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57th. 새천년의 질주 (3)
“GK전자 대표이사와 모바일 사업부장, GK텔레콤 대표이사 선임은 이성민 이사의 동의를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세 사람은 의아한 눈빛으로 선해철과 나를 번갈아 쳐다봤지만 내게는 다 이유가 있었다.
‘GK전자와 GK텔레콤이 망하는 꼴을 볼 수는 없지. 큰외삼촌이 왜 외할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셨는데.’
외삼촌이 외할아버지보다 일찍 죽은 건 세간에 알려진 뇌출혈이 아니라 두 회사 때문에 홧병으로 생긴 스트레스성 뇌종양이 진짜 이유였다.
GK전자는 비 이공계 출신인 유남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고, 유남이 쫓겨난 뒤의 일이지만 GK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주춘호가 맡으면서 스마트폰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했다.
여기에 GK텔레콤은 아주 쓰레기 같은 꼰대 매국노 이철상과 화웨이의 뒷거래에 휘말려서 GK그룹의 대국민 이미지를 시궁창에 처박았다. 그러니 병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겠나?
‘전기자동차 만들 때까지는 사셔야죠, 큰외삼촌.’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현무는 침음성을 흘렸다.
“흠··· 그렇다면 먼저 이 이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하겠군요. 이 이사 자네는 누구를 대표로 선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오현무의 질문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이는 체하고 입을 열었다.
“업의 본질에 충실한 사람, 사리사욕보다는 회사와 국민,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번에 GK전자 세탁기연구실장이 된 조경진 이사가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경진 이사는 ‘Mr. 세탁기’, ‘세탁기 박사’라고 불릴 만큼 GK전자의 세탁기와 모터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그 뒤로도 트윈 워시 세탁기, 의류관리기 등의 히트 상품을 개발한 끝에 GK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올라갔으니 말해 뭐하겠나? 내가 해동자동차의 전기자동차 사업을 GK그룹과 함께 추진하기로 결심한 것도 조경진의 저력을 믿어서였다.
그 뒤로도 나는 GK전자와 GK텔레콤의 경영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것을 디테일하게 권했고, 세 사람은 침음성을 흘리면서도 나쁘지 않다는 기색을 비쳤다.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던 나는 핵심을 찌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아직도 오자현 명예회장님이나 다른 고문님들께서 그룹 인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거래를 받고 반도체 사업을 수복하시면 선대 경영진 분들도 현 세대의 경영진 분들을 인정하실 거라 봅니다.”
GK그룹의 정신인 인화단결이 가장 안 좋게 발현된 게 GK그룹의 인사(人事)다.
유남과 주춘호만 해도 외할아버지의 총애를 받아서 GK전자의 요직에 앉은 놈들이 아니었나? 공직에 있다가 영입된 이철상이야 아무도 예상치 못한 통수를 날린 놈이었지만.
‘이번 기회에 술도, 부대도 갈아야 해. 외할아버지들이 상왕 노릇하시는 것도 이번 일로 끝내야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여러 개의 난제들을 시원하게 끊어내고자 나는 스탠더드의 이름으로 GK그룹에 태현전자 인수를 제안한 것이었다. 결정적인 국면에 동원할 수 있는, 한국 내부의 가장 강력한 동맹을 만들어두기 위해서 말이다.
정곡을 찔려서일까, 세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중 오현무가 찻잔을 마저 비우고 입을 열었다.
“이 이사 통찰력이 날카롭군.”
미소도 싫증도 안 드러낸 나는 그저 고개만 숙였다. 숙였던 고개를 든 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던 오현무가 선해철에게 시선을 옮겼다.
“대규모 투자 건이라 대주주회의를 거쳐야 할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제안을 주셨으니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을 도출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GK그룹의 문화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반드시 해내길.
***
그날 저녁.
GK그룹 본가 회의실에는 오현무, 해수찬, 오현준의 요청 하에 오씨 가문과 해씨 가문의 남자 수십여 명이 다과상을 하나씩 앞에 두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성민이한테 GK전자와 GK텔레콤 인사권을 줘야 한다고?”
