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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벌 사위로 살겠다-159화 (158/229)

159화. 46th. 도장깨기 part.2 (3)

내가 내민 서류를 받은 금석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직서열 생산방식’?”

“네. 작년 인수전 때 우리 스탠더드 캐피털에서 생산량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올릴 방법이 있다고 언론에 홍보했었는데 기억하십니까?”

금석호는 내 질문에 잠시 기억을 더듬듯 검지 끝으로 머리를 긁다가 말했다.

“기억하네. 노동자들 대우 개선이 파격적이라 묻히긴 했는데 나나 다른 임원들도 궁금해 하더군.”

“그 궁금증을 풀어드릴 게 이 직서열 생산방식입니다.”

이 직서열 생산방식은 내가 고안한 게 아니라 현재의 태현자동차 사장인 명선구였다.

‘명진호가 죽으면 명선구는 태현정밀과 태현자동차, 태현제철 등을 들고 독립한다. 그리고 태현정밀이 자회사와 협력업체에서 받은 부품으로 모듈을 조립하고 조립된 모듈을 태현자동차로 보내서 자동차를 완성하는 시스템을 갖췄지.’

원래대로면 태현자동차는 해동자동차가 된 아도자동차를 인수한 뒤,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을 이 직서열 생산방식에 갈아 넣어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태현자동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태현정밀은 모듈 납품과 A/S 부품 공급을 이용해서 태현자동차와 협력업체의 수익을 쪽쪽 빨아먹으며 범 태현그룹의 내전에서 명선구의 가장 큰 돈주머니가 됐다.

‘태현자동차가 시장 점유율로 밀어붙이면 나는 앞선 전략과 돈으로 밀어붙이면 돼.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명선구 회장.’

태현자동차, 그리고 명선구와의 ‘자동차 사업 치킨게임’을 속으로 다짐하던 나는 서류를 살펴보던 금석호에게 물었다.

“어떠십니까?”

“나쁘지 않은 것 같네. 각 공장마다 개별 모듈만 만들면 직원들 숙련도도 금방 올라가고 품질도 좋아지겠어. 같은 차량이라도 다양한 옵션을 생산하거나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것도 용이해질 테고. 어느 한 공정에서 불량이 났을 때 라인 전체를 멈추지 않아도 되겠군.”

금석호의 평이 끝나자 공장장도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럴 겁니다, 회장님. 이 이사님 제안대로 모듈 공장마다 개별 모듈을 전담생산하고 완성차 공장의 단계별 공정에 맞춰 모듈을 보내면 조립 공정 단위까지 부품 재고를 컨트롤 할 수 있으니 재고 관리도 유리할 겁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그런지 금석호와 공장장 모두 직서열 생산방식의 장점을 순식간에 꿰뚫어봤다. 그렇지만 금석호의 표정은 그리 썩 밝지 않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회장님?”

“이렇게 되면 협력업체들에게 우리가 떠안아야 할 부품 재고를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될 걸세. 비용전가라고 불만이 상당할 텐데··· 어떻게 감당할 건가?”

금석호의 예상 질문에 나는 여유를 잃지 않고 말했다.

“그 점이 가장 큰 문제죠. 그래서.”

잠시 말을 멈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컵 세 개를 가져와서 탁자 위에 하나씩 놓았다. 자리에 앉은 나는 내 찻잔에 남은 커피를 종이컵마다 3분의 1씩 나눠서 따랐고, 빈 찻잔을 탁자에 내려놨다.

“방금 전까지 이 찻잔에 채워져 있던 게 원가절감 이익이라 치면 우리 해동자동차는 각급 협력업체, 소비자들과 그 이익을 3분의 1씩 나눠가져야 합니다.”

빈 잔과 세 개의 종이컵을 순서대로 가리키며 말하자 잠시 멈칫했던 금석호가 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3 : 3 : 3 성과공유제’인가? 도요타처럼?”

“그렇습니다, 회장님. 연구개발이든, 생산공정 개선이든 협력업체와 협업해서 원가절감 효과를 내면 그 이익을 해동자동차와 연관된 이해당사자 모두가 골고루 보는 겁니다.”

해결방안을 내놓고서야 금석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방법이 있었군! 그렇게 되면 협력업체들도 충분히 만족할 걸세!”

