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61th. 큰 파장 (3)
뉴욕에 돌아가서 준비를 마친 나는 박태진, 고승주, 신호진, 선해철 이하 스탠더드 캐피털 임직원들과 해동그룹 뉴욕 주재원들, 그리고··· 오현석을 앞세운 GK그룹 미주지사 직원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요?”
“네. 우리 모두 미국에서 돈을 벌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모든 장비를 다 갖추고 서 있는 백여 명 가까운 남자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여러 대의 트럭에서 내려오는 구호물자들과 셋업 작업을 하는 무선 인터넷 중계차를 보던 구조대원이 내 손을 잡아줬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부터 담당 구역과 업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봐!”
이번 봉사활동은 미국 사람들에게 해동그룹과 GK그룹, 스탠더드 캐피털의 빚을 씌워둘 절호의 기회다. 절대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
구조활동 봉사 활동에 나선지 한 달째.
구조대원들의 교육을 받은 우리들은 어김없이 잔해를 치우거나 사상자들 이송을 돕는 등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다들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휴식시간 동안 숨을 돌리던 내 걱정에 오현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건물에서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끔찍하구나.”
“오기 전에 정말로 원하는 사람들만 오라고 했으니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겠지만 정말 끔찍하더라. 오늘도 스탠더드 캐피털 직원들 몇 녀석이 토악질하고 난리도 아니야.”
오현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선해철에 이어 옆에서 물을 마시던 신호진 또한 먼지투성이 차림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선 대표 말이 맞네, 이 의장. 우리 쪽 미주지사 임직원들도 사망자 시신을 보고는 기절해서 병원에 실려 갔어.”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건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까지 소모하는 일이다. 신체의 일부분만 남은 시체들을 보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구조대원들이 여자 직원들은 부상자들만 돌보게 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태진이 말이 맞다, 성민아. 여직원들이 사망자 시신 봤으면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 걸렸을 거다.”
“그러겠죠. 남자들이 감당하기에도 버거운 일인데···.”
박태진과 고승주의 씁쓸한 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분위기도 바꿀 겸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아! 아쿠아 웨이브 반응은 어떤가요?”
잠시 눈을 깜빡거리던 신호진이 재빨리 대답했다.
“소량만 풀어서 아쉽고 크기가 조금 크다는 점을 빼면 현장에서의 문서처리가 용이했다고 하네. 현장 사진 촬영까지 한꺼번에 처리돼서 좋다고 하더군.”
‘내 예상대로군.’
아쿠아 웨이브는 정확히 말하자면 태블릿 PC와 같은 물건이다. 휴대성을 강조하려면 그보다 반 이상 작은 스마트폰이 제격이기에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시장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되네요. 내년 6월에 아쿠아 웨이브 스마트 내놓으면 되겠어요.”
이번 구조 활동 자원봉사를 통해 아쿠아 웨이브에 대한 반응을 확인한 나는 휴식을 마치고 다시 현장으로 가서 잔해들을 치우던 중 기자들을 맞아야 했다.
“이성민 씨, 맞습니까?”
“네, 제가 이성민입니다만.”
“뉴스코프의 허쉬 프랭클린 기자입니다.”
“CNN의 조나단 앤더슨 기자입니다.”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그들 중 허쉬 프랭클린이 대표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참사에 대한 한국인들과 한국계 미국인들의 기부와 구호활동에 트리거 역할을 해주셨는데 무슨 계기로 나서게 되셨습니까?”
뉴스코프면 영미권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이다. 허쉬 프랭클린의 질문에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우리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통해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라는 정치적 성장 모두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둘도 없는 우방국의 비극을 외면할 수 없어서 미력이나마 돕고자 나서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만 이성민 씨는 미국시민권을 가진 미국인도 아니고 무엇보다 한국의 대기업인 해동그룹의 3대 오너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의도는 없으셨습니까?”
얄팍한 생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으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엄포로 들렸지만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을 계속했다.
“해동그룹은 물론이고 계열분리를 한 해동중공업그룹 또한 미국 시장에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리에게 시장을 열어준 미국에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말을 잠시 끊은 나는 허쉬 프랭클린을 보며 반격을 날렸다.
“사람이 다치고 사람이 죽은 자리에서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신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보시다시피 저를 비롯한 우리 해동그룹,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스탠더드 캐피털 임직원들은 혹시 모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님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계시는군요?”
“미, 미스터 리?”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허쉬 프랭클린이 날 노려봤지만 나는 할 말이 남아있었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 한 번이 낫다는 동양속담이 있습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시는 기자님도 저희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시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팔자 좋게 물어뜯을 시간에 닥치고 우리와 함께 구조작업을 하자는 대답을 내놓자 허쉬 프랭클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른 기자들은 비웃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헨리와 아이작이 약속을 잘 지켜줬군. 120퍼센트로다가.’