“전부는 아닙니다. GK전자 대표이사와 모바일 사업부장, GK텔레콤 대표이사 선임 동의권만 주면···.”
오현무의 차분한 해명에도 그의 당숙뻘 되는 사람이 핏대를 세웠다.
“그놈은 오 씨가 아니라 이 씨다! 미현이 외아들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집안 일에 간섭하게 한단 말이냐!”
딸의 핏줄은 집안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고루함에도 오현무는 인상을 구기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외환위기를 다른 그룹들보다 수월하게 넘긴 줄 아십니까?”
“뭐?”
“선해철 대표가 우리 앞에서 우리 그룹에 금칠을 해주긴 했어도 그 사람이 먼저 간 매제 절친에 삼청동 사돈어른께서 아들처럼 키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스탠더드가 우리에게 후한 조건으로 달러를 투자해준 겁니다, 당숙님.”
선해철과 이대수의 관계가 오현무의 입에서 나오자 당숙이라는 사람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해동그룹의 총수이고 빅딜 국면에서 GK그룹을 도와준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가 GK반도체를 팔고 GK디스플레이를 수월하게 세운 것 또한 스탠더드 캐피털의 조언과 성민이의 사재 출연 덕분이었습니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GK반도체를 놓지 않았다면 우리 그룹은 그대로 망했겠지요.”
“끄응···.”
당숙이라는 사람은 도저히 반박할 도리가 없었다.
GK그룹에게 해동그룹과 스탠더드 캐피털은 몇 번이나 위기를 넘기게 해준 은인들이다. 그런 은인들이 자신들과 손을 잡고 반도체 사업에 재도전해보자고 내민 호의적인 제안을 생각하면 선해철의 요청은 절대 과한 게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받은 제안은 전화위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동업자와 손을 잡고 다시 한 번 반도체 사업에 나설 수 있으니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오현무가 제안을 수용하자고 힘을 줬음에도 가족회의를 겸한 대주주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현무는 아버지 오자현 명예회장과 함께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아버지 생각은 어떠십니까?”
“조건은 좋다만 성민이가 걸리는구나. 어린 나이에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소파에 앉은 오자현이 회의론을 내놨지만 오현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성민이, 충분히 통찰력이 있는 아이입니다. 해동그룹 전략 컨설턴트 자리, 삼청동 사돈어른께서 성민이한테 감투 씌워주려고만 앉힌 게 아닙니다.”
“뭐라? 허면 성민이 그놈이 진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단 말이냐? 그 집안 윗사람들과 같은 위치에서?”
“아버지께서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하시면 성민이의 진가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오현무는 자신들이 선해철에게서 이성민의 비밀 일부를 들었을 때처럼 아버지에게 비밀 보장을 요청했다. 굳은 눈빛으로 장남을 바라보던 오자현이 침음성을 흘렸다.
“흠··· 알았다. 이 애비 이름 석 자를 걸고 약속하마. 아니지.”
오자현은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종이 한 장을 책상 위에 놓은 그는 만년필을 집어 들고 일필휘지로 뭔가를 적어서 가져왔다.
“이만하면 되겠느냐?”
유려한 필체로 적힌 비밀보장각서를 보고 오현무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니다. 네가 비밀보장을 요구했을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겠지. 들어나 보자.”
“예. 성민이, 스탠더드 캐피털의 차기 CEO를 약속받은 녀석입니다.”
“뭐라고?”
자신이 내놓은 말에 눈이 커진 아버지를 보며 오현무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와 똑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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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무는 인사를 나누고 방을 나갔던 세 사람들 중 다시 집무실로 돌아온 선해철의 요청을 받고 일 대 일로 대화를 나눴다. 비밀 요청 각서를 쓰고 시작하자는 게 언짢긴 했지만 선해철이 들려준 말은 그럴 가치가 차고 넘치는 말이었다.
“사, 사실입니까, 선 대표?”
“네. 성민이는 스탠더드 캐피털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 해온 녀석입니다.”
