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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90화 (189/229)

190화. 53rd. 세기말을 대비한 동맹 (3)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록펠러 가문이 체이스맨해튼과 JP모건의 합병으로 탄생할 회사에서 밀려날 거란 뜻이죠. 자금력만 보면 체이스맨해튼이 JP모건보다 앞서지만 체이스맨해튼 내부의 합병 찬성 지분이 6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아이작에게서 정확한 견적을 받아보고서야 나는 전생의 체이스맨해튼과 JP모건의 합병이 왜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일어난 나비효과군.’

투자 손실을 크게 봤다면 체이스맨해튼의 오너인 록펠러 가문의 입지는 형편없이 무너지고 합병 찬성파에게 끌려가듯 JP모건과 합병했을 터.

허나 헨리를 거친 내 조언 덕분에 지금의 체이스맨해튼은 러시아 국채 투자 손실을 깔끔히 피했다. 록펠러 가문의 입지 또한 굳건히 유지되고 있으니 JP모건과의 합병으로 회사의 주도권을 내주는 게 싫을 터.

“하지만 엑손과 모빌, 셰브런이 당신 가문의 회사인데다 다른 재산도 많지 않습니까? 엑손과 모빌이야 합병이 진행 중이니 당장 자금을 동원하는 건 어렵겠지만 나머지 재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서 주식을 사들이면···.”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을 내밀었지만 아이작은 손을 저으며 내 말을 끊었다.

“그럴 수 있다면 진즉에 했을 겁니다, 조니. 그게 안 돼서 아저씨 주선으로 당신과의 미팅에 온 겁니다.”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여전히 믿을 수 없어서 묻는 내게 아이작은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졌다.

“넬슨 록펠러라고 아십니까?”

‘넬슨 록펠러라··· 이쪽도 어지간히 조심하는군.’

질문을 받고서야 나는 록펠러 가문이 왜 전면전에 나설 수 없는지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 부통령을 맡은 분 아닙니까?”

“맞습니다. 내겐 할아버지뻘 되는 분인데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가문의 비밀을 폭로한 어리석은 분이죠.”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사를 4선이나 했고 미국의 41대 부통령을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명진호 회장의 아들 중 정계에 투신한 사람의 대선배격인 사람이랄까?

그 넬슨 록펠러는 자신의 대권 도전 때문에 ‘금수저 재벌가 출신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깨겠다고 가문의 비밀 일부를 세상에 노출시켰다.

록펠러 가문의 가주인 아이작이 자조적인 표정을 지을 만한 일이었고, 나는 그런 아이작의 표정을 보고 내 짐작을 확신으로 바꿨다.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싫어서군요. 전쟁이 시작되면 수면 아래에 있던 막대한 자금이 동원될 테고 월가부터 여론의 주목을 받는 건 순식간일 테니.”

격은 같을 수 없지만 우리 집안도 가문의 비밀들을 감추고 지키고자 답답하리만큼 몸을 사려왔고 나 또한 내 본모습을 숨기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이작을 비롯한 록펠러 가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작은 내 대답에 쓴웃음으로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 일 이후로 우리 가문은 더 깊숙한 곳에 부를 숨기고 일상도 드러내지 않아 왔습니다. 그 때문에 언론과 정관계에 뿌리는 돈만 매년 1억 달러쯤 되죠, 후후.”

“아하하하···.”

아이작이 알려준 아메리칸 스케일에 헛웃음만 터뜨리던 나는 코냑 한 모금을 마시며 표정을 가라앉혔다.

‘더 잘 된 것 같군.’

생각보다 록펠러 가문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만 놓고 보면 어려운 싸움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싸움이기에 내 계획은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록펠러 가문이 총력전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승기를 굳히는 데 불과할 내 계획은 이제 역전승을 일궈낼 비장의 카드가 될 테니 말이다.

코냑 글라스를 입에서 뗀 나는 아이작에게 말했다.

“모건 가문과의 합병 전쟁에서 당신을 승자로 만들어드리죠.”

