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60th. 배가 찢어질 만큼 (2)
오현무, 오현준, 해수찬이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유통 채널에서 벌어질 카드깡만으로도 부실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감을 잡을 수 없는데 더 큰 함정은 뭘지 궁금하지 않겠나?
“더 큰 함정이라니?”
“해동종금과 해동자동차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자동차 할부 사업을 신성카드에 넘겨주려고 합니다.”
현재 한국 자동차 시장을 태현자동차와 양분하는 해동자동차는 모델 통폐합 과정에서 체급별로 가장 인기 있는 모델들만 골라서 라인업을 재구성, 매출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당연히 자동차 할부 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벌어들이는 금융수입도 짭짤하다. 그 노다지를 신성그룹에 밀어주겠다고 하자 잠시 흠칫했던 해수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카드대란이 터지면 네가 던질 할부 판매가 초대형 폭탄으로 변하겠구나, 흐흐.”
역시 GK그룹의 재무통답다 싶었다. 나는 해수찬처럼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외삼촌. 카드대란이 터지면 가계 경제가 얼어붙을 테고 할부 결제가 연체될 겁니다. 그러면 자동차 할부 판매에 묶인 채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되겠죠, 흐흐.”
자동차란 놈은 기본이 천만 원 단위부터 시작하는 물건인지라 할부 구입을 안 할 수가 없다. 그것도 대체적으로 3년 이상의 할부를 끼고 사고 팔지 않는가?
그러니.
내가 넘길 자동차 할부 판매 프로그램은 카드대란이 터질 때 신성카드를 터뜨리고 신성그룹과 내 처가 놈들에게까지 유탄을 날리기엔 한 점의 부족함이 없는 초대형 핵폭탄이다.
“그래도 해동전자와 아쿠아 스토어를 남겨두면 너희 처가에서 의심을 하게 될 거다. 어떡할 생각이냐?”
오현무의 걱정 어린 시선에도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외삼촌들을 여기서 뵙자고 한 거였습니다. 해동전자와 아쿠아 스토어의 카드 결제는 카드대란이 정리될 때까지 전부 GK카드에 넘기겠습니다.”
“흠···.”
두 회사의 카드 결제는 대부분이 소액 결제인데다 앞으로도 성장성이 충분히 확보된 알짜배기 사업이다. 그런 사업을 신성그룹에 넘겨줄 수 없기에 잠시나마 외가에 맡겨두려는 것이었다. 그 뜻이 접수됐는지 오현무가 침음성을 멈췄다.
“그게 좋겠구나. 네 처가도 네가 우리그룹 전략 컨설턴트인데다 우리그룹이 네 외가인 걸 모를 리 없을 테니. 돌아가는 대로 카드 사업부터 재점검하마.”
“감사합니다, 외삼촌.”
외삼촌들이 내 제안을 받아들였으니 GK그룹의 카드 사업은 좌초되지 않을 것이다. 카드사업에 생길 구멍을 메웠으니 나머지 전선도 보강해야지.
***
이성민 일행이 GK그룹 삼총사와 카드대란에 대한 대비에 이어 다른 전선을 보강하기 위한 밀담을 나누고 있을 때 장민재는 서류 한 부를 들고 성의원으로 갔다.
“이걸··· 네가 해내겠다고?”
서류를 살펴본 장호건이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장민재를 바라봤다.
“우리와 해동그룹이 경쟁관계라도 그쪽은 카드 사업이 없잖습니까? 낮은 수수료율이 걸리시겠지만 우리의 성장 방식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좋은 거래가 될 겁니다, 회장님.”
자신이 내민 제안서는 이성민이 건네준 제안서를 신성그룹 양식에 맞게 자신이 직접 다시 작성한 것이었지만 이성민도 자기 공으로 써먹으라고 건네주지 않았나?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신 있게 대답한 장민재는 설득을 계속했다.
“중국과 거래할 때 꽌시를 쌓기 위해 작은 거래에서의 기회손실을 감수한다고 들었습니다. 그처럼 이번 건을 성사시키면 해동그룹에서 더 큰 거래도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더 큰 거래?”
“네. 제가 생각하는 신성카드의 최종목표는 해동전자와 아쿠아 스토어의 카드 결제나 해동자동차의 할부 판매 사업을 가져오는 겁니다.”
