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96화 (195/229)

196화. 56th. 세기말 끝내기 (1)

1999년 11월 말을 맞은 나는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미국에 가겠다고?”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내 대답을 듣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홍차 한 모금을 마셨다.

“올 것이 온 게냐? IT버블 말이다.”

“네. 12월이 지나면 Y2K가 설레발이었다는 게 밝혀지니까요.”

IT버블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인 Y2K 문제는 다가올 12월에 절정을 찍는다. 그 안에 JP모건과의 대출을 정리해야 하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빙긋 웃었다.

“그 Y2K 때문에 신 회장이 고생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룹 계열사 전산망을 전부 뜯어고쳐야 한다고 작년부터 난리도 아니었다더구나, 허허.”

작년에 해동물산에서 센트럴스퀘어에 4천억 원을 출자하면서 신호진은 우리 그룹에 들어왔다. 해동물산의 ‘아쿠아 스토어’뿐만 아니라 전산망까지 관리하게 됐으니 몸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백부님께 성과급 많이 드려야겠네요. 밑에서 고생한 프로그래머들한테도 두둑이 뿌려주고요, 후후.”

잠시 딴 길로 샜던 대화는 할아버지에 의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미국 사돈이 3년 전에 네게 일러준 대로 모건 놈들의 부가 2천억 달러가량이라도 지금은 더 많은 부를 쌓았을 게다. 세계 곳곳에서 투기판이 벌어지지 않았더냐?”

할아버지의 말대로 97년과 98년은 대 투기의 시대였다. 나는 할아버지의 걱정 섞인 질문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쪽 실탄이 부족할 거란 말씀이십니까?”

“실탄이야 부족하진 않겠지. 미국 사돈과 록펠러 가문, 그리고 네가 손을 잡았으니까. 다만.”

잠시 말을 끊은 할아버지가 차 한 모금을 축였다.

“자고로 현명한 장수는 전쟁 준비에 3년을 들이고 3개월 내에 전쟁을 끝낸다고 했다. 모건 놈들이 돈으로 주가를 떠받치면 싸움은 길어지고 전리품은 줄어들 게야. 어쩌면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도 있고.”

할아버지는 승패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이번 일에 들일 품에 비해 대가가 적거나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상황이 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도 그 점을 우려해서 할아버지가 트라이엄프에 묻어두고 불려온 비자금을 빌리고 싶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된 마당에 젖 달라고 칭얼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승리를 굳힐 핵폭탄을 준비해왔지만···.

‘폭탄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흐흐.’

내가 준비한 핵폭탄에 할아버지의 비자금까지 동원하면 모건 가문을 순식간에 박살내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다. 입을 꾹 다문 내게 할아버지는 뽐내는 표정으로 말했다.

“해서, 이 할애비가 힘을 보태주마.”

잠시 말을 멈춘 할아버지가 고승주에게 연락했다.

“나다, 승주야. 트라이엄프에 묻어둔 우리 비자금, 헨리 그 양반하고 손발 맞춰서 굴리라고 해철이한테 전해. 스탠더드 캐피털과 크게 한 판 벌일 모양인데 돈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구나, 흐흐.”

고승주에게 미국 IT버블에 대해 필요한 만큼만 알려준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한 뒤, 또 다른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A벌크로 스탠더드에 보증 서. 그래, 우리 장손 밀어주면서 우리 돈도 불릴 생각이다, 으허허. 아니다, A벌크는 해철이한테 내가 일러둘 테니 넌 세 사람한테 전해둬.”

두 사람의 통화 속에서 나온 ‘A벌크’라는 단어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뭐지?

눈을 깜빡거리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짓궂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A벌크가 뭔지 궁금하지? 흐흐.”

눈치를 보아하니 비자금 같은데 평범한 비자금 같지는 않았다. 뭘까?

애써 호기심을 억누르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우리 집안이 한국전쟁 때 금붙이 날려먹은 거, 기억하느냐?”

모를 수가 없었다. 그 금붙이만 잃어버리지 않았어도 엄청난 이익을 남겼을 게 아닌가?

‘잠깐? 이 맥락에서 금붙이 이야기가 나온 건···?’