“그뿐만이 아닙니다, 회장님! 태현자동차는 몰라도 대주, 미룡, 신성은 절대 버티지 못할 겁니다, 하하!”

호쾌하게 웃는 공장장을 보며 나는 흥미가 생겼다.

‘이 양반, 꽤 하는데?’

공장장의 말대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먹고 있는 태현자동차는 납품물량을 미끼로 협력업체들을 쥐어짤 수 있다. 하지만···.

‘대주, 미룡, 신성은 절대 버티지 못하지. 해동자동차보다 생산량이 적어서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거든, 흐흐.’

이 ‘3 : 3 : 3 성과공유제’를 우리가 시작하면 태현자동차는 몰라도 대주자동차, 미룡자동차, 신성자동차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해동자동차와는 가격경쟁, 협력업체들과는 납품단가 협상 난항으로 말이다.

자동차 산업 치킨게임을 떠올리며 잠시 세상 사악한 미소를 짓던 나는 표정을 가다듬고 금석호에게 말했다.

“3 : 3 : 3 성과공유제를 시행하려면 모듈 공장은 완전자회사로 분리해서 협력업체들과의 부품 연구개발 협력을 맡겨야 합니다. 우리와 협력업체가 협업해서 개발한 부품은 다른 회사에 판매해야 하고요.”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는 질문이지만 금석호는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우리가 개발한 부품을 팔면 우리에게도 돈이 되겠군!”

“맞습니다, 회장님! 우리와 공동개발한 부품이니 생산량 증가로 인한 원가절감이든 판매수익 분배든 우리에게도 이익이 될 겁니다, 하하!”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다니··· 껄껄 웃는 공장장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

‘직서열 생산방식’과 ‘3 : 3 : 3 성과공유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됐다. 시계를 보고서야 허기가 진 우리는 근처 중국집에 시킨 짜장면과 볶음밥, 탕수육, 짬뽕국을 먹었다.

“의외구먼, 이 이사. 해동그룹 장손이 짜장면을 이렇게 잘 먹다니?”

짜장면을 먹던 나는 볶음밥을 먹던 금석호의 말을 듣고는 입에 넣던 면발을 끊고 몇 번 우물거렸다. 재빨리 면발을 삼킨 나는 티슈로 입을 닦으며 빙긋 웃었다.

“재벌이라고 산해진미만 먹는 건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부모님 계셨을 때부터 밥상은 간소하게 차렸습니다, 하하.”

우리 집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매일매일 직접 상을 차렸었다. 고용인들은 이삼일에 한 번씩 대청소를 하는 날에만 삼청동 본가에서 불렀을 뿐이었다.

“사실입니까, 이 이사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공장장의 눈길에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공장장님. 부모님 돌아가신 뒤에도 저와 박태진 전무가 직접 상을 차렸습니다. 밑반찬은 본가에 계신 전주댁 여사님이 보내줬지만···.”

찌개나 국을 비롯한 여느 음식들은 나와 박태진이 직접 만들어먹는다는 걸 알려주자 공장장이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단하십니다, 이 이사님. 요리를 직접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제 입맛이 까다롭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마저 드시죠, 하하.”

너스레를 떨며 웃던 나는 금석호, 공장장과 함께 식사를 마친 뒤, 편안하게 앉아서 콜라로 입가심을 했다.

“그래. 미래 사업도, 체질 개선 계획도 들었는데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가?”

“네. 아이덴티티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의 워너비 카를 만드는 거죠.”

내 대답을 듣고 금석호와 공장장의 표정이 굳었다.

“우리도 노력했었네. 재작년에 로터스에서 설계도부터 생산라인까지 전부 인수해서 스포츠카를 만들어 팔고 있지만 내 오만이고 패착이었네. 아주 망작(亡作)이었어.”

“협력업체에 조립을 맡겨가면서까지 단가를 낮추려고 노력했지만 수공으로 소량 생산하는 차의 한계는 어쩔 수 없더군요. 조립 품질도 조악했고, 팔면 팔수록 적자라서 작년 여름 구조조정 때 라인을 폐쇄했습니다.”