“승자요?”

“네. 가장 먼저 체이스맨해튼 지분 10퍼센트를 매수할 겁니다.”

미국 또한 특정주주의 시중은행 지배를 법으로 막아서 최대 10퍼센트까지만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아이작은 내 제안이 성에 안 차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게 전부는 아니겠죠, 조니? 그렇다면 굉장히 실망스러울 겁니다.”

“그게 전부라면 어떻게 당신을 승자로 만들어드리겠습니까? 난 피하지 못할 싸움이라면 도망치느니 맞서 싸우는 사람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헨리?”

내 눈길을 받은 헨리가 푸근한 미소를 띠었다.

“예전에 자네가 그랬지. 패망이 두려워 웅크리면 이름마저 사라지겠지만 맞서 싸운다면 죽더라도 이름은 남길 수 있고, 운이 아주 좋다면 이겨서 살아남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하하.”

4년 전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껄껄 웃던 헨리가 말을 이었다.

“그때 자네 목소리에서 느껴지던 자신감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 후후.”

“벌써 4년이나 된 일인데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헨리와 마주보며 껄껄 웃던 나는 아이작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록펠러 가문에게 체이스맨해튼은 일부일 수도 있지만 전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산으로는 일부지만 엑손과 모빌, 셰브런과 더불어 가문의 역사가 담긴 유산이니까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작을 보며 그가 원할 대답을 내놨다.

“아이작 당신이 그 유산을 지키도록 도와드리죠. 망할 뻔했던 집안을 일으킨 사람으로서.”

“그렇지만 체이스맨해튼 지분 매입으로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방법이 있습니까, 조니?”

의심이 섞인 아이작의 눈길에 나는 담담한 눈길로 맞받아치며 말했다.

“JP모건 파산, 어떻습니까?”

담담하게 내놓은 내 제안에 아이작도, 헨리도, 나머지 세 사람도 눈을 크게 떴다.

***

“주식담보대출로 JP모건을 파산시키겠다고요?”

눈을 크게 뜬 아이작에게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도그나 카우나 닷컴 간판만 붙이면 상장으로 돈을 땡기는 게 지금의 IT판 아닙니까? JP모건도 IT주식을 손에 넣으려 할 테니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설마··· 대출을 받고 담보로 내놓은 주식을 던질 겁니까?”

“네. 주가가 오르는 대로 추가 대출을 받고 적당한 시점에 담보를 포기할 겁니다.”

“흠···.”

자신만만한 나와 달리 질문을 던진 아이작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 옆에 있는 헨리도 미심쩍어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IT주식은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종목이네, 조니. JP모건 자금력이면 자네가 현금 대신에 던져줄 주식의 주가를 더 올리고 개미들에게 떠넘길 수도 있을 텐데?”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주가가 오르는 만큼 추가대출을 받을 겁니다. 최대한도까지요. 클레어, 우리가 보유한 IT 주식이 얼마나 되죠?”

내 질문에 클레어가 잠시 좁혔던 미간을 펴고 말했다.

“종목별 액수는 자료를 살펴봐야겠지만 다 합치면 거의 200억 달러야. 담보 인정비율에 기존 대출 65억 달러까지 고려하면 추가 대출은 55억 달러까지 가능해.”

클레어가 뽑아준 견적에도 헨리는 굳은 표정을 펴지 못했다.

“그렇지만 주가가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나? 많이 올라야 두세 배···.”

“최소 다섯 배 이상 불어날 겁니다, 헨리.”

내게 말이 잘린 헨리의 눈이 커졌다.

“최소 다섯 배?”

“네. 야후만 해도 현 주가의 10배, 다른 종목들도 5배 이상 불어나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스탠더드가 대출받을 수 있는 돈도 똑같이 불어나는 거죠, 흐흐.”

다섯 배로만 불어나도 우리가 보유한 IT주식의 가치는 1천억 달러로 불어난다. 대출만 성사되면 담보인정 비율을 감안해도 최대 600억 달러의 현금을 JP모건에서 빼낼 수 있다.

