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46th. 도장깨기 part.2 (4)
해동자동차 미래 전략 컨설팅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하던 나는 어제 일 때문에 금석호와 공장장에게 보여줬던 디자인을 장하연에게 보여줬다.
“어때?”
내 그림을 보던 장하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푸훗! 푸후훗!”
깔깔 웃는 장하연을 보니 웃음 선물을 주려는 작전은 성공한 것 같았다. 어찌나 웃었는지 장하연은 눈가에 맺힌 이슬을 닦으며 수첩을 돌려줬다.
“중학교 애들도 너보단 잘 그리겠어, 얘.”
“나도 공들여서 그린 거야. 나 그림 못 그리는 거 알잖아?”
장하연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답하던 나는 속으로 말없이 소리쳤다.
‘내가 누구 때문에 그림 공포증이 생겼는데!’
비겁한 변명이지만 내가 앓고 있는 그림 공포증은 다 저 여우같은 마느님 때문이었다. 어린 마음에, 사랑하는 마음에 열심히 그린 자기 초상화를 보고는 ‘내가 이렇게 생겼어?’라며 엉엉 울면서 내 등짝을 때리지 않았나?
빤히 쳐다보는 내 눈길이 이제야 의식됐는지 장하연이 표정을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았다.
“···미안해, 자기야.”
“진짜로 미안해?”
가늘게 눈을 뜨고 바라보며 묻는 내게 장하연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밑밥을 충분히 깐 나는 내 부탁을 꺼냈다.
“미안하면 나한테 그림 그리는 것 좀 가르쳐줘.”
“응?”
눈을 깜빡거리는 장하연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남편인데 초등학생처럼 그림 그리면 얼마나 쪽팔리겠어? 적어도 중고등학생 정도 수준은 돼야지.”
지금 내가 뻔뻔하게 늘어놓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자동차 디자인이 머릿속에 한 박스면 뭐하냐고!’
내 망할 똥손 때문에 그 디자인을 백분 활용하지 못하니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전문 디자이너보다는 부족하겠지만 실력이 쌓이면 내 손으로 내 머릿속의 디자인을 종이에 옮길 작정이었다.
장하연은 나를 보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퇴근하고 나면 하루에 한두 시간씩은 알려줄게. 언제부터 할까?”
“오늘 숙부님 만나면 내일까지 대전이나 창원 다녀올 수도 있으니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어때?”
요즘 들어 장하연이 술은 물론이고 커피, 녹차, 홍차까지 입에 대지 않는 걸 보면 빨리 아이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 또한 하루 빨리 우릴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일은 일이니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장하연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대신에.”
잠시 말을 끊었던 장하연이 싱긋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돌아오면 밀린 만큼 해줘야 해? 알지?”
거부할 리가 있겠는가. 우리 닮은 아들딸을 만드는 일이니 백 번, 천 번이라도 해줄 것이다.
***
그렇게 불꽃이 튀긴 우리는 새벽 6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활활 불태우고서야 각자의 일터에 출근했다. 해동그룹 본관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운 나는 곧장 이명진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회장님, 이성민 이사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인터폰으로 보고를 올린 남자 비서가 이명진의 대답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어드리겠습니다, 이사님.”
보통의 임직원이라면 몰라도 새파랗게 어린 내게 예의를 갖추는 건 오너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 때문일 터. 나는 빙긋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부회장님의 조카라도 엄밀히 따지면 외부 컨설턴트입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아도 되세요, 하하.”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비서를 보며 미소를 띠던 나는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부회장님.”
인사를 올린 내게 책상 앞 의자에서 일어난 이명진이 다가오며 반겨줬다.
“어서 와, 이 이사. 어제 금 회장님한테 얘기 들었는데 먼저 가신 형님이 계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거야, 하하. 차부터 한 잔 할까?”
“감사합니다, 하하.”
내 곁에서 발을 멈춘 이명진은 내 어깨를 토닥여주며 다른 손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나는 이명진과 함께 소파에 앉았고, 비서가 가져다 준 차를 마셨다.