그 충격적인 말을 시작으로 선해철은 도쿄에서의 엔고 투기부터 스탠더드 캐피털의 인프라 펀드 사업, 홍콩에서의 거래, 러시아 모라토리엄 때 미국 증시에서 했던 거래와 IT버블 붕괴 공매도 등 굵직굵직한 투자 건이 전부 이성민의 머리에서 나왔음을 알려줬다.
“허어, 그거 참···.”
“못 믿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저희 스탠더드의 호주 광산 철도와 항만 개발 투자 계약부터 해동자동차, 대주중공업, 그리고 GK그룹에 투자한 건 전부 성민이 하나만 바라보고 결정한 겁니다. 삼청동에 계시는 회장님께서도 그 점을 인정하고 성민이에게 그룹 전략 컨설턴트를 맡기셨고요.”
말을 하는 선해철도 불가사의에 가까운 일이라고 믿었다. 태생이 금수저라지만 스탠더드 캐피털 창립 10년도 안 돼서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된 이성민이 아닌가?
“물론, 해동그룹 전략 컨설턴트로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중공업 부문이야 이 부회장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성민이가 손 댈 게 없지만 나머지 사업들은 금 회장님이나 세 분 원로 부회장님, 그리고 승주 형님과 성민이가 함께 꾸린다고 봐도 됩니다.”
선해철은 이성민이 해동그룹에서 배재훈, 태재호, 금석호, 조영찬과 함께 꾸리고 있는 사업들을 알려줬다. 그 방대한 규모와 꼼꼼함에 오현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 허허···.”
“회장님도 놀라실 만큼 성민이는 대단한 아이입니다. 우리 스탠더드도 차기 CEO를 성민이한테 맡길 생각인데 해동그룹에 뺏길까 걱정입니다, 하하.”
선해철의 너스레에 오현무는 헛웃음을 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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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현은 선해철의 말을 들었던 오현무처럼 탄성을 흘렸다.
“허어··· 그래서 스탠더드가 우릴 도와준 것인 게냐? 성민이 때문에?”
“예, 아버지. 삼청동 사돈어른께서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하신 것도 작은 사돈인 이 부회장만큼이나 성민이를 믿어서일 겁니다. 사돈어른도 그러시니 해동그룹 부회장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오자현은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삼청동 큰 사돈이야 이 나라 재계에서 가장 신중한 사람이니···.”
말끝을 흐리던 오자현이 눈빛을 굳히고 아들에게 말했다.
“스탠더드가 제안한 거래, 받도록 해. 다른 식구들한테는 내가 일러두마. 성민이 이야기도 무덤까지 가져갈 거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오자현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 앞으로 그룹 인사는 너하고 현준이, 수찬이가 챙기도록 해. 성민이하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인사권이야말로 회장이 됐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제야 제대로 된 회장이 된 오현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네 오더대로 조금만 흘렸다마는··· 너무 무리수 둔 거 아냐?”
사무실로 돌아온 선해철의 질문에 나는 빙긋 웃었다.
“제가 스탠더드 캐피털의 핵심 투자 건들을 짜냈고 차기 CEO가 되는 것도 확실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흐흐.”
“그게 아니라. 비밀 말이야, 비밀. 그 정도 정보만 새어나가도 네 장인이 바짝 쫄 텐데···.”
말끝을 흐리는 선해철에게 나는 손을 휘휘 내저어보였다.
“세 분 외삼촌들도, 외할아버지도 입 무거운 분들이에요. 비밀보장각서까지 받았잖아요.”
그 네 사람의 입이 가벼웠다면 GK반도체를 잘 팔았다는 GK그룹의 진짜 속내는 진즉에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만큼 네 사람이 신중한 것을 알기에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내 비밀을 흘린 것이었다. 극히 일부였지만 말이다.
“확실히 이사님 외가에는 절제된 문화가 흐르고 있죠. 오죽하면 과장 광고는 고사하고 마땅히 자랑할 만한 것조차 홍보하는 걸 꺼리겠습니까?”
