 재벌그룹 총수들 중 카드사를 거느렸거나 계열사에서 카드채에 거액을 투자한 회장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단 한 사람, 오현무만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 다들 조심했으면 좀 좋았겠습니까?”

“지금 누구 약 올리는 겁니까, 오 회장?”

회장들 중 한 명이 날선 목소리를 꽂아도 오현무는 꿈쩍하지 않았다.

“약 올리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나도 몇 년 전에는 여러분들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담담하게 대답한 오현무는 녹차 한 모금을 축이고 대답을 계속했다.

“카드사업이 말도 안 되게 잘 된다 싶어서 내부 진단을 했더니 가관이더이다. 일선 영업사원들이 좌판을 깐 것 정도야 이해가 됐지만 현금까지 뿌려가며 회원 모집을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현무가 던진 질문에 회의실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윗자리에서 큰 틀만 지시하고 눈에 보이는 지표만 확인할 뿐, 필드에서 벌어지는 과정들은 깜깜이 아닌가? 이 자리에 있는 회장들 모두.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득이 없는 학생들이나 주부들에게까지 카드 발급을 남발했으니 이번 사태가 터졌을 수밖에요.”

“그래서, 오 회장은 어떡하면 좋겠다는 겁니까?”

더 이상 잘난 체하는 꼴을 못 보겠다는 투로 다른 회장이 쏘아붙이자 오현무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결자해지. 우리가 잘못했으니 수습도 우리가 해야겠지요.”

GK카드야 이성민의 진단을 받자마자 회원들의 지불 여력을 재검토하고 결제대금 미납에 대비해서 GK해상을 통해 해외재보험 회사들에게 재보험을 가입하는 등 손실을 보전할 방법을 마련해뒀다. 또한···.

‘신성을 무너뜨리려면 뭔들 못하랴!’

다른 그룹들에게 미운털이 박힌다고 해도 이번 사태가 GK그룹에게 불구대천지수인 신성그룹의 돈줄을 끊어버릴 유일한 기회다.

또한.

이번이 아니면 스탠더드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기회가 없었다. 그늘진 곳에 숨겨둔 집안의 재산에 흠집이 나겠지만 스탠더드 덕분에 그룹이 훨씬 더 번창하고 있으니 오현무는 아쉬울 것도, 망설일 것도 없었다.

그런 오현무의 굳은 얼굴을 장호건이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저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늘 점잖 떨며 분위기를 맞추던 오현무가 전경련 전체를 상대로 들이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무엇보다 신성그룹이 완전히 무너지면 GK그룹 오너 가문도 타격을 입지 않겠나?

오현무가 장호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불꽃을 허공에서 튀기던 중 태현그룹의 명선우가 손을 들었다.

“저 또한 오 회장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명 회장?”

다른 회장들이 크게 뜬 눈으로 노려봐도 명선우는 안경을 고쳐 쓰고 눈빛을 바로잡았다.

“외환위기 때도, 지난 IT버블 붕괴 때도 우리는 많은 국민들에게 손실을 입혔습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안 했죠. 그러니.”

숨을 고르고 명선우가 말을 이었다.

“이번만큼은 우리도 고통을 분담해야 국민들에게 사랑은 못 받더라도 미움은 덜 받게 될 겁니다.”

“허어···.”

다른 회장들이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태현자동차그룹 회장 명선구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솔직히 난 돈놀이엔 문외한인데다 금융 사업이라고 해봐야 자동차 할부 판매가 전부요. 그렇지만 나도 할 말이 있소.”

배다른 동생인 명선우와 달리 명선구는 대놓고 이번 사태에 엮인 회장들의 속을 뒤집으며 입을 열었다.

“카드사 갖고 계시는 회장님들 때문에 우리 태현자동차 매출이 작년보다 20퍼센트 넘게 떨어졌소. 이런 난장을 만들려고 나한테 카드 할부 판매 하자고 한 거요?”

대놓고 으르렁거리는 명선구에게 카드사를 거느린 회장들은 아무도 대꾸할 수 없었다.

신성카드가 해동자동차의 자동차 할부 사업을 전부 가져가서 돈을 긁어모으는 걸 보고 자신들도 태현자동차에 접근해서 자동차 할부 판매를 트고 수수료를 빨아먹지 않았나?

“오 회장이나 명 회장 말대로 우리가 먼저 나서야 공적자금 지원은 몰라도 상환 유예라도 받을 거요. 다들 잘 생각해보시오.”

자신들의 최대 고객인 명선구의 엄포에 회장들이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명진도 목청을 가다듬었다.

“태현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 해동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해동자동차의 매출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카드채에 투자하신 회장님들이야 피해자라 치죠. 카드사 갖고 계신 회장님들은 대체 뭘 하신 겁니까?”

이명진의 입에서 회장님들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사람은 ‘들’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단 한 사람, 장호건이었다. 해동자동차 할부 판매를 독점한 신성그룹의 수장 아닌가?

장호건이 오현무에 이어 이명진과도 눈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미룡그룹 회장으로서 회의에 참석한 서준석도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었다.