“설마···?”

눈이 커진 나를 보며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A벌크는 전쟁 중에 사라진 금, 아니 이 나라 밖으로 빼돌린 금을 종자돈 삼아 불린 돈이다.”

이럴 수가.

거즌 50년 전에 그 많던 금을 나라 밖으로 빼돌려서 불려왔다니?

‘‘현자의 유산’도 아니고···.’

내가 아는 당시의 금 규모는 국가가 일개 사기업이 빼돌리기엔 엄청난 양이었다.

그 금을 반세기 전에 빼돌려서 비자금을 불려왔다는 사실에 나는 입이 떡 벌어졌고,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며 차 한 모금을 입 안 가득 축였다.

“당시 해동물산은 내 선친과 세 부회장의 선친들께서 사장과 부사장, 전무, 상무를 맡고 계셨다. 그분들 덕분에 한국전쟁의 전화(戰禍)는 피했지만 네 분께서는 해방 전에 긁어모아서 숨겨둔 금붙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셨어. 그대로 갖고 있자니 전쟁이 끝나도 나라가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미래가 불안하다고 이만저만 걱정하신 게 아니었단다.”

할아버지의 대답에 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휴전협정 뒤에도 정국이 불안정하여 군바리들이 총칼을 앞세워서 수십 년간 지배한 대한민국이다. 증조부님, 세 원로 부회장들의 선친들이 내린 결정은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그럼 할아버지께서 통역장교를 맡으셨던 것도···?”

내가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금붙이 때문이었다. 내가 모시던 사령관과 연을 쌓고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수송 편으로 금을 조용히 빼돌리게 해달라고 부탁했지. 공짜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대부분의 금을 해외로 빼냈단다.”

차를 한 모금 축인 할아버지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고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뉴욕에 지사를 내고는 이 땅에서 빼낸 금을 이리저리 세탁해서 관리해온 게야. 해동그룹과는 별도로 말이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당시 어르신들의 치밀함에 혀가 내둘러졌다. 수십 년간 그룹과 커넥션을 만들지 않았으니 지금의 이 세상에서 A벌크가 해동그룹의 비자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손에 꼽힐 터.

그 뒤로도 A벌크가 만들어진 은밀한 과정과 그 규모를 듣고 연신 놀라던 나는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은 것을 물었다.

“A벌크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더 있습니까?”

“당시에 우리 일을 도와준 사령관은 조용히 속에 묻어둔 채 세상을 떠났다. 그 양반을 빼면 늘 이 서재 탁자에 모이는 사람들 중 너와 태진이, 네 숙부를 빼면 다 알고 있고.”

역시나였다. 할아버지가 이런 중요한 비밀을 공유할 만한 사람들은 그들뿐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전생의 고승주가 맡았던 해동장학재단은 망해버린 해동그룹과 달리 해외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후원금 덕분에 살림이 넉넉했었다. 이제 보니 그 당시에 해외에서 들어온 후원금의 출처가 A벌크인 모양이었다.

‘나와 이명진, 박태진만 바보였군.’

허나 내가, 우리가 전생에 A벌크의 존재를 알았던들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주어진 힘은 주어지지 않느니만 못하다. 내가 알았다면 신성그룹을 먹겠다고 악다구니를 썼다가 다 날려먹었을 터.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였다.

부끄러움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내게 할아버지가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다.

“A벌크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집안의 숨은 기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돈을 직접 가져오지 않고 보증만 세운 게야. 고베대지진 때도 그랬고.”

할아버지의 말에 입이 조금 벌어졌던 나는 이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했던 게 이제야 딱딱 맞아떨어지는군.’

고베대지진 때 해동물산 뉴욕법인은 월가의 여러 은행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거액을 대출 받고 엔고에 배팅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런 내 모습에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흐흐, 그리도 좋은 게냐, 이놈아?”

“장사꾼에게 밑천이 많은 것만큼 좋은 일도 없지요. 그래도 주제 넘는 만용은 부리지 않겠습니다, 할아버지.”