금석호와 공장장의 얼굴에 드리워진 상실감은 경영에 실패했다는 것보다 연인에게 구애했다가 차인 것에 가까웠다. 전생에 장하연과 헤어졌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같아서 안타까웠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수공식 소량생산이 안 되면 기계식 대량생산으로 바꾸고, 팔수록 적자가 났다면 팔수록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는 차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을 위로하고자 내가 건넨 말이었지만 금석호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말이야 쉽지 현실은 다르네, 이 이사. 그런 자동차 회사는 이 세상에 포르쉐뿐일 걸세.”

포르쉐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에게 이상적인 회사다.

특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도요타 방식의 기계식 대량생산으로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막상막하인 스포츠카를 저렴하게 팔아 세계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할 자동차 회사 아닌가?

그에 비하면 해동자동차는 갈 길이 까마득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계 변방의 고만고만한 회사다. 쓴웃음을 머금던 나는 금석호에게 말했다.

“포르쉐 같은 회사를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회장님.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나는 그 자리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똥손인 나조차도 그나마 쉽게 그릴 수 있는 디자인이어서 정면, 측면, 후면을 쓱쓱 그린 뒤, 금석호에게 수첩을 넘겨줬다.

“어떠십니까, 회장님?”

그림을 보던 금석호의 입술이 씰룩거렸고, 옆에서 그림을 봤던 공장장도 눈꼬리가 처지기 시작했다. 몇 초도 안 돼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푸흣! 흐하하하!”

“하하하하!”

이런 젠장.

‘역시 똥손은 똥손이군. 악기 연주는 그렇게 자신 있는데 이놈의 그림은···.’

“흠흠!”

슬쩍 인상을 구겼던 나는 헛기침을 내뱉어 분위기를 바꾸고 금석호와 공장장에게 말했다.

“제 그림이 엉성하긴 해도 이 차는 오래 전에 ‘멧돼지가 배낭을 메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습니다, 회. 장. 님.”

한 글자씩 끊어서 말한 나를 보고 어느 새 웃음기를 지운 금석호가 침음성을 흘리며 다시 한 번 그림을 살펴봤다.

“흐음··· 얼핏 보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군.”

“그런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그림을 살펴보던 공장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차는 차종을 분류하는 게 애매할 것 같군요. 해치백 같으면서도 MPV처럼 차고가 높고, 차체 바닥까지 높은 게 SUV 같기도 하고···.”

“그런 특이함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겁니다. 그리고.”

공장장에게 대답하던 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줬다.

“가격대는 소형 SUV 수준에 맞춰도 인테리어나 디자인은 싸구려라는 느낌이 안 들게 만들어야 합니다. 헤드램프 눈꼬리도 좀 더 치켜 올리고, 프런트 그릴도 멋지게 다듬고···.”

내장 디자인까지 디테일하게 주문하면서도 조금은 불안했다. 앞으로 8년 뒤에나 나올 모델인데 내가 원하는 성능,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뽑혀 나올지 말이다.

나를 바라보던 금석호가 빙긋 웃었다.

“걱정 말게, 이 이사. 이렇게 상세하게 주문을 했는데 못 만들면 그게 더 이상할 걸세. 안 그런가, 공장장?”

“그럴 겁니다, 회장님. 이렇게까지 자세한 주문까지 받았는데도 디자인센터 녀석들이 해결을 못하면 죄다 사표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 친구들이 들으면 서운해 하겠어? 허허.”

공장장과 함께 껄껄 웃던 금석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스케치와 목업이 완성될 때 자네한테 가장 먼저 보여주도록 하지. 자네 식성에 대해 들어보니 자네가 직접 확인해야 만족할 것 같으니 말이야.”

식성 하나만으로 내 성격을 알아채다니··· 나쁜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미소를 띠며 금석호에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개발기간은 2002년 3월까지 드릴 테니 여유 있게 준비해주십시오, 하하.”

2002년 3월까지면 앞으로 4년 3개월이다. 개발기간은 차고 넘치니 제발 내 생각대로 나왔으면 좋겠다.

***

그 뒤로도 이성민과 금석호는 해동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명, 화성, 광주광역시에서 추가 부지를 매입하는 것과 전산망 확충 등에 대한 얘기까지 나누고서야 회사로 돌아왔다.

이성민을 사옥 정문에서 배웅해주고 집무실에 돌아온 금석호는 소파에 앉아서 넥타이를 헐겁게 했다.

“회장님께 들었던 얘기가 사실인가보군.”

