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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91화 (190/229)

191화. 54th. 세기말 이후를 위한 준비 - 미국 편 (1)

스탠더드 캐피털 일행을 돌려보낸 JP모건 임원들은 곧바로 CEO 집무실로 올라갔다.

“로렌스 여사 내외는 잘 만났나?”

책상에 앉아있던 JP모건의 CEO 해리 클락슨의 질문에 임원들 중 코주부 임원이 입을 열었다. 스탠더드와의 교섭에서 JP모건의 대표 격으로 나섰던 남자였다.

“예, 회장님. 그런데··· 대출 조건이 애매합니다.”

그 코주부 임원은 공손하게 파일을 내밀었고, 해리는 그 파일을 펼쳐봤다.

“흠··· 확실히 애매하군.”

증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IT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으니 대출 기간과 추가대출 제공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담보로 제출할 주식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청산할 수 있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금테 안경의 가운데를 밀어올린 해리를 보며 다른 임원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주식을 현물증서로 바꿔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몰라도 담보 주식으로 대출 상환을 대신하는 게 걸립니다. 우리는 돈으로 돈을 버는 곳이 아닙니까?”

대출이자든 배당금이든 증권 매각 차익이든 금융업의 본질은 돈놀이다. 그 돈놀이는 현찰이 있어야 하는 일이기에 담보 물건으로 대출금을 청산할 수 있다는 옵션이 위험한 건 해리도 알고 있었다.

“다른 조건은 없나?”

“일주일 뒤에도 대출 승인이 없으면 체이스맨해튼이나 골드만삭스를 찾아갈 거라고 했습니다.”

“이것들이 감히!”

임원의 대답에 해리가 소리치며 두 손으로 책상을 쿵 내려쳤다.

체이스맨해튼이 JP모건을 증오하는 것처럼 JP모건 또한 체이스맨해튼을 경멸하고 있었다. 당연히 JP모건을 앞에서 이끄는 해리 클락슨은 화를 안 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큰 건이긴 합니다. 스탠더드 캐피털이라는 대형고객을 확보하면 실적이나 대출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체이스맨해튼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습니다. 향후 인수합병에서도 체이스맨해튼 내부의 찬성파를 포섭할 수 있고요.”

“맞습니다, 회장님. 더군다나 IT주식은 지금 증권시장의 최대 블루칩입니다. Y2K 문제 때문에 온갖 IT기업들에 돈이 몰리고 있고 반도체, 컴퓨터 관련기업들도 발주가 밀려들고 있잖습니까?”

“주식으로 대출금을 대신 받아도 증시에서 처분하면 그만입니다. 증시에 풀린 유동성이면 충분히 받아낼 테고 안 팔려도 계열사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정리할 수도 있고요.”

코주부 임원을 시작으로 다른 임원들이 보탠 말은 모두 옳았다. 스탠더드와 거래를 트게 되면 체이스맨해튼과의 합병 후에 기름 냄새 풀풀 나는 록펠러 가문을 쫓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담보 물건은 IT주식이었다. 없어서 사지 못하는 IT주식!

총액이 200억 달러라도 돈이 썩어나는 미국 경제의 규모라면, JP모건의 계열사이자 손꼽히는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나아가 그늘진 곳 깊숙이 숨긴 ‘모건하우스’의 힘이라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물량이기에 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만 더 물어보도록 하지. 자네들, IT주식이 언제 고꾸라질 거라 보나?”

“예?”

해리의 질문에 코주부 임원을 제외한 모든 임원들이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점쟁이 집시가 되라고 하시죠?’

라는 대답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이보다 더한 질문도 받았던 임원들은 끝끝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해리는 그런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쯧··· 그런 안목도 없으면서 JP모건을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 아무도 없어?”

조용히 있던 임원들 중 코주부 임원이 입을 열었다.

“스탠더드가 우리에게 넘길 주식을 우리가 시장에 던질 때가 될 겁니다.”

그 임원의 자신 있는 대답에 해리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 말이 정답이네! 우리 JP모건이 주식을 던질 때 하락장이 시작될 거야. 우린 월가를 이끄는 회사이니 말이야!”

