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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210화 (209/229)

210화. 59th. 새 판 짜기 (5)

그 사진의 주인공은 지금은 사라진 JP모건에 사기 아닌 사기를 칠 때 JP모건 측 대표로 만난 코주부 임원이었다.

이 코주부 임원, 아니 잭슨 피어폰트 모건이라는 이름의 이 인간이 신성그룹의 뒤를 받쳐주는 물주라는 사실에 말을 잇지 못한 나와 달리 선해철이 이를 악물었다.

“이 재수 없는 코주부 새끼가 모건 가문의 차기 가주였을 줄이야···.”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의장님.”

박태진까지 굳은 표정으로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지만 내가 말을 잇지 못한 건 비관에 사로잡힌 것 때문이 아니었다.

‘재밌겠는데?’

신성그룹도 모자라 모건 가문에 또 한 번의 사기를 치게 됐으니 이보다 즐거울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놈들은 아직도 내가 스탠더드 캐피털의 진짜 주인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흐흐흐···.”

내 입에서 피식 소리와 함께 웃음이 흘러나오자 선해철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뭐가 좋아서 웃어? 모건 놈들, 그 중에서도 잭슨 이 자식은 우리한테 이를 박박 갈고 있을 텐데?”

선해철이 다그칠 만큼 모건 가문, 그 중에서도 잭슨 피어폰트 모건은 스탠더드 캐피털에 이를 갈아대고 있을 것이다. 스탠더드 캐피털 때문에 모건 가문의 몸통인 JP모건과 머리인 모건스탠리가 인수분해 당하지 않았나?

“심각합니다, 의장님. 한가롭게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박태진도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지만 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아니, 잃을 수 없었다.

‘잘만 하면 처가 놈들을 신성그룹에서 쫓아내고 모건 가문 돈도 더 뜯어오겠군, 흐흐.’

미래를 알고 차근차근 준비해온 나이기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무궁무진했다. 실실 웃던 나는 잔뜩 골이 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신성그룹도 우리 손에 넣고, 모건 가문 돈도 털어올 수 있을 겁니다.”

확신이 넘치는 대답을 내놓은 나는 책상에 가서 서류 한 부를 꺼내왔다. 그 서류 표지에는 ‘신용카드 연체 문제’라는 제목과 ‘기안자 : 박태곤’이라고 적혀있었다.

***

소파로 돌아온 나는 선해철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신용카드 연체 문제’?”

서류 표지에 적힌 제목을 읽던 선해철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박태진의 눈도 가늘고 매섭게 변한 가운데 서류를 넘겨준 나는 자리에 앉았다.

“박태곤 사장이 직속으로 두고 있는 금융부문 위험관리부와 극비리에 작성한 문건입니다. 그룹 내에서 알고 있는 분은 금융부문의 조 회장님과 박태곤 사장, 금융부문 위험관리부고요. 그거부터 보시고 얘기하죠.”

선해철은 잽싸게 박태진이 앉은 소파로 넘어가서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박태진과 함께 보고서를 살펴보던 선해철의 눈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거···?”

“의장님···?”

박태진까지 눈이 커진 걸 보고 나는 씩 웃었다.

“제 와이프가 고려호텔 사올 때 1조 원 준 게 아깝지 않게 됐어요, 흐흐.”

내가 아무리 능력을 입증했다고 해도 대뜸 2003년에 카드대란이 일어날 테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업 경영은 수정 구슬을 쓰다듬거나 작두를 타는 게 아니라 확실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어야하는 일이 아닌가? 또한···.

‘원맨쇼가 아니라 팀 게임이지. 기업경영은.’

언제고 내가 모든 디테일을 챙길 수는 없으니 차세대 경영진들을 슬슬 키워서 끌어올려야 한다. 원래는 카드대란을 이용해서 장호경을 털어먹으면서 박태곤의 입지를 다져주려 했는데 모건 가문까지 물 먹이게 됐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씩 웃는 나를 보며 선해철이 혀를 내둘렀다.

“이거 때문에 박 사장 데려온 거였어? 그 가면까지 꺼내 쓰면서?”

“당시에는 해동그룹에 필요한 게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박 사장이 이 정도 성과를 낼 건 생각 못했습니다, 하하.”