“금 회장님 연락 받았는데 이 이사 칭찬이 자자하더군. 회장님 젊었을 때 보는 것 같다고 혼났다고 했어.”
“아닙니다, 부회장님. 회장님과 본사에서 제게 맡긴 짐이 너무 무거워서 걱정됩니다.”
소탈하게 웃는 나를 이명진이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봤다.
“엄살 피우지 마, 이 이사. 자네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텐데 무슨 소리야? 흐흐.”
입꼬리에 짓궂은 미소를 잔뜩 머금은 이명진을 보며 나는 손을 내저었다.
“해동자동차 망하면 집안과 회사 양쪽에서 내쳐질까봐 무섭습니다. 해동 간판 달린 회사를 말아먹는 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잖습니까? 흐흐.”
되도 않는 엄살을 피우는 나를 보며 이명진이 피식 웃었다.
“걱정 마, 이 이사. 자네가 금 회장님한테 알려준 컨설팅 내용, 나나 해동중공업도 꽤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니까.”
이명진이 흥미를 보일만했다. 건축학도 출신이라도 이명진은 공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 지금도 전기, 전자, 기계, 금속 분야 기술자들을 초빙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또한.
해동중공업은 전기-전자, 기계 관련 사업을 폭넓게 하는 종합중공업회사로 한고그룹 인수전 때는 대동조선까지 흡수해서 조선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무엇보다 전생의 내가 신성의 개로서 해동중공업을 인수하고 나서 뒤늦게 알았던 ‘비밀 프로젝트들’도 상당했다.
‘금융실명제 뒤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 집안 돈을 지켰으니 어느 정도는 다들 진도가 나갔을 텐데···.’
그 사업들 모두 20년 뒤에 터질 환경 이슈, 무역 분쟁 이슈와 관련된 일들이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을 안은 나는 이명진에게 물었다.
“전번에 당진에서 해동제철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해동중공업부터 해도 되겠습니까?”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네, 이 이사. 괜찮나?”
“말씀하시죠, 부회장님.”
미소를 띠며 순서를 양보한 내게 이명진이 물었다.
“제철소에서 석탄 대신에 수소를 써서 철을 만드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내 귀를 의심했다.
“수소환원제철법 말씀이십니까?”
혹시나 해서 되물은 내게 이명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이럴 수가.
입이 살짝 벌어진 나를 보며 이명진이 겸연쩍은 미소를 띠었다.
“수소환원제철법으로 철광석을 녹이면 석탄을 쓸 때와 달리 이산화탄소 대신에 물을 배출하게 되네. 물에 섞인 오염물질을 정제하는 건 배기가스를 정제하는 것보다 쉬우니 환경오염 문제는 덜할 거라고 보는데··· 어떤가?”
‘밀폐형으로 제철소 지을 때부터 알아보긴 했는데··· 우리 숙부님도 환경에 관심이 많으시네, 흐흐.’
당진에 들렀을 때 제안하려다 말았는데 먼저 멍석을 깔아주니 마다할 리가 있나.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체하다가 이명진에게 대답했다.
“당장은 몰라도 미래는 준비해야죠. 그럼, 당진에 지을 제철소는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코크스를 쓰는 고로는 3기까지만 지을 걸세. 매연문제는 해동중공업에서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포집기를 비롯한 매연저감 장치를 개발하는 대로 설치할 생각이고. 최종목표는 배출량의 10퍼센트 밑으로 낮추는 거네.”
이명진의 목표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뚝심이 드러났다. 예전에 이명진이 보여줬던 뚝심이 수성을 위한 견실함이었다면 지금 보여준 뚝심은 확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였다.
“그렇게만 되면 환경단체들의 비난도 줄어들 테고 잘만하면 석탄 발전소에도 해당 장치들을 공급할 수 있겠지. 어떤가?”
찬반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기술에 대한 이명진과 해동중공업의 집념이야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혼다만큼이나 확고했고, 향후 닥칠 탈석탄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룹 전략 컨설턴트인데 묻어갈 수는 없지.’