대답을 마치고 음침하게 웃는 내게 아이작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안 됩니다, 조니. 그렇게 되면 PBR(주당순자산 비율)이나 PER(주당순이익 비율)은···.”

“주가는 기대를 먹고 산다는 말 아시죠?”

말을 끊은 내 질문에 아이작이 미간을 좁히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모를 리가요. 주가는 기대 실적의 선행지표 아닙니까?”

“맞습니다. 현재 주가를 뒷받침하는 건 IT시장이 모든 걸 바꿀 거라는 기대심리죠.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Y2K 버그, 아시죠?”

헨리와 아이작이 눈을 껌뻑거리는 사이, 클레어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걸 모르고 IT에 투자하면 말이 안 되지. 새천년이 오면 전산망이 엉망이 될 거란 거잖아? 그거 소재로 만든 영화도 나왔고.”

Y2K 버그.

쉽게 말하자면 기존의 ‘19XX’를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현재의 컴퓨터 날짜 인식 체계가 새천년이 되면 적용될 ‘20XX’를 인식하지 못 할 거라는 프로그램 오류다.

그 Y2K 때문에 전 세계 IT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금융망, 의료정보 시스템, 전력시스템부터 원자력 발전소 컴퓨터 오작동 등 온갖 컴퓨터 프로그램이 엉망이 되어 전 세계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거란 말이 나돌고 있었다.

“그 Y2K가 IT기술주들이 투자를 유치하고 주가를 밀어 올리는 기대심리의 논리적 요인이죠.”

클레어와 나의 문답을 듣던 헨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그 Y2K를 해결할 IT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건가?”

“그 반대입니다, 헨리. IT기업들에 의지할 필요 없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프로그래머들을 투입해서 해결할 겁니다.”

Y2K 오류를 막은 영웅들은 IT기업이 아닌 수많은 이름 없는 프로그래머들이었다.

시력 감퇴, 목 디스크, 손가락 관절염, 허리디스크, 치질까지 감수해가며 프로그램 수정에 매달린 프로그래머들 덕분에 Y2K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유야무야된다.

당연히 IT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는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맥주거품 빠지듯 쭉 빠진다. 그게 바로 200년대 초반의 IT버블 붕괴였다.

내 설명이 끝나자 헨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네 노림수가 맞아떨어지려면 나도 손을 보태야겠군. 자네가 담보로 던질 IT주식은 트라이엄프도 들고 있으니.”

내가 그간 야후 주식을 헨리에게 넘겨주면서 다른 IT종목들까지 추천해준 건 체이스맨해튼과 JP모건의 합병에 IT버블 붕괴를 엮기 위한 포석이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 스탠더드가 JP모건에 담보로 던져줄 주식을 포기하는 대로 그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려면 헨리도 들고 있는 주식을 전부 던지셔야 합니다.”

내가 담보로 제공할 주식을 포기하면 JP모건은 그 주식을 팔아야 내게 대출해준 돈을 메운다.

그러나 헨리가 주식을 던지면 주가는 폭락 확정. JP모건은 주식을 현금으로 만들 타이밍을 놓치게 되니 휴지쪼가리보다 못한 주식을 틀어쥔 채 파산하게 된다.

“썬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 될 것도 없습니다, 헨리. 기관, 개인할 거 없이 전부 불나방처럼 IT주식을 사들이는데 JP모건이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그곳도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흐흐.”

선해철의 냉소적인 대답대로 월가의 천재든 어느 시골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촌부든 지금은 다들 욕망에 미쳐있다. 나는 선해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헨리와 아이작에게 말했다.

“내일부터 작업 들어가겠습니다, 흐흐.”

나는 씩 웃으며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돈지랄을 시작할 것을 선언했다.

***

다음 날 아침.

스탠더드 캐피털 이사진들에게 IT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최대치까지 받을 거라는 지침을 밝힌 나는 클레어, 선해철, 박태진과 함께 JP모건 본사 로비에 들어갔다.