박태진의 말대로 GK그룹은 정말 답답할 만큼 홍보에 보수적이었다. 신성그룹이었으면 동네방네 홍보했을 일들도 ‘당연한 일을 왜 자랑하냐?’라며 기각시켜서 홍보부서와 마케팅부서의 복장을 터지게 하지 않았나?
“형 말이 맞아요, 삼촌. 그만큼 외가 사람들이 입조심을 한다는 거니까 믿고 기다려보죠.”
그처럼 절제된 외가라도 내가 스탠더드 캐피털의 핵심인재라는 걸 알았으니 부정적인 결과는 안 나올 것이다.
***
얼마 뒤.
GK그룹 내부에서 스탠더드 캐피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대수는 명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형님?”
[잘 지내긴 이 사람아. 태현전자 때문에 선우가 죽으려고 하는데 잘 지낼 수 있겠나?]
태현그룹의 분열이 일어나는 요즘 들어 힘이 쭉 빠져 생기조차 느끼지 못하는 명진호의 목소리에 이대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우리 장손이 일하는 회사가 우리 장손 외가와 손잡고 태현전자를 인수하고 싶다고 합디다. 인수 조건은···.”
이대수는 자신의 장손이 꾸미고 장손의 외가가 쌍수 들고 받아들인 인수 조건을 모두 설명해줬다. 설명이 끝나자 명진호의 낮은 탄성이 이대수의 귀로 흘러들어갔다.
[허어··· 그 빚을 전부 떠안고도 매각대금으로 2조를 얹어주겠다고?]
“반도체가 국가전략산업인데 외국계 자본이 지분 50퍼센트를 손에 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소? 그래서 GK그룹에 자금을 밀어주고 손을 잡은 거요.”
[그럴 거면 우리에게 직접 투자해도 되지 않겠나? 왜 GK그룹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대수의 귀를 울리던 명진호의 목소리가 잠시 멈칫했다.
[···자동차 때문이겠군.]
“그럴 겁니다. 한 번 각을 세웠으니 동업이 어려울 거란 판단도 있을 테고 GK그룹이 우리 장손 외가인데다 우리 장손이 그쪽 전략 컨설턴트이기도 하니 믿고 투자하겠다는 판단도 있겠지요.”
진실은 저 너머 깊숙이 숨겨둔 이대수에게 명진호의 허탈한 웃음이 들렸다.
[허허···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자네 장손을 컨설턴트로 받아들일 걸 그랬나보이.]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선구는 알아서 잘할 테니 선우한테 권해보시오. 태현전자 정리하면 건설, 상사, 해운, 물류, 증권, 백화점만 남을 텐데 건설은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 장손이 잘 도와줄 거요.”
태현전자가 빠져나가면 명선우에게 남는 건 고만고만한 회사들뿐이다. 가진 자의 여유랄까, 이대수의 부드러운 권유에 명진호의 낮은 침음성이 들렸다.
[흠··· 알겠네. 태현전자 매각 협상 때 만나보라고 함세.]
“알겠소, 형님. 시간나면 내 찾아가리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이대수가 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한테 흑마차가 달려가는 것 같구먼.”
방금 전의 통화에서 이대수는 명진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예감했다. 자신 또한 다가올 연말에 현역에서 물러나기에 세대가, 시대가 바뀌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이대수였다.
***
며칠 뒤.
“네, 할아버지. 네. 네? ···아뇨. 아군은 많을수록 좋은 일이죠.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태현전자 인수까지는 좋은데 명선우의 전략 컨설턴트까지 맡게 됐다는 게 걸렸다.
‘이 양반, 얼마 안 가면···.’
재벌가에서 암암리에 떠도는 소문 때문에 명선우가 왜 대북사업에 나섰는지, 그리고 그 결말이 어땠는지 알고 있기에 나는 굉장히 씁쓸했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이를 악물었다.
‘연합군을 동원해야겠군.’
태현전자 인수협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한숨을 내쉰 나는 박태진, 선해철에게 말했다.
“미국에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