금석호는 아도자동차가 해동자동차로 간판을 바꾼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대수의 부름을 받고 삼청동에 갔을 때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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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들어간 금석호는 이대수와 수담을 뒀다. 예전과 다른 금석호의 기세에 이대수가 껄껄 웃었다.

“허허, 이제야 우리 금 회장 기력(棋力)이 제대로 나오는구먼?”

“회장님께서 저를 살려주셨으니 없는 기력이라도 짜내서 대국을 둬야 조금이나마 보답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사활(死活)로 승부를 보시지요, 하하.”

금석호의 호쾌한 웃음소리에 눈이 번쩍거린 이대수는 입꼬리가 높이 올라갔다.

“사활 좋지. 어디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세, 흐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바둑판 위에서 밀고 밀리는 싸움을 거듭했다. 바둑판 곳곳에서 난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각자의 바둑통에 담긴 돌을 상대방에게 내주고, 상대방의 돌을 가져오길 반복했다.

서로의 바둑돌을 거의 다 주고받을 때쯤 이대수가 손에 쥔 바둑돌을 통에 던져 넣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두도록 함세, 금 회장. 좋은 대국이었어, 으허허.”

이대수의 기분 좋은 기권 선언에 금석호도 숨을 고르며 이마를 닦아냈다.

“저도 모처럼만에 흥미진진한 대국이었습니다, 회장님.”

바둑판을 빼곡히 메운 돌을 치운 두 사람은 고용인들을 불러서 바둑판과 바둑통을 치우게 한 뒤, 녹차를 마시며 대국으로 달아오른 열기를 가라앉혔다.

“자네, 내가 양놈들과 손잡고 아도자동차 인수해서 많이 서운한가?”

금석호는 황급히 이대수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회장님. 태현이나 신성이 인수했으면 저나 제 사람들 모두 죽은 목숨 아니었겠습니까? 분에 넘치는 관대한 처우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 무지막지한 태현그룹이나 교활한 신성그룹이 아도자동차를 집어삼켰다면 자신을 비롯한 아도그룹 임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애꿎은 직원들까지 해고할 게 뻔했다.

금석호에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최후였겠지만 그 둘에게서 아도그룹을 건져준 이대수의 해동그룹, 이대수와 손잡은 스탠더드 캐피털은 하느님부처님이었다.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기에 금석호는 진심을 담아서 이대수에게 대답했다. 이대수는 그런 금석호의 눈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 잠시 소원했던 시절은 잊고 최선을 다해보세.”

“예, 회장님.”

차 한 모금을 마시던 이대수가 찻잔을 내려놓던 금석호에게 물었다.

“자네, 이제 우리집안 사람인 거 알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해동그룹 사람이 됐으니 회장님 사람이 아니면 누구의 사람이겠습니까?”

“허면, 내 지금부터 중요한 얘기를 들려줄 테니 무덤까지 가져가겠나? 내 자네를 믿어서 들려주려는 말일세.”

이대수의 부리부리한 눈매에 금석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대체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하겠다고 사람을 눈빛으로 찍어 누른단 말인가?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이번에 우리와 함께 아도자동차를 인수했던 스탠더드 캐피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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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이 직접 일군 회사이고 이 씨 가문과 해동그룹의 자금을 운용할 회사가 될 거라는 사실을 듣고 금석호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이 직접 만나서 상호검증을 주고받은 이성민은 자신을 놀라게 할 뿐이었다.

“광오(狂傲)한 건지, 앞날을 내다보는 건지 모르겠군.”

연간 생산량 천만 대와 전기차, 수소차 상용화.

전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 중 어느 곳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단어들이다. 그런데도 그 새파랗게 젊은 이성민은 그 세 개를 해동자동차가 못 갖추면 살아남지 못할 것처럼 말했다.

그렇다고 20대의 치기어린 말로 폄하할 수도 없었다.

집안과 그룹, 개인 재산을 통틀어 돈이 넘치는 해동그룹 이 씨 가문의 이성민, 그 뒤의 이대수가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지 않았나?

생각을 가다듬은 금석호가 가볍게 숨을 내쉬며 읊조렸다.

“잘 지켜봐주게, 이 사장. 내 자네 아들하고 해동자동차 멋지게 키우고 나서 보러 가겠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을 금석호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에서 청춘의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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