이어지는 설명에 장호건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막내아들의 뒤에 누가 있는지 대충은 짐작이 됐지만 뭐라도 해보겠다고 노력하는 막내아들이 가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에서 더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신세기카드를 합병하는 건 필수입니다. 두 회사를 합병하려면 신세기금융지주와 신성생명의 합병부터 해야 한다는 걸 체이스맨해튼에 알려야 하고요.”
“그 대신에 신성카드의 주가가 올라가면서 체이스맨해튼의 지분 희석 손실이 만회될 거라 어필할 거란 거냐?”
“네. 그렇게 되면 신성생명의 상장도, 금융부문의 통합 지주회사도 완성될 겁니다.”
비상장회사인 신성생명과 상장회사인 신세기금융지주가 합병하면 신성생명은 덩달아 상장되는 효과를 본다. 그럼에도 체이스맨해튼의 비토 때문에 못하고 있었는데··· 장민재가 내놓은 해결책에 장호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흠··· 알았다. 내 이 실장과 의논해볼 테니 기다리고 있거라.”
가벼운 침음성에 이은 아버지의 긍정적인 반응에 장민재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장민재를 보낸 장호건은 이수한을 불러서 장민재가 올린 서류를 보여주고 향후 청사진까지 들려줬다.
“어떤가?”
“민재한테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늘 용재나 수연이한테 주눅 들어서 조용하던 아이가 그런 판을 짜냈을 줄이야···.”
말을 잇지 못하는 이수한의 밝은 얼굴을 보며 장호건이 껄껄 웃었다.
“민재는 절대 이런 그림을 스스로 그릴 아이가 아니야, 수한이. 내 아들 성정을 어떻게 모르겠나?”
“허면···?”
“해동그룹과 엮인 일일 테니 이 서방이겠지.”
장호건의 담담한 대답에 이수한의 눈이 커졌다.
“이 의장 말입니까?”
“그래. 내가 통합 지주회사를 만든 게 용재, 수연이, 민재한테만 낸 시험이 아니라는 걸 이 서방도 알아챘을 걸세.”
장호건의 추측에 이수한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고 물었다.
“정말로··· 이기는 사람에게 전부 넘겨주실 겁니까? 그게 이 의장이라도?”
“이 서방도 하연이 남편이니 시험에 응할 자격이 있지. 이 사실은 나와 자네만 알고 있어야 하네. 알겠나?”
주문과 함께 자신을 바라본 장호건의 서늘한 눈빛에 이수한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알겠습니다. 이 거래를 토대로 해동그룹과 접촉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수고하게.”
이수한을 내보낸 장호건의 얼굴에서는 한 점의 거짓도 찾을 수 없었다.
***
얼마 뒤.
나와 고승주는 장민재, 이수한의 연락을 받고 서울 시내의 한 요정에서 점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늦었지만 회장 승진 축하드립니다, 하하.”
“고맙네, 이 실장. 그래도 사석에서는 앞으로도 형동생 하는 걸세? 하하.”
이수한의 축하에 너스레를 떨던 고승주는 술 한 잔을 비운 뒤, 장민재를 바라봤다.
“이 실장 옆에서 잘 배우도록 해요, 장 상무. 재계 내에서 이 실장만큼 샤프한 사람도 드뭅니다, 하하.”
“그래서 저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죠, 이 의장님?”
“자네 열심히 하고 있는 거, 재계에서도 다 알고 있어. 앞으로 더 올라와서 함께 어깨동무하자고, 하하.”
잠시나마 장민재의 얼굴을 굴욕이라는 놈이 스쳐지나갔지만 나와 고승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놈들의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넣어줬다.
적당히 배가 찼을 무렵, 우리는 수저를 내려놓고는 상을 걷게 하고 차를 마셨다.
“신성에서 우리 쪽에 제안한 건 잘 봤네. 수수료율이 낮을 텐데 괜찮겠나?”
“더 큰 거래만 주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하하.”
표정은 웃고 있되 눈은 날카롭게 빛나는 이수한을 보며 고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큰 거래라··· 어떤 걸 바라는 건가?”
“그 부분은 장 상무가 알려드릴 겁니다. 이번 거래를 짜낸 게 장 상무이니 기회를 줘야겠지요? 하하.”