너스레를 떨며 웃어도 질문을 던진 선해철, 옆에 있던 박태진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저도 박 사장이 올린 보고서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신용카드 시장 실태만 봐도 사이즈 나오잖아요?”

“흠···.”

선해철이 입에서 흘러나오던 침음성을 멈췄다.

“확실히 신용카드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긴 해. 카드사 놈들, 노상에 좌판 깔고 현금 쥐여 주면서 고객들 모은다고 하더라.”

“그 정도는 애교입니다, 형님. 소득이 없는 학생에 가정주부들에게까지 카드를 찍어주고 있잖습니까?”

박태진이 들춘 신용카드 산업의 민낯에 선해철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박태진은 할 말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최근에 민 부사장과 술 마실 때 들었는데 해동증권에서도 신입 몇 놈이 현금서비스로 카드 값 돌려막다가 고문님께서 나눠주신 주식을 종금에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렸다고 합니다. 그냥 정신 빠진 놈들이라 치부하고 넘겼는데···.”

박태진에게서 나온 얘기가 사실이면 볼 장 다본 거다. 말끝을 흐린 박태진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박 사장 문건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다행히 고문님께서 계열분리 전에 임직원들에게 뿌린 주식은 해동종금 외의 금융기관에 대출 담보로 제공할 수도 없고 은퇴할 때는 회사에 재매각해야 하니 주식이 외부로 새어나갈 걱정은 없습니다. 아무튼.”

나는 잠시 말을 끊은 뒤, 원점으로 돌아왔다.

“판이 바뀌고 있는 이상 처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바뀌게 놔둘 수는 없어요. 회장님들부터 만나도록 하죠.”

***

곧바로 해동그룹 본관에 도착한 우리는 회의실로 가서 범 해동그룹의 다섯 회장들과 만났다.

“예상치 못한 일이니 자책하지 말게, 이 의장. 우리도 광산 개발이나 다른 사업에 시동 걸면 저놈들 거꾸러뜨리는 건 일도 아니야.”

“상사부문도 잘 나가겠지만 국내 유통과 물류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네. 신성그룹에 신세기가 붙었다고 해도 끄떡없어, 이 의장.”

“형님들 말도 맞지만 자네 처가가 지주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체이스맨해튼이 버티고 있으니 사세 확장이 쉽지는 않을 걸세.”

“게다가 우리한테는 저놈들한테 없는 자동차가 있다, 조카야. 제일제분이야 별 거 아니니 이 숙부가 금 회장님과 노력해보마.”

“회장님들이나 이 회장 말이 맞아, 이 의장. 신성을 넘어뜨릴 기회는 반드시 올 거다.”

세 원로 회장들과 이명진, 고승주가 날 위로했지만 나는 위로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한 점 한 점 처가 놈들의 살점을 도려낼 계획이었지만 한방에 모조리 날려버릴 기회를 잡은게 아닌가? 다섯 회장들의 위로가 끝나고서야 나는 조영찬을 보며 물었다.

“회장님, 박태곤 사장이 올렸던 문건, 공개해도 되죠?”

“그거 말인가?”

“네. 그걸 먼저 보여드려야 마지막 싸움을 위한 판을 짤 수 있습니다.”

네 명의 회장들이 의아한 눈길로 나와 조영찬을 번갈아보던 사이, 날 바라보던 조영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방에서 박태곤이 내게 넘겨줬던 문건의 사본들을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보시다시피 이 문건은 지금 불이 붙은 신용카드 시장이 잘 되고 있다는 게 아니라 망조로 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서류를 들어 보이며 브리핑을 시작한 나는 손과 함께 서류를 내리고 물 한 모금을 축였다.

“지금껏 쉬쉬해서 죄송하지만 고문님께서 임직원들에게 넘겨주신 해동물산, 해동중공업지주 주식이 해동종금에 담보로 잡혀 대출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카드 대금 때문에요.”

“뭐라고?”

조영찬뿐만 아니라 네 명의 회장들이 눈을 크게 떴다. 소량이지만 범 해동그룹의 지배주식이기도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오랫동안 그룹에 몸담은 이들과 새로 들어온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나눠준 주식 아닌가?