회의를 마친 해리는 그 코주부 임원만 남겨두고 모두를 돌려보냈다.

둘만 남은 집무실에서 그 코주부 임원은 해리의 말이 없었는데도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것도 상석에!

“앉아서 얘기합시다, 해리.”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한 코주부 임원의 부름에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랫자리의 소파에 앉았다.

“클레어 로렌스, 시건방진 계집이더군요. 피부 누런 원숭이를 남편으로 들이더니 이제는 애완용 원숭이들까지 이 신성한 모건 가문의 전당에 끌고 오다니···.”

“죄송합니다. 전부 제 불찰입니다.”

용서를 구하는 해리에게 코주부 임원이 손을 내저어 보였다.

“해리 당신을 책망하려는 게 아닙니다. 나도 놈들을 속이는 재미가 있었으니까요, 후후.”

코웃음을 치는 코주부 임원의 이름은 잭슨 피어폰트 모건으로 모건 가문의 차기 가주로서 JP모건의 다음 지휘자가 될 사람이었다.

워낙 철저히 위장 신분으로 살았던 터라 함께 있던 임원들은 아무도 잭슨의 본명을 몰랐다. 그 와중에 월가의 신성인 스탠더드가 JP모건을 찾았다는 데 호기심이 동한 잭슨은 직접 미팅에 나섰고, 방금 전의 임원들 앞에서도 적당히 연기를 한 것이었다.

그런 잭슨은 여전히 그 어린 원숭이가 눈에 거슬렸다. 감히 백인들끼리 비즈니스를 논하는 자리에 끼어들다니!

숨을 고르며 화를 삭인 잭슨이 해리에게 물었다.

“해리가 볼 때는 어떻습니까? 스탠더드에서 요청한 대출.”

“좋은 거래입니다. 그간 우리가 엔고 투기부터 동남아 환투기, 그리고 러시아 모라토리엄 작업에 집중하느라 미국 IT쪽에서는 IBM을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나 또한 그 점이 아쉽습니다. 잽스, 동남아, 그리고 슬라브 빨갱이들 등골을 뽑아먹느라 본진에서의 먹거리를 놓쳤으니···.”

말끝을 흐리던 잭슨이 팔걸이에 놓인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갖 환투기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역시 미국 증시만한 노다지가 없지 않은가?

“허접한 곳에 투자하기엔 우리 이름값이 떨어질까 걱정돼서 나서지 못했는데 원숭이들에게 홀린 계집이 알아서 주식을 갖다 바치니 다행일 따름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해리?”

“여부가 있겠습니까. 스탠더드가 주식을 던지고 공매도를 가한다고 해도 JP모건과 모건하우스의 힘이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입 속의 혀처럼 구는 해리의 말에 잭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의 말대로 하락장에서 이익을 내는 스탠더드라면 얄팍한 수를 쓰고도 남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 말을 끊었던 잭슨이 피식 웃었다.

“그따위 잔재주 따위, 우리 모건하우스의 힘으로 박살내면 그만입니다. 스탠더드를 박살내면 그 다음은 은혜도 모르는 록펠러 가문과 낡아빠진 로이스 가문입니다.”

록펠러 가문은 모건 가문의 돈으로 사업을 키웠으면서도 모건 가문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건 가문에 등을 돌리고 로이스 가문과 손을 잡았다. 그것도 모자라 체이스맨해튼을 인수하여 월가에 기름투성이 발을 들였으니 잭슨에겐 괘씸한 종자들이었다.

“전부 쓸어버릴 겁니다. 돈으로 우리 모건 가문을 이길 곳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으니까요.”

잭슨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

***

일주일 뒤.

JP모건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알겠습니다. 좋은 거래가 돼서 기쁘군요.”

짤막한 통화를 마친 클레어가 싱긋 웃었다.

“됐어! JP모건에서 대출해주겠대!”

대출이 성사됐다는 말을 들은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JP모건이라고 해봐야 별 거 없네요. 멍청한 놈들.”

“멍청한 게 아니라 욕망에 이성이 마비된 거지, 흐흐. 자! 이제 실탄도 마련됐으니 뭐부터 할래?”