“저희 미룡도 이번 사태는 각 그룹 차원에서 수습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회장들의 볼살이 푸들거리거나 눈매가 날카로워져도 서준석은 주눅 들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방만 경영의 문제를 겪으신 분들이 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신 겁니까? 이번 사태는 어쩌고 보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고 봅니다.”

서준석의 도발적인 발언에 이어 은행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조홍은행 행장도 입을 열었다.

“우리 은행권 또한 자회사로 있는 카드사들을 전부 은행에 합병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최소한의 자구책도 마련하지 않는 그룹의 카드사에는 대출 연장도 없을 것을 은행연합회 회장으로서 통보 드리는 바입니다.”

은행권의 경고장까지 떨어지자 카드 사태와 엮인 회장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중 가장 문제덩어리인 신성카드를 거느린 장호건은 입술을 짓씹으며 이 모든 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칼임을, 누가 던진 칼인지도 직감했다.

***

전경련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 때 나는 할아버지와 서재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쯤 카드사 갖고 있는 회장님들 전부 죽으려고 하겠네요.”

“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게지. 인천창고에서 종종 모이는 그 친구들도 회수계획을 세워두고 사채장사를 하는데 그 친구들보다 못한 놈들 아니더냐, 흐흐.”

낄낄 웃는 할아버지를 보며 나도 씩 웃었다.

“우리도 뿌린 대로 거두고 있잖아요. 외삼촌부터 명 회장님들, 숙부님, 서 회장님, 은행단까지요, 후후.”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지금껏 내가 스탠더드의 자금을 구석구석 뿌리고 얻은 인심이 지금의 전경련 회관 회의실에서 거두고 있지 않은가?

지금 전경련 회관 회의실에서는 우리 범 해동그룹과 스탠더드의 지원을 받은 그룹들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을 것이다. 나와 우리의 요청을 받고 말이다.

“옛날부터 작은 장사꾼은 눈앞의 상리(商利)에만 급급하지만 큰 장사꾼은 멀리 보고 크게 움직인다고 했다. 네가 큰 장사꾼의 길을 걸었으니 오늘을 만들어낸 게야, 으허허.”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남들에게는 답답해 보이고 멍청해 보이기까지 한 짓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보람을 오늘에야 맛보게 되지 않았나?

흐뭇함을 여실 없이 드러낸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잔을 내려놨다.

“그래도 네가 장 씨 것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리기엔 완벽하지가 않을 게다.”

할아버지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나온 대답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 씨 것들이 신성지주를 통해 쥐고 있는 신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스탠더드와 해동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보유한 것들을 합쳐도 평균 8퍼센트는 더 많다. 그 중에서도 핵심계열사인 신성전자는 10퍼센트나 많아서 어떻게든 지분을 매입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더 이상 나올 물량이 많지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내게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너한테 네 처가와 네 외가에 얽힌 비밀을 알려줘야겠구나.”

GK그룹과 신성그룹에 얽힌 비밀이라니··· 대체 뭘까?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 세워졌다.

***

신성그룹과 GK그룹에 얽힌 비밀, 아니 이면에서 오간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놀람을 숨길 수 없었다.

“사, 사실입니까, 할아버지?”

“네 외가가 반대했으면 네 처가가 신성전자를 세웠을 성 싶더냐? 신성전자를 세웠을 때 신성답지 않게 굽실댔던 건 세상에 드러난 게 다가 아니었어.”

할아버지의 말대로 창립 당시의 신성전자는 금성전자를 비롯한 기존 업체들의 눈치를 엄청나게 봤었다. 가장 잘 나가는 가전제품이었던 TV만 해도 신성전자 창립 수년 뒤에야 국내에 풀리지 않았나?

“···그렇군요.”

“엔고투기에 세 집안 끌어들일 때 네 큰 외숙과 네 장인이 내 앞에서 말싸움 한 걸 봐서는 거래가 더 있던 것 같구나. 자세한 건 네 큰 외숙에게 가서 물어 보거라. 어여 가봐.”

“네,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에게 깊숙이 인사를 올리고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본관을 빠져나갔다.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어느 새 차를 몰고 대로변으로 나선 나는 중얼거리던 중 눈매가 가늘게 변했다.

‘그게··· 그거였나.’

전생에 신성그룹이 해외 헤지펀드들과의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었을 때 신성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신성물산뿐만 아니라 신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방어까지 준비했었다.

그 과정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양의 신성전자 주식이 차명주식이라는 걸 알고 놀랐었는데 오늘 할아버지에게서 외가와 처가에 얽힌 비밀을 듣고 나니 실마리가 풀려버렸다.

[네 외가 사람들 성격상 지금껏 스탠더드에게서 받은 도움에 크게 부담스러워하고 있을 게다. 지금은 네 덕분에 신성과 팽팽히 겨루고 있으니 크게 아쉬워하지도 않을 게야.]

이처럼 중요한 일로 허언을 할 할아버지가 아니다. 이 마지막 싸움은 더 쉽게, 더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오현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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