가족이기 전에 그룹의 사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위치이기에 나는 이명진에게 나만의 미래표 MSG를 쳤다.
“기왕이면 제철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해저 암반층에 주입하는 해저 플랜트를 만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외에도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정제한 다음···.”
식물에게 주는 비료로 만들거나 다른 화학물질로 만드는 등의 기술에 대한 의견을 내놓자 이명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이 이사야. 이제 보니까 대학생일 때 먼저 가신 형님 후배가 아니라 내 후배가 돼야 했어, 하하.”
“아하하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숙부님. 지금 하는 일만 해도 벅차답니다.’
껄껄 웃는 이명진과 달리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웃기만 했다.
***
잠시 샛길로 빠져서 해동중공업 이야기를 하다가 해동제철과 해동중공업이 합작으로 추진할 친환경 제철소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했던 나는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부회장님, 혹시 발전설비 사업을 더 키울 계획은 없으십니까?”
“응?”
이명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나는 태연한 표정과 달리 속으로는 피식 웃음만 나왔다.
‘저 양반, 눙치는 거 보게?’
눈은 절대 못 속이는 법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들’ 중 하나가 확실한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해동중공업에서 발전용 연소기도 만들고 있잖습니까? ‘다른 설비’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다른 설비? 뭘 말하는 건가?”
이명진이 내 추궁 아닌 추궁에 애써 시치미를 뚝 떼도 소용없었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띠던 나는 그 다른 설비를 내 입으로 콕 짚었다.
“발전용 가스터빈. 이거까지 만들어야 화룡점정 아닙니까?”
발전용 가스터빈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명진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우리 조카님, 눈치가 빠른 건가, 아니면 정보가 빠른 건가?”
“숙부님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장조카라고 봐주십시오, 흐흐.”
능글맞게 웃는 나를 보며 이명진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 우리 조카님이 이 숙부님 뜻을 잘 헤아려주니 선물을 줘야겠군.”
양쪽 팔걸이를 퍽 내려치며 일어난 이명진이 책장을 문처럼 열더니 그 뒤에서 드러난 금고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서 서류봉투 하나를 꺼낸 이명진은 자리로 돌아와서 그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보고 얘기하지, 이 이사.”
“네, 부회장님.”
두 손으로 봉투를 공손히 받은 나는 안에 들어있는 서류를 꺼냈다. 내가 본 서류 표지에는 ‘니켈계 단결정 초내열합금 성형 기술’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역시!’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나는 재빨리 표지를 넘기고 문서를 살펴봤다.
니켈계 단결정 초내열합금 성형은 니켈을 비롯한 9개 이상의 금속을 녹여 섭씨 1,400도 이상에서도 형체가 안 변하는 합금을 만드는 주조, 단조 기술이다. 이 문서는 그 극악의 기술 개발을 해동중공업에서 작년 가을에 성공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서를 쭉 살펴본 나는 맨 마지막 말미에 적힌 문구를 보고 미소가 그려졌다.
[···초내열 합금 성형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터빈 블레이드, 베인 등 발전용 가스터빈의 핵심 부품 국산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향후 제너럴일렉트릭, 안살도, 지멘스, 미쓰비시중공업, 히타치 등 해외업체들의 기술을 분석하여···.]
‘더 이상 안 봐도 되겠어. 이걸로 비밀 프로젝트 중 하나는 살렸군.’
전생의 내가 신성의 개로써 해동중공업 인수 작업을 마친 뒤에야 알았던 비밀 프로젝트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니켈 초합금 성형 기술’이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을 토대로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발전용 가스터빈까지 개발하는 게 이명진과 해동중공업의 최종 목표였다.
‘전생엔 금융실명제로 돈 날려 먹어서 흐지부지됐던 프로젝트지만 이번엔 가스터빈까지 만든다, 반드시!’
전생에는 이루지 못했던 우리 집안의 숙원사업 중 하나를 완성하리라 속으로 다짐한 나는 서류를 덮고 이명진에게 돌려줬다.