만용이든 무엇이든 딱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취해야 한다. 주제 넘는 욕심을 부렸다가 이번 생에 다시 태어난 내가 아닌가?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거다. 장사꾼이 돈을 벌어야 하지만서도 스스로를 삼가지 못하면 패가망신하기 마련이야. 우리 장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잘 해내리라 믿으마, 으허허.”

할아버지는 그렇게 껄껄 웃으며 내게 A벌크의 힘을 빌려주기로 했다. 필승의 조커까지 손에 넣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

할아버지의 도움을 얻어낸 나는 이태원 집으로 박태진을 불러서 차를 마셨다. 오전 중이라 둘만 있는 집에서 A벌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박태진의 입이 떡 벌렸다.

“사, 사실입니까, 이사님?”

“네. 할아버지와 세 분 부회장님들께서 역대 관리자였고 지금은 본부장님과 삼촌께서 맡고 계신다더군요. 사용 여부와 규모는 여섯 분 합의로 결정되고요.”

세계 각국의 조세피난처들의 수많은 페이퍼컴퍼니들을 중심으로 운용된 끝에 각종 예금과 증권, 예술품, 부동산 등으로 존재하는 A벌크.

그 규모는 나와 박태진의 상상을 초월했다. 초대 관리자였던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배재훈, 태재호, 조영찬, 그리고 고승주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축적됐으니 오죽하겠냐마는···.

‘아직도 할아버지나 어른들을 따라가려면 멀었네.’

쓴웃음이 나올 정도의 패배감을 맛봤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A벌크와 스탠더드의 힘이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해동그룹을 건드려도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안주할 생각은 없지만.

나를 보며 미소를 짓던 박태진이 입을 열었다.

“저도 당시에 금붙이가 증발한 게 석연치가 않았는데··· 하늘에 계실 초대 회장님이나 다른 어르신들께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감이에요. 이걸로 미국에서 전쟁 치를 준비는 다 끝났는데··· 한국에서의 준비도 마쳐야겠어요.”

내가 내놓은 과제에 박태진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해동벤처가 뿌린 돈, 전부 회수하실 생각이십니까?”

“정부 정책에 장단 맞춰준다고 투자했지만 IT버블이 꺼지면 휴지조각 될 주식입니다. 뿌린 돈이 얼마 안 되지만 해동증권과 해동종금의 피 같은 돈이니 빨리 회수해야죠.”

해동의 간판을 단 회사, 그것도 내가 최대주주인 금융회사들이 투자로 적자를 내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도 없다. 굳은 내 표정을 보고 박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이사님. 정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공개매각으로 처리하죠. 포털 두 곳과 게임회사 두 곳 빼고 전부 정리할 겁니다. 스탠더드에서 투자한 것들도 정리할 거고요.”

장 씨 삼남매가 장인어른을 졸라대서 세운 i-신성에 넘겨 똥을 먹일까도 생각해봤지만 영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자꾸 엿을 먹이면 그놈들에게도 학습효과가 생기지 않겠나? 무엇보다···.

‘지금은 장호경, 장호민부터 정리해야 해. i-신성이야 가만히 놔둬도 대차게 망할 테니 긁어 부스럼이야.’

어차피 망할 장 씨 삼남매다. 어줍잖게 이놈 저놈 들쑤시고 다니느니 한 놈씩 한 놈씩 차근차근 잡아먹는 게 효율적이다.

***

그 뒤로 박태진과 미국 출장 준비를 논의한 나는 장하연을 찾아갔다.

“이번에 두 달쯤 미국 출장 다녀와야 하는데 당신도 같이 다녀오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

“할아버님께서?”

소파에 앉아서 품에 안은 현빈이에게 분유를 먹이던 장하연이 나를 눈을 깜빡거렸다.

“우리 그룹하고 우리 가족들이 스탠더드에 맡겼던 돈, 제법 많이 불어났잖아? 알지?”

가슴을 쭉 펴고 말한 내게 장하연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알고 있어요, 이성민 씨. 우리 친정 사람들이 알면 놀라 자빠질 걸? 후훗.”

“이번 출장 끝나고 나면 그간 보류했던 해외 사업들 진행하기로 했어. 고려호텔도 뉴욕에 괜찮은 호텔들 있으면 알아보라고 하셨으니까 맘 편하게 다녀오자. 삼촌이랑 클레어도 볼 겸해서 말이야.”