“그렇겠군. 장 상무가 말해보시오.”
고승주의 권유에 장민재가 차 한 모금을 축인 뒤, 입을 열었다.
“해동전자와 아쿠아 스토어의 카드 결제나 해동자동차의 할부 판매 사업의 독점권을 주셨으면 합니다. 수수료율은 유통 채널 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잡아드리죠.”
“흠···.”
나름 파격적인 제안인데도 고승주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오자 장민재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저 미소만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내 반응을 본 장민재는 눈빛을 다잡으며 고승주의 침음성이 끝나길 기다렸다.
“해동전자와 아쿠아 스토어 카드 결제 독점권은 GK카드에 넘기기로 했소. 기존의 해동백화점 및 하이마트 카드 결제 수수료 조건은 GK그룹이 가장 후했던 터라 신성카드에 전부 넘기면 반발이 심할 것 같아서 말이오.”
“그럼···?”
“해동종금과 해동자동차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해동자동차의 할부 판매 사업을 넘겨드리겠소.”
장민재와 이수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연간 수수료만 천억 원이 넘는 사업을 넘겨주겠다니 얼마나 기쁘겠나? 나중에 터질 핵폭탄인 줄은 모르겠지만.
“가능하겠습니까?”
“계열분리 과정에서 자동차 할부 판매 프로그램은 종금과 자동차가 50대 50으로 지분을 갖고 있지만 사업 결정권은 해동종금, 그러니까 이 의장에게 있네, 이 실장. 스탠더드야 이 의장이 노력하면 될 테니 가능할 걸세.”
이수한에게 대답을 마친 고승주는 벽에 기대어 둔 서류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냈다. ‘해동자동차 자동차 할부 판매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건네받은 이수한은 파일을 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군요. 그래도 스탠더드 캐피털에서 반발이 심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우리 쪽에서 호주 철광 지대를 개발하는데 철도와 항만을 운영할 회사 지분 50퍼센트를 스탠더드에 주기로 했네. 광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반절도 그쪽에서 하기로 했고. 수조 원의 수익이 날 사업을 줬으니 반발하지는 못할 걸세.”
미리 거래해둔 액수가 크니 걱정 말라는 고승주의 설명에 이수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해동그룹에서 차린 밥상에 수저만 얹는 것 같아서 송구합니다, 하하.”
“송구하면 해동자동차 매출 올라갈 수 있게 열심히 홍보해주게. 그러면 이 회장과 금 회장님, 스탠더드 캐피털도 크게 타박하진 않을 걸세, 하하.”
고승주의 말에서 묻어난 하대가 거슬렸는지 이수한과 장민재의 표정이 잠시 얼어붙었지만 나와 고승주는 태연하게 차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해동자동차 할부 판매 프로그램 일체를 신성카드에 넘기겠다는 약식 계약서를 작성해서 사인까지 마친 우리는 이수한, 장민재와 헤어지고 고승주의 단골 바에 가서 룸을 잡았다.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던 고승주가 날 보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폭탄을 떠넘기는 건 성공한 것 같구나. 조 회장님이나 금 회장님, 이 회장도 폭탄 처리했다고 좋아하시겠어, 흐흐.”
“얼마의 매출을 올려도 수금이 안 되면 말짱 꽝이잖습니까? 고객들 할부대금이 밀리면 신성카드는 고객들 대신에 그 돈 메우느라 그룹 전체를 자빠뜨릴 겁니다, 흐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조금씩 수혈되는 돈은 신성그룹 전체의 자금흐름을 경색시킬 것이다. 당연히 신성생명의 지분 가치는 폭락하게 되고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모건 놈들도 눈이 뒤집힐 터.
“그래도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일단, 전화 한 통부터 넣겠습니다.”
손목시계의 바늘이 밤 10시를 가리키는 것을 확인한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납니다, 아이작.”
[처리, 됐습니까?]
“네. 이제 조만간 신성그룹에서 체이스맨해튼에 신성생명과 신세기금융지주의 합병 동의를 요청할 겁니다. 우리 쪽 자동차를 팔아주려면 신성카드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신세기카드와 합병해야 한다는 이류를 내세워서요.”
우리가 체결한 가계약서에는 신성카드가 자동차 할부 프로그램을 독점할 경우에 따른 매출 감소에 패널티가 부과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걸 면하려면 기존의 신성카드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신세기카드까지 합병시켜야 해동자동차의 매출 감소를 막을 수 있다.
