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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83화 (182/229)

183화. 52nd. 잔칫상은 나눠먹어야지 (2)

박태진, 선해철과 뉴욕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스탠더드 캐피털 본사로 향했다.

“우리 건물로 만드는 데 딱 5년 걸렸네요, 후후.”

스탠더드 캐피털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이제 스탠더드 캐피털 소유의 전용 사옥으로 변했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의 활발한 사업 덕분에 규모가 커지면서 건물을 아예 인수한 것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 건물 인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중에는 얼마나 더 큰 건물을 사옥으로 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선해철, 박태진 또한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두 사람을 보며 빙긋 웃은 나는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사무실로 올라갔다.

“다들 잘 지냈죠?”

“조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내 인사에 초창기 멤버인 이사진들의 눈이 커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온 그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니 숙모님도 와 있었다.

“조니!”

임신 6개월 차답게 배가 부른 클레어가 반갑게 날 맞아줬다. 가벼운 포옹과 함께 가벼운 볼 뽀뽀를 나눈 클레어가 싱긋 웃었다.

“한국 일은 잘 풀렸어?”

“덕분에요.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해요.”

회의실로 들어간 우리는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클레어에게 들려줬다.

“정부에서 기업을 바꾸라고 했다니···.”

미국인답게 클레어는 놀람을 숨기지 못했다.

시장경제의 선두주자의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닌가? 한국 정부에서 재벌들에게 강요하는 빅딜은.

“지금 한국 경제의 주도권은 정부에서 쥐고 있으니까요. 빅딜 와중에 대주그룹의 주인이 사라졌으니 판이 더 커지고 더 치열해질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클레어에게 선해철이 말했다.

“해동그룹도 인수에 나설 건데 대주중공업 인수입찰은 트라이엄프 한국법인과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어때?”

잠시 말이 없던 클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네요. 두 회사가 뭉쳐서 들어가면 낙찰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요. 아버지도 좋아하시겠어요, 후훗.”

헨리를 아버지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클레어를 보니 내가 다 즐거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서먹했던 헨리와 클레어 아니었던가?

“다행이네요. 여하튼, 한국 쪽 상황은 이게 전부에요. 미국 쪽 상황은 어때요?”

“너무 잘 돼서 탈이야. 자세한 얘기는 다른 멤버들도 불러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

말할 필요가 있나. 임신 중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하는 클레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이사진들의 도움이 필수였다.

“물론이죠. 그렇게 해요.”

클레어는 곧바로 인터폰을 눌러서 이사진들을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진들이 회의실에 들어오면서 회의가 시작됐다.

“전체적인 그림부터 확인해보죠.”

“은행 대출은 안정적입니다. 한국 시장의 환율이 안정되고 있고 우리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서 담보 재조정도 문제없습니다.”

“그간 직접투자를 해둔 IT기업들도 몸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투자 제안 때문에 손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하하.”

“시네마 펀드 수익률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타이타닉 수익 때문에 폭스의 루퍼트 머독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더군요, 흐흐.”

그간 밀려있던 보고들을 받느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대부분은 좋은 내용이었다. 한 가지 빼고.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에서 러시아 국채 투자를 권했습니다.”

“러시아 국채요?”

“예. 채권 금리는 나쁘지 않지만 이라크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이라크 산 원유가 시장에 풀린 통에 국제유가 전망이 부정적이라 보류해뒀습니다. 조니 생각은 어떻습니까?”

러시아 경제의 원동력은 석유와 가스다. 국제석유시장 동향을 감안해서 러시아 국채 투자를 유보한 이들의 판단에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러시아 국채는 투자하지 마세요. 유가 문제도 있지만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 나중에 가면 투자은행들이 러시아 국채를 후려칠 겁니다.”

러시아 국채를 팔아준 월가 투자은행들이 그 러시아 국채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겠지만 월가 투자은행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이런 투자은행들의 탐욕 못지않게 러시아 정부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배를 쨀 테니 누가 더 뻔뻔한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모두들 내 의견에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세를 몰아서 나는 다른 안을 내놨다.

“투자은행들 때문에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면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한 LTCM이 파산하고 미국 증시가 하락할 겁니다. 시그널이 보이면 미국 증시 선물옵션에 숏 포지션으로 배팅하죠. 옵션 배수는 30배, 투입 자금은 한국에서 끌어올 자금 5억 달러까지 합쳐서 10억 달러입니다.”

내 지시에 이사진들이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조니. 월가 쪽 투자은행들 동향 주시하면서 타이밍 잡겠습니다. 조니도 본가의 네트워크를 통해 러시아 쪽 상황을 파악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전까지 여유 자금은 원유시장에서 숏 포지션으로 굴리겠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면 1개월 단위로 선물을 매도하고 약정일자에 현물을 사서 갚아도 차익이 남을 겁니다.”

“엔고 배팅도 검토하겠습니다. 투자은행 놈들 움직임을 주시했다가 미국 증시에 배팅할 자금과 옵션 배수만큼 투자하면 적절할 겁니다.”