“푹신푹신하네요?”

로비를 꾸민 수천 달러짜리 소파에 걸터앉은 내 말에 클레어가 싱긋 웃었다.

“그러게? 이번 일 끝나면 우리도 몇 개 들여서 로비하고 응접실 좀 꾸며야겠어, 후훗.”

싱긋 웃는 클레어와 함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 거만한 자세로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JP모건의 돈지랄들을 즐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양복차림의 백인 남성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우리는 JP모건 임원들을 앞에 세우고 응접실에 들어갔다.

“스탠더드 캐피털에서 우리 JP모건을 찾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과장 좀 보태면 코주부처럼 생긴 중년의 콧수염 남성이 우릴 보며 껄껄 웃었다.

‘저 사람이 대표 격으로 왔나보군.’

내가 저 남자의 얼굴을 익혀두는 사이, 클레어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형고객들만 상대하는 JP모건이니 우리도 체급을 갖춰서 와야죠. 이제야 그 체급을 갖춰서 오게 된 겁니다.”

JP모건은 지금껏 한 번도 외부영업을 뛴 적이 없는 거만한 투자은행이면서도 그 이름만으로도 월스트리트에 몸담은 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다. 그 JP모건의 임원들은 접대용 미소가 아닌 자부심에서 비롯된 듯 자신 있는 미소를 보였다.

“우리 JP모건만큼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곳이 없죠, 하하. 그나저나 우리 측에서 받은 연락에 따르면 주식담보대출을 신청하셨는데 담보 주식은 얼마나 맡기실 겁니까?”

“다른 은행에서의 대출을 대체할 대출에 신규대출까지 합쳐서 120억 달러를 빌릴 겁니다.”

클레어의 대답에 임원들의 눈이 커졌다.

“배, 백억 달러요?”

“뭘 그렇게 놀라시죠? JP모건 정도면 금방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까? 설마··· 안 되는 건 아니겠죠?”

옆에 있던 내가 끼어들어 살살 비아냥거리듯 말하며 약을 올리자 코주부 남자를 비롯한 JP모건 임원들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누런 꼬맹이 원숭이가 까부는 것 같아서 고깝냐? 이 노린내 나는 흰둥이 새끼들아.’

저것들이 들으면 멱살잡이가 일어날 욕을 속으로 하면서도 나는 접대용 미소를 깐 채 가방에서 꺼낸 서류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담보로 제공할 주식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주식들입니다. 야후 주식이 20억 달러, 아마존닷컴 30억 달러, 아메리카온라인 30억 달러···.”

내가 말하거나 말거나 대출요청서를 확인하는 JP모건 임원들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앞으로 훨훨 날아오를 IT주식이 아닌가? 나는 그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우리가 내놓을 담보가 맘에 드시는 것 같군요, 후후.”

내 웃음소리가 비웃음으로 들렸는지 JP모건 임원들이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나쁘진 않습니다. 120억 달러 대출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럼 그 뒤에 나와 있는 대출 조건을 살펴봐주시죠.”

나는 손을 내밀며 확인할 것을 권했고, JP모건 임원들은 얼른 서류를 넘겨서 대출 조건 항목을 확인했다.

“5년 만기 대출에 추가대출 제공, 5년 분의 이자 선 공제, 그 대신, 담보 포기를 통해 대출 청산···?”

마지막 항목에서 JP모건 임원들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우릴 쳐다봤지만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담보로 대출 상환을 대신하겠다는 게 걸리시겠지만 우리가 내놓을 주식들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갈 주식들입니다. 현금과 다를 바 없는 주식들이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말끝을 흐리는 임원들을 보고 클레어가 단호하게 말했다.

“일주일 뒤에 연락주시죠. 그 뒤에도 연락이 없으면 체이스맨해튼이나 골드만삭스, 다른 은행들을 찾아가겠습니다.”

저놈들의 욕망을 확인한 이상 말이 길어지면 오히려 의심의 빌미를 준다. 여기서 끊고 튕겨주는 게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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