“주식은 문제 없습니다. 고문님께서 주식을 나눠주시기 전에 모든 조치를 취해뒀으니까요. 요는 그 정도로 신용카드 오남용 문제가 심하다는 겁니다. 그렇죠, 부본부장님?”

내 눈길과 함께 호명을 받은 박태진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의장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수뇌부들과 달리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과장 이하 사원들은 대체적으로 가계가 안정되지 않은 데 반해 소비력이 왕성한 2,30대들입니다. 또한.”

박태진은 잠시 말을 멈추고 품에서 꺼낸 지갑을 열어 신용카드 한 장을 끄집어낸 채 손을 들어보였다.

“이 신용카드는 소비자들이 정확히 얼마를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의식을 하지 않으면 마구잡이로 긁어대기 좋다는 뜻이죠.”

“박태진 부본부장 말대로 이 신용카드는 마약이나 다름없는 놈입니다. 회장님들도 아시겠지만 돈 맛 중에서 가장 끊을 수 없는 게 돈 쓰는 맛이잖습니까?”

여기 있는 이들 모두 돈 쓰는 맛을 모를 리가 없다.

젊었을 때는 월급날 퇴근길에 가족들과 먹을 통닭이나 소고기를 사들고 가거나 여행을 가는 데 돈을 썼고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천억, 조 단위의 돈을 쓰는 데서 재미를 누리는 양반들 아닌가?

선해철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그 다음을 내가 이었다.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정부의 신용카드 권장이 내수를 살리겠다고 국가의 빚을 국민들에게 넘겼다는 것을요. 그렇지만 이 신용카드는 결제수단인 동시에 단기대출 수단이기도 합니다. 고문님께서 나눠주신 주식을 담보로 사원들이 대출을 받은 건 그 단기대출 이자를 못 견뎌서였을 겁니다.”

현금서비스든 카드론이든 이름만 다를 뿐 해동종금이나 시중은행들의 대출보다 몇 배의 이자를 무는 고금리 단기대출이다. 여러 개의 카드사 단기대출로 대출을 돌려막는 악순환의 고리를 견디지 못했으니 할아버지가 나눠준 주식을 담보로 해동종금에서 저금리의 직원우대대출을 받았을 터.

“재계에서 가장 대우가 좋은 해동그룹 임직원들도 이 지경이니 다른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카드대란, 박태곤 사장이 올린 보고서대로 몇 년 내에 터질 겁니다.”

나까지 박태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카드대란에 힘을 주자 다섯 회장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면···?”

말끝을 맺지는 못했지만 배재훈의 눈에서 기대라는 녀석이 스쳐지나가는 게 보였다. 다른 네 명의 회장들도 마른침을 삼키고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성그룹을 무너뜨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이미 신성그룹 회사채를 누가 사줬는지도 파악했으니 그놈들 돈까지 탈탈 털어올 겁니다.”

“그놈들이 누군가?”

“모건 가문입니다.”

“모건 가문? JP모건을 세웠던 그 모건 가문 말인가?”

눈이 커진 조영찬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록펠러 가문이 아직도 여러 경로를 통해 엑손모빌과 셰브런, 체이스맨해튼을 지배하는 것처럼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모건 가문이 쥐고 있었습니다. 저와 헨리, 그리고 록펠러 가문 때문에 월스트리트의 볕 드는 땅에서 쫓겨나서 제 처가에 돈을 댄 모양인데··· 후회하게 될 겁니다, 흐흐.”

음침하게 웃는 내게서 전염됐는지 다섯 회장들도 선해철, 박태진처럼 걱정을 지워버리고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 뒤로도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한 나는 그룹 수뇌부들의 동의를 얻고 그들과 함께 삼청동 본가로 들어갔다. 고문으로 물러났어도 우리 그룹과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할아버지에게 보고를 드릴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고문님.”

신성그룹 장 씨 가문을 쓸어버리고 우리 집안의 마지막 숙원 사업에 훼방을 놓으려 덤빈 모건 가문까지 털어먹을 계획을 보고한 나는 할아버지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허허, 세대교체 신고식 치고 뻑적지근하겠구먼.”

“우리 그룹의 한을 못 풀까 걱정했는데 이 의장과 박 사장 덕분에 기우가 돼버렸습니다, 하하.”