선해철의 질문에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출금 들어오면 기존 대출 정리하고 체이스맨해튼 지분 10퍼센트까지 매입하세요. 담보 주식 주가가 오르는 대로 추가 대출을 받으시고요.”

“이사님 예상대로 주가가 오르면 추가대출금을 체이스맨해튼 지분 매입과 대출 이자 상환에 투입해도 돈이 많이 남을 겁니다. 어떡하실 겁니까?”

박태진의 말대로 나는 JP모건에서 빌린 돈으로 그놈들에게 낼 이자까지 충당할 생각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가죠. 손정의와 제리, 데이비드과 만날 겁니다.”

세기말 이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려면 야후부터 들러야 했다.

***

며칠 뒤.

나는 선해철, 박태진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넘어갔다. 두 사람에게 휴식을 준 나는 피자집 하나를 빌리고 손정의와 제리 양, 데이비드 필로를 만났다.

“구글이라는 회사가 인수를 제안했었는데 거절했었어. 올해 6월에 세웠다는데···.”

제리가 들려주던 근황에 나는 귀가 쫑긋했다. 내가 알던 구글은 1998년 8월에 세워지는데···.

‘나비효과로군.’

내가 야후를 푸시하면서 IT붐이 더 거세게 일어난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콜라 한 모금을 축이고 물었다.

“왜요?”

“검색이 너무 잘 돼서 우리 쪽 매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거든.”

야후가 배너 광고로 먹고 사는 이상 접속자들이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보내주는 게 이익이 되긴 한다. 그렇지만···.

‘여기까지인가보네.’

제리에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세르게이와 래리가 만든 이 좋은 검색엔진을 토대로 지금 매출도 우습게 보일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 그 가치를 못 알아보다니···.

속으로 쓴웃음을 짓던 나는 한국에서의 일을 들려주며 모처럼 만에 만난 그들과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을 보냈다.

‘이제 슬슬 알려줘 볼까.’

적당히 어색함을 풀었다고 생각한 나는 야후를 비롯한 스탠더드의 IT주식들을 담보로 JP모건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JP모건에 야후 주식을 담보로 잡혔다고요?”

피자를 입에 넣으려던 손정의가 손을 멈추고 소리쳤다. 나와 교류하면서 내가 스탠더드의 주인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더더욱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네. 앞으로 주가가 미칠 듯이 오를 테니 새로운 판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담담하게 대답한 나와 달리 손정의와 제리 양, 데이비드 필로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설마··· 야후에서 완전히 손을 떼시려는 겁니까?”

“여러분들도 지금 보유한 주식의 반은 시중에 푸세요. 기왕이면 모건스탠리를 통해서 매각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JP모건 놈들 눈깔이 번들거린 걸 보면 계열사인 모건스탠리로 세 사람 주식을 죄다 쓸어 담을 거다. 내년이면 휴지조각 될 주식이니 이 친구들도 어느 정도는 챙겨줘야지.’

나란 놈은 이 세 사람에게 묻어간 덕분에 돈을 벌게 됐다. 그러니 이들에게도 투자의 결실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잠시 고민하던 손정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아니! 온 김에 뉴욕으로 가서 모건스탠리와 블록딜 미팅을 해야겠군요. 조니의 투자 감각은 신과 같으니.”

야후의 두 물주가 주식을 팔겠다고 결정하자 제리와 데이비드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풀게, 조니.”

“잘 생각했어, 제리, 데이비드. 나중에 좋은 투자처 소개해줄게. 아! 미스터 손에게도 알려드리죠, 후후.”

한 번 연을 맺은 이상 이 세 사람과는 함께 쭉 함께 갈 생각이었다. 내가 먼저 투자해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을 때.

***

야후 삼총사와의 미팅을 마친 나는 곧바로 쿠퍼티노의 애플 사옥으로 향했다.

“스티브!”

“조니!”

오랜만에 얼굴을 본 우리는 포옹을 나눈 뒤, 손을 잡았다.

“어떻게 된 거야? 연락도 없이.”

“애플에 복귀한 거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일이 바빠서 이제야 왔네요, 하하.”

잡스는 올해 초에 애플에 화려하게 복귀, 손꼽히는 경영자인 팀 쿡, 최고의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를 두 날개로 삼아 아이맥 G3까지 내놓으며 애플의 부활을 알렸다.