미국 언론 기자들과의 인터뷰만 부탁했는데 저런 어그로꾼이 껴있으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 뒤로도 봉사활동에 대한 인터뷰를 하던 나는 박태진, 선해철, 신호진, 고승주, 오현석과 함께 먼지투성이 차림으로 현장에 돌아갔다.
***
이성민의 인터뷰가 나간 뒤로 미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이나 한국계 미국인들은 하나둘씩 기부금을 내거나 구조작업 자원봉사에 나서게 됐다. 해동그룹이나 스탠더드 캐피털과 연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취업이든 거래든.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9.11 테러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부와 봉사활동은 미국 주요 언론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들이 다룬 기사들은 미국 백악관까지 들어가게 됐다.
[미국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한국인들.
9.11 테러가 터진 날부터 오늘까지 뉴욕 사고현장에는 수백 명의 한국인들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자원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대기업인 해동그룹의 3대 오너이자 스탠더드 캐피털의 임원인 ‘존 성민 리’는 한 달째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서···.]
조간신문을 보던 조지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스탠더드 캐피털이라는 이름에 눈이 커졌다.
“스탠더드 캐피털이면···?”
지난 대선 때 자신과 공화당에 20억 달러가 넘는 선거자금을 밀어준 곳이라는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트라이엄프와 체이스맨해튼에서 후원금의 출처를 알려주지 않았던가? 비밀보장을 조건으로.
부시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부시입니다, 헨리.”
[무슨 일이십니까, 미스터 프레지던트?]
“오늘자 신문을 봤는데 스탠더드 캐피털의 존 성민 리라는 친구의 배경이 특이하더군요. 우리 쪽 정보로는 그 친구가 스탠더드 캐피털의 핵심 인재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예. 제가 듣기로도 스탠더드 캐피털 내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성민이 사고현장 구조 활동에 목을 맨 듯 나서는지 이유를 듣고 부시의 눈이 커졌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흠···.”
우연이라도 외삼촌과 그 지인들의 목숨만 구했다는 죄책감에 재벌 총수가 직접 현장을 뛰다니··· 정치인으로서는 한참 부족하지만 사람으로서는 괜찮았다는 부시 아니랄까봐 감탄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나지막이 탄성을 흘리던 부시가 표정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사고 현장에 스탠더드 캐피털과 해동그룹, GK그룹 사람들도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예. 지금은 양쪽 모두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지만 직접 뛰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사고현장 수습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헨리에게서 스탠더드 캐피털과 해동그룹, GK그룹이 낸 9.11 테러 관련 지원금 액수를 듣고 부시의 눈이 커졌다.
“고맙고 미안하게 됐군요. 조만간 존 성민 리와 다른 한국인들을 백악관에 초대하고 싶은데···.”
말끝을 흐리던 부시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내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군요. 지금 바로 뉴욕에 가죠.”
[미, 미스터 프레지던트?]
황당해하는 헨리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부시는 백악관 헬기 주기장에 세워진 마린 원 헬기에 올라탔다.
***
구조현장에서 한창 작업 중이던 나와 박태진, 선해철, 고승주, 신호진, 그리고 오현석은 구조대원의 부름을 받고 구조현장 지휘본부에 갔다.
‘이럴 수가?’
‘조지고 부시는 데만 일가견이 있다’, ‘안 좋은 의미로 미국이 왜 위대한지 보여준 대통령’이라 불리던 그 조지 부시를 만나게 되다니··· 입이 벌어졌던 나는 보좌관들의 눈짓에 얼른 표정을 가다듬었다.
“누가 존 성민 리입니까?”
“제가 존 성민 리입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조지 부시는 앞으로 나선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미스터 리. 이번 사태 수습에 귀하의 회사인 해동전자의 아쿠아 웨이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예··· 구조작업을 하다보면 일일이 현장에 전달해야 할 게 많아서 급한 대로 무선 인터넷 중계차를 두고 실시간으로 지휘본부와 사진과 문서를 교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쿠아 웨이브는 아직 공식 출시를 한 제품이 아니다. 기존의 통신망을 이용할 수 없기에 내놓은 궁여지책이었지만 부시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위대한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대표하여 귀하의 세심하고도 통 큰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조지 부시가 내민 손을 보고 손을 내밀려던 나는 먼지투성이인데다 잔해를 치우다 생긴 생채기 때문에 피가 굳은 손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왜 악수를 멈추는 겁니까?”