배재훈의 멋쩍은 미소에 이어서 태재호도 입을 열었다.

“이 의장과 조 회장, 박 사장 때문에 삼돌이가 돼버렸지요, 흐흐.”

“워낙 극비라서 보안을 유지하느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

조영찬이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지만 할아버지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닐세, 조 회장. 내가 자네라도 그랬을 걸세. 우리 해동이야 신용카드 난리에서 벗어나 있고 돈도 넘치도록 쌓여있지 않나? 흐흐.”

해동종금과 해동증권은 이 나라의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 중 최고로 꼽히는 초우량 회사다. 해동종금과 해동증권을 합한 금융부문, 해동그룹, 해동중공업그룹까지 각각 백억 달러 단위의 현금이 있으니 카드대란은 오히려 기회였다.

낄낄 웃던 할아버지가 웃음을 가다듬고 홍차 한 모금을 축였다.

“여하튼, 장 씨 것들을 자빠뜨리고 코주부 놈들의 코도 비틀어놓으려면 미국 사돈이나 록펠러 가문을 설득해야 할 텐데··· 자신 있느냐, 이 의장아?”

내 정체를 밝힌 덕분에 편하게 헨리를 미국 사돈으로 부르는 할아버지를 보니 미소가 그려졌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고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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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미국 출장까지 결정된 나는 약속이 잡힌 며칠 뒤에야 박태진, 선해철과 함께 짐을 쌌다.

“출장?”

“이번에 출시할 해동전자 아쿠아 웨이브에 본사 이사회와 투자위원회의 기대가 큰가봐. 내가 그리고 자기가 다듬어준 디자인이 그렇게 좋다네? 하하.”

장하연이 출장 준비를 하던 나를 보며 살풋 웃었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아무런 버튼도 없이 스크린에 터치만 하면 되는 물건이잖아, 후훗.”

“그래도 후면 디자인은 자기가 도와줬잖아. 여하튼, 본사 쪽하고 잘 얘기해서 다음 투자도 받아올게.”

캐리어를 다 꾸린 나는 장하연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날린 뒤, 요람에서 자고 있는 현빈이와 현아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현빈아, 현아야, 아빠 미국 다녀올게. 엄마 말 잘 듣고 있어? 후후.”

현관문 앞에서 장하연의 배웅을 받은 나는 캐리어를 들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에 올라타자 박태진, 그리고 마이클과 라이언을 품에 안은 선해철과 클레어가 눈에 들어왔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의 유리창을 닫고 입을 열었다.

“두 분도 같이 가시는 거죠?”

“너희 처갓집 지주회사 건에 관한 일은 다 조사했으니 올해는 미국에 돌아가야지. 그렇지, 클레어?”

선해철의 부드러운 눈길을 받은 클레어가 살풋 웃었다.

“그래야죠, 썬. 아버지께서 언제 우리 손주들 오냐고 난리도 아니잖아요, 후훗.”

“그런데 너, 조카며느님한테는 말했냐?”

선해철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출장이야 아쿠아 웨이브 때문에 간다고 서로 다 합 맞췄잖아요.”

“그거 말고. 스탠더드가 네 회사라는 거 말이야.”

정곡을 푹 찔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나를 선해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큰일이다. 언젠가는 알게 될 텐데···.”

“그래, 조니. 하연 씨가 널 좋아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네가 자기 친정 아예 망하게 한다는 거 알면 상처 많이 받을 거야.”

클레어까지 걱정을 드러내니 왠지 모르게 불안이 피어올랐다.

‘틀린 말은 아냐. 하연이도 내가 자기네 집안을 아예 망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건 모르고 있을 테니까. 더군다나···.’

스탠더드 캐피털이 내 회사라는 걸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었다. 집안 어른들이야 어느 정도는 시작부터 알고 있었으니 좋게 넘어갔지만 장하연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때가 되면 말해야죠. 그래도 지금은 아니에요, 삼촌.”

신성그룹을 끝장 낼 때까지는 절대 비밀에 부쳐둬야 한다. 쓴웃음을 짓는 나를 선해철과 클레어, 박태진이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가운데 리무진은 미국에 가서 새 판을 짜려는 우리를 위해 올해 3월에 개항한 인천공항으로 달려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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