“어떤가, 이 이사?”
“해동중공업에서 이 기술을 개발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어떻게 확보하신 겁니까, 부회장님?”
내게는 이 부분이 가장 의문이었다. 기술이라는 게 하늘에서 ‘옜다!’하고 던져주는 것도 아닌데 한 손 안에 꼽히는 나라들만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개발한 건지···.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는 나를 보며 이명진이 미소를 띠었다.
“냉전 끝났을 때쯤인가? 그때 러시아에 출장을 갔었지. 당시에 그쪽 연구원들, 엔지니어들과 만나서···.”
이명진이 그 기술진들과 보드카로 술친구가 된 것을 시작으로 그들을 매수해서 기술 개발에 나섰고, 할아버지에게서 강남터미널 개발 때 받은 비자금을 연구비로 썼다는 것까지 알려줬다.
‘그 돈을 연구비로 썼다니···.’
얘기를 다 들은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비자금 수천억 원을 만들려면 그 몇 배의 돈을 굴려야 한다. 그만큼 액면 이상의 가치를 지닌 비자금을 연구개발비로 다 털어 넣었다니··· 돈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건 나와 같았지만 우리 숙부님 같은 양반은 재계에서 손에 꼽힐 것이다.
“우리 이 이사, 많이 놀랐나보네?”
“네. 솔직히 좀, 아니 많이 놀랐습니다. 부회장님.”
이명진의 질문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기술을 개발한 것보다 기술에 돈을 아끼지 않은 이명진의 집념에 놀랐지만 말이다.
잠시나마 얼빠진 꼴을 보이는 건 여기까지다. 확실한 선행기술이 확보됐으니 컨설턴트로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
“제가 준비한 것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하하.”
껄껄 웃던 이명진은 내가 가방에서 꺼내 공손히 내민 서류를 받아봤다.
“흐음···.”
내가 건네준 컨설팅 서류를 살펴보던 이명진의 눈이 확 커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서류를 살펴보던 이명진이 종이를 넘기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이 이사?”
서류에서 눈을 뗀 이명진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이제부터는 제 차례입니다, 숙부님.
***
나는 이명진이 내 서류를 보고 놀란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친절히 설명해줬다.
“거기 나와 있는 해외업체들이나 대학 부설 연구소들과 은밀히 접촉하시는 게 순서일 거라 봅니다. 제반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나면 우리가 개발비를 전부 댈 테니 국책과제로 선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야 하고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국책과제 선정에서 비롯되는 국가적 신용이다. 한 번도 발전용 가스터빈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해동중공업이 아닌가?
설명이 끝나자 이명진이 나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다른 그룹들이 알면 우리더러 미쳤다고 할 거야. 그놈들은 어떻게든 연구비 아끼려고 국책과제 선정을 요청하잖나, 하하.”
이명진의 말대로 보통의 재벌들은 자기들 돈을 아끼려고 국책과제 선정에 매달리지만 우리는 돈이 아쉬운 게 아니라 믿음을 얻기 위해서 국책과제 선정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이명진의 대답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쳤다고 하라지요. 우리 돈으로 연구하겠다는데 우릴 어떻게 건드리겠습니까? 정부에서도 돈 안 쓰고 생색내는 일이 될 테니 좋아할 겁니다, 하하.”
“그렇지. 우리가 제반기술 다 갖추고 연구개발 하겠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흐흐.”
껄껄 웃던 이명진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말 나온 김에 대전에 다녀와야겠군.”
“대전이면··· 연구소에 가시려는 겁니까, 부회장님?”
조심스레 물어본 내게 이명진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 이사 덕분에 가스터빈 개발이 쉬워졌는데 빨리 가서 연구원들한테 알려줘야지. 자네한테 보여줄 것도 있고 말이야. 같이 가겠나?”
‘기대되는데?’
만면에 미소를 띤 이명진의 제안에 나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스터빈 외에 내게 보여줄 거라면 내가 아는 나머지 ‘비밀 프로젝트’일 것 같아서 기분이 들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