“손이 너무···.”
내가 말끝을 흐리는 사이 내 손을 조지 부시가 덥석 잡았다.
“이 손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손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한 증거 아닙니까?”
사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조지 부시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세상 놀랄 따름이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스터 박과 미스터 고, 미스터 선, 미스터 신, 미스터 오도 고생이 크십니다.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헌신에 대해 우리 미합중국의 우방국인 한국에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군요.”
박태진과 고승주, 선해철, 신호진, 오현석의 이름을 성씨로나마 일일이 불러주던 부시는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감사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눴다.
“여러분과 스탠더드 캐피털, 그리고 해동그룹과 GK그룹이 지금까지 미합중국에 보여준 우정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위대한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약속하죠.”
의례적인 정치적 수사로 넘기기엔 조지 부시의 눈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나쁠 건 없었기에 나는 두 손으로 조지 부시가 다시 내민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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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수첩에 두 사람의 대화를 적던 허쉬 프랭클린은 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저 건방진 누렁이 원숭이가 한 달이 넘게 자원봉사를 한 것도 모자라 미합중국 대통령의 격려를 받다니?
이러한 충격과 경악은 허쉬 프랭클린뿐만 아니라 미국 주요 언론과 한국 언론사 뉴욕 특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그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 중에는 이성문과 약혼식을 올린 뒤, 올해까지만 미국 특파원으로 근무하기로 약속한 조영란도 있었다. 취재를 마친 그녀는 얼른 지휘본부 텐트를 벗어나 핸드폰을 빼들었다.
“자기야! 나야, 영란이!”
[무슨 일이야, 영란아?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아주버님께서···!”
박태진, 고승주, 선해철, 오현석과 함께 현장에 방문한 조지 부시를 만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한 조영란의 귀에 이성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진짜라니까! 얼른 아버님이랑 할아버님께도 알려드려!”
내년이면 자신이 시집을 가야 할 시댁의 경사다. 점수를 딸 절호의 기회이기에 조영란의 마음은 급하기만 했다.
***
“아, 알았어, 영란아!”
지구 반대편에 있을 약혼녀와의 통화를 마친 이성문은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맏아들을 통해 예비며느리의 소식을 들은 이명진은 곧바로 차를 몰고 삼청동 본가로 달려갔다.
“아버지-!”
주차장에서부터 본관까지 뛰어온 이명진은 현관 앞에서 목이 터져라 아버지를 찾다가 몸을 숙이고 헉헉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장과 이대수가 황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아범아?”
“성민이가···! 성민이가···!”
아들이 숨도 못 고르는 모습을 보고 이대수의 눈이 커졌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냐?”
혹여나 장손이 사고현장에서 손을 보태다 불상사라도 생겼을까 눈빛이 흔들리는 이대수에게 간신히 숨을 고른 이명진이 말했다.
“조, 조지 부시와 만났답니다!”
“뭐, 뭐라? 조지 부시면···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눈이 커진 이대수를 보며 이명진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게···!”
아들이 둘째 손주에게서 전해들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이대수가 버럭 소리쳤다.
“애비 간 떨어질 뻔했다, 이놈아! 우리 장손 잘못된 줄 알았잖느냐, 으하하하!”
호통으로 시작해서 호탕한 웃음으로 마무리된 이대수의 핀잔에 이명진이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아버지! 우리 집안에 큰 경사 아닙니까? 제가 직접 와서 말씀드려야지요, 하하!”
“회장님 말이 맞습니다, 주인어른! 둘도 없는 경사잖습니까, 하하!”
집사장까지 맞장구에 가세했고 이대수도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암! 이 집안에 둘도 없는 경사지! 으하하!”
한참동안 호탕하게 웃던 이대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뭔가 재미있는 장난이 떠오른 듯 짓궂은 미소가 이대수의 얼굴에 번지고 있었다.
“우리 장손 처가가 뒤집어엎어졌겠구나, 으하하.”
이성민의 좋은 일은 웬수 같은 장 씨 집안에 안 좋은 일이다. 껄껄 웃던 이대수는 장 씨 집안이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아니나 다를까 한남동 장호건 저택에서는 주방에서 잠옷 차림으로 황현성 조국일보 회장과 통화를 하던 황나연이 깜짝 놀라고 있었다.
“뭐, 뭐라고요?”
[사실이라니까? 그 자식이랑 박태진, 고승주, 선해철, 신호진, 그리고 GK해상 오현석이까지···!]
조지 부시와 악수를 나누고 격려까지 받았다니··· 황나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황나연의 뒤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주방 입구에서부터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