“괜찮아. 클레어한테 듣기로는 한국에서의 일이 바빴다고 들었어.”

“맞아요. 사실, 우리 가족은···.”

잡스에게도 슬슬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내가 해동그룹 4세라는 것과 해동그룹의 현황을 알려주자 잡스의 입이 벌어졌다.

“조니 투자실력, 유전인 거였어?”

“그런 건 아니에요, 스티브. 아이맥 G3는 잘 팔리고 있죠?”

“아이쿠, 무서워라. 대주주님이 물어보니 소름이 쫙 끼치는데? 흐흐.”

잡스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스탠더드가 넥스트에 투자했던 주식은 애플에 합병되면서 애플 주식으로 바뀌었다. 그 뒤로 스탠더드는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서 벌써 11퍼센트 가량의 주식을 확보한 상태였다.

“엄살 피지 말아요, 스티브. 잘 나가는 거 다 알고 있어요, 흐흐.”

잡스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흡족한 표정을 머금고.

“맞아. 아주 잘 나가고 있어. 조나단과 팀 덕분에 디자인, 가격 전부 잘 뽑혔거든, 하하.”

잡스가 껄껄 웃으며 대답할 만큼 조나단 아이브는 디자인, 팀 쿡은 비용관리에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넘치는 잡스를 보니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우리도 추가투자를 해야겠네요.”

“추가 투자?”

“당신이 복귀한 애플은 잘 나갈 테니까 믿고 투자해야죠. 기존 주식을 매입할까요, 신주를 인수할까요?”

내 제안에 잡스의 눈이 커졌다.

“신주 인수?”

“당신이 원하면요. 아! 신주 인수는 조건이 있어요.”

“뭔데?”

“디스플레이, 반도체 납품 우선권과 조립 하청 우선권이요. 납품가격은 합리적으로 제안하죠. 팀 쿡과 협의해서요.”

내가 말한 조건을 들은 잡스는 잠시 턱에 댔던 손을 떼고 입을 열었다.

“쉽지 않은 고민인데?”

“우리도 당장은 어려워요. 당신을 만족시킬 준비가 필요하니까.”

GK전자에서 자회사로 분할된 GK디스플레이는 1조 원의 투자를 내게서 받은 뒤, 태현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을 합병했다. 내부정리에 1년 이상 걸린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더해 태현전자는 IT버블 붕괴 뒤에야 매물로 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까다로운 스티브와 거래를 트려면 두 부품 모두 품질과 가격 모두를 갖춰야 하니 적어도 2,3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잡스가 입을 열었다.

“콜. 30퍼센트 줄 테니까 25억 불 투자해줘. 의결권은 나한테 넘기고.”

내가 이 제안을 받으면 잡스는 의결권을 챙기고 나는 애플의 지분과 부품 거래처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지만 나는 한 가지를 더 챙기고 싶었다.

“그와 별개로 애플이 보유한 ARM 지분을 우리가 인수했으면 해요.”

“ARM?”

생각도 못했던 매물인지 잡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ARM이 가진 기술은 크게 의미가 없어. 우리도 조만간 런던 증시에서 처분하려고 했는데 괜찮겠어?”

다들 모르는 일이지만 이 당시의 ARM은 초기 투자자였던 아콘 컴퓨터와 애플, VLSI 테크놀로지에게서 내놓은 자식 취급받고 있었다. 잡스가 미심쩍어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니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었다.

“더 잘 됐네요. 우리가 그 주식까지 비싸게 사주면 애플이 작년에 본 적자 10억 달러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3억 달러에 사죠. 콜?”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휴지조작 될 주식을 몽땅 던져주고 JP모건에서 가져온 빳빳한 현찰을 뿌리는 일이 아닌가?

“콜. 지금 바로 썬 불러서 계약하자, 흐흐.”

숨도 안 쉬고 대답한 잡스가 웃는 걸 보니 정말로 ARM을 처분할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이제 다른 거래처들까지 확보하면 되겠군.’

애플과의 거래를 터놨으니 다른 우량 거래처 두 곳까지 확보하면 된다. 나는 잡스가 내민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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