내가 건넨 제안에 장하연이 싱긋 웃었다.

“좋아. 삼촌하고 클레어 씨도 아이들 키우고 있을 테니까 재밌겠어. 그런데···.”

잠시 멈칫했던 장하연이 내게 물었다.

“선배님은 어떡해? 당신 가면 선배님도 가야 하는데 현정 언니는···.”

박태진이 우리 이웃집에 있는 터라 장하연과 유현정은 곧잘 어울려 지냈다. 워킹맘으로서, 나와 박태진을 잘 아는 사람들로서 동질감이 강했기에 내심 서운한 모양이었다.

나는 장하연을 보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걱정할 거 없어. 형도 부부동반으로 갈 거거든.”

“정말?”

“당신도 그렇고 유 부장도 내년까지 육아휴직 쓰고 있잖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세 부부가 뉴욕에서 뭉치겠어?”

나와 박태진이 중국 출장을 다녀온 뒤부터 해동그룹은 기존의 육아휴직을 기존의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육아수당까지 지급하는 등 그룹 차원의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니 이번이 아니면 세 부부가 뉴욕에서 뭉칠 기회는 거의 없으니 볼 수 있을 때 봐야 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들 아닌가?

***

얼마 뒤.

모든 준비를 마친 나와 박태진은 각자의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뉴욕 행 비행기에 탔다.

아이들이 중간에 울 까봐 일등석을 모두 예약한 우리는 한 점의 민폐도 없이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선해철, 클레어의 펜트하우스에 도착, 부부들끼리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이렇게 아이들을 끼고 육아 얘기를 할 줄은 몰랐어요, 하하.”

껄껄 웃던 내가 주스를 마시는 사이, 선해철도 빙긋 웃었다.

“그러게 말이다, 하하. 네 덕분에 나도 육아휴직 내고 가끔씩만 회사에 나가서 일 보고 있어, 흐흐.”

“저희는 순서대로 쓸 생각입니다. 우리 와이프, 빨리 회사 나가서 일하고 싶다고 성화거든요, 후후.”

우리 셋 모두 서로의 스타일은 달랐지만 각자의 짝꿍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그 뒤로도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남자들끼리 서재로 들어갔다.

“클레어도 알고 있죠? 할아버지가 도와주기로 한 거.”

거실에서와 달리 웃음기를 싹 지운 내 질문에 선해철도 표정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회장님께서 트라이엄프에 묻어둔 그룹 비자금 움직이고 A벌크로 스탠더드에 보증 서줄 거라는 것도 알려주셨다. 대출 보증은 언제든 받을 수 있어.”

“A벌크의 보증까지 끌어들이면 JP모건 파산은 확정입니다. 그간 이사님 부탁대로 형님과 클레어도 준비해주셨잖습니까?”

애써 흥분을 억누르는 박태진을 보며 선해철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게 했지. 월드컴, 엔론, 글로벌 크로싱··· 그 쓰레기 같은 놈들에 아서 앤더슨까지 엮였으니 터뜨리기도 아주 좋아. IT버블은 무조건 무너질 거다.”

나와 박태진이 한국에서 해동그룹의 사업과 스탠더드 캐피털의 중국 투자를 챙길 때 선해철과 클레어는 미국 본사에서 월드컴, 엔론, 글로벌 크로싱, 그리고 이들의 외부감사인 아서 앤더슨의 더러운 거래를 파헤쳤다.

그 결과, 유령회사를 통해 부실을 숨긴 자료부터 내부고발자들의 증언까지 전부 확보했다. 그 자료들이 세상에 드러나면 IT버블은 무조건 무너지고 우리가 JP모건에게 던져줄 IT주식은 팔리기도 전에 휴지조각이 된다.

“거기에 우리와 헨리가 증시에서 공매도를 치고 아이작이 체이스맨해튼을 앞세워 JP모건 인수를 선언하면 모건 가문은 끝입니다, 흐흐.”

돈으로 월가를 지배해온 JP모건과 모건 가문.

그 대단한 JP모건과 모건 가문을 내 손으로 절단 낼 생각을 하니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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