담당자들은 각자가 생각한 대응방안을 내놨지만 그 중 하나는 기각시켜야 했다.

“러시아 루블은 어떻게 할까요? 직격탄을 맞을 곳이니 공매도를 치면 좋겠습니다만.”

“절대불가입니다. 해동그룹의 향후 러시아 사업을 생각하면 절대 안 돼요.”

해동그룹은 한고그룹 매각 때 한고에너지를 인수하면서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에 4분의 1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다. 향후 사할린 유전과 가스전, 야말반도 가스전에 투자할 것까지 생각하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죄송합니다, 조니. 실수했습니다.”

단칼에 거절한 나를 서운하게 봤던 이사가 고개를 숙였다.

“실수할 수도 있죠. 모두들 의견을 모았으니 양쪽에서 정보 체크하고 결정적인 국면에 배팅합시다. 트라이엄프에도 알려서 공조하세요.”

‘헨리라면 아이작한테도 알려주겠지.’

헨리처럼 자신의 아군에게 따뜻한 사람이 죽은 절친의 아들을 방관할 리가 없다. 체이스맨해튼의 아이작 록펠러에게도 소문이 들어갈 거라 예상하며 미국 증시 하락에 대비한 헤징 전략을 주문한 나는 이사들에게 다른 주문을 보탰다.

“인텔 쪽 엔지니어들과 자리 마련하세요. CPU와 램 관련 엔지니어들로요.”

“무슨 일 때문이십니까?”

“한국 쪽 일 때문에 그래요. 최대한 빨리 만나야 하니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외가의 애착이 커도 인텔 엔지니어들의 의견은 절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외가를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시키면 우리에게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

며칠 뒤.

미팅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는 인텔의 연구소가 있는 오리건 주 힐스브로에 도착했다.

우리는 교외의 조용한 카페에서 미리 섭외한 인텔의 엔지니어들과 커피를 마시며 CPU와 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인텔에서 RD램을 미는 게 전부 다 경영진들의 욕심 때문이라는 겁니까?”

황당해하는 표정의 선해철이 던진 질문에 엔지니어들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RD램은 스펙만 보면 성능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규격의 램을 짝수 개로 꽂지 않으면 제 성능이 안 나옵니다. 또한 발열 문제도 DDR램보다 심하고 CPU와의 연동 안정성도 떨어지며···.”

RD램의 기술적 결함에 이어 DDR램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등을 가감 없이 알려주던 엔지니어들은 어느 새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닙니다! 돈에 환장해서 회사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지!”

“회사고 경영진이고 죄다 램버스 주식을 사놨다고 우리들 의견은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 damn it!”

기술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돈에 환장한 경영진들을 성토하는 엔지니어들의 벌게진 얼굴에 나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역시나였군.’

RD램.

특허괴물로 악명을 떨칠 램버스 사가 특허를 가진 메모리 반도체로 지금은 스펙 상 성능, 그리고 램버스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인텔과 인텔 경영진의 지원사격 때문에 잘 나가고 있었다.

물론.

우리 앞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알려준 RD램의 치명적인 결함이 끝끝내 잡히지 않으면서 인텔도 손을 떼게 되니 그 유명한 ‘램버스 사태’ 되시겠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사례는 두둑하게 해드리죠.”

녹취를 마치고 자료를 챙긴 우리는 카페를 나와서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 새끼들, 돈이 좋아도 그렇지 제조업 회사 경영진이라는 것들이 그런 쓰레기를 밀다니···.”

거친 욕을 내뱉던 선해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조업 회사가 자신의 근간을 부정하고 돈을 쫓는 꼴이 한심한 모양이었지만 어디 그런 회사가 한둘인가. 10여 년 뒤에 몰락할 GE, GM에 비하면 인텔은 순한 맛이었다.

선해철 못지않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던 박태진도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걸로 이사님 외가 분들을 설득하고 태현그룹과의 자동차 빅딜에서도 우위를 점할 카드가 생겼으니 다행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봐야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다 얻었으니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미국 땅에서 볼 일은 다 봤다. 이제는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

잠시 뒤로 돌아가서.

삼청동에서 해동그룹 수뇌부가 대주그룹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져올지에 대한 논의로 분주할 때, 장호건은 신성그룹 본관 회의실에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한 끗 차이로 놓치다니···.”

장호건의 중얼거림에 이수한을 비롯한 임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신성자동차를 매각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대주그룹이 무너지지 않았나?

대주그룹 정도의 대규모 재벌이 무너졌으니 공적자금 투여는 불가피하다. 당연히 대주자동차에도 공적자금이 들어가고 회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신성그룹은 손가락만 빨고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신성자동차를 팔지 않았다면 공적자금을 먹고 부활할 대주자동차의 국내공장이라도 인수해서 불씨를 살렸을 텐데··· 장호건 이하 임원들에겐 뼈아픈 한이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장호건은 대주그룹이라는 만찬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자동차라는 최고급 메뉴는 해동그룹과 태현그룹만 먹을 수 있지만 그 외의 괜찮은 메뉴들마다 ‘공적자금’이라는 마법의 조미료가 뿌려지지 않겠나? 아주 듬뿍!