[한국의 재벌들이 조니 당신만큼의 안목을 갖췄으면 안 받아들였을 텐데 안타깝군요, 후후.]
아이작의 비웃음에서 나와 우리그룹은 제외됐지만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그만큼 이 나라 재계는 우물 안 개구리 아닌가?
“어쩔 수 없죠. 모르면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울 수밖에. 여하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흐흐.”
[부탁이라뇨? 우린 친구 아닙니까? 하하.]
“그래도 고마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중에 보은하도록 하죠, 하하.”
통화를 마친 내게 고승주가 물었다.
“됐냐?”
“네. 체이스맨해튼이 손을 보태주면 처가 놈들 재산을 먹기 좋게 포장하는 작업은 전부 끝납니다. 앞으로는 처가 놈들 배가 찢어지는 꼴만 구경하면 될 것 같네요, 흐흐.”
씩 웃던 나는 고승주와 함께 위스키 잔을 부딪쳤다.
‘내년에 폭탄 몇 개만 더 먹이면 되겠군.’
나와 함께 승자의 여유를 누리며 술을 마시는 고승주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지만 내게는 아직도 처가 놈들에게 먹일 폭탄들이 남아 있었다. 그 폭탄들이 터지면 처가 놈들의 배는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
그날 밤의 술자리 겸 협상이 끝나고 얼마 뒤.
“세부 조율도 다 끝났으니 서명만 하면 되겠군요.”
“얼른 하고 한 잔 하러 가세, 하하.”
해동그룹 본관 회의실에서 이수한과 고승주가 껄껄 웃을 때 나와 장민재도 서로를 보며 씩 웃었다.
“이제야 날개 펴고 훨훨 날아오르겠는데?”
“열심히 날아올라서 같은 곳에서 만나겠습니다, 하하.”
딱 2년만 비상하고 추락할 장민재를 보니 웃음만 나왔다.
‘사인만 하면 아이작 쪽으로 공이 넘어가겠군.’
나와 고승주, 이수한과 장민재는 서류에 사인을 마친 뒤, 사진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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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을 체결하자마자 이수한과 장민재는 체이스맨해튼 한국법인 대표를 만났다.
“신성생명과 신세기금융지주의 합병에 동의해달라고요?”
체이스맨해튼 한국법인 대표의 황당한 표정에도 두 사람은 내색하지 않았다.
“두 회사가 합치면 체이스맨해튼의 신성생명 지분율이 줄어들겠지만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장 상무.”
“예, 실장님.”
장민재는 서류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냈다. 파일을 본 체이스맨해튼 한국대표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장민재가 입꼬리를 올렸다.
“보시다시피 잉크도 안 마른 따끈따끈한 계약서입니다. 신성카드가 신세기카드와 합병해서 해동자동차의 할부 판매 사업을 키울수록 주가가 오를 겁니다. 물론.”
잠시 말을 끊은 장민재가 표정을 가다듬었다.
“두 카드회사의 합병에 앞서 신성생명과 신세기금융지주의 합병부터 성사되어야 합니다. 합병을 하고 나면 카드뿐만 아니라 증권, 화재까지 합병해서 사업을 키울 테니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겠죠. 여러분들의 지분 희석 손실이 만회되고도 남을 만큼요.”
목소리는 거만할지언정 장민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합병을 한 뒤,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하고 규모를 앞세운 영업으로 돈을 버는 건 금융업의 ABC 아닌가?
마른침을 삼킨 체이스맨해튼 한국법인 대표가 입을 열었다.
“본사에 보고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자리를 벗어난 체이스맨해튼 한국법인 대표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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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십니까, 회장님?]
“흠···.”
이성민의 토스를 받은 아이작의 언질에 기다리고 있던 케일러 아이젠버그 체이스맨해튼 회장이 침음성을 멈췄다.
“손해 볼 일은 아니군.”
[그럼···?]
“그렇지만 남들이 짠 판을 따라가기만 하면 체이스맨해튼의 체면이 안 서지. 신성이 제안한 합병이 끝나면···.”
‘2차 합병’까지 제안하라는 주문을 내린 아이젠버그는 한국법인 대표의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