“우리 쪽에서 노려볼만한 매물이 있겠나?”

“대주전자 가전사업과 대주통신은 노려볼 만합니다.”

“태현그룹도 노리고 있을 텐데?”

장호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어도 가장 먼저 의견을 내놓은 장용재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태현전자 하청업체 사장과 밥을 먹으면서 들었는데 태현그룹은 GK반도체를 노릴 거라고 합니다. 다른 걸 먹어도 반도체보다 작으니 쳐다도 안 볼 거라고 하더군요.”

신성전자 전무가 된 장용재는 자동차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밤낮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런 아들의 노력을 알았기에 장호건은 표정을 펴고 입꼬리까지 슬쩍 올렸다.

“역시 태현답군. 자잘한 건 쳐다도 안 보시겠다···.”

“예, 회장님. 중공업이 탐나긴 하지만 가전과 통신에 비하면 경기 순환 사이클에 민감합니다. 장호민 부회장님이 중공업을 쥐고 있어서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을 테고요.”

말끝을 흐리던 장호건은 아들의 분석에 공감하고 있었다.

중공업은 단위 무게 당 부가가치 면에서 전기전자 산업과 비교할 가치도 없을 만큼 낮다.

중공업을 맡은 장호민과도 계열분리를 못해서 신성의 간판을 같이 쓰고 있으니 자신이 대주중공업을 인수하면 독과점 논란은 둘째 치고 콩가루 집안이라는 손가락질이 쏟아질 터. 장호건은 그 끔찍한 조롱과 모욕을 견딜 수 없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장호건이 책상을 내려쳤다.

“장 전무 의견대로 추진하지. 대주전자 가전사업과 대주통신은 무조건 가져오도록 해.”

최고급 메뉴를 먹을 수 없어도 먹을 만하다면 아귀처럼 달려들어 이익을 취한다.

이것이 장호건, 신성그룹, 한국 재벌들의 생존방식이었다.

***

회의를 마친 장호건은 이수한, 장용재와 함께 집무실로 장소를 옮겼다. 소파에 앉은 장호건은 비서가 내려놓은 차를 마시고 장용재에게 말했다.

“고생했다, 용재야. 오늘처럼만 해.”

긴장하고 있던 장용재의 표정이 아버지의 칭찬에 눈 녹듯 스르르 풀렸다.

결정은 아버지가 했지만 자신이 제안한 부산공장 건립 때문에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해야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일념에 사무실에서 임직원들과 먹고 자면서 빅딜을 준비해온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장이 아니라 애비로서 말하는 거다. 네가 고생한 거 애비도 알고 있어. 여기 있는 이 실장이나 임원들이 너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허허.”

장호건의 너털웃음에도 장용재는 웃을 수가 없었다. 늘 깐깐하게 굴던 이수한이 자신을 칭찬했다니?

“실장님?”

“자네가 고생하는 거 잘 알고 있네, 장 전무. 앞으로도 회장님 말씀대로 잘하길 바라겠네.”

장용재는 지금까지의 설움이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배다른 계집과 그 계집의 남편 때문에 얼마나 저평가 당해야 했던가? 눈물을 참으려 애쓰던 장용재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대답했다.

“네, 실장님.”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장호건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챙길 건 정했는데··· 문제는 다른 그룹들이겠군.”

그 다른 그룹들 중 어느 그룹이 가장 장호건의 심기를 어지럽게 하는지 이수한은 잘 알고 있었다.

“자금력만 보면 해동그룹이 빅딜을 주도할 게 유력합니다.”

“실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대주금속은 GK그룹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대주자동차 국내공장들은 태현자동차와 나눠먹을 게 유력합니다. 대주중공업은 스탠더드 캐피털을 앞세워 인수했다가 해동중공업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높고요.”

장용재 또한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는 자신이 싫었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잡음을 내기 싫어하는 해동그룹이라면 외연을 최대한 활용해서 대주그룹 계열사들을 먹으려 들지 않겠나?

“남는 건 대주증권과 대주화재, 대주카드인데 그거마저 해동그룹이 가져가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

“장 전무 말이 맞습니다, 회장님. 중공업 부문이야 매달린 일자리가 많으니 해동에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없지만 금융부문은 여파가 크지 않으니 특혜로 몰아가기도 편합니다.”

이성민이 알면 기가 막혀 코웃음도 안 나올 소리지만 장용재와 이수한은 이성민이 주도권을 쥔 해동그룹 금융부문의 지나친 팽창을 경계하고 있었다.

고삐 풀린 말처럼 전국에 지점을 늘리는 해동종금, 재벌과 은행을 안 가리고 우량주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해동증권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지 않은가?

두 사람의 이구동성에 장호건이 침음성을 흘렸다.

“그럼? 우리가 직접 인수하자는 건가?”

문제를 꺼냈으면 해결책까지 꺼내는 게 경영진으로서의 기본이다. 아버지의 숨겨진 주문에 장용재는 오랫동안 나름대로 고민했던 안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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